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칼럼] 서울 기후변화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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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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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nuel Yi Pastreich]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사드(THAAD) 미사일 방어 시스템 배치를 강행함에 따라 한국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반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 결정은 전 세계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한국에게 있어 이러한 상황은 중국과의 공동 대응 및 다수의 미국인으로부터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환경 문제에서 국제적으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동안 중국은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고 수입 연료 의존도를 줄이며 파리 기후변화 협약을 준수하겠다고 거듭 약속해왔다. 한국은 향후 5년간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 사용을 늘림으로써 큰 폭의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는 이들 산업 부문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동시에 수입 화석 연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같은 한국의 높은 화석 연료 의존도는 수입 증가 및 군대의 약화로 이어졌고 대기 품질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과감하고 자신감 있게 대처할 경우 트럼프의 파리 기후변화 협약 탈퇴 결정이 오히려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비약적 발전을 하는 역사적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이 불참한 상태에서는 기후변화 대처 및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국제적 합의에 더욱 쉽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은 한미 동맹을 손상하지 않고도 궁극적으로 전세계 모든 국가에게 있어 더욱 중요한 영역이 되고 있는 환경안전보장(environmental security) 부문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애석하게도 미국은 현재의 생태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추진 중인 거의 모든 노력 과정에서 점점 더 떼를 쓰는 응석받이처럼 굴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완화하고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 적응하기 위해서 과감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혁명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의 플랜 B 4.0에 따라 모든 사회적 수준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신속하게 구현할 수 있는 포괄적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미국 정부나 미국 내 화석 연료 기업 또는 현재 화석 연료와 관련된 투자 은행 없이 가능한 한 빨리 새로운 기후변화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를 실제로 이해하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어야 하며 부(富)나 영향력이 아닌 과학적 방법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본 기후변화 회의에서는 지난 194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국제연합(UN)회의 개최 당시의 진지한 자세를 갖고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해 기존 회의와 진정한 차별화를 이루는데 전념해야 할 것이다.

번거롭고 다루기 불편한 '탄소 거래' 체제를 넘어서 에너지, 단열재, 효율 증가를 위해 사용할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 세계에서 현재의 위기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기후 변화, 에너지 및 소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녹색 기후 기금 (Green Climate Fund)의 본거지이자 점점 더 많은 개발 도상국들이 성공 모델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한국에서 기후 회의를 개최하도록 하자. 한국은 지난 두 정부 하에서 신재생 에너지 부문을 선도하는 데에 실패했으나 이제 운명을 깨달을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한국은 향후 모든 개발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핵심적 역할을 하는 새로운 경제 개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환경 보호를 위한 새로운 공약을 내놓았으며 그러한 ‘서울 기후변화 회의’를 통해 개발도상국들과 긴밀한 경제 및 문화적 유대 관계를 부각시킬 수 있다. 그동안 열렸던 파리, 오슬로, 교토 기후변화 회의의 순화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기후변화에 관한 전반적인 토론의 장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이 직면한 경제적, 사회적 현실에 더욱 가까워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긴밀한 경제적, 문화적 유대 관계를 맺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중국은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 사용량을 엄청나게 늘리고 있으며 오는 202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에 36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지도적 위치를 포기함에 따라 중국은 기존 파리 협약보다 훨씬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할 것이다. 전기 자동차의 요구사항 및 신재생 에너지 부문에서 대규모의 장기적 자금 조달에 관한 중국 모델은 기존의 모호하고 가변적인 시장 기반 방식에 비해 더 적절한 해결방안이다.

서울 기후변화 회의에 미국이 참가하지 않더라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경제 규모 기준 세계 6위인 캘리포니아와 같은 미국 내 각 주들을 개별적으로 초청해 이번 회의의 엄격한 어젠다를 채택하도록 하면 된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미 독자적인 기후변화 정책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끝으로 한국과 중국은 유럽에서처럼 석탄 에너지의 이용이나 제국주의적 팽창을 통한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도 유기농업과 생태 보전 및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해 최고의 문명 수준에 도달한 훌륭한 전통을 갖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기후 변화 위기 및 인류의 소중한 환경 파괴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양국이 유교 및 도교의 전통을 통해 생태를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발전시켜온 과거를 끌어낼 것 것이다. 이들 문제에 대한 미래의 논의는 기술 혁신이나 금융 장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경제적 계산 과정에서 환경 및 미래 세대의 운명을 고려하는 새로운 세계 문명이 필요하다.

한국은 석탄 에너지나 제국주의적 팽창을 통한 외부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도 유기농업, 생태 보전 및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해 최고 수준의 문명에 도달한 훌륭한 전통을 갖고 있다. 중국의 경제 발전 모델은 서구의 소비 지향적 모델에 대한 진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편 전쟁은 그러한 대안을 파괴하려고 했다.
현재와 같은 위기의 순간에서는 비록 많은 중국인들이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의 유산을 통해 미래 경제의 난관을 타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다.

미국의 농업학자 프랭클린 하이럼 킹은 1909년 '40세기의 농부들(Farmers of 40th Century)'이라는 책을 출간해 몇 개월이나 몇 년이 아닌 몇 세기에 걸쳐 환경을 보존하고 경제 발전을 계획하는 한국인의 엄청난 노하우를 아주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서방 세계가 아시아 모델을 채택하지 않으면 생태적 파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암시하면서 아시아의 지혜를 현대 경제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은 지속 가능한 경제 개발을 선도하고 개별 기술뿐만 아니라 글로벌 문명 자체의 변화 과정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아시아의 전통적 보전 가치를 최첨단 기술 및 경제 혁신과 결합할 경우 서울 협약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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