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인데…" 세계 1위 한국 조선업의 슬픈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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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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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세계 조선업을 이끌고 있는 거제도가 시끄럽다. 국내 대형 조선소의 전 인사담당 과장 이모(40)씨가 지난달 29일 검찰에 구속되고,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2008년 6명의 취업희망자로부터 직영 생산직 채용을 미끼로 5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A씨는 지난해 말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했다.

검찰은 이씨가 생산직 채용과 관련, 조선소기술교육원 평가 우수자가 성적이 제일 낮은 훈련생에게 밀리는 등 실무서류를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비단 이 업체뿐 아니다. 경상남도 일대에선 “5000만원은 있어야 대형 조선소에 취직할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돈을 매개로 한 인사청탁이 빈번한 것은 대형 조선소의 직영 생산직이 양질의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조선소 직영 생산직의 급여 수준은 다른 생산직에 비해 높을 뿐 아니라 정년까지 보장된다.

하지만 대형 조선소가 기술교육원을 통해 인력을 채용하는 인원 규모는 해가 거듭 될수록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훈련생 중 직영 생산직으로 선발되는 경우는 한 기수에 5% 안팎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산직 채용에 외부 입김이 작용하는 일도 빈번하다. 채용비리까진 아니더라도 공채가 아닌 속칭 ‘뒷문’으로 취업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있다.

A사는 지역 단체와 맺은 규약에는 이 단체의 임원 자녀를 채용해준다는 규정이 명문화돼 있다. B사는 노사간 단체협약으로 조합원 자녀를 우선적으로 채용해왔다.

한국 조선업은 2002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올라섰다. 당시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저렴한 인건비로 이를 달성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업계관계자들의 생각이 다르다. 일본이 설계 인력을 대거 축소하고 표준화된 선박을 제조하면서 선주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선박을 제조하는 능력을 확보하지 못해 1위를 자리를 한국에 내줬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결국 한국 조선업의 탁월한 경쟁력은 우수한 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돈 몇 푼에 미래 경쟁력을 저당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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