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진섭 서울에너지공사 초대 사장 "지역기반 분산형 에너지체계 구축 공공·수익성 다 잡을 것"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2-21 18:0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과거 위탁체제 비효율… 타 지자체, 시민과 협치로 수평적 관계 유지

기존 에너지시스템을 보다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서울에너지공사의 초대 박진섭 사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최근들어 발생 빈도가 부쩍 잦아진 지진으로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면적 대비 원전 밀집도 세계 1위란 불편한 현실과도 마주하고 있다. 더불어 수 많은 화력발전으로부터 퍼져나오는 미세먼지는 국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1000만 인구의 서울, 더 나아가 범위를 늘리면 수도권에는 국내 절반인 약 2500만명이 모여 산다. 그렇지만 당장에 소비 중인 에너지 대부분은 여전히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소로부터 얻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에너지시스템을 보다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서울에너지공사. 작년 7월 공사 설립에 관한 조례를 마련하고, 그해 12월 등기까지 마치며 정식 출범했다. 이곳 헤드쿼터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박진섭(53) 초대 사장은 지난 20일 아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책임감과 사명감이 막중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시종일관 우리세대뿐 아니라 미래까지 위협하는 현 에너지시스템을 서둘러 바꿔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국내 에너지산업의 핵심 전략이던 공급위주 접근 방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박 사장은 "환경 선진국의 성공적 사례에서 보듯 소비자들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보다 올바르게 사용토록 안내해야 한다. 이런 '에너지서비스의 제공'은 미래세대까지 고려한 새로운 분야"라고 소개했다. 연장선에서 공사는 건물 및 가정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 그리고 사각지대로 내몰렸던 우리이웃을 돌보는 에너지복지를 주요 업무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지역난방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나선다.

◆ "과거 위탁체제 자율경영 어려워 비효율적"

지난 30년간 서울의 집단에너지사업은 전적으로 위탁됐다. 이로 인해 새로운 투자는 커녕 공급안정성 저하에 경제성 마저 감소되는 등 경쟁력이 철저히 떨어졌다. 박 사장은 "투자 자율성 부재는 물론이고 설비를 향상시키려는 노력 조차도 미흡했다. 여기에 종사자들의 고용불안이 겹치면서 중장기적 전망 부재가 초래됐다"면서 "기존 조례와 협약서 등으로는 위수탁자 간 책임소재를 명확히 구분키 어려웠다. 예산이 3000억원에 이르는 사업장을 위탁해 관리하기도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사의 탄생은 에너지체계의 지방분권화를 촉진시키는 등 다방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중앙집중형과 비교해 지역기반분산형 구조가 일자리창출, 온실가스 감축, 환경보호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다. 또 근본적 틀이 수요관리 및 분산형으로 바뀌면 정부가 추진 중인 민영화를 넘어 공공성 강화와 에너지 복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민과 관련해에서도 공공·수익성 조화, 이 수익이 빈곤계층에 지원되는 선순환구조를 정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사장은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의 소비는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등 친환경에너지 확대 발판도 마련할 방침"이라며 "서울시와 공사, 시민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에너지복지를 실현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 중심에 '에너지상생투어'가 있다. 서울지역의 에너지협동조합, 제로에너지 주택단지, KT 등에 찾아가 소외계층을 도울 수 있는 핵심기술은 없는지 적극적으로 자문도 구한다.

예컨대 폭염이 극심해 여름을 나기 힘든 이웃들에게 캠핑카를 제공한다. 공사에서 보유 중인 부지에 에너지제로 원룸을 지어 주거할 곳이 마땅치 않은 대학생과 청년들에게 싼 값으로 빌려주는 공급하는 프로젝트도 고민한다. 에너지의 의미를 단순히 이익 창출이 아닌 사회에도 공헌한다는 의미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박 사장은 "공공기관에서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가장 우수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소비성 복지의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 타 지자체 및 시민과 협치로 수평적 관계 유지

공사가 성공적으로 연착륙하는데 시민의 참여와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공사의 업무 전반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위원회가 발족되기도 했다. 위원회는 사업 계획의 수립·집행·평가 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세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충분한 검증을 거쳐 타당성이 확보되면 실제 현업에 반영시킨다. 전체회의와 분과회의는 1년에 각각 2회, 4회 정례회 형태로 열린다.

