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이들이 정치 흥정의 대상이 돼서는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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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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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시 효자동 ‘골든팰리스 어린이집’ 이승연 원장

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최근 얼마 전까지 누리과정(3-5세 어린이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싸고 세상이 한 참 시끄러웠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얽힌 논란이 급기야 천진무구한 아이들의 보육 현장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어르고 달래는 식의 야합으로 사태가 겨우 진정되긴 했지만, 아무 까닭도 알 리 없었을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팍팍한 생계를 꾸리기 위해 맞벌이가 대세인 요즘 대다수 아이들은 부모의 품 대신 보육원(시설)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영아나 유아시절 아이들 돌봄은 태반이 보육원 몫이다. 보육원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집인 셈이다. 사정이 이러할 진데 아이들 보육을 담보로 한 정치권의 이해 다툼은 치졸함의 극단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전주시 효자동 '골든팰리스 어린이집' 이승연 원장[사진=최규온]


전북 전주시 완산구 대단위 아파트 단지 내 한 어린이집을 찾았다. 아파트 이름을 딴 ‘골든팰리스 어린이집(원장 이승연)’이다. 일정 규모의 아파트 단지에는 국가가 인정하는 아이들 보육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골든팰리스 어린이집은 이런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국가 공인 의무보육시설이다. 그런 탓에 여성가족부 평가인증사무국으로부터 3년에 한 번씩 무려 180문항에 걸친 엄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총 340여세대 고층 건물로 둘러싸인 아파트 단지는 전북도청 인근의 신시가지답게 주변 환경이 매우 쾌적하고 지상 공간도 넉넉해 마치 서울의 고급 아파트촌을 연상케 했다.

이곳 보육원은 0~2세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기에 다행히 지난 번 누리과정 예산 파동에서는 비켜 있었지만 그렇다고 여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1명이 정원인 이곳 어린이집은 원장을 비롯한 교사들의 남다른 보살핌과 정성이 알려져 항상 정원을 무리 없이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원생이 13명으로 줄었다. 지난번 누리예산 파동 탓이다.

이승연 원장은 누리과정 예산 얘기를 꺼내자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 문제만큼은 절대 흥정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이 원장이 아이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올해로 18년째. 대학 전공을 살려 보육 교사를 거쳐 3년 전부터 손수 시설을 운영하게 됐다.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오랜 자신의 꿈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니 그보다 기쁠 수가 없었다고 당시의 마음을 전했다.
 

▲자유, 평화. 순수


이 원장은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탓에 항상 아이들과 함께하는 자신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예쁠 수가 있어요.”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아이들을 향한 그 어떤 수식어가 이 이상 더 필요할까.

“그 조그마한 입으로 어떻게 말을 하는지 정말 신비롭기도 하고, 기분이 나빠도 금세 풀어지며 언제 그랬느냐는 듯 천진난만하게 웃고, 원장님! 하며 품에 안길 때는 너무나 예쁘고 모든 근심 걱정이 한 순간 사라져요.”

“이런 천사 같은 아이들이 티 없이, 곱게 자랄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은 어른들 몫이잖아요. 아이들에게 어떤 상처도 줘서는 안 됩니다.”
 

▲천진무구하게 꾸며진 아이들 방


어린이집에 막 들어섰을 때 아이들은 한참 잠에 빠져 있었다. 하루 일과에 정해진 오후 수면 시간이다. 3명의 보육교사들이 잠에 설쳐 뒤척거리는 아이들에게 자장가를 들려주고 등과 가슴을 다독여 주고 있었다.

이 원장은 자신보다 더 아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교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곤한 잠에 빠진 이 아이들의 거룩한 평화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소파 방정환 선생의 글 ‘어린이 예찬’을 떠올려 본다.

‘어린이가 잠을 잔다. 내 무릎 앞에 편안히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다. 볕 좋은 첫여름 조용한 오후다.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을 모아서 그 중 고요한 것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 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아니 그래도 나는 이 고요한, 자는 얼굴을 잘 말하지 못하였다. 이 세상의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은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것 같고, 이 세상의 평화라는 평화는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듯싶게 어린이의 잠자는 얼굴은 고고하고 평화스럽다. 고운 나비의 날개, 비단 같은 꽃잎, 아니 아니, 이 세상에 곱고 보드랍다는 아무것으로도 형용할 수 가 없이 보드랍고 고운, 이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라. 그 서늘한 두 눈을 가볍게 감고 이렇게 귀를 기울여야 들릴 만치 가늘게 코를 골면서 편안히 잠자는 이 좋은 얼굴을 들여다보라. 어느 구석에 먼지만큼이나 더러운 티가 있느냐? 어느 곳에 우리가 싫어할 한 가지 반 가지나 있느냐?…배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먹어서 부르면 웃고 즐긴다. 싫으면 찡그리고, 아프면 울고, 거기에 무슨 꾸밈이 있느냐?’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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