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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칼럼] 대미 통상협상은 한일전이 아니다
미국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8월 1일까지 사흘 남았다. 한·미 양국은 마지막 날까지 협상을 계속한다고 한다. 일본은 일주일 전 협상을 마무리했다. 철강 관세율은 50%로 유지하되 자동차와 다른 품목들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조정하는 것이 골자이다. 우리의 처지가 묘해졌다.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바람에 졸지에 미·일 협상 결과와 비교되는 상대평가가 되었다. 수출 경쟁자이면서 역사적인 갈등 등 불편한 한·일 관계를 잘 알고 있는 미국은 한국을 압박하는 카드를 하나 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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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시시포스의 바위를 함께 드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가능하다는 희망은 또다시 굴러떨어질지도 모른다." 거대한 바위를 어깨에 지고 산을 오르지만 늘 정상 직전에서 바위는 굴러떨어진다. 바위를 밀던 이는 고개를 숙인 채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가고 묵묵히 또 밀어 올린다. 이 과정은 무한정 반복된다.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의 형벌'로 알려진 이야기다. 문제는 이 비극적인 반복이 신화 속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금리 대출을 향한 희망을 품고 제도권 금융의 문을 두드리는 수많은 중저신용자 역시 오늘날의 시시포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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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칼럼] AI 시대의 인간의 재조명
AI는 빠른 변화를 더욱 휘몰아치고 있다. AI는 지식 노동의 경계를 허물고, 정보를 축적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그 속에서 묻게 된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인간은 이렇게 빠른 문명의 변화 속에서 어떤 존재로 남을 수 있을까. AI의 발전으로 경제·산업 활동에서의 생산성은 대폭 향상되고 있다. 콘텐츠 제작, 번역, 회계, 고객상담 등 많은 영역에서 이미 인간을 대체하거나 보조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득이 증가하고 효율성이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AI의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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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칼럼] 확전과 휴전의 기로에 선 미중 관세전쟁
협상의 달인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협상에서 수세에 몰렸다. 취임 후 지난 4월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관세를 전격적으로 인상하여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주가 하락, 국채 이자율 상승, 달러화 가치 하락 등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하였다. 이 조치 이후 ‘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 TACO)’는 조롱이 등장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상된 체면을 만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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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칼럼] 인도-영국 FTA가 제시하는 새 시대
인도의 국제 무역 접근 방식은 심오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더 큰 개방성과 글로벌 경제로의 심층적 통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전환은 최근 영국과 체결한 획기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가장 잘 나타난다. 단순히 또 다른 양자 협정을 넘어, 인도-영국 FTA는 인도의 성숙해가는 무역 전략의 강력한 지표로서, 오랫동안 유지해온 보호주의적 경향에서 벗어나 보다 글로벌 지향적인 경제 프레임워크를 수용하겠다는 신호를 보낸다. 수십 년 동안 인도의 무역 정책은 종종 조심스러운 태도를 특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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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대한민국호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지지부진하고 국내 경제 정책의 방향이 상충되는 점이 있어 혼란스럽다. 대한민국호의 키를 잡은 새로운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주 52시간제를 유지하며 AI 산업을 발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실패 정책을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확한 내용을 모르면서 설치는 정치가는 국가와 국민에 피해를 끼친다. 문 정부에서는 환경을 보전한다고 탈원전을 추구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고 무거운 세금을 매기고, 성장을 이루기 위해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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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칼럼] 李정부 국정목표 '일자리 중심'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과 더불어 이루어진 작지만 임팩트 있는 변화가 ‘민생’ 개념의 명예회복이다. 지금까지 민생을 챙기지 않은 정부가 없었고 민생의 이름으로 정부를 비판하지 않은 야당도 없었지만 이들 ‘민생(民生)’에서는 정작 사람으로서 ‘백성’은 들어있지 않았다. 살아 숨 쉬는 사람에게 그나마 가장 가까운 범주가 소상공인, 자영업자였다. 그동안 경기침체 국면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민생대책이 이들 생산자, 사업자를 위한 ‘지원’이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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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칼럼] 출구 전략 못 찾는 미궁 속의 한국 경제
새 정부가 들어선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탄핵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정권 교체가 되었고, 아직도 정부가 제대로 자리를 못 잡는 상태다.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상황은 이러한 현상과 아랑곳없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순진한 국민은 그래도 이 정권이 잘해 줄 것이라고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 당면하고 있는 위협이 만만하지 않고 당장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면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저력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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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칼럼] 표준, 규제가 아닌 미래를 위한 약속
글로벌 통상 질서가 격변하고 있다. 한때는 예외적 조치처럼 보였던 미국의 관세 정책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무역마찰을 넘어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구조적 변화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럽산 제품에 대해 30% 전면 관세 부과를 언급하며 보호무역주의 회귀를 시사했고, 유럽연합(EU)은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예고하며 글로벌 통상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앞두고 협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산업&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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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순 칼럼] 약한 고리 파고드는 中 '조용한 침공'
필자가 주호주 대사로 재직할 때인 2019년 초에 필자는 당시 호주 언론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던 책 ‘조용한 침공’의 저자인 클라이브 해밀턴에게 만나고자 연락을 취했다. 대사관을 직접 방문한 그에게 집무실에서 책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한참 책 설명을 하고 난 뒤 그는 헤어지기 전에 필자에게 “중국은 한국과 호주를 미국 동맹 중 약한 고리로 보고 있으며 호주에 이 정도 공작을 하면 한국에는 더 심한 공작을 할 것인데 한국은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라고 물었다. 나는 당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