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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8 THR
브랜드칼럼
전병서 소장
전병서 소장 bsj7000@hanmail.net
  • -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
    -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2010년 한화상해투자자문 자문위원
  • [전병서 칼럼] 0%대 성장 늪에 빠진 한국, 中 'AI+' 전략 배워라

    0%대 성장의 덫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중상주의 시대 상품교역에 쓰였던 유물이다. 그래서 세계화와 AI시대의 '관세 전쟁'은 단순한 희극이 아닌 비극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18세기 중상주의 시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관세를 무기로 동맹국에게만 투자를 강요하고, 자산 약탈에 나서는 야만적인 행위다. '미국 우선주의'의 기치 아래, 트럼프는 우방에게는 호랑이처럼 대하고,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 앞에서는 고양이처럼 꼬리를 내린다.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푸틴에게 주도권을 넘기고, 중국에는 희토류와 펜타닐 문제에 발목 잡혀 관세 협상에서 질질 끌려 다니는 모양새다. 이런 냉혹한 국제 정글에서 약소국인 한국이 살아남을 길은 냉철한 현실 인식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트럼프의 관세 협박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겠다는 호랑이의 위협과 같다. 문제는 떡을 줘도 호랑이의 요구가 끝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15%로 관세율을 낮추는 데 합의했을지라도, 만약 트럼프가 요구하는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의 대미 상품 수입이 그대로 이행된다면, 한국은 20년간 쌓은 무역 흑자, 외환보유고를 모두 털어 넣고도 모자랄 수 있다. 지난 20년간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벌어들인 무역 흑자 누계는 약 4744억 달러이고,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약 4046억 달러 수준이다. 값비싼 인건비와 부족한 노동력, 이민을 막는 정책 속에서 '메이드 인 USA'의 부활은 허상에 불과하고 전통제조업을 다시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공장은 시장 가까이에 짓는 것이지, 보조금과 협박으로 짓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현재 한국은 0%대 성장률에 갇혀 있다.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하락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5%의 관세율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11% 선)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단순히 비용 절감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한국 정치와 경제는 여전히 과거의 논리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외교 문제가 터지면 대기업을 '들러리' 세워 생색내기에 그치고, 기업이 스스로 국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다크 팩토리와 007 시스템 우리가 0%대 성장의 늪에 빠져 있을 때, 세계 경제의 거대한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AI를 '딥시크'로 뒤통수 친 중국은 이제 'AI+'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로봇과 AI를 산업과 접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이미 로봇이 춤을 추는 수준을 넘어 양로원, 식당, 약국, 공장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샤오미와 라온반전기 등은 다크 팩토리(Dark Factory), '불 꺼진 공장'을 현실화하며, 인간의 노동이 필요 없는 '007 시스템'(7일 24시간 운영)을 가동하고 있다. 30%의 관세 부과에도 흔들리지 않는 중국의 비밀 병기는 바로 이 'AI+' 전략에 있다. 사람에 의존하는 제조업 시대의 노동 논리에 갇힌 한국과 달리, 중국은 로봇과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와 학교, 금융기관이 한마음으로 기업의 혁신을 지원한다. 중국에서는 시장과 함께 변화하는 혁신, 정보에서 실험으로, 그리고 산업의 경험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실험이나 실수가 아닌, 실력으로 증명되고 있다. 우리가 '주 4.5일 근무'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사이, 중국의 다크 팩토리는 24시간 불철주야로 가동되고 있다. '대륙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면 중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일만 남는다. 한국 '그로스업(Growth up)'의 전략으로 가는 길은? 정치와 국가 운영의 성적은 여론조사가 아닌 '돈'이 말해준다. 0%대 성장률, 기업 이익률 하락, 중국에 추월당하는 기술력은 돈이 한국을 떠나게 하는 명확한 신호다. '밸류업'이나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 한국 경제가 살 길은 바로 '그로스업(Growth up)', 즉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데 있다.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0%대 성장률로는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 없다. 이제 한국은 획기적인 변혁과 혁신 없이는 0% 성장, 15% 관세, 4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라는 허들을 넘을 수 없다. 새로운 정부와 조직이 들어섰지만, 0% 성장을 초래한 기존의 정치와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AI 시대, 한국의 산업 정책은 중국의 'AI+'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돈 먹는 하마를 돈 버는 하마로 만드는 것은 단순한 AI가 아니라 산업과 연결된 AI, 즉'AI+'다. AI 기술을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소버린 AI', 'AI 100조 투자'와 같은 정책은 장밋빛 그림으로 끝날 수도 있다. 혼종(하이브리드)과 융합이 살길이다. 산업과 연결된 AI가 진정한 AI다. 트럼프의 15% 관세 공격도 “AI+”앞에서 무력해질 수 있다 한국은 0%대 성장을 초래한 기존 시스템을 해체하고, AI를 국가 성장의 핵심 엔진으로 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과거 경제개발 시대의 '경제기획원'처럼, AI 기술을 활용해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AI 특임장관'직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이 장관은 기존 부처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AI를 산업, 통상, 외교, 교육 등 국가 정책 전반에 적용하는 총괄적인 권한을 가져야 한다. 또한, '전 국민 AI러닝 로드맵'을 구축하여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대학 교육에 AI 과목을 추가하는 것을 넘어, 초등학교부터 성인 재교육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이 AI의 기본 원리와 활용법을 익히도록 하는 범국가적 프로젝트다. 국민 모두가 AI를 도구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 산업 실험 특구'를 지정하여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기존의 복잡한 규제에 갇힌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다크 팩토리처럼 혁신적인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특정 지역에서는 로봇과 AI가 자유롭게 산업 현장에 투입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결국 성공은 실행으로 완성된다. 조직이 바뀌어야 전략이 산다. 우리는 과거의 논리에 갇혀 중국의 무서운 변화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로봇이 일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의 경쟁자, 중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산업과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만 미-중 경제 전쟁과 관세폭탄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겸임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전병서 칼럼]  0%대 성장 늪에 빠진 한국, 中 AI+ 전략 배워라
  • [전병서 칼럼] 성장률 0% 시대…AI는 기술이 아닌 전술이다

