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교수
scpark@snu.ac.kr
-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 (전) 삼성종합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 센터장
- (전)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만년의 갈등: 금주(禁酒)와 절주(節酒) 선사시대부터 인류는 술을 빚어 마시면서 흥을 내고 서로 어울리며 즐겨왔다. 하지만 음주가 초래하는 여러 부작용으로 음주에 대해 갑론을박하여 왔다. 심지어 어떤 왕이나 일부 시민사회는 전면적인 금주령을 강요하기도 하였다. 과음의 위해성은 인정하면서도 적절한 음주와 철저한 금주 중에서 취사선택하여야 하는 주제는 인류가 출현해온 이래 지금까지 1만년이 넘도록 갈등해 온 주제다. 곡식이나 과일을 저장하고 누룩을 뿌려주면 원래의 재료와는 성질이 전연 다른 술(酒)이 만들어지고, 방치하면 식초가 되어 버린다. 따라서 술의 양조 과정에는 정성과 정교함이 필요하다. 또한 술은 증류하면 흥을 돋우는 성분이 사라져버린다. 이런 현상에 주목하여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곡물이 술이 되는 과정을 발효(醱酵·zymosis)라고 불렀고, 식초가 되어 버리는 과정을 부패(腐敗·sepsis)라고 규정하였다. 발효는 생명체의 성숙 과정의 일환으로 보고 이 과정에 등장하는 알코올이 바로 혼(魂·psyche)이며 특정한 목적을 향한 성질이라고 규정하였다. 이어 그는 대자연을 구성하는 4원소인 물, 불, 흙, 공기에 술을 제5의 원소(quinta essentia)로 추가하였다. 술은 영적 요소가 들어 있다고 믿어져 접신 수단으로 여겼고 신(神)과 소통하기를 바라는 의례나 제례에는 필수품이 되었다. 나아가 술로 인한 일탈 행동에 대해서는 상당한 관용을 보였다. 더욱 불로장생을 희구하던 연금술 시대에 불로초로 빚은 장생주의 효과를 꿈꾸기도 한 것은 술에 대한 신비주의적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술을 빚는 데 원동력으로 알려진 누룩은 바로 발효 촉진제다. 주성분인 효모(yeast) 균주의 차이와 사용 방법에 따라 각종 발효 제품의 품질이 결정되며, 우리가 전통적으로 먹어온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 같은 발효식품을 만든다. 한때 발효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 일부 식자들이 젓갈이나 김치 등 발효식품을 썩은 음식으로 폄하하기도 하였다. 발효와 부패의 차이점은, 발효는 식품이 변하여 사람에게 이로운 영양소를 만들어 주고 맛을 내고 소화가 잘 되도록 하는 과정이지만, 부패는 사람이 이용할 수 없는 또는 이용해서는 안 되는 방향으로 식품을 변질시키는 과정이다. 발효는 인류 발전사에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발효식품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식 관점에서 구조인류학자인 레비 스트로스 박사는 날것을 먹는 인간과 익힌 것을 먹는 인간으로 인류를 이분적으로 분류하고 야만과 문명을 논의하고 문화를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는 시정되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날것(The Raws)과 익힌 것(The Cooked)을 먹는 부류 이외에 삭힌 것(The Fermented)을 먹는 부류가 있기 때문에 인류는 삼분적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삭힌 것을 먹는 인간들은 장구한 역사를 통하여 독특한 전통 음식을 개발해 왔고 보다 끈끈하고 따뜻한 사회를 이루어 왔다. 최근 장내 세균총의 생리적 기능이 밝혀지면서 발효식품의 건강 효과가 크게 부상하고 있다. 발효식품 중에서도 최고의 압권은 술이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빚고 보관하는 양조법 차이에 따라 맛과 품격이 천양지판인 술의 등장은 인류 역사에 엄청난 사건이며 문화적 대업적이다. 따라서 벗들과 어울려 나누는 술잔은 삶의 질을 고양하며 최고의 술을 맛보았을 때 느끼는 황홀함은 신을 접하는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음주가 건강과 관련하여 자주 경고를 받는 이유는 술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사람들이 많다는 우려다. 주로 위와 간을 통하여 대사되기 때문에 알코올이 과부하되면 조직에 손상이 일어나며, 신경억제 기능이 있기 때문에 행동에 문제를 일으킨다. 약물치료 시에는 술이 약물과 상호작용하여 부작용을 빚을 수 있다. 일부 호사가들은 알코올이 WHO가 규정한 발암물질 중 하나임을 강조하면서 경고하기도 한다. 건강상 이유만이 아니라 음주로 인한 다양한 사건·사고나 경제적 손해 등도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술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옳을까? 이에 반박하는, 실제로 음주가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보고들도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이 중 가장 흥미로운 결과는 음주와 사망률의 상관관계에 관한 인구통계학적 자료다. 이 자료에서 음주와 사망률 간에는 뜻밖에 전형적인 U자 패턴을 보여준다. 절주하는 군이 과음하는 군이나 금주군에 비하여 유의하게 사망률이 낮다는 결과다. 적절한 음주는 오히려 생명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적절한 음주인 절주(節酒)를 규정하고 음주 허용 범위를 결정하는 논의를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사실상 절주의 범위를 규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다만 장수한 인간의 생활 패턴에서 자료를 엿볼 수 있다. 세계적 장수 지역인 블루존 주민들의 생활습관을 본받아 그대로 실천하여 건강수명을 연장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시민운동인 ‘파워9’의 행동강령에 ‘Wine at 5(5시에 와인 마시기)’라는 항목이 있다. 전 세계 대부분 장수 지역 주민들은 하루 한 번 정도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 습관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제안된 생활습관 개선 행동강령 중 하나가 매일 와인 한두 잔씩 마시기다. 친구들이나 이웃들과 술을 나누면서 함께 기쁨과 아픔을 푸는 것은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이루어진 정신적 평안은 다양한 신체 질환에 대해서도 유의미한 예방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실제 세계 최장수인인 장 칼망은 122세 넘게 살면서도 매일 와인을 즐겼으며, 우리나라 백세인 들도 100살이란 나이에 상관없이 상당수 음주를 즐기고 있었다. 인류가 1만년이 넘도록 고민해 온 음주 문제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적당량의 음주는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무조건 금주만이 해법은 아니다. 다만 중세시대 최고의 연금술사이면서 화학의 아버지가 되는 파라켈수스가 보낸 경고를 명심하여야 한다. “모든 것은 독이며, 독이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용량만이 독이 없음을 정한다”고 갈파하면서 유불리(有不利)를 따지는 데 양적 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동양에도 중용(中庸)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오랜 가르침이 있다. 이러한 동서양의 원칙을 일상생활에 그대로 적용하여 음주에 임하여야 한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2023-03-21 16:15:51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기로에 선 장수사회, '팔딱팔딱꼴딱' or '시들시들꼴딱' 장수사회가 되면서 일반인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는 명제는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다가 자식들이나 주위에 신세 지지 않고 훌쩍 세상을 떠나느냐다. 초고령사회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병실 침대에 누워서 지내는 와상(臥牀) 환자가 되지 않기를 간절하게 기원하는 마음이 무엇보다도 가득하다. 이러한 상태의 의존적 삶을 살게 되면 결국 인간으로서 존엄성도 사라지고 가족과 친지, 사회에 부담을 주게 되고 행복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수사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주민들의 건강수명을 극대화하여 생의 마지막까지 활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지역사회가 총체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재 일본 최고 장수 지역으로 거론되는 나가노현은 주민들 생활패턴을 능동적으로 개선하여 이룬 인위적 장수의 대표적 지역으로 앞서 소개한 바 있다(본지 2022년 12월 8일자). 선구자적인 지도자의 선도로 시작한 주민 생활습관 개선은 과감하게 전통 식단을 바꾸고, 종래 무리하고 건강을 해치는 요건이 많은 노동습관 개혁을 단행하였고, 의료계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환자를 찾아가고 교육하였으며, 지역자치단체는 시민들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권장하여 마침내 남녀 구분 없이 세계 최장수를 구가하는 지역을 이루었다. 이 지역사회가 장수 지역으로 도약하면서 특히 건강수명을 증대하기 위한 노력으로 주민들에게 홍보한 흥미로운 구호는 '핑핑코로리(ぴんぴんころり)로 갈 것인가, 넨넨코로리(ねんねんころり)로 갈 것인가'였다. 핑핑코로리의 ‘핑핑’은 ‘팔팔하다’는 의미의 행동 표현이고 ‘코로리’는 굴러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하는 말이다. 반면 ‘넨넨’은 ‘자장자장’이라는 잠자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는 말이다. 따라서 핑핑코로리는 생의 마지막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죽는다는 의미로, 우리말로 표현해보면 '팔딱팔딱꼴딱'이다. 