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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한국 콘텐츠 생태계가 잃어버린 '출판의 허리'
한국 출판 시장에는 지금 명확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 베스트셀러 중심의 상업 출판과 1인 창작 기반의 독립 출판만 존재하고 그 사이를 연결해야 할 ‘중간 규모 출판 생태계’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산업의 흐름이나 자연스러운 시장 선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랜 기간 누적된 유통 구조, 콘텐츠 투자 방식, 작가 육성 부재가 만든 결핍의 결과에 가깝다. 출판사를 설립하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며 나는 이 공백을 단순한 ‘느낌’이 아닌 분명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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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P 데스크 칼럼] 2025 금융시장 결산: 가격은 요동쳤고, 구조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2025년 한국 금융시장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가격은 크게 움직였지만, 시스템은 가까스로 버텼다. 주가·금리·환율이 모두 요동쳤지만 금융위기로 번질 조짐은 없었다. 그러나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가 보여주는 숫자들은, 겉으로 보이는 안정 아래에서 취약성이 다시 쌓이고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 금융불안지수(FSI)는 11월 기준 15.0으로, 6월의 18.6에서 낮아졌다. 위기 국면은 아니다. 하지만 금융취약성지수(FVI)는 3분기 45.4로 상승해 장기 평균(45.7)에 바짝 다가섰다. 겉은 안정, 속은 팽창이라는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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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5) 마지노선에 선 저출산, "낳지 않는 게 아니라 낳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오랫동안 개인의 가치관 변화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최근 지표들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결혼과 출산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할 수 없어서’ 미루고 있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지금 나타나는 변화는 정책이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지금이 아니면 구조를 바꾸기 어려운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출생아 수는 16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10월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2.5% 늘었다.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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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P 데스크 칼럼] 나노초의 세계, 한국 제도의 시계는 멈춰 있다
세계 금융시장은 이제 나노초 단위로 움직인다. 나노초는 10억분의 1초다. 사람이 눈을 한 번 깜박이는 약 0.3초 동안, 시장에서는 약 3억 개의 나노초가 흐른다. 빛조차 이 시간 동안 이동하는 거리는 약 30센티미터에 불과하다. 그러나 오늘날 금융 경쟁은 바로 이 찰나의 시간 차이를 두고 벌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월 15일 보도한 독일 파생상품거래소 유렉스(Eurex)를 둘러싼 논쟁은 이런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초고속 매매업체들은 거래소 서버와의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의미 없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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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4) 지방 소멸 대응, 재정 지원을 넘어 '삶의 단위'로 지역을 다시 설계하자
대한민국의 수도권 일극화는 집값 급등과 저출생, 저성장을 동시에 낳으며 국가 경쟁력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최근 아주경제의 ‘국가균형발전 특별기획’이 지적했듯, 수도권으로의 과도한 인구·자본 집중은 지방 침체를 가속화하는 핵심 원인이다. 지방 주택 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동안 수도권은 역대급 상승을 기록하며, 지역 간 불균형은 이미 구조적 문제로 굳어졌다. 지방 소멸은 더 이상 경고가 아니라 현실이다. 저출산·고령화·청년 유출에 수도권 집중까지 겹치며 가속화되는 인구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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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으로… 유학생·근로자 보호에 나서야
지난 12월 25일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J-1(교환방문) 비자 제도가 일부 악덕 중개업체들에 의해 왜곡 운영되며 외국 청년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는 실태를 보도했다. 문화 교류와 연수를 명분으로 한 제도가 사실상 값싼 노동력 공급 통로로 작동하고 있고, 참가자들이 고액의 수수료를 부담한 채 위험한 현장에 배치되거나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도에는 한국 유학생 사례도 포함됐다. 해당 학생은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라는 홍보를 믿고 J-1 비자로 미국에 입국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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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원 칼럼] 불법 가상자산 취급업자 증가…규제 당국 대응 강화
최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에 위반하여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하지 않고 가상자산사업을 수행하는 일명 ‘불법 가상자산 취급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이 상시 모니터링, 이용자 제보, 유관기관 협력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불법 미신고 영업행위를 적발하여 강경하게 대응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이용을 유도하는 정보 또는 고수익 보장 등 허위·과장 정보가 블로그·오픈채팅&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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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칼럼] 당명 개정으론 부족하다 - 국민의힘 진짜 과제
우리나라 정당사에는 실로 다양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너무 많아 기억조차 어려울 정도로 각양각색의 정당명이 존재해왔다. 필자의 경험을 소개하자면, 17대 대선 당시 여당 대선후보 TV 토론 사회를 세 차례 맡았는데, 당명이 너무 자주 바뀐 탓에 진행 중 상당한 혼란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당명이 빈번하게 바뀐 이유는 위기 상황 돌파 수단으로 당명 개정을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정당 입장에서는 이름을 바꾸면 국민에게 새로운 인상을 주고 이미지 쇄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새삼스럽게 당명 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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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2026년 구조개혁의 본질은 '축적 방식의 전환'
2026년의 미션은 '구조개혁'이다. 2025년이 전환의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는 한 해였다면 이제는 '실행'해야 한다. 구조개혁의 이미지는 인원 절감과 비용 삭감으로 대표되는 파괴다. 외환위기의 고통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본질은 다르다. 구조개혁은 경제가 부를 쌓아 올리는 방식, 즉 '축적의 메커니즘'을 근본적으로 교체하는 과정이다. 오래전 한국 경제의 축적은 수직적 선순환으로 가능했다. 자본도 기술도 부족하던 결핍의 시대에는 국가가 기획하고 기업이 실행하는 철저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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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환율 급락, 안정 신호일까 한계 신호일까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큰 폭으로 내려왔다. 정부의 구두 개입과 세제 패키지 발표 직후 환율은 전 거래일(23일) 대비 1.3원 오른 1,484원으로 출발한 뒤 1,449.8원으로 어제 마감했다. 하루 낙폭은 33.8원으로, 3년 1개월 만의 최대 하락 폭이다. 표면적으로는 ‘정책 효과’가 확인된 장면이다. 그러나 이 움직임을 곧바로 안정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환율 하락은 정책의 강력함이라기보다, 정책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의 범위를 시장이 한 번에 확인한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