    AI에 집중되고 있는 자본 바다가 잠잠하면 큰 고기가 없듯, 평온한 시기에는 거대한 부(富)의 이동이 드물다. 그러나 태풍이 불어 바다 밑바닥까지 뒤집어지는 대변혁이 일어나면, 심해에 숨어 있던 큰 고기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듯 막대한 부가 창출된다. 역사적으로 거대한 부는 항상 노동, 토지, 자본이라는 생산의 3요소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때마다 모습을 드러냈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블루칼라 노동자의 육체노동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영국의 생산력을 폭발적으로 증대시켰고, 영국을 세계의 부국으로 만들었다. 이는 노동이라는 생산요소의 본질적 변화가 가져온 결과였다. 20세기 말, 인터넷의 등장은 사이버 공간을 통해 지리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며 새로운 부의 파도를 일으켰다. 물리적 토지의 제약을 넘어선 가상공간이라는 새로운 '토지'가 등장하며 아마존,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탄생했고, 이는 엄청난 대박을 터뜨렸다. 그리고 자본의 변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거 조개껍데기, 황금에서 종이지폐로 이어진 자본은 이제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암호화된 디지털 화폐로 대체될 가능성을 보이며 그 가치를 폭등시켰다. 이는 자본의 형태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는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정신노동을 대체하는 AI 혁명이 등장하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창의적이고 분석적인 사고가 필요한 영역까지 AI가 침투하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거대한 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AI는 생산력과 불평등의 축이 될 수도 있고, 인간을 모든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천국이 될 수도 있다. 이 기로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는 돈에게 물어보면 가장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자본의 흐름은 명확하게 AI 분야로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잘나가는 소위 '매그니피센트 7(M7)' 기업들은 모두 AI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그들의 주가 상승은 AI 기술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기대를 반영한다. 미·중 AI 전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은 인류 미래를 좌우할 중대 사안이다. 미국은 막대한 자본으로 최고 성능 AI 칩을 확보, 고성능 AI 개발에 올인한다. AI 시대가 '승자 독식'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빅테크 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매년 5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붓는다. 반면, 고성능 AI 칩 확보가 어려운 중국은 '이 없으면 잇몸' 전략을 구사한다. 알고리즘 고도화로 고효율 AI 개발에 주력한다. 고성능 GPU나 반도체 노광 장비 EUV 개발에 도전하는 나라는 사실상 전무하지만, 중국은 '10년에 칼 한 자루 간다'는 심정으로 GPU와 EUV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자력갱생 의지를 불태우는 격이다. 미국의 강점은 초격차 기술, AI 반도체 독점, 민간 주도 개방 생태계에 있다. 반면 중국의 강점은 국가 주도 초대형 투자, 초거대 데이터와 신속한 상용화, 그리고 산업 전방위 적용 속도다. 결론적으로, 미·중 AI 전쟁에서 '완승은 없다'는 것이 현실에 가깝다. 단기(2025~2027)에는 미국이 반도체·기초 모델에서 절대 우위를 점할 것이다. 하지만 중기(2027~2030)에는 중국이 자국 칩 개발과 대규모 응용 분야에서 격차를 대폭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2030 이후)에는 미국이 기초 연구, 국방 AI, 글로벌 표준 분야를, 중국은 스마트시티, 제조, 신흥국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며 특화 영역에서 공존과 균형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미·중 경쟁의 새로운 전장: 다시 제조업 증기기관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을 일으켰지만, 미국은 이를 자동차 엔진으로 발전시켜 자동차 혁명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AI는 미국에서 탄생했지만, 진정한 대박은 AI 칩이나 AI 모델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AI가 다양한 산업과 연계될 때 비로소 발생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에 18세기 중상주의 시대에나 쓰이던 관세 전쟁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이 AI+ 시대의 최대 공헌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가 트럼프 행정부의 25~50%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뛰어넘으려면 신기술 도입 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다. 전 세계는 트럼프의 고관세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AI 도입에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러한 전 세계적인 몰입과 집중이 AI+와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AI시대에 미·중 간의 경쟁은 다시 제조업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다. 미국의 엔비디아 젠슨 황 CEO는 AI 칩 판매를 위한 비전으로 피지컬 AI(Physical AI)를 강조한다. 이는 AI가 실제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작동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정보화 시대에 모든 제조업에 인터넷을 접속하는 '인터넷+' 정책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룬 중국은, 2025년부터 모든 산업에 AI를 접속하는 'AI+' 전략에 올인하는 형국이다. 서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체화 지능(Embodied AI, 具身智能)을 중심으로 산업 전략을 짜고 있다. 중국은 인터넷+ 전략으로 트럼프 1기 정부의 25% 관세를 뛰어넘었지만, 30% 추가 관세는 AI+ 전략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AI 로봇이 일하는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를 성공적으로 구축한다면,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제조업의 강점은 큰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은 AI 분야에서는 최강이지만, AI를 제조업 환경에 훈련시킬 제조업 기반이 30~40년 전에 이미 해외로 대거 이전되어 약하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은 AI는 미국에 뒤지지만 제조업은 세계 최강이다. 중국은 이 제조업에 AI를 접목해 최강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결국 AI+ 시대에 미·중의 경쟁은 다시 제조업의 패권을 놓고 벌어질 것이다. 성장률 0%대 시대, 한국의 해법은 "AI+ First" 역사적으로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기는 법은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아이디어, 즉 규모가 아닌 전략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핵심이었다.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이순신 장군이 압도적인 일본 수군을, 베트남이 미국을 상대로 승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AI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AI 개발 자체에 매몰되기보다는 AI를 산업과 연계하여 '돈 태우는 기계'에서 '돈 버는 기계'로 전환을 모색하는 시대이다. 한국은 AI 개발이 늦었다고 자조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희망이 있다. 자동차는 미국이 개발했지만 세계 1위는 일본의 도요타고, 세계의 명차는 모두 유럽에 있다. 이는 원천기술의 발상지가 곧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산업에 접목하느냐다. AI 기술 변화의 속도는 너무나 가팔라, 예산 타령, 인력 타령, 제도 타령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현재 한국의 GDP 성장률은 0%대에 머문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가 정치권의 헛발질로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하지만 제2의 한강의 기적은 바로 'AI+'를 통해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외친다면, 한국 정치는 이제 계파들끼리 밥그릇 싸움을 멈추고 'AI+ First'로 나아가야 한다. 다행히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의 강자이다. 이는 한국이 AI+를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초고성능 AI 개발에만 몰두하기보다는, AI를 다양한 산업과 접목하여 최고의 생산성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새 정부 들어 AI를 산업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고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시대 흐름에 맞는 적시타의 정책이다. 그러나 단순히 '소버린 AI(자주적인 AI)'만을 외치는 것은 2% 부족하다. 글로벌 산업경쟁 시대에 걸맞은 'AI+ 전략'에 100조원을 더 투자해도 과하지 않다. 미국의 25% 상호 관세는 협상도 중요하지만, AI+를 통해 생산성을 25% 더 높이면 극복할 수 있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이다. 한국이 'AI+ First' 전략으로 미래를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지, 아니면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뒤처질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우리는 이 거대한 태풍 속에서 '큰 고기'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겸임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전병서 칼럼] 성장률 0% 시대…AI는 기술이 아닌 전술이다
