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된 흔적으로서의 대상과 풍경' 한국화가 유근택 '하루'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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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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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부터 갤러리현대본관서 미국서 작업한 작품등 신작 30점 선봬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8개로 나뉜 창의 프레임에는 커다란 가로수 한 그루와 정원수, 그리고 건너편의 집이 전부다. 다이나믹할 것도 변화무쌍할 것도 없다. 단지 창문을 통해 내다보이는 평범한 풍경을 하루에 하루를 덧붙이듯, 봄부터 겨울까지, 맑은 날이나 흐린 날에도 새벽부터 밤까지 화면에 담아냈다.

한국화가 유근택(50·성신여대 교수)의 작품 '열 개의 창문, 혹은 하루'에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조차도 엄격할 정도의 무게감과 단단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흔적처럼' 그냥 보여지고있다.

전통 한국화와는 달리 호분과 과슈, 템페라를 이용한 화면에는 물감 층이 쌓이듯 풍경과 시간이 교차하는 순간들이 쌓였다.

기혜경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유근택의 작품은 눈에 보이는 한 순간이 아닌 대상에 누적되어 내재된 시간성을 담아내고자 한 것"이라며 "이런면에서 작가의 재료 선택은 자신이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를 잘 부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적된 흔적으로서의 대상과 풍경'은 작가가 15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본관에서 여는 개인전 '하루'를 관통하는 중요한 화두다.

이번전시에는 작가가 지난해 1년간 미국에서 보낸 시간 동안 제작한 작업등 30여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기존 관념적 한국화에 '일상'이라는 파격을 끌어들인 선구자라는 평가를 듣는 작가는 이전보다 한층 더 뚜렷하게 무르익은 색과 주제로 눈길을 끌고있다.공간에 대한 묘사에서 그 안에 쌓인 시간의 자취까지 담아낸 ‘묵직한 풍경화’다.

“평범한 대상을 원래 크기나 형태를 벗어나게 그리는 제 그림은 가끔 초현실적으로 보인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끔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생각보다 기묘함과 놀라움으로 가득 찬 ‘무엇’ 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산수화를 그리기 위해 산을 가는 것보다 오히려 내가 만질 수 있고 나와 호흡하고 있는 주변의 것들에서 세상의 놀라움이 교차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 생활하며 지나치게 비대하고 거대한, 혹은 경제와 사회가 어떤 고착상태에 빠져버린, 젊지만 일찍 늙어버린 거인이 연상되더군요. 그런 저의 처지를 코끼리를 등장시켜 작업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한번 습작으로 해본 것을 다시 한국에서 그려본 것인데, 주름살투성이의 거대한 아기 코끼리에 긴장하고 있는 사물들이 나와 미국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공간’과 ‘일상’이라는 개념에 주목한 작가는 우리 생활의 터전이자 역사의 현장이 되고 있는 일상적 공간에 사물을 어지럽게 흐트러뜨려놓거나 실제 크기와 다르게 그린다.

"우리가 주변 풍경에 무뎌지기 전, 그것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섬광과 같은 에너지를 의도적 왜곡과 변형을 통해 나타내는 것이 작업의 목표입니다."

이번 전시는 하나의 풍경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고 순환하는지, 일상의 사물들이 시간이 지나고 그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면서 어떤 에너지를 갖게 되는지등 대상에 누적되어 내재된 시간성을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오는 17일 오후 3시 작가와의 대화시간이 마련됐다. 전시는 12월 9일까지.02-2287-3591


◆작가 유근택=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1997),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1988).
▲수상=2000 석남미술상,2003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9 하종현미술상.
▲작품소장=경기도미술관,국립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리움 삼성미술관, 모란미술관, 미술은행,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사비나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성곡미술관, 성신여대 박물관,소마미술관,전등사, 중국서안 외교관, 청두미술관,하나은행, 화이트 컬렉션, OCI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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