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주 공사현장서 추락한 한 가장의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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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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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업도중 추락사고… 3급 장애등급 판정받은 노동자에게 기업 '책임과 의무' 없나?

  • 입원 치료중인 피해자 가족 찾은 건설업체 간부 "법원에 공탁금 걸면 되니, 천만원에 합의 보자" 종용 발언에 '노동계 공분'

아주경제 김기완·진순현 기자 = "많은 걸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노동자로서 열심히 땀 흘린 만큼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제주 공사현장에서 추락해 장애등급을 받은 한 가장이 울분을 터뜨렸다. 자식에게 떳떳하고 싶었던 한 가장이 근무 중 불의의 사고로 장애등급을 받았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자식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자화상이란 여론이 모아지며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제주도의 한 덕망받는 건설회사의 하청 업체 소속인 A씨(63)는 지난해 제주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2016년 7월 제주시 연동 숙박시설 신축공사장에서 빗물에 미끄러져 5m 높이에서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허리뼈 골절, 하반신 감각 이상 등으로 수술을 받고, 8개월째 병원에 입원 중이다. A씨는 치료를 받으면서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하반신 마비로 대전의 한 장애인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A씨가 다시 걸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A씨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산업재해를 당해 장애등급 3급 판정을 받았다.

A씨 소속 건설회사의 원청 간부 B씨는 그런 A씨에게 1000만원의 합의금을 제시하고, 협의를 서두르고 있다. 피해자 A씨 가족을 찾아 공탁금을 운운한 B씨는 사고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제주도에서 내륙지방으로 수차례 오고갔다.

평생 누워서 생활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A씨와 가족은 원청 회사 측의 부도덕한 처사에 치를 떨고 있다. 연동 숙박업소의 분양가는 3.3㎡당 1500만원 이상이다. 시공사는 도내 K업체가 공사를 진행했다. 결국 합의금 1000만원은 3.3㎡ 분양가보다도 낮은 셈이다.

이와 관련 A씨 가족은 "B씨가 병원으로 찾아와 내가 감옥 갈 일도 아니고, 법원에 공탁금을 걸면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해당 건설사는 지역사회로부터 덕망받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어 이번 사태에 건설 노동자들까지도 공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B씨의 신분도 의문이다.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A씨가 일했던 건설현장에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독려하고 책임질 현장 관리소장이 없었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일 시기 현장소장이 그만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직후 경찰 조사에선 B씨가 현장 소장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하청 간부가 아닌 원청 이사급 간부가 회사 측 조사를 받으면서 현장 소장으로 이름을 올려 법망을 피하려 한다는 의혹이다. 현행법상 현장관리인(소장)은 해당 현장에 상주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장소장의 자격기준은 건축분야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기능사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건축분야 고등학교 이상의 졸업자​, 건축분야 건설기술관련 교육과정 6개월 이상 이수해야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이 사고는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법원에 공탁금을 걸더라도 법적 책임은 뒤따른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강제적 의무가 분명하게 있지만,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법에 따라 또 다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보험이 가입돼 있지 않을 시 피해자는 회사 측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거나 개인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계 관계자도 "일정기간 입원 치료한 부분은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이 기간 총액의 1.5배에 준하는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며 "건설회사 측이 터무니없는 액수로 합의에만 집착하는 모습은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기만하는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행태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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