  • [전병서 칼럼] 레드테크(Red Tech) 시대, 한국의 선택은

    중국 기술혁신의 실체, ‘필패(必敗)’가 아닌 ‘필패(必覇)’의 길 그간 서방 세계는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평가절하해왔다. "사회주의 체제는 창의성의 무덤"이라는 서구의 고정관념은 오랜 시간 중국의 혁신 역량을 폄하하는 데 일조했다. 특히 2000년대까지 중국의 기술 진보는 외국 기술의 단순 모방, 복제품 중심의 제조에 머물렀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이러한 인식은 근본적으로 뒤바뀌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드론, 로봇 등에서 글로벌 1위, 세계 10대 전략 기술산업 중 7개 부문에서 최대 생산국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경쟁을 넘어서 기술력, 산업 생태계, 글로벌 표준화, 시장 지배력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중국이 ‘레드 테크(Red Tech)’로 불리는 새로운 과학기술 권역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중심에는 중국 정부의 전략적 집중력과 체계적 산업 육성 정책이 있다. 국가 중장기 과학기술 발전계획(2021~2035 과기강국 전략)에 따라, 연간 GDP의 약 2.5% 이상을 R&D에 투자하며 세계 2위 규모의 연구개발 지출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수백 개의 국가 중점실험실, 중대 과학기술 프로젝트, 수백만 명의 이공계 박사, 유학생 귀국자들이 중국 내 산업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중국은 인구 구조가 고령화로 접어들어 '인구 보너스'는 끝났지만, 연간 1200만 명 이상의 대졸자가 배출되는 '인재 보너스'는 여전히 유효하다. 고급 인재의 질적 향상과 산업계 흡수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중국제조 2025’와 ‘쌍순환(雙循環) 전략’은 내수시장을 축으로 한 독자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중국이 ‘필패(必敗)’가 아니라 ‘필패(必覇)’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은, 미국의 강도 높은 견제가 이를 뒷받침한다. 화웨이, SMIC, DJI, 틱톡 등 중국의 주요 기술기업들이 미국의 수출통제와 제재 리스트에 오르면서 오히려 기술 자립과 국산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AI, 바이오, 양자기술 등 전략분야에서는 ‘자립자강’이 강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단순한 대체 기술이 아닌 독자적 솔루션 창출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을 피크로 본 오판과 한국의 대응 전략 한국은 한동안 중국을 기술 후진국 또는 베끼기의 나라로 규정하며 전략적으로 과소평가해왔다. 특히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중국 경제를 피크아웃(Peak-out)한 국가로 간주하며, 중국과의 기술 경쟁을 일시적 위협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중국은 4차 산업혁명의 종합 실험장으로 변모했다. AI의 사회적 응용 수준, 핀테크 확산, 무현금 결제, 스마트 도시 인프라, 산업용 로봇 활용 등은 이미 한국보다 앞서 있다. 중국 기업은 국내 시장을 디지털 전환의 테스트베드로 삼아 빠르게 제품을 상용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피크론'이나 '붕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과학기술 혁신 동력을 가진 '불을 뿜는 용'이다. 한국은 중국의 변화를 정확히 인지하고, 과거의 시각에서 벗어나 냉철하고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은 자국 중심의 R&D 생태계 'In China, For China' 전략을 통해 외자기업에도 현지화된 연구개발, 마케팅, 유통망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기업도 단순한 생산기지 차원이 아닌, R&D부터 마케팅, 유통까지 완전한 ‘중국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알리바바, 징둥, 틱톡 등의 로컬 플랫폼과의 협력 강화, 현지 콘텐츠 기반 마케팅, 사용자 피드백 기반 제품 개선 프로세스를 내재화해야 한다. 한국 기업이 과거에 중국에 중간재를, 미국에는 완제품을 공급하던 시대도 끝나고 있다. 미국의 'Made in USA'와 중국의 '소비 중심 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이제는 미국에는 중간재·부품 기반 공급망 전략을 강화하고, 중국에는 소비재 및 융합형 스마트 제품 공급을 확대하는 공급망 재설계가 시급하다. 또한 중국의 고급 소비층은 품질과 브랜드를 동시에 중시하며, 중국은 한국의 뷰티, 건강가전, 스마트 가전 등에서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시장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는 중국 시장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효과적인 대중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기술패권의 '기회의 창'을 놓치지 말아야 중국은 현재 ‘AI+제조’ 모델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 AI, 클라우드, 빅데이터를 적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혁신은 기존의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이 결합된 형태로 진화 중이다. 이는 한국 기업에게 위협이자 기회가 된다. 한국은 반도체, 정밀기계, 바이오, 메디칼 등의 분야에서 중국보다 높은 고부가가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경쟁을 줄이고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창구다. 예를 들어 AI 반도체 설계, 차세대 배터리 소재, 의료기기 등 분야는 상호 보완적 관계로 접근 가능하다. 또한 양국은 ‘기술 디커플링’을 피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도 공동 연구센터 설립, 국제공동특허, 글로벌 학회 및 표준화 협력 등을 통해 제한적 협력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한·중 간 인재 교류, 청년 스타트업 지원, 창업 인큐베이팅 플랫폼 공유 등은 장기적인 기술 우호관계 형성에 도움이 된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중국을 단순한 경쟁국 또는 위험국가로만 인식하기보다는, 전략적 협력 대상이자 기술 동반자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견제와 포용, 경쟁과 협력이라는 이중 전략이야말로 미래 한·중 기술관계의 핵심이다. 중국은 더 이상 기술 모방국이 아니라 주도국이다. 산업정책, 디지털 인프라, 고급 인재, 그리고 방대한 내수시장이라는 4대 요소를 바탕으로 “레드테크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혁신 시스템은 서구식 자유시장 모델과는 다른 방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전략적 공급망 재편, 기술 파트너십 재설계, 중국 시장 맞춤형 제품 및 전략 개발 등 전방위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동시에 미국 중심의 기술 동맹과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기술 생태계에서 지속 가능한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과거 한국이 일본을 추격하던 시절의 교훈처럼, 중국 역시 이제 ‘도전자가 아닌 경쟁자’이며, 때로는 협력자로 변모할 수 있다. 한국은 냉정하고 현실적인 전략으로 중국 기술혁신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속에서 “기회의 창”을 열어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겸임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전병서 칼럼] 레드테크(Red Tech) 시대, 한국의 선택은
  • [전병서 칼럼] 미중 무역전쟁 속 한국의 생존전략

    무역은 평화를 만들기도, 전쟁을 부르기도 한다. 19세기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는 “상품이 국경을 넘지 못하면, 군대가 국경을 넘는다”고 말했다. 이 말은 단지 수사학이 아닌, 오늘날 국제질서의 실상을 예언한 통찰이다.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은 2025년 들어 단순한 관세 갈등을 넘어 기술·안보·외교를 포괄하는 총체적 충돌로 비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세계 공급망을 흔들었고, 이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분열을 가속시켰다. 한국처럼 수출 중심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는 이 혼돈의 시대에 방향을 잃지 않고 대응 전략을 제대로 세워야 할 시점이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세계 공급망의 붕괴를 촉진하고 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 3600억 달러어치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명분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무역 불균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미국 내 중간재 및 소비재 가격의 상승과 제조업체의 혼란만 초래했다. 애플, 테슬라, GM 등 미국 기업들은 생산 비용 증가로 인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반도체부터 완성차까지 글로벌 공급망이 요동쳤다.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차 역시 중국 내 생산기지 재조정과 수출 경로 변경에 직면해야 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에서 동남아로의 생산 이전이 가속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의 복잡성과 불안정성이 확대됐다. 