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중국 '빅데이터 굴기' 속도내는데… 무기력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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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성장기업부 부장
입력 2018-07-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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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성장기업부장]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다"

아시아 최고 부자이자 세계 20대 부호, 개인 재산만 50조원이 넘는다는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의 말이다.

마윈은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 가치를 창출해 내느냐가 기업의 존폐를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여러 차례 미래 핵심 산업 분야로 '빅데이터'를 손꼽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가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교환하고, 데이터를 축척해 새로운 가치와 기술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빅데이터 기술이 더욱 각광받는 이유이다.

과거에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해 인공지능, 3D프린팅, 자율주행차, 로봇산업 등 미래형 최첨단 기술 개발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은 글로벌 빅데이터 산업을 리드하기 위해 일찌감치 전선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3년 1월 구글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독감예측시스템을 통해 독감주의보를 발령했는데 이는 미국 보건당국보다 2주나 앞선 것으로 알려져 큰 화제가 됐다.

24년 전 인터넷서점으로 출발했던 아마존은 개개인의 쇼핑 습관에 맞는 할인쿠폰을 발송하고 본인도 알지 못했던 개인적 취향을 찾아내 상품을 소개하면서 3년 전 기업가치가 월마트를 추월했고 현재 세계 4위의 기업가치, 세계 최대 인터넷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미국에서 8번째로 고용을 많이 창출하는 혁신기업으로 거듭났다.

국가기관도 마찬가지이다.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는 3명이 사망하고 260여명이 부상당하는 폭탄테러가 발생했지만 단서가 희박해 범인검거에 어려움이 예상됐다. 하지만 경찰은 행사장 CCTV와 SNS, 시민영상 제보 등 10TB(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나흘 만에 범인을 검거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빅데이터 활용도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글로벌 조사기관 '테크프로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글로벌 기업의 29%가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한국기업의 경우 이용률이 5% 수준에 불과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올해 발표한 디지털경쟁력 순위에서도 한국의 빅데이터 사용 및 활용 능력은 63개국 중 56위에 그쳐 낙제점을 받았다. 

공공데이터의 개방도 조금씩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제한적이다.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빅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 규제에 가로 막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대규모 정보 수집이 어렵고, 정보의 표준화가 미흡해 사업자 간 정보 공유나 활용에 한계가 있다. 국내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시스템 도입을 미루고 있다. 반면 전 세계 기업의 약 53%는 빅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해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빅데이터의 사전규제를 대폭 축소하고 식별화 방지 기술을 의무화하는 등 철저한 예방조치를 한 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규제체계가 마련되어도 기존의 빅데이터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허용할 필요가 있다. 공공데이터의 민간 개방도 더욱 큰 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데이터 활성화를 주도할 전문인력 부족도 빅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진흥원이 최근 내놓은 '2017년 데이터산업 현황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데이터산업은 14조3047억원 규모를 기록, 2016년 13조7547억원보다 4% 커졌다. 2010년 8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7.5% 성장한 결과다. 그러나 올해 빅데이터 인력은 수요보다 공급이 50~60%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이 공회전을 하는 동안 중국이 빅데이터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인구 대국’인 중국이 빅데이터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빅데이터 인재 확보가 경제 산업 발전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중국의 빅데이터 거래 규모는 이미 한국의 30배가 넘는다.  

특히 중국 정부부터 신산업에 너그럽다. 중국은 빅데이터 산업을 제13차 5개년 계획(13·5 규획, 2016∼2020년)의 집중 육성 대상으로 지정하고 세계 빅데이터의 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재를 적극 영입하기 위해 10년짜리 비자 발급 등 파격적인 혜택도 내놨다. 급여 수준이 과거보다 올라 핵심 인재들이 미국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민 우선주의’와 반(反) 이민 공약의 영향으로 인재 영입에 주춤하자 이 틈을 중국이 거세게 파고 들고 있다. 세계 곳곳에 값싼 인력을 공급해 오던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빅데이터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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