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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칼럼] 정교분리, 결단의 시간
우리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고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적시하고 있다(20조). 이러한 ‘정교분리 원칙’은 1948년 ‘제정 헌법’ 때부터 천명한 것이며 당시에도 이에 대한 별다른 반론이 없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80여 년 동안 헌법 20조를 둘러싼 정치적 또는 사회적 논란은 거의 없었다. 우리 국민은 지금도 정교분리 원칙을 너무나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분명 복 받은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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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편리한 새벽배송 서비스, 이대로는 안된다
최근 '새벽배송·로켓배송·총알배송'으로 대표되는 초고속 배송 서비스는 대한민국 유통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소비자들은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문 앞에서 신선식품을 받는 편리함을 누린다. 그러나 화려한 편의 뒤에는 심야 시간에 극한 노동을 견뎌야 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현실이 숨겨져 있다. 새벽배송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심야에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분류하고 검수하고 포장해야 한다. 택배기사들은 대부분 국민이 잠든 시간에 새벽배송 차량을 몰아 위험천만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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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내란 재판 앞에서 회피와 침묵은 권리가 아니다
국가 권력이 무력을 동원해 헌정 질서를 전복하려 했다는 수사 결과가 공식 발표됐다. 180일간 활동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12·3 비상계엄 수사 결과는 이 사안이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이는 정권의 성격이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민주공화국의 존립 자체를 묻는 문제다. 특검이 밝힌 수사의 핵심은 명확하다. 비상계엄은 돌발적 판단이 아니라 장기간 준비된 계획이었고, 목적은 위기 관리가 아니라 권력의 독점과 유지였다. 군을 동원해 국회를 무력화하고, 사법·입법 권한을 장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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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책임은 선택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의 기본 원칙
쿠팡 창업자이자 모회사 쿠팡Inc 이사회 의장인 김범석 의장이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했다. 김 의장은 국회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서 자신을 “전 세계 170여 개 국가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의 CEO”로 규정하며, “공식 비즈니스 일정으로 인해 청문회 출석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박대준·강한승 전 대표 등 핵심 경영진 역시 사임, 해외 체류, 인지 부족 등을 이유로 줄줄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청문회의 취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기본 원칙 앞에서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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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칼럼] AI·로봇 시대, 소유자사회 구상
지난 4일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인베스트 아메리카 프로그램' 가동의 마중물이 될 민간 자본 참여를 보도했다. 델 테크놀로지스의 창업자 마이클 델 부부가 62억 5000만 달러를 트럼프 계좌(Trump Accounts) 활성화를 위해 기부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트럼프 계좌는 금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대규모 세제·지출 법안인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의 중 하나인 본 프로그램은 2025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 사이에 출생하는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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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현실을 이해할 때 비로소 실현되는 AI 에이전트의 가치
AI 에이전트를 둘러싼 과대광고가 쏟아지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기업 운영 및 경쟁 방식을 혁신하는 차세대 솔루션으로 부상했음을 알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스크립트 기반 자동화 봇과 가상 비서의 역량을 넘어 리소스 효율성 향상, 복잡한 작업 자동화, 새로운 비즈니스 혁신 도입을 주도한다. 이에 많은 기업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있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53%가 AI 에이전트 탐색 단계, 25%가 시범 운영 단계, 6%가 실운영 단계에 있으며, 40%는 향후 6개월 내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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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 칼럼] 황경노회장이 남긴 유산—한국 철강, 다시 기업가정신을 불러야 한다
포항제철 창립 멤버였던 황경노 전 포스코 회장의 별세는 한 인물의 퇴장을 넘어 한국 철강산업의 출발점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산업은 사람보다 오래 남지만, 산업을 지탱하는 기준과 태도는 결국 사람을 통해 전해진다. 박태준의 결단과 황경노의 규율이 이어져 포스코가 만들어졌듯, 오늘의 위기 역시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요구하고 있다. 박태준의 기업가정신은 ‘결단’의 언어였다. 자본도 기술도 없던 시절, 그는 철강을 하나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기반으로 정의했다.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선택 앞에서 그는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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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남미의 전투기 시장, 한국은 왜 테이블에 없었나
콜롬비아가 전투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이후 예상치 못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노후 전력 교체라는 군사적 판단을 넘어, 계약의 내용과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전투기 도입 자체가 국가적 쟁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는 최근 스웨덴 Saab의 JAS-39 그리펜 전투기 17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31억 유로, 미화 약 36억 달러 수준). 오랜 기간 운용해 온 Kfir 전력을 대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지 주요 언론과 국내외 국방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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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 칼럼] 김승연 회장이 보여준 K-방산 기업가정신
아주경제가 지난달 개최한 ‘2025 국방방산포럼’은 성과를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의 자리였다. K-방산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수출 계약 규모나 개별 무기 성능을 넘어, 한국 방산이 어떤 산업 단계에 진입했는지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필자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성과보다 방향으로 향했다. ‘K-방산을 여기까지 끌고 온 힘은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이다. 정부와 연구기관, 현장의 기술자와 실무자, 군과 외교 라인의 노력이 쌓인 결과임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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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 칼럼] 미래를 읽는 손정의, 미래를 만드는 이재용
지난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인간 지능의 1만 배에 달하는 초인공지능(ASI) 시대가 눈앞”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같은 화두를 던져왔다. “AI는 산업이 아니라 문명 전환”이라는 메시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미래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의 것”이라며 초격차 기술 인프라 구축의 필수성을 강조해 왔다. 기술문명의 방향이 바뀌고 있는 지금, 두 경제계 거물의 발언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한국에 던지는 전략적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