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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칼럼] 李정부, 대북정책 일관성 유지 하려면
통일연구원장 재직 시절 독일을 방문하여 전독문제연구소장을 역임한 데틀레프 퀸(Detlef Kuehn)을 만난 적이 있다. 우리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과 유사한 전독문제연구소장으로부터 독일 통일의 경험을 들어보려는 면담이었다. 퀸 소장으로부터 두 가지 인상적인 말을 들었다. 하나는 퀸 소장이 전독문제연구소 설립 당시부터 독일 통일 때까지 소장을 맡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독문제연구소 구성원 중에 동독과 연계된 첩자가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고 지켜봤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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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방아쇠 너머의 책임 – 클레이사격장, 환경 사각지대를 벗어나야
총성이 울리는 곳은 언제나 긴장과 집중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 울림이 향하고 있는 또 다른 표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격장의 흙 속에, 지하수에, 그리고 인근 하천에 서서히 스며드는 납탄(납으로 된 탄환)의 그림자다. 클레이사격장이 스포츠의 무대이자 동시에 환경오염의 현장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클레이사격은 단 몇 초의 집중으로 승부가 갈린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마다 공중에 흩뿌려지는 납탄은 결국 땅으로 돌아온다. 회수되지 못한 납은 토양 속에서 서서히 녹아내리고, 빗물과 함께 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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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후쿠시마 원전 재가동, '에너지 현실'과 '신뢰 회복'은 동시에 가야 한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약 15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의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 재가동을 확정했다.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촉발된 후쿠시마 참사는 체르노빌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됐고, 그 기억은 일본 사회는 물론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에도 여전히 깊은 불안을 남기고 있다. 그만큼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전력 정책을 넘어, 안전과 신뢰를 동시에 시험받는 사안이다.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이르면 2026년 1월 20일, 총 7기 원자로 가운데 6호기 1기의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원전 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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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통폐합 넘어 체질 개선으로…석유화학 구조조정으로 경쟁력 되살려야
한국 석유화학 산업이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중동 등 경쟁국의 공세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매출원가율이 99%에 육박해 영업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단순한 업황 부진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의 한계가 누적된 결과다. 정부와 업계는 지난 8월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방향’에 따라 주요 기업들로부터 사업 재편안을 제출받는 성과를 냈다. 여수·대산·울산 등 3대 산업단지의 16개 주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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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아주 어젠다 2026 : 국민·기업·세대를 잇는 국가 전략
2026년은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성장의 경로를 선택해야 하는 분기점이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특정 산업의 신기술이 아니라 성장·산업·노동·교육·안보를 동시에 관통하는 국가 전략의 핵심 축이 됐다. ‘아주 어젠다 2026’이 AI를 모든 과제의 출발점으로 삼은 이유다. 새 정부 역시 핵심 국정과제로 ‘AI 3대 강국 도약’과 ‘경제·사회의 대전환’을 제시했다. 방향성과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고, 구호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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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제복 입은 민주시민으로 국군 거듭나야
어느덧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천인공노할 무도한 불법적인 권한 행사에 스스럼없이 발 벗고 나서 항거한 국민들의 자발적 행동을 통해 ‘빛의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 수호가 가능했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로 45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최초의 친위 쿠데타이자 내란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21세기 대한민국 민주주의 위기와 시민 저항 그리고 제도권 정치의 대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날 수많은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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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밭농업기계화에서 스마트농업까지
현재 우리나라 농촌은 인구 감소,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농작물 생산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또한 상승하고 있다. 10년 후에는 농기계 없이 농작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밭농업기계화가 필수다. 쌀은 1970년대부터 기계화를 추진해 2022년 기계화율 99.3%를 달성했으나 밭작물은 2024년 기준 67.0%로 쌀에 못 미친다. 특히 노동력이 많이 드는 파종‧아주심기, 수확의 기계화율은 각각 18.2%, 42.9%라 농업인이 실제 체감하는 기계화 정도는 더욱 낮은 편이다. 농촌진흥청은 2010년부터 주요 밭작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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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환율·고물가·내수 부진…숫자가 말하는 2026년 경제의 복합 위험
2026년을 향한 한국 경제의 경고음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환율 상승과 고물가, 내수 부진과 회복 지연이 서로 맞물린 복합 위험이 기업과 유통 현장의 조사에서 동시에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시적 심리 악화라기보다 구조적 부담이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기업경영 환경 인식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과반은 내년 경영 여건을 “어렵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한 위험 요인은 환율 변동성 확대와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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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기업 경쟁력 살리려면 '전기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국 경제의 한 축인 제조업이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국내 기업들의 전기료 부담은 급격히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 30곳이 전년과 유사한 전력 소비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으로만 약 2조 원에 가까운 추가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부담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몇 년 사이 70% 이상 급등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생산비용 상승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는 해외 이전까지 고민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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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칼럼] '중국제조 2025'10년, 中의 성공과 美의 실패
‘ 2025년은 미·중 관계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했던 대중 견제 전략의 실패를 자인하였다. 2018년 시작된 무역전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몰아붙여 2020년 1단계 무역합의를 체결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2025년 관세전쟁에서 중국은 미국의 공세를 잘 방어하여 AI용 첨단반도체 수출통제 완화라는 양보를 얻어내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내년 4월 미·중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트럼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