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검증되지 않은 의료광고를 믿고 병원을 찾아간 환자 '웨이쩌시(魏則西)' 사망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바이두의 리옌훙(李彦宏) 회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신랑망(新浪網)은 리 회장이 10일 '초심을 잃지 말고 꿈을 저버리지 말자'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바이두 전 직원에게 발송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는 웨이쩌시 사건으로 파장이 확산된 후 바이두 수장의 첫 입장 표명으로 주목됐다.
리 회장은 서한에 "고객보다 눈 앞에 이익에 급급해 바이두의 초심을 잃었다"면서 "고객의 지지와 신념을 잃으면 바이두도 한 달만에 파산할 것"이라며 바이두의 '재혁신'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희귀암 진단을 받은 시안(西安)의 대학생 웨이쩌시가 바이두 의료정보를 믿고 엉터리 치료를 받아 사망하는 사건으로 바이두는 최근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당국은 9일 바이두에 의료광고의 전면 재검토, 검색기준 재편, 군부 의료기관 광고 중단, 검색광고 수량제한 등의 시정사항을 전달했다. 바이두는 "깊이 반성하고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아래는 리 회장이 바이두 직원에게 보낸 서한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초심을 잃지말고 꿈을 저버리지 말자>
바이두 임직원 여러분
1월 톄바(贴吧 특정주제 정보 커뮤니티, 의학관련 톄바 광고성 글 도배 및 운영권 매입 등 폭로됨) 사건, 4월에 터진 '웨이쩌시' 사건으로 바이두는 네티즌들의 매서운 비판과 질책을 받았습니다. 이들의 분노의 감정은 지금까지 바이두가 겪었던 그 모든 위기를 넘어서는 '위기'입니다.
요 며칠 정적이 깃든 깊은 밤이 오면 "매일 바이두를 사용하는 수 많은 고객들이 왜 더이상 바이두를 사랑하지 않을까, 왜 더이상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에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나,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를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창업 초기의 바이두를 기억합니다. 당시 우리는 구글 등 업체와 경쟁해 고객을 확보해야 했어요. 무엇보다도 경쟁업체가 바이두의 인재를 빼앗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구글은 바이두 엔지니어에 3배를 웃도는 연봉을 제시할 충분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구글의 유혹에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당시 바이두 직원은 모두 묵묵히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중국어 검색엔진을 만드는 데만 골몰했지요. 매일 매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고 모두가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당시 바이두 채용공고에는 유명인의 사진과 그 밑에 간결한 문장이 들어가는 단순한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루쉰의 사진 밑에는 "번역만 할 것인가, 아니면 창작으로 중국의 의미를 찾을 것인가"라는 문장이 적혀있었죠. 첸쉐썬(중국 로켓의 대부) 사진에는 "해외 별장에서 살 것인가, 중국 로켓의 대부가 될 것인가"라는 문장을, 마오쩌둥의 사진에는 "투항할 것인가, 아니면 적보다 더욱 강해질 것인가"라는 문장을 달았습니다. 지금까지도 이러한 문구는 젊은 청년들을 흐느끼게 합니다.
이처럼 꿈이 주는 감동과 열정을 바탕으로 우리는 고객의 소리를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경쟁업체와 실력차가 컸음에도 조금씩 중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바이두의 고객지상주의 가치관이 우리에게 고객을 주었고 고객은 톄바에 둥지를 틀고 질문을 던지고 답했으며 바이커(百科)에서 그들이 직접쓴 글과 문장, 콘텐츠, 정보를 공유해 경쟁업체와의 차별화까지 이끌었습니다. 이것이 바이두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저는 각 부처가 핵심성과지표(KPI)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충돌한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듣습니다. 일부 수석엔지니어가 상업적 이익과 고객서비스를 연관짓거나 결탁하는 모습도 목격됩니다. 고객은 바이두 광고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바이두 소프트웨어 강제설치 전략 등에 불만을 토로합니다. 바이두의 톄바, 바이커 등 콘텐츠의 상업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현상은 임원부터 직원까지 모두가 단기적 이익만 쫓고 바이두의 가치관을 짓뭉개버렸기 때문입니다. 실적 향상을 고객 서비스의 질보다 우선시하고 단순경영은 (상업적 가치에 대한) 단순한 의존으로 전락했습니다. 바이두와 고객 간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바이두 창업 초기의 사명감과 가치관도 아득해지고 있습니다. 고객의 지지를 잃는다면, 우리의 가치관을 잃는다면 바이두는 30일 안에 파산하고 말 것입니다.
오늘날 바이두의 개인에 대한 영향력은 그 어떤 시대보다 강력합니다. 정보의 이동속도도 그 어떤 시대보다 빠르며 시장 환경은 복잡합니다. 좋은 것, 나쁜 것, 아름다운 것, 추한 것, 진실한 것, 위조된 것 등 이 모두가 인터넷에 공존합니다. 매일 무수한 사람들이 바이두 검색결과를 바탕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립니다. 이 역시 바이두가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 행동에 더 높은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계속 전진해야하며 고객에 대한 책임을 져야합니다!
네티즌은 바이두가 우리의 일을 제대로 해내고 민심에 순응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바랍니다. 돈을 벌 수 있을지, 어떻게 벌지, 중요한 시기에 임직원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 등 이 모든 문제가 바이두의 도덕성과 행동규범을 시험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힘을 모아 아래의 과제를 끝내야만 합니다.
우선 기업의 모든 서비스, 제품의 사업모델을 재평가하고 고객이 어떠한 영향을 받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고객을 중시하지 않았다면 철저히 바꿔야합니다. 또, 부결제도를 도입해 관리·감독 전담부처가 고객서비스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나 전략을 기각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는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습니다.
둘째로 고객 피드백 시스템을 개선해 고객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를 통해 빠르게 제품 구성 및 갱신 등에 관한 의견을 반영하고 고객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검색 순위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삼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실시되고 있는 우선배상제 등 네티즌 권익보장체계를 강화하고 10억 위안 보장기금을 설립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기업 수익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작은 것을 희생해 전체를 지켜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진정으로 옳은 길이고 장기적인 전략이라고 확신합니다. 또, 이는 시대에 순응하는 적절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10년 전 우리는 검색을 기반으로 톄바, 즈다오(知道), 바이커 등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인공지능(AI)을 기초로 음성검색, 자동번역, 무인자동차 등 인류의 삶에 영향을 줄 새로운 상품을 내놓아야 합니다. 바이두는 대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멀고 먼 길을 달려가야 합니다. 사업을 확장할 '체력'과 신뢰할 만한 기업문화를 견지하는 '의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고객지상주의 가치관과 고객이 평등하고 빠르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사명을 계속 지켜나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의 후손이 바이두가 이뤄낸 성과에 자긍심을 느끼고 자랑스러워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Robin
201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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