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물 쓰듯 한다'는 옛 말이 그립다" 샤워하기도 힘들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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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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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뭄 여파로 벼도 쭉정이만 가득...생산량 차질 불가피

▲극심한 가뭄으로 보령댐 저수구역 상류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모석봉 기자]


아주경제 모석봉 기자= "물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돼 버렸다. 이제는 물을 기름처럼 소중히 여기는 시대가 왔다. 정부도 이제는 비오기만 기다리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자세보다는 물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소중한 빗물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

8일 유례 없는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남 홍성읍 주민 김모씨(66)의 말이다. 

전국이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100년 만의 최악 가뭄이 찾아온 충남 서북부지역 주민들은 지난 1일부터 제한급수에 대비한 자율감량 훈련을 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충남 서북부 지역은 보령·서산·당진시와 서천·청양·홍성·예산·태안군 등 8개 시·군으로 8일부터 제한급수를 할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이 자율 감량 훈련기간 중 잘 동참해줌에 따라 제한급수가 연기됐다.

한국수자원공사 보령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8일부터 물 공급량의 20%를 제한급수를 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적응 훈련을 한 결과 4일 기준으로 14.5%(15만5400t)의 물이 절약돼 제한급수를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누적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에 그치면서 현재 보령댐 저수율이 사상 최저치인 22%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비가 내려 저수율이 올라가지 않는 한 제한급수는 시간문제이다. 

평소처럼 하루 20만t의 물을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 계속 공급할 경우 내년 초 보령댐이 고갈될 수밖에 없는실정이다.

​홍성군 홍성읍에 사는 박모씨(61)는 "8일부터 제한급수가 된다고 해서 큰 고무통에 물을 가득 받아 놨다. 물 걱정하기는 난생 처음"이라며 "여름에 큰 비가 없어서 보령댐 저수율이 사상 최저인데 가을에 큰 비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보면 내년 봄까지는 계속해서 물 걱정을 해야 할 상황이어서 샤워하기도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충남 서북부 지역에 안정적으로 급수를 하기 위해서는 보령댐의 수량 유입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령댐에 수량을 유입하기 위해서는 충남 부여군 규암면에 있는 금강 백제보~보령댐 21.5㎞를 연결하는 금강수계 관로공사를 빠른 시일 내에 착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가을 가뭄과 겨울 가뭄이 겹칠 경우 충남 서북부지역의 해갈은 더욱 요원한 상태일 것이기 때문이다.

금강수계 관로공사가 마무리되면 하루 11만5000t의 물을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 공급하게 돼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2월까지는 제한급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물을 물쓰듯 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처럼 들릴 것 같다.

물 부족은 식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쌀 생산량의 1%를 차지하는 서산AB지구와 대호간척지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만 간다.

서산 AB지구와 대호간척지의 벼가 가을걷이를 앞두고 쭉정이만 가득해 생산량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가뭄이 지속되면서 서산 AB지구와 대호간척지는 염기가 논바닥에서 올라와 벼가 고사되면서 그 피해가 심각하고 시간이 갈수록 피해규모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조생종 벼 수확량이 예년보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줄었다.

한국농어촌공사 천수만사업단 관계자는 “서산 A지구는 농어촌공사에서 물을 공급해 벼 피해가 거의 없지만, 현대건설에서 관리하는 서산 B지구는 상대적으로 벼 피해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한편 유엔이 우리나라를 물 부족국가로 정한 만큼 근본적으로 물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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