반면 넨넨코로리는 내내 누워서 생애 후반을 와상 환자로 시들시들하게 지내다가 죽는다는 의미로, 우리말로 옮겨보면 '시들시들꼴딱'이다. 나가노 지역에서는 주민들에게 바로 이러한 핑핑코로리를 선택할 것인가, 넨넨코로리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명제를 던지면서 설득하여 건강하게 살다가 죽자는 건강수명 연장 운동에 주력하였다. 전형적으로 지역주민과 공동체가 선택하여 인위적 노력을 통해 장수사회를 함께 이룬 성공적 사례다.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시작된 세계의 장수 지역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역학조사를 담당하던 벨기에 인구학자 미셸 풀랭(Michel Poulain) 박사는 장수도가 높은 지역을 지도에 파란 매직펜으로 표시하기 시작하였다. 그때 장수촌에 대한 특집을 내기 위하여 참여하였던 내셔널지오그래픽 담당기자 댄 뷰트너(Dan Buetner)는 이러한 장수 지역을 블루존(Blue zone)이라고 명명하여 게재하였다. 이후 블루존은 세계적 장수 지역의 대명사가 되었다. 초기에 주목한 블루존은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미국 캘리포니아, 로마 린다, 코스타리카 니코야, 그리스 이카리아 지역이었다. 우리나라도 장수 지역으로 구곡순담(구례군·곡성군·순창군·담양군)이 타임지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소개되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국제적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하여 “장수공동체 순창선언”을 세계 최초로 선포하였다. 미국, 일본, 이탈리아, 벨기에 대표들과 구곡순담 자치단체장들이 공동 서명하였으며 지속 가능한 장수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장수 요인을 상호 공유하고 장수문화를 창출하여 국제적으로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장수공동체를 구축하자는 약속을 담았다. 장수 지역 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뷰트너 기자는 지역사회와 협조하여 건강장수사회를 지향한 ‘블루존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시민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블루존 주민들의 건강 상태, 식생활, 환경, 생태, 문화 등에 대한 다양한 조사연구를 통하여 공통점을 도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일반 주민들 생활습관을 그와 비슷하게 유도하는 대규모 지역사회 생활습관 개혁운동을 개발하였다. 자연스럽게 삶을 영위하고, 모든 활동을 막연하게 하지 말고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하기를 권장하였다. 식생활은 식물성 위주 식단으로 하고, 과식하지 말고, 저녁에는 와인 한두 잔 마시는 여유를 가지도록 하였다. 일상생활에서는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하고, 가족을 중시하며 좋은 친구들을 사귀고, 신앙을 가지도록 권장하였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생활습관 개선이지만 주민들의 실천적 행동은 또 다른 문제다. 그래서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행동강령을 정하여 실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구체적인 점검을 하면서 독려하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참여 주민들에게 암, 당뇨, 치매, 비만 등 제반 퇴행성 질환 발생이 줄어들고 흡연율이 감소하는 건강상 혜택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의료비가 저하되는 경제적인 뚜렷한 성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크게 주목하게 되었고 이후 여러 도시로 파급되면서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엄청난 건강수명 연장 효과를 보인 것이다. 장수 지역은 결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 사회 변동 요인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바뀌게 된다. 대표적 사례로 오키나와 장수의 몰락과 나가노 장수의 부상을 들 수 있다. 지역적 특수성이 사회적·환경적 변동 요인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지역주민들 생활패턴 역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장수촌을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부단하게 인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시들시들꼴딱' 사회보다 건강수명을 극대화한 '팔딱팔딱꼴딱' 사회의 구축은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에 의한 생활패턴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개인의 건강은 물론 삶의 질까지 개선될 뿐 아니라 지역사회적으로는 의료적 부담이 줄어들고 활동성이 증대되어 사회적 발전이 가능한 저비용 장수사회 구축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이러한 건강장수사회는 결코 우리에게 피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능동적으로 선택하여 만들어 가야만 한다. 백세 시대를 맞아 우려되는 수많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지역사회가 함께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2023-02-17 12:00:00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100세 시대, '저비용장수사회'로 가는 길 막상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개인의 장수가 마냥 기쁘기만 한 일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어 간다. 격변하는 사회에서 핵가족화하면서 가족 간 유대의식도 약해질 뿐 아니라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생산력 감소와 사회적 혼란이 초래되어 결과적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한 고비용장수사회(高費用長壽社會)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인층이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이고 의존적인 계층이 아니라 생산적이고 자립적이며 사회 기여 계층으로서 역할을 담당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한 전제 조건은 노인층 개인의 적극적 참여 의지와 사회적 주체로서 책임의식의 회복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변화에 대한 도전이다. 나이듦이란 변화된 환경에서 보다 능동적인 노력을 통하여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적용하는 사회적 규범 체계를 만드는 일이 장수문화의 목표다. 장수문화의 핵심은 받는 자가 아닌 주는 자로,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피동적 객체가 아닌 능동적 주체로서 노년 위상을 확립함에 있다.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령인은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실천적 측면에서 달라져야 한다. 심리학자 에릭슨 부부(Erik & Joan Erikson)가 처음에는 인간심리 발달 과정을 8단계로 구분하고 마지막을 65세 이후 자아 확립과 실망의 단계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스웨덴 사회학자 라르스 토른스탐(Lars Tornstam)이 제안한 노년초월(Gerotranscendence)이라는 개념을 수용하여 80세 이후 삶에 퇴행적·소비적 이미지가 아닌 보다 포용적이고 이타적이며 우주에 순응하는 9단계를 추가하였다. 정신과 의사인 마크 아그로닌(Mark Agronin)은 저서 <노인은 없다(The End of Old Age)>에서 노년의 의미를 학자, 현자, 관리자, 창조자, 예지자로 정의하였다. 노년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장수인(長壽人)이라는 용어를 단순한 연령적·시간적 개념에서 인식할 것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새로운 계층의 출현으로 인식하여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이러한 장수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 장수문화의 실천적 방향을 생각해 본다. 장수인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삶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이라는 생물학적 당위의 산물이다. 노화라는 생물학적 현상도 죽음에 이르는 전 단계 과정이 아니라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단계의 일환이며, 죽음에 대한 저항적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생체 내 모든 조직들은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되고 퇴행해 버리는 악순환에 빠져든다는 점을 인지하고 나이가 들수록 보다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삶의 주체는 나일 수밖에 없다. 남이 나를 대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장수인은 창조적 활동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세계적 문호, 작곡가, 예술가, 과학자들이 팔구 십 세가 넘어서도 젊은이 못지않은 창조력을 발휘하고 있다. 심리학자 진 코헨(Gene Cohen)은 저서 <창의적인 노년(The Creative Age)>에서 노년의 창의성을 아인슈타인의 방정식과 유사하게 C=me²으로 표현하였다. 창의력(C)은 삶의 경험 질량함수(m)와 내면의 정서적 경험과 외면의 사회적 경험(e²)을 곱한 값과 같다고 하였다. 