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경희대 교수
jwc@khu.ac.kr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이며 국내 최초의 미중관계사 책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와 베스트셀러 『팩트로 읽는 미중의
한반도전략』의 저자가 실타래와 같은 동북아 국제관계를
팩트로 풀어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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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의 프리즘] 심리전 펼치는 북중러…사이버 안보 대비 급하다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지난 6월 19일에 하면서 북·러 동맹 관계가 복원된 데 대해 우리의 관심은 모두 한 가지 의미에만 함몰되었다. 북한이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회복하면서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핵을 포함해 무기체계의 성능과 사양을 향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다. 향후 북·러의 군사적 협력이 북한 무기의 하드웨어(hardware) 개선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간과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이들의 협력 가능성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은 오랫동안 심리전과 인지전을 펼쳐온 나라들이다. 이의 선두 주자가 중국과 러시아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이 핵 개발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 세계를 통한 우리에 대한 심리전과 인지전은 그야말로 가성비 최고의 군사 전략 중 하나다. 물리적인 침공 이전에 선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심리전과 인지전이다. 인류는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침공 상대국의 사기와 전투력 의지를 잠식시키기 위한 군사 전술로 이를 오랫동안 이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과 국제사회에 심리전과 인지전으로 먼저 침략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이런 전술과 관련하여 1999년에 출판된 <초한전(超限戰)>을 국가 군사 전략의 방편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초한전의 핵심 전술 중 하나가 심리전과 인지전이다. 언론매체와 사이버 공간 및 인터넷을 이용하여 상대국 국민의 사기 저하와 공포심을 유발하는 동시에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에 이들이 동조하게 만드는 게 핵심 목적이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면서 이의 진위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실정인 것이 사실이다. 초한전이 이런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이른바 ‘영향력 공작’을 통해 대상국 사회 전반 곳곳에 잘못된 정보를 침투시켜 국민들이 오판·오인하게 만들어 사회 전체를 혼란과 동요 속에 빠뜨리려는 것이 초한전의 핵심 전략이다. 그러면서 배가된 이들의 심리적 동요와 공포심을 중국에 동조하게끔 만드는 것이 목표다. 즉, 중국을 두려워하게 만들고 중국에 순응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를 길들이는 전술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을 포함한 전제주의 국가의 영향력 공작은 평시에 이뤄진다. 그리고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우리를 세뇌하려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을 이용한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의 유포다. 특히 중국은 이런 면에서 우리 사회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자신의 언론매체를 이용하여 우리에게 한국어 번역본을 살포하거나, 인터넷을 통한 신속한 유통 과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중국의 언론 기사가 우리에게 전달되는 데 얼마 걸리지 않는 이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중국은 또한 우리의 언론체계의 허점을 적극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매체의 설립이 용이한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2명 이상의 명의로 신고만 하면 인터넷 매체로 활동할 수 있는 ‘신고제’의 허점을 이용한다. 우선 중국은 관영매체를 이용해 영향력 공작을 적극 전개 중이다. 중국의 관영매체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높은 신망 정서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의 관영지에 게재된 사설이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만큼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대부분의 언론매체가 인용하는 경우도 드물다.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중국 관영지는 거의 매일 미국을 비판하는 사설과 전문가 기고문을 게재한다. 그렇다고 미국의 언론이 이를 덥석 받아먹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숭배하듯 즉각 인용하고 보도한다. 이런 우리 언론의 관성을 중국은 우리에 대한 영향력 공작의 일환으로 이용한다. 특히 중국공산당의 대표적인 관영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논평에 대해 우리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가 그만큼 양분화되었기 때문이다. 