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의 힘' 날개 단 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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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2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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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번역가…두 나라 언어·문화 통달해야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46) 옆에는 젊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28)가 있었다. 

스미스는 한국어를 배운 지 7년만에 맨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 공동수상)을 받을만큼 한국문학에 애정을 갖고 있으며, 그가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재학 시절인 2011년 이상의 '날개'와 최인훈의 '광장' 등을 주제로 쓴 논문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우수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강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좋은 번역자를 만난 게 굉장한 행운이었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작가들은 고마움을 인정하고, 출판사들은 평가절하하고, 학계는 사소한 일로 여기고, 서평가들은 사실상 그 존재를 무시한다"(영미권 스페인문학 번역가 이디스 그로스먼)는 말도 있지만, 이번 맨부커상 수상을 계기로 '번역'은 이제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 인정받은 작품들이 그동안 해외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언어의 장벽 때문이다. 특히 영어와 한국어 모두를 깊이 이해하면서 한국 작품 특유의 섬세하고 미묘한 뉘앙스와 서정성을 영문으로 제대로 살려내는 번역가를 찾기 힘들었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스미스와 '엄마를 부탁해'(신경숙)를 번역한 김지영, '철수'(배수아) 번역으로 미국 펜(PEN) 번역상 후보에 올랐던 소라 킴 러셀 등이 두각을 나타낼 뿐이다. 

현재 해외 번역은 한국인 번역가가 초벌 번역한 것을 외국인이 감수하는 공동번역 형태가 대부분이며, 외국어 번역가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는 영문 번역가도 실제 활동하는 인원은 3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역 선진국'인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의 번역 현실은 더 참담하다.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설국'·노벨문학상), 1994년 오에 겐자부로('개인적 체험'·노벨문학상) 등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낸 일본은 1950년대부터 2만여종의 번역작품을 해외에 선보였다. 그 반면 해외에 소개된 한국문학은 1500여종에 그친다. 그것도 한국문학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이 직·간접적 지원을 한 작품이 대다수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번역이 작품성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좋은 번역가는 두 나라의 언어는 물론이고 문화에도 통달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오역(誤譯) 발생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그런 번역가를 그냥 기다릴 게 아니라 번역아카데미같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적극 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판 전문가들은 영미권에서 뜨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문학작품 특성을 감안해 "활발한 영어 번역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001년 영국내 판매량이 88부에 불과했던 한국소설은 지난해에는 1만191부까지 판매량이 늘었다는 사실은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수상'은 문학의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 다만, '번역의 힘'이라는 날개를 단 한국문학이 앞으로 프랑스 '콩쿠르상'과 노벨문학상에까지 다가설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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