냉전 말기 미국과 중국의 수교 및 교역 확대는 안보 긴장을 완화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무역전쟁은 반대로 군사적 충돌의 전조가 되고 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 긴장, 홍해에서 무장세력의 선박 공격, 이란과 이스라엘 간 충돌은 모두 자원, 항로, 반도체 등 지경학적 요소와 깊게 얽혀 있다. 특히 첨단AI 반도체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대만에 대한 미·중의 전략적 경쟁은 단순한 경제 이슈가 아니라 전쟁 가능성마저 동반하는 핵심 충돌 지점이다. 지금 무역이 외교의 수단에서 ‘무기화’되면서, 세계는 점차 리스크가 커져 가고 있다. 중국의 부상, 미국의 헛발질이 만든 결과 중국 경제의 부상은 단순한 내부 역량의 결과만은 아니다. 2001년 WTO 가입을 주선한 미국의 '포용정책'이 오히려 중국의 제조업 성장과 기술력 축적을 도운 측면이 크다. 특히 애플, 인텔, 퀄컴 등 미국 기업들이 중국 내 생산을 확대하며 수십년간 기술을 이전했고, 이는 '중국제조 2025'의 기반이 되었다. 미국의 무역전쟁은 이런 구조적 실수를 인정하기보다는 즉흥적 대응에 그쳤고, 결과적으로 중국의 기술자립 의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견제가 중국을 ‘전략적 자립’으로 몰아넣은 셈이다. 부동산회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국가를 운영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국가 전략이 아닌 국익과 사익이 혼재하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있다.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중동 부동산 프로젝트와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를 유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에서 4억 달러짜리 초호화 비즈니스 제트기 등을 제공받은 바 있다. 그 외에도 트럼프 일가는 가상화폐 발행, NFT 플랫폼 구축 등 사적 이익 사업이 외교정책과 결합되며 국가정책의 정당성과 투명성이 의심받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 시대에는 미국의 무역전쟁마저도 ‘트럼프 대통령 가족 사업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 미·중의 갈등은 단순한 무역 전쟁을 넘어 기술패권 경쟁으로 확장되었다. 2022년 미국은 반도체 기술 수출을 전면 제한하며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자립을 저지하려 했고, 이에 대응해 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와 희토류 수출 통제를 무기화 했다. 현재는 AI, 클라우드, 6G, 우주인터넷 등 전략기술 전 영역에서 미·중의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스타링크, 뉴럴링크 등을 통해 민간기술이 안보정책과 연계된 ‘테크폴라리즘(Tech-Polarism)’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샤오미, 화웨이, 텐센트와 같은 민간 기술기업을 통해 디지털 전체주의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AI는 미국에서 ‘혁신과 효율’의 도구로, 중국에선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래서 지금 디지털기술은 민주주의를 강화하기도 하고, 통제를 정교화하기도 한다. 무역강국 한국의 전략 – 기술, 외교, 가치의 3축 글로벌 공급망은 더 이상 효율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안전성과 신뢰, 가치 공유가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친환경소재 등에서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미국·일본·EU 등과의 전략적 공급망 동맹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한·미 반도체 파트너십, 한·일 배터리 소재 협력, 인도-베트남과의 신흥시장 연계는 한국의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 또한 반도체 클러스터, K-배터리 얼라이언스, AI반도체 R&D 투자 확대 등 국가 차원의 기술축적 전략이 절실하다 미·중의 기술 갈등의 본질은 디지털 양극화다. 미국은 기술과 데이터 권력을 중심으로 ‘자유진영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반면, 중국은 '디지털 일대일로'를 통해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 감시기술과 디지털 플랫폼을 수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디지털 권위주의’와 ‘디지털 민주주의’라는 두 질서가 충돌하고 있다. 이는 단지 기술 전쟁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규범 경쟁이기도 하다. 한국은 이 두 진영 사이에서 윤리적 기준과 기술 선진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GDP 대비 무역비중이 70%에 달하는 세계 주요국 중 무역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관세전쟁은 디지털 양극화 시대의 전조이고 무역에서 기술전쟁으로, 디지털 냉전의 도래다. 한국은 공급망 혼란, 기술 블록화, 지경학적 리스크가 가중되는 가운데, 새로운 생존 전략이 절실하다. 그래서 6월 출범하는 신정부는 다음의 세가지 전략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전략기술 집중 투자다. 반도체, AI, 배터리, 우주항공, 양자기술 등 5대 미래기술에 대해 국가 차원의 R&D 자금을 집중 배분해야 한다. 둘째 미국의 관세전쟁이 유발한 세계 공급망 교란은 기술혁신과 동맹국 협력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공급망 다변화 및 기술동맹 강화가 필요하다. 미·일·EU와의 첨단기술 동맹 강화, 인도·아세안과의 ‘우회 생산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공급망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지경학적 위기 대응체계 확립이다. 이젠 지경학적 위기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트럼프 시대 외교는 이제 통상과 경제와 분리할 수 없다. 경제·안보·기술 통합 대응을 위한 컨트롤 타워인 국가 지경학전략본부 설립도 필요해 보인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전병서 칼럼] 미중 무역전쟁 속 한국의 생존전략
  • [전병서칼럼] 신뢰가 무너지면 미국도 흔들린다

    트럼프와 그의 스태프들만 모른다 전 세계가 미국의 적(敵)이 되는 것보다 미국의 동맹이 되는 것이 더 위험해지는 시대가 왔다. 동맹을 봉(鳳)으로 보고 중국 잡는 도구로 쓴다. 미국이 중국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미국의 동맹들을 때렸다. 미국과의 상호관세도 만만한 미국의 전통우방부터 먼저 협상을 시작했다. 미국이 변했다. 정확히는 미국의 대통령 한 사람이 변하면서 전 세계가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미국의 새 대통령과 정부가 보여주는 대세계관이 괴상하다. 세계 최강대국을 약소국과 후진국들이 등쳐 먹었고 그 결과 미국의 무역적자가 나고 높은 실업률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40~50년에 집 나간 미국의 제조업을 다시 불러들이겠다고 전 세계에 고율관세 폭탄을 퍼붓고 있다. 세계가 미국을 등쳐 먹고 있는 것인지 미국이 세계를 등치고 있는가는 FRB사이트에 나와있다. 세상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돈 찍어서 돈 먹는 사업”이다 미국의 최강무기는 핵무기도 B1폭격기도 아니다. 바로 FRB지하실에서 무한대로 찍어내는 달러 프린터다.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찍는 데 들어가는 원가는 9.4센트다. 100달러짜리 종이돈 한 장의 마진이 99.9%다. 세상 천지에 어떤 비즈니스도 이보다 높은 마진은 없다. 그러나 이런 '화폐주조권(세뇨리지)' 이익은 패권국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지금 마약보다 구하기 어렵고 황금보다 비싼 엔비디아 칩의 마진의 64%인데 99.9% 마진을 먹는 사업하는 미국이 약한 자에게 약탈당했다고 어거지 쓴다. 9.4센트 들여 100달러를 버는 세계 최고의 비즈 모델을 가진 나라가 미국이고 미국은 이 종이돈으로 전 세계 모든 물건을 공짜로 사 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사태 등 경제위기마다 돈 찍어서 해결했다. 돈이 만병통치, 최고의 경제대책이었는데 전 세계가 미국을 등쳐 먹었다는 트럼프 정부의 세계관에 실소가 나온다. 세상이 모두 아는데 트럼프와 그의 스태프들만 모른다. 신뢰가 무너지면 철벽도 무너진다 미국의 신뢰가 위기에 처했다. 특히 트럼프의 가벼운 입이 문제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중요한 정책을 3일도 못 가서 손바닥 뒤집듯이 바꾼다. 역사에서 보면 칼에 찔려 죽은 사람보다 혀에 베여 죽은 사람이 더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폭탄을 터트린 이유가 무역적자다. 무역적자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의 위기라고 하면 미국은 1970년 이후 50년간 비상사태다. 그리고 유럽, 일본도 모두 비상사태다. 트럼프의 덧셈과 뺄셈 나눗셈으로 만든 황당한 상호관세율은 트럼프 외에는 아무도 수긍하지 않는다. 미국은 식량과 에너지를 자급할 수 있는 세계 유일한 국가라는 강점이 있지만 지금 주요공산품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공급망의 포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 최대의 시장이라는 것만 믿고 공급자를 공격한다. 세계 수입시장의 13%에 불과한 점유율을 믿고 관세폭탄을 터트리면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자살폭탄이 된다. 세계와 싸우는 지도자는 승산이 없다. 미국의 세계 GDP점유율은 지금 25%에 불과하다. 그런데 25%가 75%를 상대로 싸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00억 달러 대중국 적자 잡겠다고 6조 달러 시총 폭락을 만들고도 기다리면 이긴다는 주장을 하는 정신승리가 놀랍다 트럼프의 상징처럼 얘기하는 America First, MAGA, 보편관세는 모두 닉슨, 레이건의 어젠다를 베낀 것이다. '카피의 기술'은 선거에선 한번은 효과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다르다. 