지적 능력, 인지능력, 창조적 활동은 노력과 경험에 의하여 연령에 상관없이 증진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노화의 특징이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성 저하에 있기 때문에 새로움을 찾기 위해서는 젊은이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인정하여야 한다. 장수인들은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여야 한다. 노인들을 일괄해서 사회적으로 차단하고 차별화하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장수인은 과거는 덮어버리고 새로운 날을 대비하는 기다림의 열정을 되살려야 한다. 인간이 추억에만 의지하고 살 수는 없다. 살아온 나날이 많았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도 상당히 남아 있음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는 바로 이러한 고령인들의 사회 참여를 원활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여야 하며, 필요하면 구제도를 혁파하고 정년이 없는 사회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장수문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사례로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가쓰(上勝) 마을이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 비율이 50%를 넘고 인구 2000명에 불과한 벽촌 산간 마을에 원예지도사로 들어간 청년 요코이시 도모지(橫石知二)는 무력해져 있는 마을 노인들을 보고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하였다. 그러다 요리 장식에 필요한 야생화와 나뭇잎을 채취하여 상업화하기로 하였다. 무관심과 야유를 받으며 겨우 4명으로 시작한 사업이 주민 200여 명이 참여하는 이로도리 마을회사로 크게 발전하여 가구당 연간 수익이 2억원 넘는 대표적인 부촌을 이루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과감하게 고령인 상호 경쟁을 유도하고 인터넷 체제를 도입하여 칠팔 십대 노인들이 자유자재로 컴퓨터를 통하여 거래하게 하여 세계 최고령 인터넷 마을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마을 기금이 400억원을 넘고 고령인 의료비 지출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발전한 마을이 되었으며 이제는 젊은이들이 역회귀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대응은 사회적·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의료보험 수요를 저감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고령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기만 하면 얼마든지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건강과 행복이 높은 삶의 질을 구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초고령사회의 장수문화란 연령적 노인문화라는 개념이 아니고 연령을 초월하여 구성원인 남녀노소 모두 함께 어우러져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관념 및 규범 체계로 새롭게 정의되어아 한다. 노인을 포함하여 누구나 건강 장수를 추구하며,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능동적 생활을 영위하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고령자들이 당당하고 보람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장수문화의 확립은 수혜 복지 우선인 고비용 장수사회가 아니라 주민의 적극적 참여에 의한 자강·자립·공생의 저비용 장수사회(低費用長壽社會)를 이루는 데 근간이 되어 미래 장수사회에 한줄기 밝은 희망을 줄 수 있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2023-01-19 21:09:30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백세장수시대… 자립적 공생의 삶 실천해야 누구나 새해가 되면 밝고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건강과 행복의 추구가 최우선인데, 인구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난관에 봉착하리라는 두려움이 앞서고 있다. 인류의 평균수명은 수십만년 동안 30대 정도였다가, 18세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19세기 말에는 평균수명 50살이 되었고 20세기 말에는 30살이 더 늘어난 평균수명 80대에 이르는 수명연장의 기적을 이루었다. 21세기 말에는 인간의 수명이 어느 정도까지 연장될 수 있을까? 과학기술의 발전은 지금까지는 생명 현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기능을 보조하거나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러왔으나, 앞으로는 생명 현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 다다르면서 수명 연장의 한계를 부정할 것이라는 극단적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 저명 시사잡지인 타임지는 21세기 말에는 평균수명이 20세기 말보다 60살이나 늘어난 140살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기사를 발표하여 충격을 주었다. 지금까지 인정되어 왔던 인간의 최대수명 120살 한계를 미래사회가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점점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장수는 인류의 가장 큰 소망이었으며 이를 위한 간절한 노력들이 수천년 이어져 왔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수명 연장에 따른 백세장수시대의 도래가 분명해지면서 새로운 문제점이 부상하고 있다. 노화의 퇴행적 측면이 강조된 개념으로는 수명 연장에 대한 가치 부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오래 살더라도 인간의 가치를 보존하여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 요구되고 있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대비하여 학계에서는 일반인들에게 바람직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노인이 되면 신체 기능과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는 현상이 보편화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여 WHO는 건강 유지를 강조하는 건강 노화(Healthy Aging)를 제창하였고, 로와 칸(Rowe JW & Kahn RL)으로 대표되는 학자들은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라는 개념 하에 신체적·인지적·생산적 지위를 유지하고 사회 관계를 온전하게 존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활동성과 생산성을 강조하는 생산적 노화(Productive Aging)가 주창되면서 은퇴한 고령층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들은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춘 이들에 국한하여, 결과로서의 노화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늙어가고 있는 계층에게는 심정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 노화에 대한 대비를 과거 완성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실천적 과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 의미를 지닌 메시지가 필요하다. 하버드대학의 조지 베일란트(George Vaillant) 교수는 ‘잘 늙기(Aging Well)’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경제 대공황을 이겨내고 2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전후 미국의 부흥을 일으킨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를 종적으로 50년 이상 추적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특히 1930년대 태어나 80대에 이른 하버드대 졸업생들의 노후 삶의 질을 평가하여 그 요인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노인이 되어서 삶의 질이 양호하고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여섯 가지 요인을 도출하고 한 가지 플러스 요인을 추가하였다. 무엇보다도 양호한 부부 관계를 주목하였다. 온전한 가정생활의 중요성을 가장 크게 강조하였다. 행복한 노년의 첫째 조건이 바로 건전한 부부생활이었다. 다음으로 개인의 사회적 적응력을 지적하였다. 부모의 재산이나 지적 능력의 우수함보다도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사회적 대응력이 중요함을 부각시켰다. 이어서 개인의 일상생활 습관의 중요함을 차례로 강조하였다. 금연, 절주, 규칙적 운동, 적절한 체중 유지와 같이 일상에서 각자가 지켜야 하는 생활 습관이 당사자를 건강하게 나이 들도록 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플러스 요인으로 교육 연한의 효과를 지목하였다. 비슷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에 살았더라도 교육 연한의 차이가 삶의 질에 결국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더욱이 노후의 건강과 행복에 유전적인 가계의 영향은 중요하지 않았으며, 부모의 재산규모와 같은 사회적 영향도 크지 않았음을 밝혔다. 노후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부단한 노력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결론지었다. 