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한진해운 '폭탄 돌리기' 단일가매매로 못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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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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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은경 기자 = "197원에 5만주 입성. 이제 반등할 일만 남았다."

한 인터넷 주식투자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상장폐지를 앞둔 한진해운 주식을 샀고, 고수익을 확신한다는 내용이다.

한진해운은 이달 3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17일 법원은 파산결정을 내렸다. 한진해운은 23일부터 주식시장에서 7거래일을 기한으로 정리매매에 들어갔다. 이 기간이 끝나면 한진해운은 상장폐지된다.

한진해운 주식은 며칠 뒤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식투자 게시판 곳곳에서 한진해운에 베팅했다는 글이 보인다. 한진해운은 주요자산을 대부분 팔았다. 주주는 채권자보다 변제 우선순위가 낮다. 청산해도 주주가 챙길 몫은 남기 어렵다.

이처럼 뻔히 위험을 알면서 한진해운에 베팅한다. 정리매매 종목은 상·하한가 가격제한폭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투기성 자금이 30% 넘게 뛸 수 있다는 점을 노린다.

이미 상장폐지된 프레젠도 한몫했다. 이 회사 주가는 정리매매 첫날인 15일 하루에만 450% 넘게 뛰었다. 투기성 매매를 과열시켰다.

한진해운 주가도 이상 급등락 현상을 보여왔다. 연초 300원대로 시작한 주가는 1월 중순 11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회사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주가는 추락했다. 주가는 정리매매 첫날인 13일 하루에만 60% 넘게 빠졌다.

2016년 하반기 이후 상장폐지된 종목은 16개다. 정리매매 기간 수익률은 평균 -85.4%를 기록했다. 원금 대부분을 날렸다는 얘기다.

투기성 자금은 정리매매 종목만 노리지 않는다. 정치 테마주를 비롯한 이런저런 테마주에 돈이 몰린다. 한탕을 노리는 폭탄돌리기식 투기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정치 테마주처럼 시장을 교란하는 이상급등 종목에 대해 단일가 매매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일정시간 단위로 매매가 체결된다. 과열됐던 투기심리가 냉각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있다. 거래가 멈췄다가 풀리는 시점에 주가가 급변할 수 있어서다. 투기성 자금이 이를 노리고 몰린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많아지면 시장이 왜곡된다. 우리 증시에 대한 국제 신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 파이를 늘리는 것만 고민해서는 안 된다. 당국은 건전한 투자문화를 정착시킬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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