닉슨도 레이건도 선거에는 이겼지만 미국의 무역적자는 줄이지 못했다 막무가내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도 못 말리지만 'Mr. Market'이 알아서 정리한다. 시장을 거스르는 자, 돈의 법칙을 거스른 자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도 살아 남지 못한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결국 망한다. 시장을 이긴 지도자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판은 투심(投心)과 민심(民心)이 한다. 취임 90일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는 좋은데 징후는 아주 나쁘다. 지지율의 추락과 주가의 추락이 시그널이다. 미국 증시가 폭락해 아우성이고 세계 증시도 비명이다. 갤럽의 2차대전 이후 취임한 대통령의 취임 후 1분기말 지지율을 보면 평균이 59%인데 트럼프는 45%로 역대 대통령 중 최저다. 전임 바이든은 56%였고 오바마는 63%였다. 거래의 기술에 “대응의 기술”이 필요하다 세상은 관세가 바꾸는 것이 아니라 돈과 기술이 결혼하고 이혼하면서 바꾼다. 미국우선주의, 보호주의로 세계 질서를 다시 바꿀 수 있다면 애덤 스미스의 분업이론과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 무역이론은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야 하고 세상의 모든 경제학자는 밥줄 끊어진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밖으로 나가는 자는 흥한다. 미국은 지금 제조업 공급망 전쟁에서 '에스컬레이션 우위(escalation dominance)'가 없다. '에스컬레이션 우위'는 분쟁이나 갈등이 단계적으로 격화될 때, 상대보다 더 높은 단계의 압박이나 대응 조치를 취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지금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무역의 이니셔티브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 쥐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가 왕이지만 재고가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공급자가 승자다. 트럼프는 투심과 표심이 무섭고 시진핑은 트럼프가 아니라 침묵하는 14억의 시선이 무섭다.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을 읽지만 시진핑은 '전쟁의 기술'을 읽는다. 거래의 기술은 손익이지만 전쟁의 기술은 생사를 건다. 어공 트럼프는 전투에 목숨 걸지만 늘공 시진핑은 전쟁에 승부 건다. 지지율이 추락하면 중간선거에 질 수밖에 없는 트럼프의 적은 지금 중국이 아니라 시간이고, 월마트의 상품 60%를 중국산에 의존하는 미국의 적은 미국이다. 지금의 난국은 미·중의 협상이 실마리지만 그 시기는 미국은 월마트의 중국산 재고가 떨어지고 중국은 1900만명의 대미수출기업 노동자들의 대량실업이 나타나면 협상할 수밖에 없다. 정책에서 가장 나쁜 수는 자충수다. 언 발에 오줌 누다 동상 걸리고, 도끼로 자기 발등 찍는 것이 가장 아프다. 진동이 아니라 지진을 일으키면 일으킨 자가 가장 크게 다친다. 4년짜리, 중간선거에서 지면 짧으면 2년짜리 대통령이 될 트럼프의 정책에 장단은 맞추지만 같이 춤을 추지는 않는 것이 좋다. 조선과 LNG 개발 프로젝트를 한국에 압박하지만 이들 프로젝트는 최하 7년에서 10년 이상 걸리고 그 사이 트럼프는 사라진다. 다시 미국에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바이든의 IRA, CHIPS법의 신세로 바로 전락한다. 한·미간 통상협상이 코앞에 왔다.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에 한국은 트럼프에 장단은 맞추지만 같이 춤을 추지는 않는 현명한 '대응의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전병서칼럼] 신뢰가 무너지면 미국도 흔들린다
  • [전병서칼럼] "한국판 딥시크" 나오려면 해결해야 할 4가지

    딥시크 본사는 왜 중관춘이 아닌 항저우인가? 세계 AI업계를 발칵 뒤집은 중국 딥시크(Deep Seek)의 CEO 량원펑은 광둥성 출신이지만 딥시크 본사는 저장성 항저우다. 2025년 중국CCTV의 춘제 갈라쇼 ‘춘완(春晩)’에서 인간 무용수들과 함께 칼 군무를 선보여 화제가 됐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만든 유니트리 본사도 항저우다. CEO 왕싱싱도 선전의 드론회사 DJI를 퇴직한 후 항저우에서 창업했다 중국에서 요즘 떠오르는 '과학 혁신의 여섯 마리 작은 용'이라고 불리는 AI의 딥시크, 휴머노이드의 유니트리, ‘검은신화:오공' 게임으로 대박을 터뜨린 게임회사 게임사이언스, 야생고양이라는 브랜드의 4축 로봇의 딥로보틱스, 뇌-기계 인터페이스의 브레인코, 세계 최대 3D프린팅 데이터 플랫폼 매니코어는 모두 항저우 소재 기업이다. 중국 과학기술의 본산은 베이징의 중관춘이고 중국의 실리콘밸리는 광동성 선전이지만 지금 중국의 AI, 로봇의 메카는 저장성 항저우다. 항저우가 베이징과 선전을 제치고 중국 AI와 로봇산업의 떠 오르는 별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AI와 로봇은 데이터, 알고리즘, 인프라, 정책 등 4가지 조합이 누가 더 효율적이고 강한가에서 결판난다. 항저우는 인프라와 정책이 강하다. 중국은 인터넷 가입자 10억9000만명과 모바일 가입자 17억4000만명이 쏟아내는 빅데이터의 천국이다. 연간 1100만명의 대졸자들의 창의성이 알고리즘에서도 미국을 뛰어넘는 실력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마윈 키드처럼 딥시크의 성공에 힘입어 이를 모방한 딥시크 키드들이 손오공의 머리카락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항저우 정부는 AI, 로봇산업 등에서 산업을 주도하는 '설계사'가 아닌 기업이 주도하는 산업에 지원과 관리를 하는 '정원사'의 역할만 해 기업의 자율성을 높였다. 중국 인터넷의 대부 알리바바의 본거지인 항저우는 AI산업단지를 만들고 알리바바의 거대한 IT인프라를 수많은 AI스타트업들이 활용하게 만들었다 저장성은 2017년 중국 최초로 '로봇+' 정책을 도입해 로봇인재를 유치했다. 2024년에 항저우는 중국 대학 순위 3위에 랭크된 저장대학을 '중국의 스탠퍼드대'로 키우겠다는 발표를 했고 인공지능 분야에 특화해 산업과 대학을 연계한 정책을 실시했다. 인공지능 단지를 만들고, 해외 유치 인재와 저장대 출신의 인재들의 융합도 추진했다. 항저우의 쾌적한 주거 환경과 베이징, 선전에 비해 낮은 부동산 가격도 젊은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큰 몫을 했다. 항저우 정부는 '햇빛과 비를 책임'지고 기업은 '성장을 책임'진다는 식의 역할 분담을 확실히 했다. 항저우 정부는 싹수 있는 AI, 로봇기업에 자금 조달을 지원해 사업을 성공시켰다. 자금 소진으로 곤경에 처한 로봇기업 유니트리에 자금을 지원해 대박을 터트리게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항저우는 2개의 국가급 과학단지, 17개의 성급 실험실을 모아 AI, 휴머노이드, 뇌 과학, 양자 분야에 높은 수준의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해 신기술 분야 스타트업 기업들이 쉽게 창업하고 기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휴대폰은 선전이 공급망이 가장 완벽해 휴대폰 사업을 하려면 선전을 가야 하지만, AI와 로봇산업의 생태계는 항저우가 가장 잘 갖추었다. 항저우는 알리바바 중심의 '전자상거래의 도시'에서 지난 7년간의 생태계와 인프라 구축으로 AI와 로봇이 주도하는 중국 '기술 혁신의 메카'로 변신했다. AI는 'MCMD'가 관건 중국의 딥시크 사례로 보면 AI산업에서 성공요인은 첫째로 인재(Man power), 둘째로 반도체(Chips), 셋째로 자금(Money), 넷째로 데이터센터(Data center)와 전력(Electric)이다. 첫째, AI시대는 괴팍한 천재 한 명이 나라를 먹여살린다. 딥시크는 미국 빅테크기업 연구인력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경력 4년 이하 중국 토종 인재들로 오픈AI의 18분의 1 비용으로 오픈AI에 버금가는 AI 모델을 만들었다. 수학천재, 과학영재들이 성형외과의사가 꿈이 되면 AI는 불가능하다. 인재는 대접해야 온다. 딥식크의 딥러닝 연구원의 채용급여는 112만 위안(2억2000만원)~154만 위안(3억1000만원) 수준이다. 한·중의 1인당 소득 차 2.5배를 곱해보면 한국 기준 5억5000만~7억8000만원이다 둘째, AI 3요소 중 빅데이터, 알고리즘, 인프라에서 인프라인 'AI Chip' 없이는 한계가 있다. 딥시크는 중국 SMIC가 7㎚로 만든 저성능 AI 칩과 CXMT가 만든 HBM2로 일냈다. 만약 딥시크가 삼성의 3㎚ 칩과 하이닉스의 HBM3e 칩이 있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한국 AI업체는 엔비디아 칩 2000개도 가진 곳이 없다는 얘기가 들린다. 해결책으로는 정부가 나서 HBM 공급을 레버리지 걸어 엔비디아 고성능 칩을 조달해줘야 한국 AI산업이 산다. 셋째, AI 전쟁시대에 반도체는 군수물자이고 보조금은 국방비다. 국방비 아끼다 보면 나라가 넘어간다. 국산 AI칩 회사 퓨리오사 AI를 메타가 인수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가AI펀드' 만들어 한국형 AI칩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넷째, 데이터센터와 전력, 용수 공급을 혐오시설로 보면 AI는 포기해야 한다. 지역 간의 갈등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풀어줘야 한다. 대만은 가뭄에 농업용수를 반도체공장에 우선 공급해 주었고 중국은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잡기 위해 하이난도에 해저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줄 정도다. 한국 AI에 골든 타임은 이미 지나갔다 지금 세상의 돈은 AI로 모인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AI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 시총 상위 10대 기업 중 8개가 AI 관련 기업이고, 세계 AI 2위가 중국인데 전 세계 시총 2위도 중국이다. AI에서 등외인 한국의 세계 시총 순위는 지금 16위다. 돈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전쟁에는 강한 것으로 대응하는 것이 답이다. 한국은 강점인 AI산업에 필수인 'HBM+'로 전략을 짜야 한다. HBM반도체에 논리기능을 더하고 여기에 응용을 하는 AI모델을 개발하는 데 파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방법이다. AI세상에는 오로지 박 터지는 경쟁만 있다. AI에서도 미국 독주에서 중국 양강으로 바뀌었고 한국은 등외 6위다. 한국, 생산성이 높은 52시간은 의미 있지만 없으면 104시간 일해도 모자란다. 한국은 지금 전 세계 데이터센터 설치 수, AI 특허에서 모두 등외다. 후발자가 선발자를 뛰어넘으려면 발상의 전환과 파격이 필요하다는 말은 한국 AI산업에 적용돼야 할 말이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전병서칼럼] 한국판 딥시크 나오려면 해결해야 할 4가지
