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쿠바에 가고 싶다면 쿠바영화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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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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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날씨가 다시 추워지진다고 한다. 참을 수 없는 폭서에 가을과 겨울을 무척이나 기다렸던 것이 바로 어제같다. 그런데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추위에 떤다. 이렇게 간사한 듯이 사는 게 인생인가? 인생이란게 뭐 그리 특별한 게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냥 바람따라 왔다 물처럼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도인 같은 생각마저 문득 든다. 철학적 사유도 할 만큼 우리는 기후나 자연으로부터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나 보다.

이번 겨울도 매우 추울 것 같다니 갑자기 따뜻한 나라로 날아가고 싶다. 시간과 돈이 허락한다면 지난 5월 노동절에 쿠바에 가고 싶었다.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쓸 때 마신 럼주와 사탕수수를 칵테일 다이키리도 13잔 정도 마시고 싶었다. 못 피우는 담배지만, 쿠바의 명품 시가를 입에 물고 연기라도 내뿜고 싶었다. 몸은 전혀 안 따라오겠지만 쿠바인들 사이에 섞여 살사도 꼭 한 번 추고 싶었다. 다음날 술이 다 깨기 전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사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할까"처럼 모히토를 쿠바사람들과 물처럼 마시고, 안 되면 머리에도 쏟아붓고 싶었다. 너무 욕심이 많았나보다. 그래서 그런지 세상은 내게 그런 기회를 허락해 주지 않았다. 인생은 알든 모르든 순식간에 흘러간다. 지나가는 시간속에 ‘가고 싶은 나라, 쿠바’에 대한 기억만 아련하게 남을 따름이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잘 가던 카페, 담배 연기로 그을린 벽에 걸려있던 이름 모를, 그렇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찬 군복입은 사람의 포스터가 생각난다.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 쿠바혁명을 성공시킨 체 게바라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쿠바에서 혁명에 성공하고 볼리비아에서 39세란 젊은 청춘을 불태웠던 게바라와 같은 뜨거운 피를 가졌던 386세대라면 누구나 아는 사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쿠바에 가고 싶었나 보다.

이상 속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쿠바는 우리와는 의외로 인연이 깊다. 1921년 쿠바 마티니 항에 정박한 274명의 한인 후손들이 지금도 살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는 270만 달러를 지원해준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1959년 공산화 된 후 미국의 장벽으로 갑자기 멀어졌다. 1962년 2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의 쿠바 내 미사일 배치를 막기 위해 TV를 통해 해상봉쇄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메이카의 거장 말런 제임스는 그의 소설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를 통해 "온 세상 사람들이 보는 앞에 대실패로 끝나버린, 케네디가 쿠바를 납치하려고 벌인 포피쇼(인형극)"라고 풍자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3월 20일 미국대통령으로는 88년만에 버락 오마바는 쿠바를 전격방문했다.

'2016 쿠바영화제'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닷새간 충무로(4번출구) 예술통 내 코쿤홀에서 개최된다. 교육과 의료가 무료인 나라 쿠바의 영화인들은 돈을 생각하고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박노자 교수의 말처럼 '감동을 넘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삶과 사회를 생각하게 하는 힘'이 영화에 있다는 것을 믿은 그 유명한 영화감독 페르난도 페레즈 발데스가 있는 나라 역시 쿠바다. 이번 영화제는 쿠바 혁명기 전후의 분위기, 현대 쿠바인들의 삶을 작품 속에 잘 녹여내고 있는 페레즈 감독에 대한 회고전의 의미를 갖는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국내에선 처음 소개되는 작품인 '밀입국자' '안녕, 헤밍웨이' '호세 마르띠의 눈동자' '연가' '마다가스카르' 등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초청상영된 '인생은 휘파람' '스위트아바나' 그리고 지난해 영상자료원에서 상영된 '언어의 벽' 등 총 8편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26일 오후 5시에서는 영화평론가 오동진씨가 사회를 보는 '한쿠바 영화 교류 활성화 방안' 포럼이 마련된다.

오프닝행사, 감독과의 대화 등 영화제 관련 자세한 사항은 (사)한쿠바교류협회 누리집(http://www.cub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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