사람이 잘 늙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인의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며 그 노력은 지금도 쉼 없이 지속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의 잘 늙기(Aging Well)는 과거의 누적된 결과를 중시하기 보다는 현재의 실천적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설득력이 높다. 본인은 이러한 개념을 발전시켜 웰에이징(Well Aging)이라고 명사화하여 기존에 이미 정립되어 있는 웰빙과 웰다잉을 연계하여 웰빙의 삶이 웰에이징을 거쳐 웰다잉에 이른다고 체계화하였다. 따라서 웰에이징의 정의는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오래 살기 위한 노력(Live Long and Live Well)”이다. 오래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인마다 건강에 적절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독립적 태도(Independence)가 중요하며, 행복하게 잘살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관계를 견실하게 유지하고 상호 배려의 공동체적 삶(Interdependence)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웰에이징>(2009, 박상철, 생각의 나무)이라는 책을 저술하고 기업과 대학에는 웰에이징연구센터를 각각 설립하여 일반인은 물론 산·학·연도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웰에이징을 설정하기를 제안하였다. 앞으로 다가오는 백세장수시대의 도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이다. 장수사회가 되면서 연령 개념이 무너지게 되는 상황에서 과거지향이 아니라 현재진행으로 나이듦을 바라보면서 이를 보다 긍정적으로 대응하여 보다 밝은 미래장수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자신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건강을 잘 지키고(自彊) 내가 할 일을 끝까지 내가 직접 하는(自立) 독립적인 삶을 누리면서 이웃과는 더불어 함께 사는(共生)의 삶을 누려야 한다. 이와 같이 부단하게 진행하는 실천적인 노화가 바로 웰에이징이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2022-12-25 21:51:38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장수지역의 흥망성쇠, 영원한 불로촌은 없다 불로장생 추구는 인류의 근원적이고 공통적인 속성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 일환으로 인류는 불로촌이라는 상상의 공간을 염원하고 추구하여 왔다. 신화나 종교뿐 아니라 문학작품에 불로촌으로 등장하는 에덴, 파라다이스, 딜문, 엘리시온, 아틀라스, 샹그릴라, 요지, 무릉도원, 강린포체, 극락, 비미니, 럭낵, 용화세계 등은 환상의 지역이었으며 현실세계와는 동떨어진 곳들이었다. 불로촌이 구체화되면서 20세기 중반 이후 코카서스의 압하스, 히말라야의 훈자, 안데스의 빌카밤바 지역이 등장하였지만 인구실태조사에서 허상이 드러났다. 이후 체계적 분석에 의하여 공식적으로 등장한 세계 최고 장수지역은 오키나와였다. 오키나와는 '장수(長壽)'지역의 대명사로서 20세기 말까지 '장수 국가' 일본에서 부동의 1위였다. 대표적 장수마을로 알려진 오기미손(大宜味村) 입구에는 “80세는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90세가 되어 마중 나오면 100세까지 기다리라고 돌려보내라”고 적힌 유명한 장수선언비가 서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2021년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47개 광역자치단체 중 오키나와의 평균수명이 남성은 36위로, 여성은 7위로 몰락하였다. 그동안 장수지역으로서 오키나와 전통의 80% 식사법(腹八分目)이며, 생업을 오래 지속하여 백세가 되더라도 자신의 일은 독립적으로 처리한다는 비법들이 무색하게 되어버렸다. 결정적인 원인으로 미군 주둔이 시작되어 오키나와의 전통문화와 생활습관이 사라져버렸다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미국식 문화가 유입된 결과 2017년 인구 10만명당 패스트푸드 점포 수는 오키나와가 도쿄 다음으로 2위가 되었고, 미군 주둔은 자동차 보급을 일찍 확대시켜 주민들의 생활패턴이 크게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2011년 남성 비만율이 42.1%로 일본 내 최고가 되었고 여성 비만율도 34.7%로 전국 평균의 1.7배가 되었다. 오키나와인 당뇨병 사망률은 1970년대 전국 최저 47위였지만 현재는 당뇨병 사망률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아졌다. 음식과 생활방식이라는 문화적 특성은 주로 젊은 세대에게 민감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전쟁 이후 세대인 현재 50대, 60대, 70대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평균수명이 급격하게 저하되었다. 전통 생활습관이 사라지고 특유의 집단 슬로 라이프가 무너지면서 오키나와는 더 이상 장수지역이 아니고 단명지역의 나락에 빠지는 충격을 주었다. 이와 반면 새롭게 나가노현이 최고장수지역으로 부상하였다. 일본 중부 북알프스에 소재한 나가노는 과거 평균수명도 최저이고 주민들 뇌졸중 사망률이 아주 높은 건강위험지역이었다. 그런데 1946년도에 이 지역에 들어선 의사 한 사람의 헌신적인 노력이 특별한 결실을 맺게 되었다. 와카츠키 준이치(若月俊一)박사는 달구지에 의료기구를 싣고 왕진을 다니면서 주민들의 생활습관이 극히 불량함을 발견하고 식생활과 노동습관 개선을 중시하는 예방교육을 주민들에게 실시하여 왔다. 이러한 의료전통이 농촌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일으켰고 치료에 앞서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이후 나가노현과 지역도시들이 합심하여 주민들의 생활습관 개선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결과 일본의 47현 중에서 남녀 공히 평균수명 1등을 차지하는 장수지역으로 부상하였다. 나가노현의 마쓰모토(松本)시는 후생성으로부터 “Smart Life Project”상을 수상하여 건강수명연신도시 (健康壽命延伸都市)로 불리게 되었다. 식생활개선으로 뇌졸중 원인이 되는 식품염도를 낮추어 소금섭취량을 절감하였고 단백질부족을 해소하기 위하여 곤충을 조리하여 섭취하고 다양한 야채를 포함한 균형있는 영양소를 섭취하도록 권장하였다. 근로활동은 나이가 들어도 가능한 한 최대 지속하도록 하였다. 의료측면에서는 왕진의료를 권장하여 병원 입원율을 크게 낮추었다. 특히 지역의 건강증진프로그램 중에서 큰 빛을 보게 된 성과는 전 주민 걷기 운동이었다. 고령인에게는 신체적 불편과 정서적 불안, 사회적 고독으로 실제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 있는 운동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그러나 걷기는 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쉽고 경제적이며 효과가 확실한 대표적인 노인운동프로그램이다. 마쓰모토시는 이러한 걷기운동을 지역의 정책으로 추진하여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시행하였다. 우선 걸어다닐 수 있는 둘레길 코스를 100군데 이상 개발하여 흥미를 돋우었다. 운동 시에는 혼자 걷지 않고 그룹별로 함께 걷게 하였다. 걷기방법으로는 3분 빨리 걷고 3분 천천히 걷는 인터벌워킹을 권장하였다. 언덕을 오르내리는 운동과 유사하게 심폐자극을 주기 때문에 평지만 걷는 운동보다 인터벌워킹은 건강 증진효과가 높다. 걷기운동 참여자들의 건강상태를 지속적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기적으로 건강 컨설팅하여 참여도와 신뢰도를 모두 높였다. 그 결과 초고령인구가 많은 최장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의료비지출은 일본 47개현 중에서 최저 4위에 불과한 성과를 보여 사회재정 안정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바로 평균수명에 못지않게 건강수명이 크게 연장되는 성과를 가져왔다. 당국자의 인터뷰 내용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을 걷게 하였다. 걷는 운동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걷게 하였다(Walk and Talk). 결과적으로 주민공동체의식도 강화되었다.” 주민들이 어우러져 함께 걷게 하고 수많은 주민들에게 건강보조자 교육을 시행하여 생활습관 개선 운동을 확대하고 보편화하기 위한 충분한 자원봉사자 망을 확보하여 효율성과 재정건전성을 크게 높였다. 오키나와와 나가노의 사례에서 장수지역의 흥망성쇠를 볼 수 있다. 전통적 생활습관문화가 무너진 오키나와는 단명지역으로 바뀌고 과학적 방법을 통하여 생활습관을 인위적으로 개선한 나가노는 세계적 장수지역이 되었다. 장수지역이 결코 영원하지 못하며 흥망성쇠가 엄연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의 장수는 지역이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 습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하지 못하다. 인류가 품어왔던 불로촌의 꿈도 결국은 지역주민들의 생활습관 개선을 바탕으로 현실화되리라 기대해 본다. 비록 현재 단명지역일지라도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얼마든지 장수지역으로 진입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며, 생활습관 개선이 고령사회를 대응하는 확실한 해법임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2022-12-08 14:40:20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웰에이징시대 객관적 노화평가지표 개발이 시급하다 일반인들이 병원에 가서 간단한 검사를 통하여 실제 연대적 연령과 다른 생리적 연령을 통보 받으면서 일희일비한다. 그러나 연령평가 또는 노화평가는 아직도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할 만큼 완벽한 방법이 없다. 