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스토리] (7) 구닥다리 노래방의 '틀'을 바꾸다―이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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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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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치창 노래방 어플 개발한 로하스 창업주 인쌍

[그래픽=아주경제 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백화점은 쇼핑하는 곳, 영화관은 영화보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진지 오래다. 삶을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 하지만 중국에서 'KTV'로 불리는 노래방은 여전히 노래 부르는 장소에 머물러 있다. 이런 고정관념을 타파해 노래방 '틀'을 바꾸는 한 젊은 청년이 있다. 올해 겨우 24살인 인쌍(尹桑)이다.

그가 2012년 세운 회사 ‘로하스’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주력 제품인 ‘이치창(一起唱)’ 어플은 노래방을 즐겨 찾는 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치창'은 중국어로 '함께 노래부르다'는 뜻이다.

1992년 장쑤성 옌청의 평범한 의사 부부의 아들로 태어난 인쌍은 대학교 1학년 시절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빌 게이츠처럼 창업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보스턴 벤틀리대 MBA ‘창업학’ 과정에 입학했다. 두 차례 회사도 차려봤다. 인터넷으로 멕시코 ‘이모’들에게 기숙사 청소 일자리를 중개해주는 사업이 그 중 하나였다. 이를 통해 창업 노하우를 쌓은 그는 2년 만에 MBA도 자퇴하고 귀국했다.

그는 창업 아이템 선정에만 10개월 동안 치밀하게 고민했다. 결국 노래방이 낙점됐다. 인터넷과의 융합을 시도하는 다른 업종에 비해 노래방은 인터넷이란 개념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노래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거의 없었다. 대형 노래방 체인들도 줄줄이 폐점되고 있었다.

인쌍은 인터넷을 접목해 노래방을 복합 문화·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로 결심했다. 2012년 6월 난징에서 세 번째 창업에 도전했다.

공동구매 방식의 소셜커머스 사업부터 시작한 그는 오프라인을 먼저 공략했다. 발로 뛰어다니며 노래방 점주들을 만나 설득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두 달 후 이치창 공식 웹사이트가 개설했을 때 등록된 노래방 수는 62곳에 달했다. 이어 12월엔 어플도 출시했다. 첫날 다운로드 수만 2000건, 주문량은 160건에 달했다. 이후 점차 베이징·상하이·선전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치창은 단순한 소셜커머스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혁신적인 노래방 소프트·하드웨어 시스템도 연구개발해낸 것. 

그가 노래방 시스템 개발에서 중요하게 여긴 것은 네 가지다. 첫째, 편리한 노래방이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인근 노래방 위치와 요금 비교, 이용 가능 여부까지 검색해 예약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개인별 즐겨찾기, '취향저격' 리스트도 만들어 부를 수 있게 했다.

둘째, 소비를 즐기는 노래방이다. 노래방에서 대리운전, 택시 예약, 음식배달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각종 스포츠 경기도 노래방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셋째, 함께하는 노래방이다. 같은 노래방내 다른 룸 고객들과 서로 화면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채팅은 물론 노래 경합이나 게임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

마지막은 똑똑한 노래방이다. 음의 정확도, 리듬, 기술, 표현력 등 방면에서 과학적으로 노래실력을 평가하고 마치 노래경연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이 말하듯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는 기능도 추가해 노래방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노래방에서 문화·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즐기며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은 소비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현재까지 베이징·상하이·선전·난징 등 100여곳의 노래방에는 이치창이 만든 노래방 시스템이 설치됐다. 이치창은 일반 노래방 시스템보다 30% 더 낮은 거의 원가와 다름없는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판매 수익보다는 노래방과의 ‘상생’에 중점을 두고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치창의 행보에 투자자들도 일찍이 주목했다. 미국의 IDG 캐피털이 중국 법인(중국 IDG 캐피털)을 통해 중국에 투자한 첫 번째 90년대생 출신 기업인도 인쌍이었다. 중국 IDG 캐피털 리펑 회장은 인쌍을 만나 지 5분 만에 500만 위안 투자를 결정했을 정도다. 그 뒤에도 IDG는 이치창에 두 차례에 걸쳐 1500만 위안을 추가로 투자했다. 이치창의 기업가치는 현재 1억 위안이 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넷이서 시작한 이치창의 직원 수는 현재 200명에 육박한다. 올해는 5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곳의 중견 관리급 인재 19명은 대부분이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에서 스카우트한 인재다. 이들의 현재까지 이직률은 '제로'다.

인쌍은 “창업은 열정에만 기대선 안 된다. 한 걸음의 실천이 중요하다. 성공은 이성적이고 냉철한 분석과 감각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미 2012년 창업을 시작할 때 5년후 사업 밑그림을 그렸다. 3년이 지난 현재 그가 이룬 것들은 모두 5년 전 계획한 것이란 사실은 치밀한 청사진 없이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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