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보톡스 시술, 누구에게 받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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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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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고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외모관리를 위해 의료기관에 상담을 요청하는 건수가 부쩍 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용 보톡스다. 보톡스는 근육을 일정 기간 퇴축(退縮) 시켜 근육의 볼륨을 감소시키는 원리의 시술로, 턱 라인을 갸름하게 한다든가 눈가와 미간 및 콧등의 주름을 감소시키고, 종아리를 슬림하게 하는 등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다.

보톡스는 보툴리즘 독소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독극물의 한 유형이다.
이런 독극물 주입을 간단한 시술이라며 가벼이 여기고 무분별하게 시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약제의 성분 및 시술 방법에 따라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어서 경험 많은 의사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부작용 발생 때 심각한 합병 후유증을 막으려면 초기 단계에서 응급조치와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술 의사는 고도의 의료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보톡스 주사의 후유증과 관련한 많은 보고가 있다.

따라서 부작용을 미리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자신의 얼굴과 조화가 잘 이뤄지는지, 신체 상태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등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므로 피부과, 성형외과 등 전문가의 상담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런데 미용 목적의 보톡스 시술을 의과가 아닌 치과에서 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의료계는 물론 국민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치과영역은 치아 및 구강조직 및 구강 주위 조직으로 한정돼 있다. 미용 보톡스 시술 대상인 이마와 미간의 주름 등은 구강조직도, 구강 주위 조직도 아니다. 즉, 치과 의료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의료 행위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것이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교육과 수련을 받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들조차도 지식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정통으로 수련을 거치고 보톡스를 전문적으로 다루게 된 의사들도 이렇게 각별한 주의하에서 시술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구강 분야 전공의 치과의사가 본래의 영역이 아닌 보톡스 시술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국민 건강과 생명은 '나 몰라라' 하고 자신들의 욕심만 좇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에는 비단 필자만이 아니라 국민들도 동의하고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연구소가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75%가 치과의사의 미용 목적 보톡스 시술에 반대하고 있다. 미용 목적이라는 성격을 감안할 때, 전공이 아닌 이에게 자신의 안면 시술을 맡기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혹자는 전공이 아니어도 그 분야를 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잘한다’와 ‘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의료분야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두 가지가 혼용되면 의료계 상식과 질서가 붕괴되고 불법 의료 행위가 판치는 위험한 세상이 도래하게 된다. 그래서 ‘면허’라는 체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일례로, 치과의 대표적 시술인 임플란트의 효시는 정형외과 의사다. 그렇지만 의사와 치과의사는 고유의 면허와 업무범위 내에서 해당 전문분야의 역량을 발휘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이바지하도록 의료체계가 돼 있기 때문에 정형외과의사가 임플란트 시술을 하지 않는다.

지난 2014년 1월 독일의 최고 사법기관인 연방행정법원에서는 얼굴의 주름살 제거를 한 치과의사에 대해 이렇게 판결했다. “치과의사는 치아, 입, 턱 부위를 치료할 권한이 있을 뿐, 주름살 제거를 위해서는 그 방법이 무엇이든 의사면허가 필요하다. 따라서 얼굴 주름 치료는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더 이상의 부연은 사족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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