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농산물 전자상거래, ‘품질’로 승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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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2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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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관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고관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얼마 전 인터넷으로 주문한 딸기가 택배로 사무실에 도착했다. 참 좋은 세상이다. 사무실에 앉아서 마우스만 클릭하면 시장에 가지 않아도 사무실이나 가정으로 맛있고 신선한 딸기가 배달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모양과 크기가 일정한 것만 골라 담아 계란처럼 각기 자기 자리에 앉아 있다. 차마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상처하나 없이 경남 거창에서 수원까지 배달됐다.
상자를 열어보니 농가에서 보낸 쪽지도 들어 있다. “택배 보내는 딸기는 최상의 품질만 보내기 때문에 원하시는 물량만큼 보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품질을 최우선시 하기에 많이 보내줄 수 없다는 내용이다. 품질을 낮추고 가격도 적게 받으며 대신 많이 판다면 농가는 손해 볼 것이 없지만, 품질을 먼저 생각하는 농가의 올바른 선택이다. 포장상자는 던져도 될 만큼 내용물이 흔들리거나 상하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 이 정도 품질과 포장이라면 전자상거래용으로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농수산물 전자상거래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2001년 약 1000억원에서 2012년에는 10배가 증가해 약 9518억원으로 늘어났다. 점점 농산물 전자상거래 규모도 커지고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쌀, 잡곡 등 곡류는 물론 과일, 채소류 등도 전자상거래를 통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지금은 전자상거래를 하지 않으면 정보화와 마케팅에 뒤쳐진 농가로 오인 받을 정도로 농산물도 전자상거래가 대세다.

그러나 딸기는 당도, 크기 등에 대한 품질의 표준화가 어렵고 쉽게 물러져 전자상거래가 어려운 품목이었다. 생산량의 대부분이 도매시장을 거쳐 유통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딸기를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 들어 상품포장 기술의 발달과 물류시스템의 개선으로 딸기도 전자상거래를 통해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딸기를 구매한 소비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큰 불만사항은 당도나 맛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 다음은 배달된 딸기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딸기는 맛과 품질에서 전혀 이상이 없고 오히려 유명브랜드 상품은 시중보다 맛과 품질이 더 뛰어나고 배달상태도 좋다. 그러나 소비자의 불만을 사는 딸기는 일부 오픈몰을 중심으로 가격경쟁을 하기 때문에 선별이 제대로 되지 않아 품질에 문제가 있는 상품이 종종 있다.

공산품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품질이 일정하고 표준화돼 있다. 공산품 판매자는 한 개라도 더 많이 팔기 위해서 가격을 낮춰 경쟁하며 가격을 아무리 낮추더라도 품질은 동일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만족한다. 그러나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살아있는 생명체로 상품의 표준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품질 등급별로 선별하는 작업을 거쳐야 되므로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선별 작업을 하지 않으면 같은 상자 안에도 크고 작은 것이 있고 품질도 들쑥날쑥하게 된다.

특히 딸기의 경우 수확량이 크게 늘어나는 늦은 봄에는 오픈몰을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이 증가한다. 서로 가격 낮추기 경쟁을 하다 보면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의 질은 엉망이 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택배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점점 나빠질 것이고 결국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말 것이다. 농산물의 직거래는 유통비용을 줄여 생산자는 소득이 늘어나고 소비자는 싼 가격으로 품질 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농산물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산품과 달리 가격경쟁보다는 품질경쟁을 해야 한다. 생산 농가는 고품질 상품을 시장에 출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소비자들 역시 저가 농산물이 아닌 품질 좋은 농산물을 제 가격에 구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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