  • [전병서칼럼] AI 세계에 중국산 '검은 백조'가 나타났다

    '싼 게' 일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중국산 '검은 백조(black swan)'가 나타났다. 중국의 작은 퀀트투자자산운용사 출신인 1985년생 CEO가 만든 '딥시크(Deep Seek)'라는 AI모델이 미국 AI시장은 물론이고 주식시장, 정치, 사회를 모두 뒤집어 놓았다. 자본금 1000만 위안(약 19억원)짜리 AI 모델회사가 미국 빅테크회사 임원 한 명의 연봉도 안 되는 558만 달러의 훈련비용으로 챗GPT 수준의 성능을 가진 AI모델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Deep Seek는 미국의 대중국 AI칩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 고성능 칩이 수입되지 않는 중국에서 앤비디아의 저성능 칩인 H800을 단지 2048개를 써서 만들었다, 이 소식에 AI칩의 독점 공급자로 떼돈 벌던 엔비디아는 17% 주가 폭락을 경험했고 이튿날 반등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미 영악한 투자가들은 냄새를 맡고 고개를 돌린 것이다. 2023년 7월에 설립된 1년 반 된 AI회사가 세계 최고 회사 수준의 AI모델을 출시했다는 것도 쇼크지만 연구원 수가 139명에 불과하고 이들 모두 미국에서 공부한 적이 없는 순수 중국 토종 엔지니어라는 점에서 'AI는 미국 출신 아니면 안 된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찬물을 끼얹었다. ChatGPT를 개발한 OpenAI 팀에는 연구원 1200명이 있다. '딥시크(Deep Seek)'의 4가지 비밀 미국의 빅테크들은 수백억~수천억 달러를 퍼부어 대형 AI모델을 만든다고 난리법석인데 중국은 신생 스타트업, 그것도 증권투자를 하는 투자공학 모델을 만들던 퀀트펀드 회사가 만든 AI모델이 세계 최강의 챗GPT의 성능과 비슷한 모델을 만들자 미국 빅테크들은 멘붕 상태에 빠졌다. 그간 한국의 DRAM업체가 최첨단 EUV장비로 대충 설계해서 기계의 힘으로 돈으로 반도체 만들다가 돈이 없어 맨땅에 헤딩하고 구식장비로 공정 개선해서 제품을 만들어낸 마이크론이나 중국의 CXMT 같은 후발 업체에 뒤통수 맞은 것과 같은 현상이 미국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미국 AI 업계도 모델 개선이나 공정 개선보다는 첨단 AI 칩만 서로 경쟁적으로 사다가 돈으로 쉽게 데이터센터 구축하는 바람에 엔비디아 만 떼돈 벌어준 바보 같은 일을 빅테크들이 했고, 여기에 미국 정부의 어설픈 반도체와 AI 대중국 규제가 더해져 '대륙의 실수'가 만들어진 것이다. Deep Seek의 AI 모델이 미국 빅테크 기업의 거대 모델보다 파격적으로 저렴한 이유는 효율적인 자원 이용과 혁신기술 이용, 비용 효율적인 개발 전략, 인재 관리 때문이다. 첫째, 자원 활용 측면에서 Deep Seek는 2048개의 엔비디아 H800 GPU만을 사용하여 모델을 훈련시켰다. 이는 다른 AI 선두 기업들이 H100, A100 등 고성능 칩을 1만6000개 이상 사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Deep Seek 모델 개발은 엔비디아의 CUDA까지 우회하고 엔비디아 GPU 저수준 어셈블리 언어 PTX를 최적화해 최대 성능을 구현했다고 한다. PTX는 자동차를 개조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단순히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것이 아니라 엔진의 모든 부분을 직접 튜닝하여 최대 성능을 끌어냈다는 것이다. 둘째, 혁신기술 적용이다. 1) MLA(Multi-head Latent Attention): 이 기술은 메모리 사용량을 대폭 감소시켜 모델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2) MoE(Sparse Mixture of Experts): 이 방식은 계산 비용을 절감하여 저비용·고효율 모델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 3)강화학습 기반 접근: Deep Seek는 강화학습(RL)을 적극 활용하여 모델의 추론 능력을 향상시켰다. 이 방법은 지도학습 데이터 없이도 모델이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할 수 있게 했다. 셋째, 비용 효율적인 개발 전략이다. DeepSeek-V3 모델은 약 557만6000달러의 비용으로 개발되었다. Deep Seek는 이러한 효율적인 개발 방식을 바탕으로 매우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DeepSeek-R1 모델의 사용 비용은 백만토큰당 16위안(약 2.20달러)으로, OpenAI의 가격 438위안(60.2달러)의 2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넷째, Deep Seek의 CEO 량원펑의 인재관리 전략이다. 량원펑은 현재 중국의 AI와 국제 최고 수준과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국제 수준과 동일한 효과를 달성하려면 모델 구조, 훈련 역학 및 데이터 효율성이 4배 이상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는 그 해법을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인재에서 찾았다. 량원펑은 '진정한 해자(垓子)'는 팀의 지속적인 혁신 능력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Deep Seek는 경력직 고위 기술 전문가를 모집하지 않는다. 직원의 근무경력은 3~5년 정도이며, 연구개발(R&D) 경력이 8년 이상인 사람은 무조건 채용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그런 경력자들은 혁신할 동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딥시크(Deep Seek) 서프라이즈'의 후폭풍 미국의 빅테크와 AI 그리고 정부까지 나서서 중국 AI를 공격하고 통제하겠지만 이미 미국의 AI 철옹성에 구멍이 뚫렸다. 미국은 애써 '찻잔 속 태풍'이라고 쓸어 묻고 싶지만 Deep Seek 서프라이즈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마치 알파고처럼 세계 AI의 판도를 바꾸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첫째, AI는 미국 중심의 GPU와 자금력의 경쟁에서 미국 이외 지역 중심의 알고리즘과 아키텍처, 엔지니어링 혁신 경쟁으로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들 가능성 높다. 둘째, 폐쇄(Closed Source)와 개방(Open Source)의 싸움에서 항상 승자는 개방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성을 쌓는 자는 필패하고 성 밖으로 공격하러 가는 자가 항상 승리한다. 정작 Open AI는 폐쇄하고 Deep Seek는 오픈하는 데서 승부가 갈렸다. Deep Seek가 개방해버리자 정작 Open AI는 Open할 게 없다. 셋째, AI의 세계에 '검은 백조(Black Swan)'가 계속 등장할 수 있다. Deep Seek 출현 이후 AI 세계가 미국이 가는 길이 반드시 정답이라는 주술과 환상에서 깨어 났기 때문이다. 넷째, 제2, 제3의 Deep Seek가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출현한다. 흙수저 마윈이 성공한 이후 수천~수만의 '마윈 키즈'가 등장해 중국의 플랫폼산업을 세계 1위로 끌어 올렸다 다섯째, 중국판 'AI 진주만 습격사건'은 Deep Seek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단 한 명도 미국에서 공부한 적이 없는 Deep Seek 연구진이 좋은 사례다. 중국의 대학 졸업자는 연간 1200만명이고 그중 절반이 이공계다. 매년 600만명의 이공계 중 누가 또 새로운 Deep Seek가 될지 모른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전병서칼럼] AI 세계에 중국산 검은 백조가 나타났다
  • [전병서칼럼] 트럼프 2.0, 과도한 공포심도 방심도 금물

    트럼프 시대 미국은 “중동과 중국”이라 불러야(?) '위대한 미국건설(MAGA)'을 위한 거대한 발대식이 열렸다. 47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총알을 맞고도 살아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하느님으로부터 구원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신의 구원이 미국의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4년 뒤에 봐야 안다. 중국을 혼내 주고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때 노래를 불렀던 취임하면 바로 대중국 보복관세 60%를 때리겠다는 공약은 언급도 없었다. 취임식 다음날인 1월 21일 트럼프 집권의 최대 피해자일 수 있는 중국의 상해증시는 보합으로, 심천증시는 소폭 상승으로 끝났다. 4차산업혁명 AI시대에 트럼프 대통령은 1인당 소득 8만2000달러의 나라에서 제조업 부활을, 그리고 공업화로 인한 화석연료의 저주로 전 세계가 이상기온으로 고통받는데 석유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와 가스 증산으로 물가를 낮추고 전 세계로 수출해 부유한 국가가 되는 에너지강국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제조업은 인건비 싸고 소득수준 낮은 중국 같은 나라가 하는 것이라는 관념을 깨부수고 에너지는 중동의 사막이 아니라 미국의 셰일 에너지라는 것을 강조했다. 트럼프 시대에 미국은 빅테크 강국이 아닌 제조강국 중국, 에너지강국 중동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 살아 있는 '주식투자의 신(神)'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미국의 빅테크 대표기업 애플 주식을 팔고 현금 비중을 역대 최대로 높이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 CEO들이 거액의 기부금까지 내면서 트럼프 취임식에 눈도장 찍으러 갔는데 세계 최고의 AI 반도체 회사이고, 세계 시총 2위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워싱턴이 아니라 베이징을 갔다. 정치가 아니라 시장이 중하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취임에 비추어 본 워런 버핏의 테크 비중 축소, 젠슨 황의 중국 방문은 의미심장하다. 생선을 자주 뒤집으면 먹을 것이 없다? 