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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의 네이버, '無총수' 대기업 가능할까

권지예 기자입력 : 2017-08-17 08:02수정 : 2017-08-17 08:02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사진= 네이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가 '대기업' 범위 안에 드는 건 인정하지만 총수 지위는 맞지 않는다는 의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피력하며, 이를 두고 시각이 엇갈린다. 오너인 이 창업자가 네이버가 총수 없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명확히 주장하는 배경에는 그의 지분이 겨우 4%대라는 사실에 기인하지만, 그의 입김이 네이버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반면 네이버는 오너가 명확함에도 지배구조가 대기업들과는 달리 KT나 포스코처럼 지주사들로 형성돼 있는 새로운 기업구조의 형태라며 기존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ICT업계 전반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16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 전 의장의 네이버 지분은 4.64%이며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4.98%다. 지분율로만 보면 이 전 의장 측은 국민연금공단(10.61%)과 외국계 펀드인 에버딘애셋매니지먼트(5.04%) 등보다 적으며, 그는 자회사인 라인이나 스노우·네이버랩스 등에 대한 별도의 지분도 갖고 있지 않다.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최고 경영진이 교체되고 이 전 의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표면적으로 그의 영향력은 낮아졌다.

그러나 네이버의 계속되는 실적 상승세와 다방면으로 커지는 몸집으로 인해 오히려 이 전 의장의 위상은 더욱더 공고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견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네이버의 자산 총계는 6조3700억원 규모로 불어났고, 일본 자회사 라인 자산만 2조6700억원이고 그 외 해외자산을 제외해도 4조원대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의장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 14일 오후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 정연아 법무담당이사와 함께 공정위를 직접 방문해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신동권 사무처장, 남동일 기업집단과장 등과 면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공정위는 매년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규제하기 위해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 기업집단인 준대기업을 뽑는 제도를 운영하는데, 내달 결정을 앞두고 이날 이 전 의장은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네이버 관계자는 "사실 법적으로 자산 5조원에 달하지 않아 준대기업 지정 대상은 아니다"라면서도 "예외적으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이 되더라도 이 전 의장은 의장직에서 물러난 지도 오래됐고, 지분도 5% 이하라 사실상 총수가 아니라는 것을 전하러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되면 '동일인(총수)'을 지정해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며, 총수는 흔히 말하는 '오너'로 회사의 모든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이 총수를 개인이 아닌 '네이버 법인'으로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책임회피 논란도 발발했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총수 없는 대기업이 되긴 힘들 것이라고 본다"면서 "지분만 적다뿐이지, 애초에 네이버 고위 관계자들을 대동하고 공정위에 이야기를 하러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인 총수의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곳들과 달리 네이버는 경우가 달라 총수 지정에 있어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성엽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부소장·교수는 "기본적으로 동일인 지정은 기업집단 사실상 지배하는 자가 누군지를 판명하는 일"이라며 "네이버는 이 전 의장이 지분이 없어 몰아줄 가능성이 없고 이를 규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해석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배관계가 없어 법적인 위반을 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규제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네이버가 구글 같은 인터넷기업처럼, 창업자들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일반 대기업들과는 기업구조가 다른 것은 맞는다"면서도 "공정위의 사실관계가 중요하며, 큰 기업이 됐다면 그에 맞는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