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中 10대 명차 '대홍포'에 버금가는 우리 '만송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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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0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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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니스트(문학박사)

백학다원에 핀 매화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중국 푸젠성(福建省) 서북쪽에 자리잡은 무이산(武夷山)은 평균 해발 고도는 350m의 고지로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전설상의 요(堯)임금 시대에 이 곳에 은거한 팽조(彭祖)조의 큰아들 팽무(彭武)와 둘째 아들 팽이(彭夷)는 홍수로 피해를 입은 백성들을 위해 아홉 굽이의 강을 파서 물길을 냈다. 무이산이란 팽무와 팽이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남송시대 주희(朱熹)가 이곳 자양서원(紫阳书院)에서 오랫동안 학문을 가르쳐서 주자(朱子) 성리학의 요람이 된 곳이다.

1999년에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 즉 세계자연유산 및 세계문화유산 보호구인 청정 지역이다. 바위산 절경에 자리잡은 차나무 뿌리는 땅의 깊이가 얕아 세월의 풍차에 힘입어 바위를 풀어헤치고 파고들어간다. 황차 가운데 오룡차에 속하는 대홍포는 오행가운데 품림의 기운이 강하고 또한 무이암차 특유의 암운(巖韻)을 가진다. 바위 특유의 칼칼하고 아리고 단단한 모래향에 달달한 감칠맛까지 갖춘 대홍포에는 불향이 그윽하고 깊다. 탕색도 맑고 붉어서 중국 10대 명차가운데 최고로 차왕이라고도 한다.

대홍포(大红袍)란 이름은 명나라의 왕후의 병을 치료한 데 대한 보답으로 황제가 차나무에게 붉은 비단 옷을 하사하였다고 하여 붙여졌다. 이들 중 송나라 시대부터 우이 산 암벽에서 자랐다고 전해지는 여섯 그루는 중국인민보험공사(中国人民保險公司)에 인민폐 1억 원의 책임보험에 가입하여 보호받고 있다. 2010년 중반 이래로 가격 급상승을 했으며, 대홍포는 kg당 백여 만원에서 수천 만에 이르기까지 해서 중국 부자들의 거품 경제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지리산 평사리 전경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무이암차는 홧병이 생기는 가슴 부분을 풀어주어 위로는 머리로 아래로는 배 사이의 교통을 원활하게 해준다. 소화를 돕고 긴장을 풀어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효능이 있다. 복잡한 식생활과 과중한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대홍포를 우리나라에서 싸고 편하게 먹을 수는 없을까?

하동녹차연구소 주최로 이 무이산에 선진차 견학을 간 '백학제다' 박부원 대표는 대홍포에 반해 이 차의 재연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IMF 이후 부친 땅 2000평에 조성된 차밭을 근거로 하동에서 차에 대한 연구·개발·생산자로 유명한 박대표는 밤늦게까지 실험을 하다 든 쪽잠으로 인해 화재가 날 뻔 했다. 대한민국 제47호 식품명인으로 대흥사 일지암에서 초의차를 만들었던 용운스님, 세계차 전문가로 국제심평위원 한국국제차엽연구소 정인오 소장 등의 도움으로 중국의 대홍포를 우리차로 대중화하기에 나선다.

농촌 고령화로 한달만 차를 따 줄 일손이 없기도 하고, 일관된 품질 생산 위해 기계제조방식이 필수라고 생각한 박부원 대표는 전통 수제 덖음 방식을 지양하고 대만식 굴림통 살청기를 도입하여 차의 성분은 그대로 두고 습기만 제거하는 대량생산시스템을 갖췄다. 우리차엽과 작은 줄기 등으로 만든 대홍포스타일의 차 이름은 박부원 대표의 호인 만송(晩松)에 대홍포의 끝자를 따서 만송포라고 이름을 붙였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중국의 대홍포와 승부하겠다는 대단한 자부심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백학제다' 박부원 대표(왼쪽)와 그의 부인 이봉순 씨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국민시인 박남준 시인의 하동집 심원재(心遠齋)에 모여 매화차회를 연 금당다회 회원들 모두 무이암의 찻잎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우리 하동의 찻잎만으로 어떻게 이렇게 대홍포의 버금가는 맛을 만들었는지 이구동성으로 신기하다고 궁금해한다.

박부원 대표에게 낙찰받기 위해 여러번 선을 봤다는 부인 이봉순 여사의 내조와 박부원 대표의 우리 차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는 한, 만송차 나아가 우리 차계의 미래는 밝기만 할 듯하다. 박경리 토지에 나오는 지리산 평사리를 바라보며 녹차의 요람 하동 ‘최참판댁’ 앞에 시음 가능한 ‘찻집’도 연 박대표의 만송차가 앞으로 어떻게 더 진화해 갈지 참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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