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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4 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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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JP 데스크 칼럼] 4월은, 여전히 잔인한 달이다

    4월은, 여전히 잔인한 달이다. T.S. 엘리엇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썼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밀어 올리기 때문이다. 겨울이 끝난 자리에서 생명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일은 아름답지만, 그만큼 잔인하다. 봄은 늘 재생의 계절로 불리지만, 실은 상실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절이기도 하다. 올해 4월, 세계는 그 오래된 문장 앞에 서있다. 이란과 그 주변에서는 전쟁의 불길이 국경을 넘어 번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 4년째를 지나며 도시와 전력망, 병원과 주택이 여전히 표적이 되고 있다. 전쟁은 더 이상 전

  • [기원상컬럼] 총알에서 우주까지…K-방산, 판이 다시 짜인다

    방위산업의 판이 바뀌고 있다. 예전의 방산은 탱크와 전투기, 함정과 포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의 경쟁이었다. 이제는 그보다 훨씬 넓은 차원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누가 더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췄는지, 누가 더 오래 전장을 버틸 수 있는 체계를 만들 수 있는지, 누가 무기뿐 아니라 탄약·정비·훈련·우주자산까지 묶어 하나의 패키지로 제시할 수 있는지가 승부를 가르고 있다. 방산이 더는 공장 안의 제조업이 아니라 외교와 기술, 공급망과 국가전략이 교차하는 종합산업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 [아주사설 | 기본 원칙 상식] 병원은 왜 환자를 지키지 못했나의료파업 사망 판결이 남긴 무거운 질문

    법원이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의료파업이라는 비상 상황이 있었다 해도, 병원이 환자 보호 의무까지 내려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MBC 보도에 따르면 2020년 8월 7일 강원대학교병원에서 담낭암 수술이 예정돼 있던 70대 환자는 전공의 집단휴진으로 수술이 3일 연기됐고, 이후 극심한 복통과 상태 악화를 겪은 끝에 심정지에 빠져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가 8개월 뒤 사망했다.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92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파업 그 자체보다, 파업 상황에

  • [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유가·물가·환율 동시에 흔들린 일주일…지표가 던진 경고를 읽어야 한다

    지난 한 주 한국 경제는 겉으로는 버텼지만, 내부에서는 분명한 신호가 쌓인 시간이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채소 가격이 13.5% 급락하고 농산물 가격이 5.6% 하락하면서 물가를 눌렀고,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책 대응도 단기적으로 효과를 냈다. 숫자만 보면 ‘안정’이라는 표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한 주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었다. 물가를 끌어올린 중심에는 이미 유가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76.5달러에서 128.5달러

  • [기원상컬럼] 트럼프가 흔든 한 주…전쟁보다 더 컸던 불확실성

    이번 한 주 세계 경제를 흔든 것은 전쟁이었을까. 표면적으로 보면 그렇다. 중동에서 전쟁이 진행중이고, 유가는 급등했으며, 주식은 요동쳤다. 그러나 한 걸음만 더 들어가 보면 다른 장면이 보인다. 시장을 더 크게 흔든 것은 총성이 아니라 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그의 발언은 이번 주 내내 시장 위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강경 대응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면 유가는 뛰었고,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메시지가 나오면 시장은 잠시 숨을 골랐다. 에너지 압박을 언급하면 가격은 다시 들썩였고, 안정 메시지가

  • [인문자의 영화 이야기 | 인간·문화·자연] 김우창 고대 영문과 명예교수의 삶과 사상을 조망한 영화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

    한 시대의 지성은 책 속에만 남지 않는다. 그가 살아온 집의 공기 속에 남고, 오래 붙들어 온 문장의 호흡 속에 남으며, 그를 바라본 제자와 후학의 기억 속에도 남는다. 한국 인문학계의 원로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삶과 사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가 제4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는 소식은, 단순한 영화제 진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올해 이 부문에 오른 한국 작품은 이 영화가 유일하며, 한국의 한 인문학자를 정면으로 다룬 다큐멘터리가 국

  • [인문자의 음악이야기 | 인간·문화·자연] 피아노를 사랑한 홍보계 전설의 집, 그 울림 속에서 태어난 플루티스트

    한 인간의 예술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그것은 재능 이전에 환경이고, 노력 이전에 사랑이며, 기술 이전에 삶의 온기다. 최근 데뷔 앨범을 발표한 플루티스트 한지희의 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단순한 연주의 성취를 넘어, 한 가족이 쌓아 올린 시간과 정성의 결실을 함께 듣게 된다. 그 시작에는 한 사람의 아버지가 있었다. 고(故) 한상범 전 대한항공 부사장. 그는 한국 홍보계에서 ‘달인’이라 불릴 만큼 탁월한 감각과 인간적 신뢰를 겸비한 인물이었다. 기업의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 [진정자의 이란전쟁 이야기 | 진리·정의·자유] 이란전쟁, 5000년 역사의 허와 실

    이란을 이해하려면 먼저 한 가지 선입견부터 버려야 한다. 이란은 스스로를 단순한 중동의 한 국가로 보지 않는다. 그들의 집단 기억 저변에는 “우리는 한때 세계를 잇는 길의 주인이었고, 다시 질서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제국 의식이 놓여 있다. 페르시아는 오랫동안 동양과 서양, 중국과 인도, 메소포타미아와 지중해 세계가 만나는 거대한 교차로였다. 이란 고원은 우연한 변방이 아니라 반드시 지나야 하는 문명의 문턱이었다. 그래서 이란의 국가 전략에는 영토의 단순한 확장보다 통로의 장악이라는 성격이 짙게

  • [인문자의 책 이야기 |인간·문화·자연] '한동훈 이야기'...배신자라는 이름의 십자가—권력과 인간 사이, 갈등의 드라마를 걷다

    정치는 언제나 드라마다. 그러나 그 드라마는 허구가 아니라 현실의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선택과 충돌의 연속이다. 김경진 전 국회의원이 그려낸 한동훈의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검사로서의 원칙, 정치인으로서의 선택, 그리고 권력과의 긴장 속에서 형성된 한 인간의 궤적은 단순한 인물 서술을 넘어 하나의 드라마로 확장된다. 이 책은 그 서사를 ‘배신’이라는 가장 날카로운 언어로 관통한다. 책의 전반부가 검사로서의 한동훈을 다룬다면, 중반 이후는 정치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관계와 갈등의

  • [오비추어리] 전력으로 국가를 세우고, 원자력으로 미래를 연 '이종훈의 시대' 막을 내리다

    이종훈(李宗勳)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4월 3일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부에서 전력과 원자력이라는 국가 기간산업을 일으켜 세운 1세대 기술 관료이자, 한국 엔지니어링 정신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그의 삶은 곧 전력망의 확장과 원자력 기술의 도입, 그리고 국가 산업 기반의 구축이라는 현대 한국사의 압축된 서사였다. 고인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안동농림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해군사관학교 교관으로 봉직하며 젊은 시절부터 국가와 기술을 함께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