돈 굴릴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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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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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애신·오진주 기자 =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들이 급증하고 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1% 중반까지 떨어졌고,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해 오던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마저 1%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 고점을 찍고 있는 주식시장도 4월 위기설이 대두되면서 대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목돈을 은행에 맡겨 놓고 이자로 생활하던 '이자생활자들'이 안락사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2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금리는 1.49%다. 2014년 2.16%, 2015년 1.72%, 2016년 1.56%로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사진= 아이클릭아트 제공]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먼저 하락하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저축은행 예·적금 금리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예금금리는 올 1월 말 2.05%, 2월 말 2.04%, 3월 말 2.01%로 하락했다. 

저축은행 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이자부담과 정부의 대출규제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그동안 금리를 0.1%포인트라도 더 제공하는 저축은행으로 몰렸다"면서 "이로 인해 수신잔액이 높아졌고 이에 부담을 느낀 저축은행들이 연이어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통상 예·적금 금리는 대출영업과 연관이 깊다. 대출을 늘리지 못하면 수신의 필요성도 낮아진다. 정부가 최근 2금융권에도 갚을 수 있는 만큼 돈을 빌리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서 대출영업이 어려워진 것이다. 국회에서 대부업 최고금리를 현행 27.9%에서 20%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도 부담이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까지 앞다퉈 예·적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이처럼 은행 예금금리가 하락하게 되면 대부분의 이자생활자들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 다른 재테크 수단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에 비해 0.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며 대출금리 상승이 예상된 데다 조기 대선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으로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거래 건수도 급격하게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총 1만5176건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만7384건을 훨씬 밑도는 수치다.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 상품인 오피스텔의 임대 수익률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전체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지난해 1월 5.14%에서 지난달 5.01%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자 건설사들은 분양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수도권의 올 1분기 분양 물량은 1만1815가구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19.1% 감소했다. 2분기 수도권 재건축 분양 물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은 돈이 몰리는 곳과 몰리지 않는 곳의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예금금리마저 1%대로 하락한다면 이자생활자들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 눈을 돌려야 하지만 현재는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은 더 이상 목돈을 묶어 두는 '금고'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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