박 사장은 "보다 세부적인 의견을 수렴하려 집단에너지 및 신재생·효율화, 시민소통·복지 등 3개 분과를 구분해 갖췄다. 여기서 자유로운 소통의 장이 펼쳐진다"면서 "공사와 시민 간 접점을 확대시켜주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시민위원회를 공사의 수평적 파트너로 인식하는 한편 협치체계를 만들어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공사는 국내외 지자체들과의 협업으로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도 기여코자 한다. 현재 서울시의 환경이나 지리적 여건에서는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시설 보급에 한계가 뚜렷하다. 그러므로 태양광, 풍력 등의 설치가 용이한 도시들과 유기적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앞서 박 사장이 여러 현장을 둘러보면서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마련했지만, 이의 관리주체가 명확치 않아 방치된 사례들을 접한데서 착안했다. 해당 도시가 사업 측면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종합적인 사후관리가 요구됐다고 즉각 처방전을 내놨다.

박 사장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제도는 커녕 신재생에너지 담당자도 없는 곳이 다반사다. 우리 공사는 이런 구조적 제도들이 정비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표준지침을 제공할 것"이라며 "다수의 도시들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공동협력에 나서 국가적인 에너지 대전환에도 더욱 노력하고, 해외 도시들과는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는 도시건설에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다짐했다.

​◆ 2025년 전체의 90% 친환경 열원으로 구축 목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압축 성장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시스템은 중앙집중적인 방식으로 구축됐다. 이 와중에 서울은 수도란 이유로 에너지 생산에는 등한시한 채 소비에만 열중했다는 것이 박 사장의 생각이다. 서울이 소비하는 전력의 사실상 전부가 가깝게는 경기도, 멀겐 전라도와 경상도 해안가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지는 실정이다. 이는 형평성은 커녕 지역간 차별을 심화시키는데 서울의 에너지 의존이 한몫했다는 비난까지 나올만한 대목이다.

그간 서울이 다른 지역의 희생 위에 편리함을 영위했다고 꼬집은 박 사장은 "서울시 에너지 100% 자립이 공사의 최종 목적지이다. 시 차원의 친환경에너지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에너지 세상'이란 비전 하에 전문성 있는 실행기관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고 편리한 에너지를 제공키 위해 전문적인 연구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먼저 하수열 등을 점차 확대시켜 2025년까지 전체 열원의 90% 가량이 친환경으로 구축되도록 한다. 현행 대비 20%p 샹향된 수치다. 유휴부지 내 연료전지 및 태양광발전 등 분산형 전원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전기차 인프라도 갖춘다. 서울시는 2년 전부터 세대별 미니태양광 도입에 나섰다. 초기에 전기 사용량과 설치비를 고려할 때 소득이 없다는 시민들의 불신을 말끔히 해소시켰다. 지난 여름 폭염이 몰아닥치면서 미니태양광을 둔 가구들의 전기요금은 크게 상쇄됐고, 호응도 또한 높아졌다.

박 사장은 "우리나라 역시 기후변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앞으로 불어닥칠 한파 등 전기수요는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또 다시 전력대란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며 "결국 지자체 스스로 또는 각 가정별로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중앙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박진섭 사장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수료) △1996년 7월 환경연합 정책기획실장 △2006년 1월 생태지평연구소 상임이사 △2006년 5월 에너지·산업전문위원회 위원 △2007년 2월 국가에너지위원회 갈등관리 전문위원 △2008년 5월 환경부 민·관 환경정책협의회 위원 △2013년 6월 서울도시철도ENG 사외이사 △2014년 10월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 전문위원 △2015년 7월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 단장
 

박진섭 초대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공사가 나아갈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