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소장
bsj7000@hanmail.net
-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
-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2010년 한화상해투자자문 자문위원
- [전병서 스페셜 칼럼] 美中 반도체전쟁은 양날의 검이다 · 바이든의 대중 반도체규제, 기술격차 두배로 확대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핵폭탄을 투하했다. 10월 7일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화끈하게 실행했다. 인력, 제품, 공정장비의 3분야에서 미국 국적 엔지니어의 대중국 첨단반도체서비스 금지, AI와 슈퍼컴퓨터용 첨단반도체의 공급금지, DRAM, NAND, 파운드리 분야 첨단장비 공급금지조치를 내렸다. 이번에 미국의 대중국제재는 중국의 반도체실력을 정확히 평가해주었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장비수출 규제를 한 기준으로 보면 중국은 이미 DRAM에서 18nm, 파운드리에서 14nm, NAND에서 128단의 기술을 확보했다. 이는 그간 한국 반도체생산의 역사에 비추어 보면 NAND는 2년, DRAM은 5년, Logic파운드리는 7년까지 그 격차를 줄였고 추격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술개발 역사에 비추어 보면 NAND는 1년, Logic은 3년까지 쫓아왔다. 그러나 이번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정말 제대로 실현된다면 중국은 첨단반도체생산이 불가능해져 반도체 구석기시대로 돌아간다. 이번 조치로 첨단장비의 대중국 공급이 중단되면 중국이 국산화 노력을 하더라도 중국과의 생산기술 격차는 현재의 2-7년에서 4-14년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실패일까? 미국이 제재하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기술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실패했다면 미국이 Chip4, 반도체법, 반도체장비수출규제 같은 초강력 대중반도체 규제와 정책을 실시할 이유가 없다. 중국이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1기반도체 펀드를 조성하기 시작한 시점으로 봐야 하고 2019년에 2기펀드를 조성하면서 가속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국은 2015년에 10년 뒤 반도체국산화 목표를 70%로 잡는 야심 찬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잡았지만 이는 2018년 미·중무역전쟁의 시작으로 이를 일찌감치 포기했고 모든 중국의 공식문서에서 “중국제조 2025”는 사라졌다. 그런데도 서방 언론은 이미 폐기된 7년 전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목표를 아직도 유효한 것처럼 떠벌리고 반도체 굴기 실패로 단정짓는다. 2014년 국가 반도체펀드 만들어 반도체산업을 육성한 지 8년 만에 이 정도까지 쫓아온 중국의 실력을 무섭게 봐야 한다. 중국 반도체산업의 굴기는 1, 2기반도체펀드가 투자한 60여 개 기업이 주도하는 것이다. 정부 보조금 따먹으려고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망한 민간 반도체기업의 숫자나 반도체경험이 전무한 지방정부가 사기꾼에 당한 반도체공장 사례를 중국 반도체산업의 전부로 오인하면 안 된다 지금 중국의 반도체 기술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한국과 대만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들이지 못하게 할 정도로 부상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다. 중국의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미국의 “반도체 인사이드(Chips Inside)”전략의 미래 반도체 칩은 "승자독식"의 대표적인 분야이다. 한번 앞선 기술, 더 높은 효율성, 더 낮은 비용이 보장되는 기술을 습득하면 후발국가 제품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이런 측면에서 이번 미국의 조치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아킬레스건을 찌른 것이고 이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발전을 지연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은 스마일 커브에서 R/D와 유통만 장악하고 생산은 아시아에 맡겨 고수익을 즐긴 결과 1990년에 37%를 차지했던 반도체 생산비중이 2020년 12%로 추락했고 장기적으로는 지금 상태라면 6%대로 추락하는 반면 중국은 24%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지금 중국의 반도체 실력은 미국의 상대가 아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견제는 명분이고 속내는 한국과 대만이 가지고 있는 반도체생산기술의 미국 내재화(Chips Inside)다. 그러나 이미 집 나간 미국기술이 보조금 준다고 다시 돌아오기는 너무 멀리 갔다. 한국의 일본과 소부장 사태에서도 봤지만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중국 견제에 미국이 결정타를 날렸지만 지금 OEM제품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반도체 소비량의 63%가 중국이고 중국 자체소비만 34%에 달한다. 