취임식 직후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리스트가 나왔다. 42개에 달하는 광범위한 각종의 행정명령이 나왔지만 그중 하이라이트는 1번, 바이든 정부가 실시한 78개 행정명령을 일괄 철회한 것이다. 생선을 구울 때도 자주 뒤집지 말라고 한다. 자주 뒤집으면 생선살이 다 떨어져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작은 생선 하나를 구울 때도 신중하게 하는 것이 정상인데 세계의 리더이자 세계 최대국가의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루 만에 홀랑 뒤집으면 그 피해는 모두 기업들과 국민들 몫이다. 그리고 4년 뒤에 만약 정권이 민주당으로 바뀐다면 또 홀랑 뒤집어질 판이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로 회귀(Pivot to Asia)'를 시작으로 트럼프, 바이든 대통령까지 줄줄이 중국을 좌초 시키는 정책을 썼지만 중국은 좌초 되기는커녕 더 강해졌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제시한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 현상은 정책 실행에 있어서 가장 나쁜 사례다. 미국 대비 중국의 GDP는 2012년 오바마 대통령 때 53%에서 2024년 바이든 대통령 때 64%로 11%p나 커졌다.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계속 성장한 이유의 7할은 미국의 헛발질 때문이다. 오바마의 정책을 트럼프가 홀랑 뒤집고, 트럼프 정책을 바이든이 홀랑 뒤집은 덕분에 중국은 이런 미국의 허점을 뚫고 계속 성장했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2020년 미국산 제품을 구매해 중국이 대미흑자를 2000억 달러 줄이는 1단계 무역합의를 했지만 중국은 57%만 이행하고 중단했다. 하지만 2021년 취임한 바이든은 중국에게 트럼프와의 무역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중국은 지금 바이든 때문에 심장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 있다. 시진핑은 반도체를 인체의 심장에 비유하면서 심장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바이든의 반도체 통제의 고통을 에둘러 표현했다. 국가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반도체 국산화를 통해 미국의 기술압박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식으로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1번 정책이 또 바이든 정책 지우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의 기술전쟁이 아닌 4년전 1기 정부 때 이미 실패로 끝났던 무역전쟁, 관세전쟁을 다시 벌여 복수혈전을 꿈꾸고 있다. 미국의 대중정책에 또 '샤워실의 바보'가 나타날 판이다. 야망과 실행력은 다르다! 앞이 보이지 않으면 역사책을 펴 보라고 한다. 트럼피즘 2.0은 공약 그대로 실행된다면 전 세계에 재앙이다. 그러나 말 많은 트럼프 1기 때 공약 실행률은 23%에 불과했다. 5개 중 1개만 실행했다는 얘기다. 표심은 논리와 합리가 아니라 집단의 이익에 부합하냐 마냐로 결판난다. 방송인 출신 트럼프, 대중의 마음을 읽는 데 선수고 그것이 바로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이다. 트럼프 공약, 어젠다(Agenda)47과 대선 중에 언급한 많은 정책들은 서로 앞뒤가 안 맞는 것이 부지기수다. '거래의 달인'이라는 트럼프의 3대 어젠다, 'America First'는 이미 1914년에 등장한 구호이고, 'MAGA'는 1980년 레이건이 써먹은 공약이고 '보편관세' 역시 1971년 닉슨이 썼던 구호이다. '카피의 기술'로 당선된 트럼프, 무역적자 축소를 대표상품으로 내걸었지만 1971년 닉슨 대통령 이후 2024년 바이든까지 미국의 무역적자는 줄어든 적이 없다. 대통령의 야망과 실행력은 다르다. 예를 들면, 트럼프는 일론 머스크를 내세워 대대적인 정부개혁을 얘기하지만 어공은 늘공을 못 이긴다.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의 트리플 크라운이 독이다. 2년 뒤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중 하나만 민주당으로 넘어가면 트럼프는 바로 레임덕이 와 2년짜리 대통령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정부기구 개편과 인력해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불복한 공무원과 노조가 소송하면 최소 1~2년은 그냥 간다. 트럼프 정부, 시작부터 요란하다. 빈 깡통이 항상 소리가 크다. 트럼피즘 2.0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도 방심도 금물이다.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미국의 친구가 되는 것은 치명적이다."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키신저가 한 말이다. 바이든 스타일의 우방, 동맹, 가치에 기댄 동정심 외교는 물 건너갔다. 이미 한국은 '마러라고 줄서기'의 골든 타임은 놓쳤다. 안개가 자욱해 앞이 안 보일 때, 늦었다고 과속하면 사고 낸다. 줄 건 주고, 대신 때를 기다리며 철저한 실리추구만이 답이다. 굶주린 맹수에게 먹이를 아끼면 물려 죽는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전병서칼럼] 트럼프 2.0, 과도한 공포심도 방심도 금물
  • [전병서 칼럼] 중국 비관론? 한국 "기술력"이 더 문제다

    돈은 감정이 없다. 돈 되면 친구이고 돈 안되면 바로 남이다. 한·중수교 32년, 한국은 중국이 친구인지 남인지 제대로 구별해야 한다. 중국과 경제전쟁 중인 미국마저도 탈중국,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반도체 빼고 다른 산업에서는 다시 협력한다는 디리스킹(De-risking)전략으로 돌아섰다. 디리스킹은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위험 요소를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중국과 경제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을 낮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줄이자는 뜻이다. 2023년 EU 집행위원장이 먼저 언급했고 미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이 다음으로, G7정상회담에서 언급되면서 2023년 7월 이후 전 세계 대중전략의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다. 위기가 오면 비관론자는 낙하산을 만들고 낙관론자는 비행기를 만든다고 한다. 2023년에 한국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92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냈다. 그래서 첫 경험이라 충격이 큰 탓도 있지만 서방의 중국 위기론, 중국 비관론이 한국에 더 과도하게 먹히는 경향이 있다. 2023년에 한국에서는 대중적자가 나면서 중국에서 다 털리고 나왔고 중국에는 다시 들어가면 안된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퍼졌다. 중국에서 돈 번 사람은 없고 모두 망한 사람만 있다. 정말 한국은 중국에서 번 것이 없는 것일까? 1992년 한·중수교 이후 2022년까지 30년간 한국은 중국에서 벌어들인 무역흑자가 7065억 달러나 되고 홍콩까지 포함하면 1조3029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반면 일본에서는 30년간 6269억 달러 적자를 냈다. 중국에서는 30년간 흑자를 냈지만 일본에서는 단 한 해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30년간 흑자 내다 한해 적자가 나면 적자를 흑자로 반전시킬 전략이나 축소시킬 대책이 나오는 것이 정상일 텐 데 한국은 지난 1년간 중국위기론만 반복했지 반격의 방안을 논의하거나 토론하는 자리는 별로 없었다. 중국의 경제상황은 중국에서 퇴출한 한국 기업이 아니라 중국과 경제전쟁하고 있는 미국 기업 기준으로 봐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의 스마트폰, 자동차, 커피 프랜차이즈, 슈퍼마켓, 화장품업체들은 모두 중국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와 GM, 테슬라, 스마트폰의 애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슈퍼마켓 월마트, 화장품회사 에스티로더는 중국에서 공장 문 닫고 점포 철수한다는 얘기가 없다. 경제위기에 빠졌다는 중국은 2023년에 자동차를 3005만대나 샀고 잘나간다는 미국은 1613만대를 사는 데 그쳤다. 전 세계 대표적인 명차, 벤츠의 2023년 판매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37%, 미국은 14%에 그쳤다. 중국 소비가 최악이라는데도 2023년 전 세계 명품의 37%를 중국이 샀다. 달라진 점은 코로나 전에는 해외에서 명품 구매가 60%였지만 2023년에는 중국 내 명품 구매가 58%로 높아졌다. 한국면세점이 죽을 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중 간의 교역에 있어 문제는 중국시장이 아니라 한국 기술력이다. 과기부가 2024년 2월 발표한 주요첨단산업에서 미국 대비 기술격차를 평가한 것을 보면 중국은 2022년에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수소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없다. 역사를 보면 무시하다 당했다. 중국이 유럽의 섬나라 영국을 무시하다 당했고, 영국은 식민지 미국을 무시하다 당했다. 지금 미국 역시 중국을 무시하다 뒤통수를 한 대 맞아 정신이 번쩍 들어 중국 견제에 나선 것이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무시와 비관론이 과하다. 미국의 눈으로 중국을 보는 것이 정확한데 한국은 퇴출한 한국 기업의 시각과 중국의 오만과 무례에 대한 분노의 눈으로만 중국을 보기 때문에 중국의 실체를 과소평가한다. 한국은 중국의 성장률이 높게 나오면 수치조작 아니면 버블이고, 낮게 나오면 경제위기로 치부한다. 그러나 경제데이터를 감정 실어 보면 실수한다. 2023년 8월 중국의 1위 부동산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이 부도난 이후 한국에서는 중국경제 위기설이 넘쳐났지만 아직 중국에서 국가부도 났다는 얘기는 없다. 2023년 중국GDP성장률은 5.2%로 인도 빼고,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성장을 했는데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는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소비부족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2년 중국이 분기성장률을 발표한 이후 31년 동안 4번 있었다. 2023년 들어 2분기부터 5번째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하는 성장률이 나왔다. 