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기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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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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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갤러리도스, 오는 4월 5일까지 김민희 'LIFE LIGHT'전 개최

김민희 'Central Park 4', 2016. [사진=갤러리도스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타인의 눈에 보이진 않지만 세상 곳곳엔 저마다의 '기억'들이 딱지처럼 붙어 있다. 

헤어진 여자친구와 10년 전 거닐었던 공원, 길 가던 나를 늘 멈춰 세우던 삼거리 모퉁이 레코드 가게, 단무지를 빼먹기 일쑤였던 아파트 상가 중국집 등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일상 속 공간들은 나만 발견할 수 있는 기억을 '반짝반짝' 품고 있다.

우리는 순간의 경험을 통해 현재를 인식한다. 경험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외부 대상에 대한 신체 감각의 반응으로 나타난 결과이며 누군가와 혹은 어떤 상황과 만나게 되었을 때 느낀 감정들이 응축된 기억이다. 그래서 과거·현재·미래는 결국 기억의 일부가 되고 개개인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만이 남겨지게 마련이다. 
 

김민희 'On Vacation', 2015.[사진=갤러리도스 제공]


갤러리도스(관장 김미향)는 평범한 일상을 재해석해 과거에 내재된 인상을 불러내는 작가 김민희(28)의 개인전 'LIFE LIGHT'을 연다. 오는 4월 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쉽게 지나치고 잊어버리기 쉬운 우리의 사소한 경험들에 집중한다. 김민희는 기억의 일부로 존재했던 감정들을 작품을 통해 다시 현재라는 순간으로 되돌린다. 과거를 다시 현실로 재생시켜 '내'가 살아있는 감각적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사실을 재현해 내는 데 의미를 두지 않고, 윤곽 없이 생략된 인물의 표정·풍경 등 대상의 형태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리거나 무시하는 '의도적인 왜곡'을 일삼는다. 자유로운 붓 터치로 순간을 잡아내는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단편적인 인상을 표현하기 위한 김민희의 회화적 실험은 질감이 느껴지도록 두껍게 덧바르거나 수채화처럼 연하게 흘려 바르는 등 다양한 시도로 나타난다. 
 

김민희 'Grassland 1', 2016.[사진=갤러리도스 제공]


김미향 대표는 이에 대해 "섬세하지 않은 구성과 모호한 이미지 안에는 인물이 가진 상황과 사건 그리고 감정이 중첩돼 오히려 조형적인 흥미를 더한다"며 "숨은그림찾기처럼 어지럽고 거친 물감 흔적으로 가려진 풍경들은 보는 이에게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해석했다.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 과거의 기억과 경험을 살려내기 위한 순간의 힘은 작가의 원동력이자 본인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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