미국 3대반도체 장비업체의 대중매출비중은 26~35%선이고 퀄컴, TI, 인텔 브로드컴같은 반도체회사들의 대중 매출 비중은 26~60%에 달한다. 미국은 지금 적 100명을 죽이려면 아군도 60~70명은 죽어야 하는 고약한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을 단칼에 급소를 찌르지 못하고 어설프게 여기저기 찔러 피 흘리게 하면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 의지만 강화시킨다. 원자폭탄, 인공위성, 항공모함, 인공위성까지 만든 나라 중국은 4차산업의 생명선인 반도체개발을 절대 포기 안 한다. 역설적으로 중국이 모든 국가자원을 털어 넣어 반도체개발에 몰두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와 중국이 감히 엄두도 못 내던 첨단반도체를 국산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미국의 확실한 제재 실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번 미국의 대중제제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 개발을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막지는 못 한다. 문제는 배고픈 두 마리 호랑이 앞에 선 한국이다. 첨단산업 기술의 역사를 보면 시발역과 종착역은 같은 적이 없고 종착역에 도착한 기차를 다시 거꾸로 시발역으로 돌린 역사가 없다. 반도체는 이미 미국, 일본, 한국, 대만을 거쳐 중국으로 갔다. 미국은 다시 천문학적 보조금으로 첨단반도체 공장 유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라 시장 가까운 데 짓는 것이 정석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는 한국반도체산업에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5-10년의 시간을 벌어주었다. 문제는 이것이 한국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미국 자신을 위한 것이란 점이다. 미국은 천문학적 보조금으로 첨단기술을 유치하고, 중국은 큰돈 드는 첨단기술은 정부가, 저급기술은 민간이 투자하는 분업체제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냉정하게 보면 한국은 5nm이하 첨단 반도체생산기술에서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마리 배고픈 호랑이를 만났다. 호랑이를 더 배고프게 만들지 않으면 한국이 설자리는 없다. 5nm가 아닌 3nm, 2nm, 1nm기술로 4단계 이상의 기술격차를 유지하면 살고 잡히면 먹힌다. 미국, 중국, 대만, 일본은 첨단 반도체기술 확보를 위해 여야 가리지 않고 일심동체로 경쟁적으로 파격적인 반도체육성정책을 내놓고 있는데도 한국의 반도체육성법은 여야의 정쟁 속에 국회에서 잠자고 있어 참 답답한 일이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2022-10-17 06:00:00
- [전병서 스페셜 칼럼] 대만 TSMC 능가할 KSMC 만들면 어떨까 · 기술격차를 생명으로 하는 안보산업 반도체산업을 미국 바이든은 국가안보로, 중국 시진핑은 산업의 심장으로 격상시켰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 전쟁을 반도체로 시작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는 공장 짓는 데 2년, 정상가동에 1년 이상 걸린다. 미국은 반도체법, 칩포(Chip4)동맹을 통해 반도체산업을 미국으로 다시 회수하는 전략(Reshoring) 을 쓰고 있지만 40년 전에 집 나간 미국의 반도체산업이 4년 만에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안보산업 반도체는 동북아지역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 바로 북핵과 중국 리스크다. 세계 최첨단 반도체 공장이 한국과 대만에 밀집해 있어 한반도에 유사시 불상사가 생기거나 대만해협에 위기가 발생하면 전 세계는 첨단반도체 없는 4차산업혁명을 맞이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봉쇄를 정말 할 경우 중국은 어차피 못 먹는 감, 대만 반도체 공장을 공격함으로써 미국의 4차산업혁명을 좌초시킬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지금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미국은 미국이 만든 반도체기술을 미국으로 회수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Chip4, 반도체법을 통해 미국에 들어온 공장과 기술은 다시 미국에서 못 나간다. 다시 내보낼 거라면 법 만들고 막대한 보조금을 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기술은 격차로 관리하는 것이지 이미 기술, 장비, 소재, 생산, 조립에서 국제분업이 완벽히 이루어진 반도체산업에서 이를 다시 원상태로 돌리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낮다. 산업구조를 무리하게 원상태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격차를 벌려 상대를 하청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답이다.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기술과 생산을 가진 서방세계와 시장과 소재를 가진 중국은 입술이 없으면 잇몸이 시린, 순망치한의 관계가 아니라 이미 손바닥과 손등과 같은 동일체 관계로 바뀐 상태다. 원료 공급망에 대한 대책 없는 제품생산 통제는 재앙이다. 