호사가 집단의 편법적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노화평가지표가 혼선을 빚는 이유는 노화의 원인불명과 현상 다양성 및 개인별 노화형(Ageotype) 때문에 포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지표가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남가주대 핀치(Caleb Finch)박사는 사망률배가시간(mortality doubling time)이라는 지표를 제안하여 인간과 동물 집단의 노화속도 척도로 이용할 것을 제안하였을까.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망률배가시간이 사람의 경우 8년, 쥐는 3개월, 초파리는 열흘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유골조사를 통하여 오늘날보다 사망률이 150배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시대 원시인의 사망률배가시간도 역시 8년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인류가 수명 30세시대 50세시대를 거쳐 현재는 수명 80세 시대를 맞고 있지만 수명 30세시대의 서른살인 사람과 수명 80세시대의 서른살인 사람의 노화패턴은 사실상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비록 수천년 동안 인간은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만큼 환경생태를 개선하는 데 성공하였으나 자기 신체의 노화속도를 개선하는 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랜 세월 연금술사들이 불로장생 방법을 찾았다고 주장하여 왔지만 결국 모두 사기적 수법으로 폄하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생명공학의 발달은 회춘유도 가능성을 제시하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유수한 바이오기업들이 노화제어 방안을 개발하였다는 보도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들은 공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임의의 척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반신반의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장수시대 웰에이징을 위한 방안을 연구개발하기 위해서는 노화상태와 속도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 가장 시급하다. 바람직한 노화지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노화현상을 세포수준에서부터 개체수준까지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단위세포에서 개체까지 공통적으로 진행되는 노화과정을 전반적으로 모순되지 않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평가방법이 간단하여야 한다. 간단할수록 오류가 적으며, 오류가 적어야 비교분석이 명확해진다. 또한 비용이 낮아야 한다. 고가의 막대한 장비가 소요되는 방법이라면 보편화될 수 없다. 그리고 노화지표의 활용범위에는 질병위험도와 개인의 수명예측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포괄할 수 있는 지표가 되어야 한다. 또한 인구고령화 시대에 들어서 노화지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는 인구 Dataset들이 대부분 연령80대까지를 대상으로 하여 왔기 때문에 수명 백세시대에 지금까지의 지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이다. 80대까지 연령증가에 따라 일정하게 증가되거나 감소되는 지표들이 90대 넘어서는 반대의 경향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 자료의 단순한 외삽적(extrapolation)인 해석은 큰 오류를 빚게 된다. 또한 노화지표 확정을 어렵게 하는 큰 요인인 노화의 다양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개체마다 다르며, 장기나 조직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통합한 지표개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고전적 노화속도 측정방법에는 신체적 계측과 생리적 지표 및 혈액지표가 있다. 신체 계측지표는 신장, 체중, 허리둘레, 체질량지수, 근육량, 골밀도 등이며, 생리적 지표로는 운동부하 여부에 따른 심폐기능변화와 보행속도, 보폭, 균형도, 악력 등이 이용되고 있다. 노인의 경우에는 기능저하에 집중하여 노쇠지표, 생활독립 정도 평가를 위한 일상생활능력과 도구적 일상생활능력지표, 심리적 노화정도 측정을 위해 간이정신상태검사나 전반적 우울증평가를 활용하여 치매나 우울 정도를 평가하는 방법들이 추가되고 있다. 반면 임상검사에서는 혈액을 활용하여 다른 질병들과 비교분석이 가능한 혈액적 패턴과 생화학적 지표 및 염증인자와 사이토카인 패턴, 노화연관분비형질 및 영양소, 대사물질과 내분비물질의 프로파일 등을 노화지표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들은 마치 이발하고 목욕하고 단장하면 젊어져 보이듯 생활패턴변화나 외부적 환경변화에 의해 변하는 일시적인 외형적 변화를 평가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신체의 고유한 본질적 노화상태를 평가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하여 최근 오믹스(omics)방법과 AI와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한 혁신적 노화지표들이 차례로 개발되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유전자시계라고 알려진 텔로미어 길이 변화나 유전자수선 기능척도와 염색체 상태와 같은 생명의 본체인 유전적 패턴에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서 유전전사체 전량조사에 의한 노화에 따른 유전체 네트워크 변화와 DNA의 CpG 부위의 메틸화로 일어나는 후생유전적 변화 및 혈장단백질체 패턴이 질환과 생리상태 및 연령에 따라 특정하게 변화됨이 밝혀지면서 보다 포괄적이고 본질적인 노화지표 개발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또한 영상처리기법의 발달은 얼굴 또는 피부 이미지를 활용하는 노화평가방법에 덧붙여서 영상이미지를 활용하여 생체의 경구조물인 골, 관절, 근육을 표적으로 AI와 딥러닝 방법을 통하여 노화를 예측하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이와 같은 유전체를 직접 모니터링하고 신체의 경구조를 분석하는 방법이 추가 되면서 노화현상의 근원적이고 통합적인 네트워크가 차차 규명되어 보다 융합적이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노화지표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랫동안 적절한 노화지표의 결여는 노화연구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객관적인 노화지표 개발은 노화제어 또는 역노화유도 연구를 보다 빠르게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한 선행조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새로운 기법을 활용하여 개발되고 있는 포괄적인 네트워크적 노화지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신뢰할 수 있는 노화평가지표의 등장은 노화와 건강장수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여 미래 초고령사회를 밝게 하는 데 강력한 동력을 제공하리라 믿는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2022-10-31 10:15:05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노화 혁명: 생각과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인류 역사에 전무후무한 초장수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비록 전쟁과 기아, 역병의 위협을 받았으면서도 인류는 이를 모두 극복하여 인류의 수명은 지속적으로 증가되어왔다. 인류 역사의 이러한 흐름은 결코 중단될 수 없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가까운 시점에 세계최장수국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어 장수세계의 선봉이 되어 있으며, 고령사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혁신적 실천의 세상을 구축해야 하는 시급한 사명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어떤 대기업 총수의 “아내와 자식 외는 모두 바꾸어라”는 불호령이 시대적 명언이 되고 있다. 이제 기존의 틀에 박힌 생각과 행동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아직도 일반인들의 저변에는 고령자들은 현장에서 은퇴하여야 하며, 노인 인권이나 노인 우대니 하는 용어들이 범람하면서 부양을 적절하게 해주면 된다는 정도의 인식이 만연하고 있다. 최근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능력이 제한되어 사회참여가 어렵다는 인식이 잘못이라는 생각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도 노화에 대한 인식은 개혁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노화는 '비가역적 불가피한 퇴행성변화'라는 생물학적 소견에 매어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적 시각을 근거로 논리적으로 노화 현상에 대응한다면 단 한 가지 원칙을 도출할 수밖에 없었다. 즉 바꾸기 원칙(Replace principle)이다. 어쩔 수 없고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노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도 바꾸고 세포도 바꾸고, 장기도 바꾸고, 사람도 바꾸어야 하며, 시스템과 사회도 바꾸어야만 한다는 단순한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 생명과학의 새로운 발견은 가역성과 유연성을 중심으로 한 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오고 있으며 종래의 고식적 사고방식에 근원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화하였다고 굳이 버리거나 바꾸지 말고, 고쳐서 해결하자는 혁신적 방안을 강력하게 제안해주고 있다. 