지속기간을 보면 역대 2번째로 긴 3분기 연속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했다. 그래서 2023년 8월부터 중국 정부는 3년간 규제 일변도였던 부동산에서 경기부양으로 정책방향을 틀었고 12월 경제공작회의에서는 2024년 경제는 성장을 최우선 한다는 선립후파(先立后破)정책을 내세우고 재정, 금융, 통화정책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그 결과 2월까지 경제지표를 보면 투자 중 부동산 투자만 (-)이고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모두 (+)로 전환했다. 3월 수출이 다시 (-)를 보였지만 이는 2023년에 역대 최대수출을 했던 기저효과 때문이다. 중국이 2024년에 4%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던 외국 IB들 중 가장 먼저 골드만삭스와 씨티가 중국의 성장률을 5%로 상향조정했다. 한국은 중국의 1990년 이후 온 다섯 번째 경제위기를 중국이 견디지 못하고 추락할 것인지, 다시 회복할 것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중국과 경제전쟁 중인 미국의 정치적 언급에 맞장구만 치다 가는 실수하는 수가 생긴다.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지금 세계 최대의 전기차, 스마트폰시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고 시장 가까운 곳에 짓는 것이 답이다. 미국 정부가 대통령부터 나서서 중국에서 철수하고 첨단기술 다 빼라는데 세계 1위의 전기차회사 테슬라는 공장을 더 증설했고, 애플은 중국에서 공장 뺄 생각이 없고 스타벅스는 매장 철수할 계획이 없다. 스마트폰,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반도체장비의 세계 최대시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한국은 고장 난 시계처럼 '중국위기론'만 반복할 것이 아니고 세계 최대시장을 다시 공략할 전략과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중국위기론'보다 '한국위기론'이 더 빨리 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전병서 칼럼] 중국 비관론?  한국 기술력이 더 문제다
  • [전병서 칼럼] 미래 반도체는 '인재전쟁' …의대로만 몰려서야

    가장 비싼 것이 공짜 점심이다 반도체 기술은 세계 최고지만 첨단 반도체는 생산하지 못하는 미국이 낸 해결책은 돈이다. 중국이 첨단산업에 보조금 주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해치는 독으로 규정해 제재를 하던 미국이 천문학적 보조금으로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지만 미국이 하면 경제안보로 당연한 것이다. IDC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세계 파운드리시장이 1053억 달러 규모인데 미국은 시장 규모의 50%에 달하는 527억 달러의 보조금을 5년간 지급하면서 대만과 한국의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공장 보조금은 인텔이 100억 달러,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 TSMC가 50억 달러 선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TSMC보다 많는 6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은 세계 파운드리업계에서 2위라고는 하지만 시장점유율 61.2%인 TSMC의 18% 선인 11.3%에 불과한 2위다. 미국이 파운드리에서 절대강자인 대만보다 한국 기업에 10억 달러 더 많은 보조금을 준다는 것은 미국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일 수 있다. 첨단 파운드리 반도체와 관련해 기술과 생산에서 절대강자인 대만의 대미 투자를 더 많이 유도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아니면 한국이 대만보다 더 많은 투자를 약속했을 수도 있다. 미국이 한국에 대만보다 10억 달러 더 많은 보조금을 준다는 것에 마냥 환호하기보다는 그 배후가 더 궁금하다. 세계 최강의 반도체 국가 미국이 주는 돈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라 시장 가까운 데 짓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수령하는 순간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에서 공장 증설은 제한받고, 미국의 현지 반도체 공장에 대한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 자료 제출 등 4가지 의무가 생긴다. 기업의 이익은 주주와 공유하는 것이지 보조금 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첨단 공장의 시설 접근권과 상세 회계정보의 제공은 그 정보가 미국 경쟁 기업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을 못한다. '새는 모이에 목숨 걸다 죽고 사람은 공짜에 목숨 걸다 죽는다'는 말이 있다. 보조금에 혹하다 보면 미국의 보조금 함정에 빠져 기술만 털리고 나오는 '기술 거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는 '군수전략물자' 바이든 정부 출범 이래 미국은 중국과 반도체 전쟁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구, 영토, 자원이 국력의 주요 요소였지만 정보화 시대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반도체가 국력이다. 챗GPT가 등장하면서 세상이 변했다.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는 시대가 등장했다.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는 돈에게 물어보면 답이 있다. 지금 세상은 마약보다 구하기 어렵고 금보다 비싼 것이 엔비디아의 GPU 칩셋이다. 반도체 팹리스 회사인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조2000억 달러로 한국 GDP의 129%나 되고 세계 3위 경제권인 일본 GDP의 52% 수준이다. 미·중 패권은 4차 산업혁명의 패권을 누가 쥐느냐에 달렸다. 빅데이터에서 IP를 뽑고 이걸로 인공지능(AI)을 만들어 로봇의 머리에 집어 넣으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완성이다. 그래서 미국이 미·중 패권 전쟁에서 중국에 추월을 절대 허용할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인공지능(AI)이다. 2023년 미국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기술 차단, 14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수출 제한, AI용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을 실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 미·중의 전쟁은 AI전쟁이다, 미국보다 4배나 많은 휴대폰 가입자를 가진 중국은 빅데이터에서는 미국을 넘어섰지만 거대한 빅데이터를 처리해 AI를 만드는 데에 아킬레스건이 반도체다. 지금 AI의 인프라 산업으로 반도체가 없으면 빅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무용지물이다. 미국이 천문학적 자금을 보조금으로 주면서 해외 반도체 생산 기업을 미국 내로 내재화하려는 것은 바로 AI전쟁 시대 첨단 반도체는 군수전략물자이고, 첨단 반도체 보조금은 국방비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쩐의 전쟁, 진짜 문제는 인재다. 기존 기술과 현재 AI기술의 차이는 기존 기술은 생활 기술이었지만 AI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국방 등 모든 분야의 생태계가 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AI는 인간이 만든 인간과 세상의 모든 것을 통제 가능한 '인공 신(神·Artificial God)'의 경지에 올랐다. AI전쟁 시대에 이 '인공 신'을 만들려는 미국의 반도체 내재화에 인도, 일본, 유럽, 중국도 적게는 10조원에서 많게는 60조원의 반도체 보조금을 퍼붓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 라인 하나 건설하는 데 250억 달러 이상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생산은 이제 국가대항전이고 국가 간 '쩐(錢)의 전쟁'이다 미·중 기술전쟁의 종착역은 AI전쟁이다. AI의 인프라인 5㎚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은 한국과 대만만 가능하고, 미·중 모두 한계가 있다. '인공 신' 시대에 HBM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5㎚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신(神)이 돕는 나라'다. 문제는 18개월마다 2배씩 집적도가 높아지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발전한 실리콘기판 반도체는 1나노 이상 되면 분자보다 더 작은 회로를 그리기 어려운 물리적 한계가 오고 이를 넘어서려면 판을 엎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결국 이를 넘어서는 것은 뛰어난 인재의 아이디어다. 첨단 반도체 국가대항전의 '쩐(錢)의 전쟁' 시대에 돈은 퍼부을 수 있지만 인재는 길러야 한다. 미래 반도체는 인재전쟁이다. 한국도 우수 이과 인력이 의대로만 몰려가면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문제가 된다. 의사 증원도 시급한 문제지만 국가전략산업으로 반도체 엔지니어 육성은 더 중요한 문제다. 남들과 같이 해서 남들보다 더 잘하기는 어렵다. 인도, 일본, 유럽, 중국, 미국까지 나서서 국가산업으로 반도체를 육성하고 천문학적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국가대항전에서 반도체를 재벌의 수익사업으로만 인식하고 '쩐(錢)의 전쟁'을 민간기업에만 맡기면 '신(神)이 돕는 나라'일지라도 그 미래는 보장하지 못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전병서 칼럼] 미래 반도체는 인재전쟁 …의대로만 몰려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