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용후핵연료 처리 실태> 라하그 재처리 공장, 뷰흐 연구시설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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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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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프랑스(라하그) 신희강 기자 = “58기 원전 보유...전력생산의 76% 담당보유.”

프랑스는 세계 원자력 보유국 가운데 미국에 이은 대표적인 원자력 발전 국가로 꼽힌다. 현재 가동하고 있는 원전만 58기에 달하고 있으며, 전력생산의 76%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핵연료봉 재처리 기술을 수출하는 유일한 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재처리한 고준위폐기물을 영구적으로 처분할 심지층 처분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프랑스 원자력산업을 이끌고 있는 원자력 복합 기업인 아레바(AREVA), 핵폐기물을 보관 관리하는 방폐방 운영 회사인 안드라(ANDRA)를 아주경제신문이 방문했다.

 

(왼쪽) 사용후핵연료 운반용기 플라스크(Flask) / (오른쪽)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수조 [사진=아레바(AREVA) 제공]


◆ 사용후핵연료의 96% 재활용…연간 1700톤 규모 시설용량

프랑스 쉘부르 서쪽 200여㎞쯤 떨어진 곳 라하그. 프랑스가 자랑하는 국영 원자력 회사 아레바(AREVA)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부지면적 300ha에 길게 늘어져 있는 공장에는 아레바사 직원을 포함한 5700여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프랑스 정부가 지분의 95%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아레바는 우라늄 채광, 농축, 원자로 설계 및 제작, 재처리, 원자력 시설 해체 등 원자력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수행한다.

아레바의 지난해 매출은 10억3000만유로(1조3700억원)를 기록했으며, 송변전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도 세계 선두기업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의 안내를 따라 재처리 공장안으로 들어가면 기차 화차에 실려있는 거대한 운반용기인 플라스크(Flask)가 눈에 들어온다. 플라스크에 넣을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양은 6톤 정도이나, 방사선 차폐 장치로 무게는 110톤에 이른다.

사용후핵연료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이곳에 도착한다. 벨기에, 스위스, 네덜란드 등은 트럭 또는 철도를 통해 육로로 오고, 일본은 쉘부르항을 통해 배로 온다. 운반과정에서도 IAEA에서 규정하는 안전 규격에 따라 설계되 충격, 폭발, 화재, 침수 등에도 끄덕 없다는 게 아레바측의 설명이다.

이어 중앙제어실로 들어서면 24시간 3교대로 근무 중인 직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중앙제어실을 포함한 작업 팀은 10명으로 평균 12개의 사용후핵연료를 한 팀이 8시간 동안 수조에 넣는 작업까지 원격으로 진행한다. 이들은 3단계 백업 시스템을 통해 모든 안전문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공장 전체의 시스템을 관리한다.

발걸음을 돌리자 흡사 수영장을 떠올리게 하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소가 눈에 들어온다. 수심이 약 9m에 달하는 이 곳에는 성냥갑 모양의 4~5m 크기의 폐연료봉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수조에는 열 변환 장치가 있어 물 온도가 변하면 적정수준으로 맞춰 30~35도의 온도를 늘 유지한다. 한국과 달리 IAEA 무인카메라가 없다는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아레바에 따르면 통상 위탁 재처리 핵연료 비율은 매년 다르며 5~10%가 해외에서 위탁한 핵연료에 속한다. 해외 위탁물은 재처리 후 최종폐기물 적당한 온도로 식혀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 곳에서 6년 이상 보관한다.

수조에서 냉각된 핵연료봉은 무인 절단실로 옮겨져 3.5㎝ 길이로 잘린다. 잘린 핵연료봉에서는 펠렛과 펠렛 안에 있는 핵연료가 쏟아져 나온다. 절단된 핵연료봉과 펠렛 조각은 따로 추출하고, 절단되지 않은 펠렛은 질산에 담가 녹인 후 금속 성분으로 분리해낸다.

이처럼 금속 성분을 제거하고 나면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 4%가 남는다. 이 폐기물들은 지독한 방사선을 보유하고 있어 캐니스터(Canister)에 넣고 액체 유리를 붓는 '유리고화' 작업을 거치게 된다.

