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시대 도래]‘주인없는 기업’ KT·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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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3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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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전문경영인체제의 역주행

황창규 KT 회장[사진=KT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국가 기간 통신사업자인 KT는 지난 3월 실적 발표회에서 주주들에게 배당을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2002년 민영화 이후 KT가 배당을 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해 71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황의 법칙’의 창시자인 황창규 회장을 선임하며 부활을 노렸지만 1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 전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사업을 정리하느라, KT가 지향해야 할 앞으로의 미래를 그리느라 황 회장으로서는 1분 1초가 아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황 회장이 천명한 KT의 미래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 KT 역시 정권의 부침에 따라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숙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앞을 내다본 중장기 전략을 만들어내기에는 3년이라는 임기는 너무 짧다. 물론 연임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KT와 포스코 CEO들은 경영실적과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정권의 낙점에 의해 내정된다고 믿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LG U+ 등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KT가 갖고 있는 최대 위험요소는 CEO다. CEO가 바뀔 때마다 사업전략은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KT는 경쟁사들에 비해 빈도가 너무 잦다. 이러면 임직원들은 CEO의 코드에 맞춰 줄서기를 할 수 밖에 없다”며 “현장에서는 생사를 걸고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최고경영진들의 눈은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잠재력에 비해 KT가 고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뛰어난 전문경영인도 이를 개선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가운데)이 지난달 25일 서울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 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오너 기업에서 채권단 관리체제로 16년째 살아오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과거의 등등했던 기세를 찾아볼 수 없다.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김우중 회장의 대우그룹의 일원이 된 대우조선해양은 암과 비교될 만큼 부실 덩어리에서 세계 1위 조선 한국을 이끄는 최대 기업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하지만 채권단 체제는 회사를 현재에 안주하는 회사로 바꿔버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영업을 통해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세계 최다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에 뛰는 기업이라고 불리지만, 대우조선해양 내부를 들여다 보면 문제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채권단의 눈치만 살피고, 드러나지 않으면 부실을 용인하는 문화는 주인없는 기업의 폐해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회사의 원만한 경영을 위해 대우 출신 인사를 CEO에 앉혀 조직을 추스렸다. 하지만 채권단은 대우 출신 전문경영인들이 자기 뜻대로 경영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돈줄을 죄고 압박하는 데 어떻게 CEO들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가. 더군다나 채권단은 자신을 자리에 앉힌 장본인이다. 어떻게든 채권단의 입맛에 맞게 경영을 해야 하는 게 전문경영인들의 숙명이다. 이들에게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는 관심 밖의 일이다”고 전했다.

KT와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등 전문경영인체제의 기업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있다. “우리도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망하면 대한민국 통신이 두절돼’, ‘포스코가 망하면 철은 누가 만들어?’, ‘우리 회사가 이렇게 큰데 망할 것 같으면 산은이 지원해 주겠지’ 같은 말을 회사를 이끌어가는 전문경영인들이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정말 놀랐다”며 “오너 기업들은 언제라도 망할 수 있기에 그렇게 안 되려고 뛰는데. 전문경영인들이 이런 마인드로 편한 경영을 한다. 이런 기업을 어떻게 믿고 다닐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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