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 전쟁, 그릴에 담긴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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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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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이 ‘올 뉴 K7’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사진=기아차]


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자동차의 얼굴인 전면부의 그릴과 엠블럼은 차의 첫인상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일명 ‘잘생긴 차’는 그릴과 헤드라이트의 조화가 잘 이뤄진 차다.

엔진의 열을 식히기 위해 만들어진 그릴이 지금은 브랜드 고유의 철학을 담아내는 간판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의 ‘패밀리 룩’은 기존의 전통을 유지하며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처라는 디자인 철학을 중심으로 육각형 모양의 ‘헥사고날 그릴’을 전 차종에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앞만 봐도 현대차임을 알 수 있다.

현대차는 2009년 출시한 투싼ix부터 헥사고날 그릴을 도입해 지난 2013년 11월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로 완성했다. 소형·준중형은 기본 육각형 그릴을 쓰고, 중형과 대형 차량은 위가 넓은 ‘윙 타입’ 육각형 그릴을 적용했다.

제네시스 ‘EQ900’의 그릴은 육각형 모양이지만, 변형된 ‘크레스트 그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언뜻 보면 차이가 없지만 자세히 보면 그릴이 좀더 촘촘해져 기존 헥사고날 그릴보다 넓은 느낌을 준다.
 

현대차 그릴 사진. 위에서부터 제네시스, 쏘나타, 투싼, 아반떼.[사진=현대차]

 

기아차 그릴. 위에서부터 K5, 스포티지, 쏘렌토.[사진=기아차]


기아차는 ‘호랑이 코 그릴’을 적용해 현대차와 차별화된 브랜드 느낌을 살렸다. 그릴 변화를 이끈 것은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사장으로 2008년 6월 출시한 로체 이노베이션부터 호랑이 코 그릴이 적용되고 있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지난달 신형 K7 신차발표회에서 “‘호랑이 코’ 디자인은 기아차의 아이덴티티다”며 “호랑이 코 전면 그릴을 유지하면서 디자인은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 K7은 음각타입의 신규 라디에이터 그릴을 통해 고급스럽고 품격있으면서 남성적인 이미지로 변신했다.
 

BMW 3시리즈.[사진=BMW 코리아]


그릴 디자인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BMW다. 사람의 신장을 닮아 이름이 붙여진 ‘키드니 그릴’은 1931년 2인승 로드스터에 처음 도입돼 현재까지 80여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키드니 그릴’ 디자인은 정사각형으로 가까워지다 다시 가로로 길게 나오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상징은 그릴 가운데 박혀있는 ‘세 꼭지별’ 엠블럼이다. ‘세 꼭지 별’은 육지, 바다, 하늘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엠블럼이 그릴에 있으면 주행성능을 강조한 차고, 보닛 위에 있으면 중후한 모델을 의미한다.

르노삼성자동차는 ‘V자 그릴’에 태풍을 형상화한 엠블럼이 가운데 박혀있다. 특히 QM3와 QM5는 아래가 좁은 V자 형태의 디자인으로 날렵한 느낌을 더해줬다. 오는 3월 출시되는 SM6도 기존 세단의 V자형 그릴을 계승했다.

SM6의 글로벌 이름인 탈리스만에는 ‘다이아몬드’ 엠블럼이 사용되는데, 국내와 엠블럼만 다른데도 차는 완전 다른차로 보인다.
 

지난달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렉서스 럭셔리 쿠페 LC500.[사진=렉서스코리아]


렉서스는 ‘스핀들 그릴’을 쓴다. 이는 2012년 출시된 스포츠 세단 GS 완전변경 모델부터 적용됐다. 스핀들 그릴은 상단과 하단그릴을 연결한 것으로 모래시계가 연상된다.

주행성능을 강조한 차는 상단 그릴을 더 크게, 승차감을 중시한 차는 상·하단 그릴의 길이가 비슷하다. 렉서스는 그릴 디자인에서 미적인 측면보다는 강렬한 인상을 선택했다.

자동차 그릴은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을 상징한다. 이에 그릴 디자인은 전통을 이어가면서, 새로움을 주기위해 계속 변화해 갈 것이다.

지난달 신형 XJ 출시를 위해 한국에 온 이안칼럼 재규어 랜드로버 수석 디자이너는 “전통은 매우 중요하다. 전통에 초점을 맞추는 건 오히려 쉽다. 나는 디자인의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생각한다. 앞선 모델을 카피하는 게 아니라,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절제하면서 원하는 디자인을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BMW 328 모델 탄생 7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BMW 328 오마주(Hommage)’ 콘셉트카(오른쪽)[사진=BMW 코리아]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C 450 AMG 4매틱.[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SM6.[사진=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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