만약 현 단계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Chip4를 통해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시장인 중국에 대한 봉쇄를 실행한다면, 세계 반도체 업계에는 대규모 공급과잉이 불가피하다. 한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 미·중의 전쟁이 기술전쟁으로 가고 미국이 반도체를 무기로 신냉전을 시작했다. 이젠 반도체는 기업의 수익사업이 아니라 국가운명이 걸린 안보산업으로 바뀌었다. 한국도 반도체산업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이 세계 1위인 DRAM은 우리 내부경쟁이지만, 첨단 파운드리는 치열한 국제 경쟁이고 기술전쟁이다. 한국은 이젠 메모리가 아니라 첨단 파운드리에서 대만을 추월하는 것이 반도체산업에서 과제다. 미래는 시스템반도체, AI반도체가 세상을 바꾼다. 첨단 파운드리에서 2등 하면 망한다. 시장 점유율 15%인 한국의 삼성이 시장점유율 53%인 대만의 TSMC를 잡을 전략이 있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점유율이 지속되면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영원한 2등이고 계속 1위와 갭이 커지는 2등에 머물 수밖에 없다. 5nm급의 첨단 파운드리의 고객은 정해져 있다. 애플과 퀄컴, AMD, 엔비디아, 미디어텍, 롬 같은 회사들이다. 이들 기업 중 애플과 퀄컴, AMD, 엔비디아 같은 빅4의 점유율이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들 기업은 모두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부와 경쟁관계다. TSMC의 고객을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으로 대체하는 것은 월등한 기술격차로 고객을 빼내야 하는데 이는 대규모 투자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반도체는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시장점유율 15%인 한국의 삼성이 시장점유율 53%인 TSMC와 계속 경쟁하면 이길 수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가정이지만 한국 파운드리산업의 지배구조 전환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주구성을 전환함으로써 삼성전자 파운드리 고객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을 분리해 독립시키고 회사경영은 삼성이 하지만 국민+연금+삼성그룹이 3분의 1씩의 지분을 갖는 주주구성으로 삼성전자가 아닌 KSMC(Kore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를 만들어 파운드리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국가사업이기 때문에 미국, 대만, 중국이 제공하는 특혜를 넘어서는 파격적 조건의 편의를 제공하고 인재 조달을 위해 IPO(기업공개)를 통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스톡옵션을 제공함으로써 부족한 인재를 광범위하게 확보하는 것이다. KSMC의 파운드리사업이 성공해 만약 5~10년 내 대만의 TSMC를 넘어선다면 모두가 윈윈이다. 2022년 9월 9일 현재 TSMC의 시총은 4133억 달러인데 이 중 3분의 1이 국민연금의 지분이라면 193조원에 달한다. 이는 현재 국민연금의 자산규모 882조원의 22%에 달해 국민연금의 고갈을 막는 방안이 될 수 있고 삼성전자의 시총 374조원의 52%에 달하는 금액이다. 담대한 시각으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들어야 지금 아태지역의 기술판도, 지정학적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이 반도체산업이다. 한국은 담대한 사고와 전략적 사고로 반도체를 키워야 한다. 재벌의 사업이 아닌 한국의 방패로 키워야 한국이 미·중의 전쟁 속에서 당당하게 큰소리치면서 살 수 있다. 기술전쟁에서 패하면 상처만 남고 사라진다. 반드시 이겨야 살고 이를 위해서는 파격과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성공한다. 한국은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을 벤치 마크하고 이를 뛰어넘는 법과 제도를 안 만들 이유가 없다.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기업이 보조금과 우대정책에 미국으로 가는데 한국이 그냥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미국 주정부의 반도체우대정책에 삼성이 향후 20년간 미국에 11개 공장을 짓는다는 신청을 했다. 11개의 첨단반도체 공장을 한국에 짓는다면 한국의 고용과 지방산업 육성에는 어떤 영향이 있겠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젠 반도체가 절대 권력이고 4차산업혁명의 판도를 바꾸는 비밀병기다. 한국이 2천여년의 역사에서 미국과 중국에 당당해질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는데 이 불씨를 못 살리면 천추의 한이고 후손들 볼 낯이 없어진다. 중국과의 무역적자문제도 반도체 수출이 늘면 해결될 일이다. 중국에 경쟁력 떨어진 전통산업 붙들고 중국에서 시장퇴출 탓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한국이 경쟁력이 강한 폼목에서 치고 나가 수출을 2배로 늘리면 될 일이다. 한국, 반도체산업에서 담대한 시각으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2022-09-13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