바로 고치기 원칙(Restore principle)이 새롭게 등장하였다. 생체를 구성하는 기본 구조인 세포를 노화했더라도 바꾸지 않고 복원할 수 있으며, 노화 개체의 경우도 회복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등장하였다. 더욱 노화된 세포나 개체를 이용해서도 온전한 줄기세포를 유도하고 개체로의 복제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러한 성과는 궁극적으로 세포들의 집단인 생체의 복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나아가서는 개체들의 집단조직인 사회도 고쳐나가면 된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였다. 고령인의 급증을 우려하지 말고 이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는 대안의 강구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화에 대한 인식혁명을 바탕으로 고령사회에 대한 실천방안도 개혁하는 노화혁명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고령사회에 대한 논의를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인간은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화 혁명의 목표는 인간의 존엄성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하는 데 있다. 아무리 늙었다 할지라도 바꾸지 않고 고치는 노력을 통하여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나가는 노력이 본질이다. 건강을 증진하려는 개인의 노력과 사회적인 배려를 포함한 입체적이고 통합적인 노력을 병행하여야 한다. 개인의 고령화에 따른 신체기능의 저하는 첨단의료를 통하여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또한 개인의 능력을 배양하는 데 나이 탓으로 회피하거나 거부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 만연되어 왔던 연령차별적 문화는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 때문에 초래되었다. 나이가 들었다는 명분이 변화되는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임에 망설이는 이유가 될 수 없다. 개개인은 자기보호를 위한 방어기제 형성에 의한 외부수용거부 현상을 극복하고 보다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와의 교류를 증진하여야 하는 절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계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스스로 구축한 굴레를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령인 스스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개방적 사고를 가져야 하며, 굴레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이웃과 친구를 확대하는 관계증진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하여야 하며 사회적 활동을 강화하여야 한다. 연령 때문에 칩거하여야만 할 이유가 없다. 각종 집회, 각종 행사, 각종 봉사 활동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여야 한다. 내게 주어지는 상황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오랜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오히려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연령차별 없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며, 고령인들 상호는 물론 노소가 어울리는 열린 공간의 구축이 필요하다. 노인들의 고립성 고독감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문화적 시스템의 강구는 노인들로 하여금 더욱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하게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문화적 체계의 정비는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매우 시급한 사안이다. 전무후무한 장수시대를 맞으면서 초래되는 많은 문제점 특히 가족관계, 이웃관계, 친구관계에 대한 개념들이 시급하게 정비되어 노인들의 삶이 보다 자유롭고 보람되어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향유하여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도록 지원해주는 노인을 위한 새로운 학습체계 수립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개개인은 “나이 탓하지 말고 남의 탓하지 말고 스스로 하자 주자 배우자, 不怨天 不尤人 行之 與之 習之” 원칙에 따른 능동적 참여와 봉사의 삶을 추구하여야 하며,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개개인이 독자성을 갖추게 될 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연령에 상관없이 유지될 수 있으며, 보람을 누릴 것이다. 이러한 개인의 노력에 의한 자기복원은 노화혁명의 충분조건이다. 지역사회 또는 정치권은 바로 개인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안전하고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시대적 상황에 맞추고 공간적 현실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환경변화는 노화혁명의 필요조건이다. 노화에 대한 생각을 근원적으로 바꾸어 실천적 행동을 통하여 개개인들이 자조능력을 함양하고, 상호 공조 생활을 강조하며,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안전하고, 멋지고, 당당한 고령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노화혁명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이다. 따라서 노화혁명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자는 생명경외운동의 일환이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2022-10-02 20:23:21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행복은 수명연장의 필요조건이다. 인간이 단순한 진화적 결과에 의하여 존재하는 단계를 벗어나 자신이 개발한 의학적 또는 공학적 방법을 통하여 역량을 증강한 트랜스휴먼 상태로 변환하고 있다. 인간의 사지, 오장육부, 감각기, 치아 등이 기구 또는 장치로 대체되거나 보완되고 있다. 신화에 나오는 타이탄으로 부활하고,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전설이 현실화하고 있다. 뇌마저 기계에 의하여 보완·대체되어 버린다면 포스트휴먼 상태로 변환할 것은 자명하다. 포스트휴먼 상태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의 모든 기능이 극대화되고, 노화 상태도 수리·복원할 수 있기 때문에 반신반인(半神半人)의 경지에 이르는 단계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인류는 가장 큰 과제였던 기아, 역병, 전쟁을 해결해서 번영·건강·평화를 누리게 되었으며, 그 근간에는 경제적 발전이 토대를 이루었다고 하였다. 또한 인간의 역사는 멈춤이 없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인류가 추구할 것은 불멸과 행복이며 그 결과로 신성을 확보하는 일임을 간파하였다. 과학기술 발전을 통하여 1차적 목표인 생명 보존이라는 꿈을 어느 정도 성취한 인간에게 과학기술 개발의 2차적 목표가 생명 연장이라는 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유전자 나노 로봇 기술로 인류가 특이점을 맞게 되면 기계 지능의 지배를 받아 수명 연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제창하고 있다. 그 자신 일상생활을 철저하게 관리하며 매일 수많은 영양보충제를 먹고, 매주 여러 가지 정맥주사를 맞으며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였다. 미세노화제어전략(SENS) 프로그램을 제창한 오브리 드 그레이는 노화 단계마다 적절하게 중재하면 노화를 지연하여 수명 180세 시대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다양한 수명 한계 극복 노력은 개인 차원을 넘어서서 조직적으로 산업화 단계까지 추진되고 있다. 노화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고 허구성이 강조되었던 시절에는 소규모 벤처들만 이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대기업들이 연구개발을 주도하며 수명 연장술의 산업화를 추구할 만큼 놀랄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구글 벤처스는 엄청난 재원을 생명 연장 프로젝트에 투입하였으며, 최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천문학적인 30억 달라를 노화 극복 프로젝트에 투자하여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Life 3.0시대로 접어들면서 인간에게 만능과 영생의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이 진정한 축복으로 남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장수 사회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행복한 삶의 연장이다. 행복하지 않은 삶의 연장은 불행만 증폭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장수의 필요조건이 아닐 수 없다. 행복을 위해서는 심리적 기제와 생물학적 기제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심리적 기제는 상황이 나아질수록 기대가 부풀어지기 마련이며, 생물학적 기제는 유쾌한 감각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불쾌한 감각으로 대체되어 버리는 속성이 있다. 