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르포] ‘빽’ 있는 자들의 대결, 서울 성북을…‘MB맨’ 김효재vs‘원순맨’ 기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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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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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후보 간 여론조사 큰 격차 없어…야권 연대가 핵심 변수로 떠올라

제20대 총선에서 서울 성북을에 출마하는 김효재 새누리당 후보가 29일 오전 지하철 6호선 석계역 5번 출구에서 출근길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종호 기자]


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기호 1번 김효재입니다. 지역발전 공약,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일했던 기호 2번 기동민입니다! 세대교체를 이루겠습니다.”

29일 오전 6시 30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에서 서울 성북을에 출사표를 던진 김효재 새누리당 후보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목소리가 지하철 6호선 석계역 5번 출구와 월곡역 2번 출구에 각각 울려 퍼졌다.

장소는 달랐지만 출근길 지하철로 향하는 시민들의 반응은 같았다. 꽃샘추위가 끝난 뒤 포근한 기온이었으나, 시민들은 양손을 외투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은 채 밝은 웃음으로 인사하는 후보들을 본체만체 지나치기 일쑤였다.

직장이 위치한 광화문으로 향한다는 방모(37)씨는 “이번 총선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 여야 가릴 것 없이 한 자리 차지하려고 싸우는 뉴스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다들 어차피 누가 되든 이 지역이 크게 바뀔 거라고는 생각 안 하고 있다”고 말한 뒤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 성북을은 신계륜 더민주 의원이 4선을 지낼 정도로 전통적인 야당 강세지역이다. 그러나 신 의원이 입법로비 의혹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공천배제(컷오프)되면서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됐다.

앞서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나선 신 의원을 꺾고 한 차례 성북을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한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맡았던 ‘MB맨’이다. 반면 기 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 밑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내 ‘박원순의 남자’로 통한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공천에서 MB와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줄줄이 탈락했지만, 김 후보와 기 후보는 살아남으면서 이른바 ‘빽(든든한 배경, back)’ 있는 자들의 맞대결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김 후보가 “집권여당 소속으로 지역 개발에 대한 중앙정부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주장하자, 기 후보는 “서울시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통해 해묵은 지역 현안들을 빠르게 처리하겠다”고 맞받아치는 등 두 후보 간의 만만찮은 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제20대 총선에서 서울 성북을에 출마하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9일 오전 지하철 6호선 월곡역 2번 출구에서 출근길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김종호 기자]


조선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의 지지율이 32.0%로, 23.5%를 기록한 기 후보를 8.5%포인트 앞섰다. 

다만, 야권 연대가 성사돼 기 후보가 김인원 국민의당 후보(8.0%)와 박창완 정의당 후보(3.9%)의 표를 안게 된다면 상황은 반전될 여지가 충분하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포인트·응답률은 9%. 공표 날짜는 24일이며 유선전화 면접 방식이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

접전을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만큼이나 이날 만난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돈암시장에서 대형 정육점을 운영하는 서모(57)씨는 “(김 의원이) 18대 때 국회의원을 했는데 그 기간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젊고 새로운 사람으로 바꾸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밝혔다.

상월곡역 인근에 위치한 S공인중개업소 대표 최모(47·여)씨는 “이 지역 사람들이 꽤 오랫동안 야당을 찍어줬는데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며 “경전철 사업은 지지부진하고 뉴타운까지 지정해제로 결론 나면서 지역 성장이 마이너스 길을 걷고 있다”고 꼬집었다.

석관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김모(66)씨도 “도대체 언제까지 경전철이나 뉴타운 관련 정책에만 묶여 지역이 침체돼 있어야 하는가”라면서 “이제는 성북을 되살릴 완전히 새로운 정책을 후보들이 들고 나와야 하는데 막상 보니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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