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산증인' 박맹호 민음사 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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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2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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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년 84세…문학 저변 확대, 작가 발굴 등에 큰 기여

故 박맹호 민음사 회장 [사진=민음사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한국 출판계의 산증인 박맹호 민음사 회장(사진)이 22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4세.

1933년 충북 보은 비룡소에서 태어났난 고인은 1953년 '현대공론' 창간 기념 문예 공모에 '박성흠'이란 필명으로 응모해 단편 '해바라기의 습성'이 당선되며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1946년 청주사범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살았던 '비룡소'는 이후 민음사의 아동·청소년 서적 브랜드의 이름으로 쓰였다. 

고인은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자유풍속'을 응모했지만, 자유당 정부를 풍자한 내용이 문제되며 탈락했다. 당시 이 신문의 문화부장이었던 한운사는 이를 안타까워하며 한국일보 일요판에 소설 '오월의 아버지'를 실었다.

고인은 1966년 5월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한 옥탑방에서 민음사를 창립했다. 당시 문학청년으로서의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국회의원에 출마한 자신의 부친(박기종)의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다. 민음사 이름으로 처음 펴냈던 '요가'는 인도 사람이 쓴 책을 일본 작가 오카 마사히로가 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신동문씨가 한글로 옮긴 것으로, 당시 1만5000여권이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고인은 민음사를 통해 문학 저변 확대, 작가 발굴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가 1973년 펴낸 '세계 시인선'과 그 이듬해 출간한 '거대한 뿌리'(김수영) 등 '오늘의 시인 총서' 5권은 시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엔 김소월, 서정주, 김영랑 등 인기 있는 작가는 소수에 불과할 정도로 시집류는 비인기 장르였다. 그러나 고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춘수의 '처용', 천상병의 '주막에서', 고은의 '부활', 박재삼의 '천년의 바람', 황동규의 '삼남에 내리는 눈' 등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꾸준히 세상에 내놨다. 

그는 시집을 발행하며 가로쓰기를 시도했으며, 새로운 판형인 '국판 30절'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판형은 이후 문학과지성사 등이 사용하는 등 국내 시집의 표준형이 됐다.
 
고인은 1976년 계간지 '세계의 문학'을 창간했으며 '오늘의 문학상'을 제정했다. 1981년에는 '김수영 문학상'도 제정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데아 총서' '대우 학술 총서' '일본의 현대 지성' '현대 사상의 모험' 등 기초 학문 출판도 고인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으며, 1990년대 초에는 편집부 직원이었던 이영준을 주간으로 발탁해 '전문 편집자 시대'를 선도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자서전 '박맹호 자서전, 책'을 내놓으며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여러 소설을 읽으며 '소설은 천재가 쓰는 것'이라는 절망을 느꼈다"며 "그래서 소설에 대한 꿈을 접고, 차라리 다른 천재를 발굴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출판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에는 고향인 충북 보은군에 임야 2만2409㎡를 기증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땅은 그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아 관리해온 곳으로, 실거래가 기준 4억∼5억원(공시지가 1억2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한국단행본출판협의회 대표를 역임했고 대통령 표창,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화관문화훈장, 서울시문화상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위은숙씨와 상희(비룡소 대표이사), 근섭(민음사 대표이사), 상준(사이언스북스 대표이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 24일 오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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