행복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만족이 어려울 수밖에 없으며, 감각은 순간의 기능이기 때문에 오래 유지될 수 없다. 인간의 감각기능은 행복을 느끼는 데 제한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경세포는 모든 자극에 대하여 일정한 역치(域値)만 넘으면 동일한 진폭의 반응을 한다. 강도가 강하면 반응 빈도만 증가할 뿐이다. 어떤 자극이 오더라도 일정한 진폭의 반응을 한다는 의미는 인간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기쁨의 자극이 굳이 강할 필요가 없음을 뜻한다. 또한 신경세포는 자극에 대한 반응 후 탈감작기(脫感作期)를 가지기 때문에 일정 기간 추가 자극에 반응하지 못한다. 하루하루 삶에서 소소한 행위와 자극에서 얼마든지 기쁨과 행복을 얻을 수 있음을 예시하고 있으며 자극이 지속적으로 되풀이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행복한 장수를 누리려면 날마다 생활 패턴과 습관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일이 부각되는 이유다. 행복을 위한 기제는 진화하는 과정에서 선택되거나 적응되지 않았다. 진화의 흐름은 오로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선택과 적응을 해 왔을 뿐이며 행복을 위해서는 그러한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행복이 뇌신경 호르몬과 같은 물질의 작용이며 그중 엔도르핀이 대표적 행복 분자로 규명되어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물질을 활용하면 인간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다고 주창되고 있다. 올더스 헉슬리가 저서 <멋진 신세계>에서 행복을 위하여 소마(soma)를 사용한다는 개념과 흡사한 방안이다. 그러나 행복분자 사용은 중독이라는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모르핀 중독이 있다. 모르핀을 사용하여 고통을 잊을 수 있지만 지속적 사용은 결국 중독이라는 징벌을 초래한다. 중독성 없는 행복 물질을 찾으면 되겠지만 신경 기능은 행복의 감정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는 근원적 한계점 때문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인류는 그동안 이루어 왔던 문화 발전에 대하여 적응 시간이 충분하여 큰 충격을 받지 않고 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해왔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전연 다르다. 과학기술 발전 속도에 맞추어 인간이 대응하여 조처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졌다. 과학기술은 효율과 편리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발전하여 왔을 뿐 행복 자체를 목표로 삼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결과가 심각하다. 이제 인류는 탈인간사회(脫人間社會)의 나락으로 빠질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다면 인류가 인성을 포기하고 신성을 얻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명제에 갈등하지 않을 수 없다. 괴테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속아 넘어가 젊음과 지식을 영혼과 맞바꾸려 한 파우스트 박사의 어리석음을 기술하였다. 오늘날 현대인이 직면한 갈등을 일찍이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인간이 인성을 포기하는 거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스스로 결정하여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인류가 불로장생을 추구하여 신과 동격이 되는 상태에 근접하는 일은 생명공학, 사이보그공학, 비유기체 합성 등이 어우러져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 질 수 있다고 기대된다. 그러나 이에 필수적 조건인 행복 추구는 진화적인 측면이나 과학기술 측면에서 모두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심각하다. 인류가 호모 사피엔스적 상태에서 벗어나 호모 데우스적 상태로 변환하는 상황을 맞아서 인간이 지불해야 할 대가와 포기하여야 할 것을 검토하면서 행복을 보장하기 위한 사전 대비를 서둘러야 할 절박함이 있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2022-08-26 10:57:31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인간 대상 수명연장 실험의 등장.. 불노초 현실화? 불로장생을 꿈꾸어 왔던 인류는 불로초, 불로장생술, 불로촌을 찾아 수명연장의 꿈을 이루고자 하였지만 대부분의 노력들은 허탕을 쳤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측정이 분명한 객관적 연구방법이 체계화되면서 노화와 수명에 대한 연구들이 비로소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쥐, 생쥐, 초파리, 꼬마선충, 효모 등의 동물을 대상으로 한 노화제어와 수명연장실험이 대종을 이루었다. 그러나 선충이나 초파리 등은 수명이 짧아 실험은 용이하나 생체 구성 세포가 증식후 상태이고, 쥐는 야행성으로 인간의 생태와 맞지 않음이 문제로 제기되었을 뿐 아니라 실험실에서 발견된 수명연장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탑재한 경우 일반 사육시설인 폐쇄공간과 다른 개방공간인 야생에서는 수명연장 효과가 반감되는 결과들이 노출되었다. 따라서 유전자뿐 아니라 생활습관, 주거환경, 문화와 생태 등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인간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연구조사가 절실하게 요구되어 왔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조사는 후향적 연구와 전향적 연구가 있다. 후향적 연구는 기본적으로 지역의 장수도와 생활패턴, 환경생태 등에 대한 연구를 하는 백세인 연구가 대표적이며 주로 통계적 방법에 의하여 결과를 도출해 낼 수밖에 없다. 대상자들을 동시에 비교하는 횡단연구가 기본이기 때문에 특정 조건에 대한 인과적 효과를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방법이 노화종적 관찰연구와 같은 전향적 연구이다. 일정한 대상을 전향적으로 추적 조사함으로써 구체적인 해답을 구할 수 있지만, 보다 분명하고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특정조건을 부과하여 그 효과를 추적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전향적 연구는 특정 공간의 주민이나 특정 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특정 조건을 부과한 집단과 일반 집단을 비교하여 신체, 정신, 사회적 관계, 행복 등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다. 특정 요인에 대한 명확한 효과 검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임상 실험은 전향적 방법에 의하여 약물이나 특정 시술 또는 자극의 유효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향적 연구는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들 뿐 아니라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 변수가 많아서 수명효과와 같은 장기적인 연구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비로소 최근에 인간을 대상으로 수명요인을 분석하기 위한 전향적 연구가 다양하게 추진되기 시작하여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영양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전향적 연구로 7개국조사(Seven countries study)가 있다. 그리스, 이탈리아, 유고슬라비아. 핀란드,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 7개국이 참가하여 1950년대에 시작한 프로젝트의 1차 목표는 가장 높은 사망요인인 심혈관 질환 사망률 저하 방안 규명이었으며, 50년이 넘도록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초기 성과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낮은 지역은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일본 등의 순서임이 밝혀졌다. 다른 사망률도 대동소이하게 그리스, 이탈리아가 양호하여 그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식단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특히 지중해지역 주민들은 40%이상의 열량을 지방으로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비만, 당뇨, 고혈압 및 암의 요인으로 시사되고 있는 체내 지방 축적을 극복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최근 EU는 지중해식단의 효과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하여 전향적인 NU-Age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5개국(이탈리아, 프랑스, 폴란드, 네덜란드, 영국)을 대상으로 실험군은 지중해식단, 대조군은 지역 전통식단을 섭취하게 하여 5년간 추적조사를 한 뒤 대상자의 유전체, 후성유전체, 대사체를 종합적으로 비교하여 지중해식단의 효과를 밝히는 국제적 프로젝트이다. 과거의 특정 성분 위주의 식품효과 연구를 탈피하여 일상에서 섭취하는 식단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로 바꾸어 추진하였다는 점에서 본 연구는 특별한 의의를 가진다. 생태적 환경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전향적으로 분석한 최초 조사는 바이오스피어 2 (Biosphere 2) 프로젝트이다. 