유리 고화체는 흡사 묘지를 방불케 하는 유리고화 하적장으로 옮겨진다. 이 곳에는 C-01, C-03 식의 번호를 붙인 맨홀 뚜껑이 바닥에 깔려 있다. 이 뚜껑 밑 12m 깊이에는 이들 유리 고화체를 담은 용기가 9층으로 쌓여 있으며, 그 위에 2m의 두께로 콘코리트로 방사선을 완전히 차폐시킨다.

르네 샤보니에르(RENE CHARBONNIER) 라하그 재처리공장 부국장은 "이 곳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연간 1700톤까지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재처리 과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의 96%를 재활용 할 수 있으며, 25%의 천연 우라늄을 비축하는 등 경제적인 효과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왼쪽) 사용후핵연료 지하처분 갱도 내부 전경. /(오른쪽) 안드라 직원이 갱도 내부에서 모의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 안드라(ANDRA) 제공]


◆ 500m 깊이의 폐기물 영구처분…2025년 운영 목표

프랑스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관인 안드라(ANDRA)는 2025년 운영을 목표로 CIGEO라 불리는 고준위폐기물 심지층 처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프랑스 동부 뷰흐(Bure) 지역 점토층 지하 500m에 처분 시험시설을 건설·운영중에 있다.

500m 깊이의 영구처분시설 시험장으로 내려가는 앨리베이터에는 한 번에 최대 정원 14명이 탑승 가능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높이 4.5m, 길이 30m 의 지하갱도가 길게 뻗어 있다.

뷰흐 지역의 점토층은 안정된 지반에 형성돼 방사성물질이 확산되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통상 점토층은 18~21% 정도 물을 포함하고 있어 나노미터 수준의 미세한 반복 구조 덕분에 그 안에서 고정돼 물이 흘러나오지 않는 불투수성이다.

갱도 내부 사방 벽면에는 센서가 군데군데 설치돼 있다. 센서는 암석의 화학적, 물리적, 공학적 변화, 그 밖의 터널 내부 상황 등을 측정하는 역할로, 12m마다 센서 8개가 부착돼 있는 식이다. 이에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일정 간격으로 비상음이 천장이나 벽면 쪽에서 들린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동안 허리띠에 달린 휴대전화로 위치를 확인해 소리로 알리는 것이다.

갱도 안쪽 깊숙히 들어가자 벽면 아래쪽에 원통 모양의 큰 관이 박혀 있다. 이곳은 고준위 폐기물 처분용 튜브를 만들어 연구하는 시설로, 길이 80m에 달하는 튜브가 벽 속으로 길게 박혀 있다. 튜브의 재질은 스테인리스로 구성됐으며, 두께는 현재 23mm로 가늘게 뻗어 있다.

이처럼 튜브 두께가 얇은 이유로 안드라 현장 관계자는 두꺼워질수록 녹이 슬 확률이 많고, 이에 따른 수소기체 발생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튜브 안에는 고준위폐기물을 담은 용기인 콜리스(Colis)를 넣는다.

고준위폐기물의 경우 운반 과정에서 1차적으로 콜리스에 담은 뒤 이를 스테인리스 튜브에 넣고, 다시 바깥을 점토로 둘러싸는 3중 구조로 운반된다. 이는 콘크리트로 둘러싸는 중준위 폐기물보다 견고한 방사능 차폐기능을 위해서다.

발걸음을 옮기자 통조림모양의 유리고화로 압축된 중준위 폐기물의 모형이 보인다. 무게는 800kg 정도의 폐기물에는 주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후 남은 피복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화이버'라는 철심을 섞은 콘크리트로 부어 최종 처분장으로 이동한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갱도 내부에는 여러갈래의 길을 파놓은 상태다. 예를 들어 고준위폐기물인 콜리스를 보내는 통로 옆에 다른 통로에서는 방사능이 차단된 제어실에서 운영자들이 원격으로 이를 조종하기 위해서다.

알랭 롤랑(Alain Rolland) 뷰흐 연구시설 센터 부소장은 "심지층처분의 이점은 폐기물을 영구적 안정적으로 처분할 수 있고, 앞으로 올 미래세대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면서 "다만, 이 지하갱도는 프랑스 법은 처분장이 적오도 100년 동안에 원상회복이 가능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그 부분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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