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대박과 묻지마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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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1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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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내가 산 주식만 생각하면 속이 터져." 용돈벌이 삼아 소액으로 주식 투자를 하던 친구가 한 얘기다. 이 친구는 코스닥 에너지주에 투자했다. 수개월 만에 반토막도 아닌 3분의 1토막이 났다. 300만원 정도를 투자했던 거라 경제적인 타격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좋을 리는 없었다.

"아는 사람이 유망한 회사라고 말해서 샀다." 주식을 산 이유를 묻자 친구가 한 얘기다. 지금도 그 주식은 못 팔았다. 원금만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다.

몇 년 전 취재에서 만난 한 주식투자 강사가 했던 말도 생각난다. "수십 만원짜리 전자제품을 하나 살 때도 사용법이나 기능을 까다롭게 살펴보고, 여러 제품을 비교하면서 고심 끝에 제품을 고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가 수백, 수천 만원을 들여 주식을 사면서 아는 사람 말만 듣고 덜컥 투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투자 규모를 떠나 개인 투자자 가운데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도 아닌, 투자자 사이에서도 생소한 회사 주식을 산다고 치자. 당연히 더 철저하게 알아보고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막연하게 '성장성이 있는 회사'라거나 '너에게만 알려주는 정보'라는 말만 믿고 투자하기 일쑤다. 직접 들은 얘기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인터넷 상에서도 초보 투자자를 유혹하는 글이 적지 않다. 주식투자 포털을 통해 무책임하게 특정종목을 추천하는 '가짜 주식전문가'를 쉽게 볼 수 있다. 투자를 빌미로 회원을 모으고, 돈을 가로채는 사기꾼도 많다. 최근 구속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1년 전 한 제보자는 "친오빠가 인터넷 주식투자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에게 수천 만원을 맡겼다. 선물·옵션에 투자했지만, 돈을 모두 날렸다"고 토로했다. 주식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이 방송에 홀려 '대박'을 바랐고, 결국 대출까지 받아 투자해 돈을 날렸다.
 
요즘에는 조기 대선 가능성으로 '정치테마주' 주의보가 내려졌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대선 주자와 관련된 정치테마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한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이 회사 사장이 대선 주자로 주목받는 한 정치인과 대학교 동문이라는 이유 만으로 주가가 크게 급등락하기도 했다. 회사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두 사람이 같은 대학을 졸업한 것은 맞지만 같은 학과도 아니었고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투자자들 마음대로 학연을 이유로 정치인 테마주로 엮은 것이다. 또 해당 회사의 사장과 정치인이 아무런 인연이 없다는 내용을 기사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되레 투자자들은 "왜 마음대로 테마주를 부인하냐"며 기사에 반박했다. 투자자 스스로 테마주라는 믿음을 갖고, 무모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선 국면이 더 무르익으면, 정치 테마주는 더 활개를 칠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정치테마주를 둘러싼 불공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특별조사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특별조사반은 앞으로 6개월간 정치테마주를 집중 점검한다. 관련 제보도 받는다. 누구든지 인터넷이나 전화로 제보할 수 있다.

테마주로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세력은 반드시 찾아내 벌을 줘야 한다. 물론 더 중요한 게 있다. 내 투자금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종종 재테크로 부자가 된 사람을 볼 수 있지만, 모두 오랜 시간 연구와 분석, 실패와 성공을 거듭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대박을 쫓아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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