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40년 연장] [르포] 직격탄 맞은 송파·분당 가보니..."10년 더 기다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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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김종호·오진주 기자
입력 2018-01-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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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송파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등 재건축 연한 강화시 단기 시세조정 불가피

  • - 분당 리모델링 추진 단지 "40년으로 늘어나면 리모델링이 대안될 것"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재건축설명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김종호 기자]


서울 주택시장 활황세를 이끌어온 재건축 아파트들이 큰 암초를 만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업 연한, 안전진단 기준 등 재건축 제도를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18일 밝히면서다.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게 되면 올해로 지어진 지 30년이 갓 넘은 서울 아파트들의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린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노원구 상계주공 6·9단지 등이 해당된다. 또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와 분당 등 1기 신도시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 강화 방안이 단기적인 수요 억제책이 될 것이지만 기본적 수요가 뒷받침되는 강남권 단지의 집값 조정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분당과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에선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사업으로 선회하는 단지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 1년 새 3억 오른 올림픽선수촌아파트(전용 83㎡), 단기 급락 불가피= 21일 찾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지난 며칠간 단지를 감쌌던 미세먼지가 걷히자 112개동, 총 5540가구의 대규모 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1989년 입주한 올림픽선수촌아파트는 오는 6월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넘어설 예정인 데다, 지하철 9호선 개통 등 호재에 따라 최근 집값이 급등했다.

실제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전용면적 83㎡의 매매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9억~10억원에서 올해 1월 들어 13억~14억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지난 18일 김현미 장관이 아파트 재건축 연한과 안전진단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재건축 연한이 최대 40년인 과거 기준으로 돌아갈 경우, 올림픽선수촌아파트의 재건축 가능 시점이 6~8년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재건축준비위원회는 올 상반기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을 받고 하반기 중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서울시 심의를 받을 계획이지만, 재건축 연한 강화를 적용받게 된다면 이 같은 계획도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올림픽프라자상가 내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과거 기준으로 재건축 연한이 되돌아가게 되면 재건축 지연으로 시세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부분이 없다 보니 조금 더 지켜보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등 재건축 연한이 30년에 가까워진 강남권 단지를 겨냥한 투자수요가 최근 크게 유입되며 시세를 끌어올린 만큼, 관련 대책이 나올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그동안 강남권 노후 아파트에 재건축 기대감을 갖고 접근한 투자자가 상당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가 추가적인 재건축 규제를 내놓는다면 시세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기본적인 수요가 뒷받침되는 강남권 단지 등에는 집값 조정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1993년 입주를 시작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파크타운 단지 전경. [사진=오진주 기자]


◇ 30년 연한 다가온 분당, 리모델링 관심 커질 듯= 21일 찾은 성남시 분당신도시는 지어진 지 30년이 곧 다가오는 만큼 외관을 아무리 손봐도 상하수도와 주차장 문제 등 도시 기반시설은 노후화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분당을 비롯해 1990년대 초에 지어진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는 3~4년 후부터 순차적으로 재건축이 가능한 입주 30년을 맞이한다. 대표적 1기 신도시인 분당은 이미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바꾼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최근 이슈가 된 정부의 재건축 연한 강화 검토와는 별도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지역주민들은 오히려 재건축 연한이 늘어날 경우 리모델링 사업이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한솔주공5단지 조합 관계자는 "아파트가 오래된 만큼 아무리 내부 공사를 해도 난방이 안 되거나 녹물이 나오는 등 주거에 불편함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재건축이 안 되는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단지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선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강화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현재 분당에 재건축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고 진입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분당구 수내동 파크타운삼익아파트 인근 P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에서 재건축 연한을 늘리면 여긴 재건축까지 더 멀어지는 만큼 투자를 위해 들어오라고 권유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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