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IMF의 포용주의, 종북 좌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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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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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IMF(국제통화기금)가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소위 ‘종북 좌빨’이라며 큰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지난달 15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소득불평등의 원인과 결과’라는 보고서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1988년에서 2008년까지 세계 150여국의 계층별 소득변화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상위 20% 계층의 소득 몫이 1% 포인트 증가하면 향후 5년간 GDP는 연평균 0.08% 포인트 감소한다. 반면 하위 20%의 소득 1% 포인트 상승은 같은 기간 GDP를 연평균 0.38% 포인트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부(富)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낙수효과는 별로 없기 때문에 하위 소득자나 중산층들에게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첨병이라고 불리는 IMF에서 이런 불온한(?) 보고서를 내다니 ... 작년의 피케티 열풍에서 경험한 것처럼,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세계 각국에서 ‘불평등’이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소득재분배를 하려해도 나라 전체가 가난하면 방법이 없다. 정부에서 세금을 더 걷어 저소득층을 도와주고 싶어도, 나라살림이 빈곤하면 어쩔 수 없다. 나라 전체가 부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데, 부자 나라가 되는 비결이 있을까? 과거엔 비슷하게 가난했는데, 왜 어느 나라는 부자 나라가 되고 왜 어느 나라는 계속 가난한가?

1945년 8월 남북 분단 이후 수력발전소와 제철소, 지하자원 등 여러 여건상 북한이 훨씬 유리했다.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더 유리한 조건에서 출발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도 북한이 더 높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분단 이후 30여년이 지난 1975년 무렵에야 비로소 남한의 1인당 GDP가 북한을 추월했다.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이 되는 2015년 현재 북한의 1인당 GDP는 1000 달러에 못미치는 반면, 우리는 올해 3만 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남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1975년 이후 40여년만에 30배가량 벌어졌는데, 어떤 요인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냈는가?

1950년 6.25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뿐 아니라 필리핀, 터키, 남아공, 태국, 그리스, 이디오피아, 콜롬비아 등도 우리나라에 병력을 파견한 바 있다. 당시 필리핀, 그리스, 콜롬비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보다 높았다. 그러나 1953년 종전 후 우리는 폐허 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지금은 그들보다 훨씬 잘사는 나라가 됐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로빈슨 공저)라는 책에 따르면, 한 나라의 제도가 ‘포용적이냐 아니면 배타적이냐’가 중요하다. 즉 ‘개인, 기업가, 정치인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 참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포용적 제도가 형성돼 있는지 여부’가 나라의 번영을 좌우한다.

예를들어 영국과 미국이 부유해진 이유는 1688년 명예혁명을 통해 일반시민이 엘리트층을 무너뜨려 정치권력을 고르게 분배했고, 일반시민이 경제적 기회를 균등하게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든 덕분이라고 한다.

시민에게 확대된 경제적 기회는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연결됐고, 영국의 번영을 가져왔다. 반면 북한은 실패사례로 인용된다. 시민의 참여를 배제하고, 배타적인 제도를 만들고, 일반 국민들이 권력의 핵심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남북한의 격차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반대로 대한민국 경제는 군사독재의 시대를 넘어 1980년대에 민주화를 경험한 이후 한단계 더 도약했다.

결론적으로 국민들 누구에게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는 정치와 시장경제 시스템, 불평등을 줄이는 포용적 자본주의가 핵심이다. 서민금융과 마이크로 크레딧 등의 포용적 금융정책(financial inclusion),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경쟁 정책,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책이 부자나라로 가는 비결이며 나아가 불평등을 줄이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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