바이오스피어 1 이란 현재의 지구를 말하며, 바이오스피어 2는 설계에 의하여 건설한 인공생태계를 지칭한다. 바이오스피어 2 프로젝트는 미국 애리조나 사막지대에 지구환경을 모방한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조성하여 인간이 생활하면서 초래되는 생리적 심리적 생태적 변화를 측정하여 미래 세계 또는 다른 혹성에서의 인간 생존 가능성을 실험하고 노화과정도 규명하려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실제로 1991년부터 8명이 들어가 2년간 직접 생활한 프로젝트로 다양한 지구 생태 환경을 조성하고 수천종의 동물과 식물을 생육하여 자급자족하며 살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그러나 산소와 탄산가스 농도 변화와 식량생산 감소 등으로 생활 자체가 어려워지고 내부 구성원들 간의 불협화음과 건강 악화로 결국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나버렸다. 하지만 임의로 설계한 거주공간에서 환경과 생활여건을 조절하여 생태가 인간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추진하였다는 의미에서 달 정복의 아폴로 프로젝트에 못지않은 대규모 전향적 인간수명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수명실험의 하이라이트는 특정약물이 인간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실험이다. 바로 TAME(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프로젝트가 최근 시작되었다. 그동안 당뇨약으로 오래 사용되어온 메트포민이 동물은 물론 인간에게 수명을 연장하고 노화에 따른 퇴행성변화를 제어하는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어 65세 이상 79세까지의 3000명 자원자를 대상으로 14개 기관이 참여하여 6년간 전향적으로 조사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앞으로 유사한 연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약물의 경우는 물질이 명확하고 그 작용기전이 분석적으로 규명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산성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적용범위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정약물에 의한 인간의 수명연장이 성공한다면 인류의 염원이었던 불로초가 현실화 될 수 있어 미래사회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2022-07-29 17:26:57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줄기세포연구에서 찾은 역노화(逆老化) 방안 생명체의 복제는 이미 식물이나 일반 동물에서는 보편화된 술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식물의 경우 잎이나 뿌리의 한 조각을 떼어내어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 상용화되어 농업의 주요 기술로 자리잡았다. 동물에서도 복제가 상용화되고 있고 호사가들의 큰 관심이 되었으며 근자에는 중국에서 영장류인 원숭이 복제도 성공하여 인간복제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생명체 복제 수단으로서의 체세포핵이식술은 한 개체의 세포에서 분리해낸 핵을 다른 개체의 핵을 미리 제거해 둔 난자에 이입시켜 수정을 유도한 다음, 이를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하여 개체를 인위적으로 복제하는 방법이다. 이런 복제 분야에 획기적인 전환점은 줄기세포의 발견이다. 이론상으로 태아나 성체에서 확보된 줄기세포는 핵의 난자이입 절차를 통하지 않고도 모든 세포로 분화되어 개체까지 유도될 수 있는 성상을 활용한 방법으로 체세포핵이식술과는 차원이 다른 비약적인 발전이다. 다른 개체의 난자를 이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포로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은 진화의 역사를 되돌리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성생식을 무성생식의 세상으로 역진화한 것이다. 더욱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장기의 어떤 세포라도 분리하여 간단하게 줄기세포로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 이들 세포들을 하나하나 각각의 개체로 발생할 수 있다는 성과는 생명과학계에 획기적 전환점을 불러왔다. 이 분야 연구의 문은 일본의 젊은 의학자 신야 야마나카의 기발한 착상에 의하여 활짝 열렸다. 줄기세포와 정상 일반세포의 유전자전사인자의 차이를 발견하고, 줄기세포에만 고유한 전사인자를 일반세포에 이입하는 실험을 통하여 만능줄기세포를 유도할 수 있다는 놀라운 발견을 하였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는 신체를 구성하는 일반 세포를 활용하여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성질의 줄기세포로 역분화를 유도한 세포이다. 야마나카 팀은 4가지 유전자 전사인자인 Oct3/4, Sox2, c-Myc, Klf4를 생쥐 섬유아세포에 주입하여 최초로 역분화에 성공하여 만능유도줄기세포를 제작하였고, 이후 인간의 섬유아세포를 대상으로도 역분화에 성공하여 인간의 줄기세포를 유도 제작하였다. 이후 위스콘신대 팀은 Oct4, Sox2, Nanog, Lin28을 주입하여 인체상피세포의 역분화에 성공하여 이러한 유도만능줄기세포 제작 술기가 보편화하는 계기를 이루었다. 어렵지 않게 만능유도줄기 세포를 인위적으로 제작하는 방법의 창안은 생명현상이 의외로 단순 명료한 원리에 의하여 작동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어떠한 신비로운 생명현상도 의외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후 줄기세포활용 의료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미래의학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적절한 의료 방안이 없고, 대안도 마땅하지 못했던 각종 노인성 및 퇴행성 질환의 회복이나, 치유가 어려웠던 특수조직의 재생에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이 희망적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당뇨병, 류머티즘 관절염, 뇌졸중, 두부손상, 황반변성, 척추손상, 알츠하이머병, 심근경색, 생식불능, 시각 청각 기능회복, 치아보정, 대머리치료 등에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파킨슨병의 경우에는 도파민 생성 신경원세포를 공급하여 이식해 주거나, 당뇨병의 경우는 제1형의 경우 인슐린 분비 베타세포를 줄기세포로부터 분화시켜 공급 이식함으로써 질병의 근원적 해결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다고 기대되고 있다. 나아가서 줄기세포 분화 연구는 인체의 발생과정연구뿐 아니라 대체장기 개발에도 응용되고 있다. 개개인의 세포를 이용하여 제작한 만능유도줄기세포에서 확보한 균질의 인체조직이나 세포는 면역적으로도 문제가 없어 개인화된 치료 약물이나 방안의 개발에 사용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의료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의료 개인화를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이러한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연구가 노화제어의 수단으로 발전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정상세포를 줄기세포로 유도하기 위하여서는 야마나카의 4가지 유전자전사인자를 사용하였는데 이 중 c-Myc를 제외하고 나머지 3가지만 사용하면 줄기세포까지 형질전환하지 않는 대신 늙은 세포가 젊은 상태로 복원되는 역노화(逆老化)가 유도될 수 있다고 보고되면서 아직 실험실적 단계이지만 이러한 성과는 노화연구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미래고령사회에 희망을 가지게 하고 있다. 즉 늙은 세포를 제거하지 않고도 젊은 상태로 복원하는 혁신적 방법으로 제안되고 있다. 줄기세포는 의학적 측면을 비롯하여 인류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어 종교적 또는 신념적 논쟁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윤리적 문제 이외에도 줄기세포 활용은 중요한 과학적 난관을 아직 해결하지 못하여 한계가 있다. 임상 목적으로 사용하는 배아줄기세포나 만능유도줄기세포는 속성상 기형종을 형성할 수 있고 줄기세포 이식 후 암 발생이 보고된 경우가 이미 상당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쉽게 제작할 수 있는 만능유도 줄기세포를 활용하면 윤리적 문제나 면역적 부작용에서 어느 정도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성체줄기세포를 사용하여 목표하는 조직으로 선택적인 분화를 유도하는 방안이 심도 깊게 개발 중이다. 미래 세상에서 추구하는 의학의 발전을 예측해보면 인간의 수명 한계를 넘어서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임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인류는 보다 더 오래, 보다 더 잘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줄기세포의 출현은 그 가능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은 당연하다. 왜냐면 줄기세포의 자가복제능을 통하여 필요한 세포의 무제한 공급이 가능하고, 이런 줄기세포는 만능분화능을 가져 인간이 필요한 모든 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퇴행화 또는 손상에 의해 기능을 수행 못하는 장기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으며, 각 기관의 질병을 해결하고 온전한 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는 점은 의학의 새 지평을 열게 하는 데 충분하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2022-06-28 14:3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