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구조조정 자금…재정지원 방식 한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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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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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책은행 자본확충 20조원 육박…대우조선 채권 ‘살얼음’

  • 전문가 “무조건 재정지원보다 기업 관리 시스템 필요”

아주경제 배군득·이정주 기자 = STX조선에 대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가 결정되며 조선업 전반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STX조선에 4조5000억원을 투입했음에도, 구조조정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자 이런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STX조선처럼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도 정부가 기업을 살리지 못하면, 국가 재정에도 치명타를 입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6일 국책은행 자본확충 전담반(TF) 관계자에 따르면, 조선업계 대부분의 채권을 보유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규모도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STX조선과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 주채권단인 국책은행 건전성 유지를 위한 자본확충 규모가 10조원에서 20조원까지 논의되고 있다.

STX조선의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전체 여신규모가 산업은행 3조원, 수출입은행 1조원 가량에 불과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큰 영향이 없다. 그러나 현재 ‘정상채권’으로 분류되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채권 등급이 ‘요주의’로 한단계만 낮아져도 최대 4조원 가량의 추가 자금투입이 불가피하다.

은행이 대출액에 대해 충당금을 쌓는 비율은 보유한 채권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각 채권은 5단계 등급에 따라 충당금 비율도 달라지는데 ▲정상 ▲요주의(7~19%) ▲고정(20~49%) ▲회수의문(50~99%) ▲추정손실(100%) 등이다.

국책은행이 지닌 채권 등급 변동에 따라 충당금 비율이 달라지고, 부실채권이 많아질수록 충당금 압박이 심해져 BIS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은행은 대외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BIS비율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팔을 걷고 나선 이유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조선업종에 대출액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전체 여신액 중에서 담보여신이 포함돼 현재 논의되는 위기설은 과장된 부분이 있다”며 “대우조선해양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도 중요하지만 재정지원만 고집하는 정부의 구조조정 시스템도 개선점을 노출했다. 정부가 STX조선 구조조정에 4조5000억원을 투입했음에도, 구조조정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조선 이외에 철강 등 취약업종의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STX조선과 같은 방식으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작정 재정지원보다 채권단이 개별 기업 부실정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감독하고, 산업 특성 및 채권구조를 고려해 채권단과 부실기업이 최적 구조조정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 겸 금융경제연구부장은 “책임주의는 해당 행위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개별기업 부실이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보고, 이를 도려내는 과정에서 국민경제 전반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최소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부장은 이어 “현재 구조조정은 대외수요가 안 좋고 산업 전반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력이 저하된데 따른 것으로 과거와 다르다”며 “산업과 경제전반의 문제로, 여러 정부 부처가 복합적으로 관계된 만큼, 큰 그림을 그릴만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채권단 공동관리 방식인 ‘자율협약’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채권단 자율협약은 흑자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 등으로 도산위기에 처했을 때 채권단이 구제하기 위해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이 제도가 현실에서는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STX조선을 포함한 조선업종은 자율협약 대상이지만, 실제 구조조정에 성공한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율협약은 법정관리처럼 강제적이지 않고 자율적 판단하에 채무 재조정 등을 추진하므로, 사업적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자율협약 제도를 개선하거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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