친중, 반중, 친미, 반미로 나뉜 우리 사회의 정치 구조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리 정치·사회적 구조를 간파한 중국은 환구시보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데 적극적이다. 가령, 한·미 동맹 강화를 외교정책의 기조로 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일삼고 있다. 그 정도가 심해 우리나라와 국민의 자존심을 해하는 수준임에도 이에 동조하는 세력이 있어 중국은 효과를 보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미국 중시’ 기조가 가시화되는 것에 미국을 ‘배신’ 등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면서 미국과 거리를 둘 것을 종용한다. 반도체 동맹 구상이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대중 압박 회피를 위해 미국의 ‘오만과 무시’를 경계할 것을 우리에게 촉구하는 사설도 게재한 바 있다. 2023년 4월 우리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맹목적 미·일 추종’ ‘국격을 잃고 조롱받을 것’ ‘굴욕 외교’ 등으로 우리 대통령과 우리나라를 비난했다(4.23. 사설). 그러면서 우리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 났다’고 조롱했다. 더 나아가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해 환구시보 사설(2023.8.7.)은 우리가 ‘신냉전 최전선의 보초병’으로 전락했다면서 ‘동북아 지역안보의 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8월 19일 사설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보초병이 된 대가는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도 했다. 또한 사드 ‘3불’을 부정하는 우리 정부가 대중정책 기조를 ‘상호존중’으로 채택한 데 대해 환구시보 사설(2022.3.11.)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사드 ‘3불’이 상호존중을 실천한 결과라고 빗대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미·중 경쟁에서 도박할 공간이 없다고 얼음장을 놨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칩4) 구상 참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사 결정에 미국 협박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훈계조의 사설(2022.7.21.)을 게재했다. 2023년 6월 13일 환구시보 사설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과 관련해 싱하이밍의 무례함을 옹호했다. 중국에 베팅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을 전하면서 사설은 우리나라를 ‘미성숙한 소국’ ‘유치원생’으로 비하했다. ‘서울이 중국에 대한 태도를 바로 세워야 과민반응하지 않고 소국의 마음가짐도 버릴 수 있다’며 ‘싱 대사의 말은 충언이자 진언이었으며, 한국 외교는 자존심이 강하면서도 의심이 많아 매우 미성숙하다’고 우리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들 사설의 핵심 공략 포인트는 몇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하나는 우리의 주권적 의사 결정을 무시하는 동시에 그 결과에 대해 위압적이고 고압적인 언행으로 비판하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우리의 국익 변화에 따른 우리의 전략적 선택의 변화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부정하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자신의 공세적이고 위협적인 언행이 국제정세의 변화를 추동한 주된 원인임에도 어떠한 의식도 하지 않는 방증이다. 즉, 우리의 전략적 선택의 조정이 불가피한 점을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를 소국으로 보는 중국의 인식이 역력하게 드러난 점이다. 더 나아가 중국은 통일전선전략의 일환으로 우리 언론사회에 침투하면서 여론몰이하는 전략도 구사 중이다. 이의 가장 선도적인 주체가 중국의 홍보회사 하이마이(海賣科技社)와 하이쉰(海訊社) 등이다. 이들은 특정 목적을 지닌 콘텐츠를 마치 한국 언론사의 정상 기사인 양 의도적으로 작성·배포하며, 한국의 여론을 조성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들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경위로는 타임즈 뉴스와이어라는 뉴스와이어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하이마이 같은 경우, 자체 제작한 한국 언론사 위장 웹사이트 18개를 활용 중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마이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네이버와 서울프레스, 충청타임스, 부천테크 등 실제 존재하지 않는 한국 지역 언론사에 보도자료가 배포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이쉰은 불법 개설한 18개 위장 웹사이트에 한국 언론기사가 무단으로 게재되어 있다. 이들이 게시한 글 중 친중, 반미, 반일 성향의 기사는 약 42건으로 총 18개 사이트에 동시 배포되었다. 이들은 또한 이 같은 기사를 신속하게 유포하는 데 SNS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간첩을 이용한 북한의 영향력 공작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노동단체 침투 지하조직> 사건으로 우리 수사당국이 이들의 PC를 압수 수색하면서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북한 지령문 중에서 유튜브 방송, 페이스북 계정 등 새로운 홍보수단을 제시하면서 노총을 반미투쟁, 보수 세력 공격의 선봉으로 만들고, 개별 조직원의 SNS를 이용해 협박하고 투쟁하라고 지시한 증거가 확보되었다. 또한 노총 홈페이지 게시판, 유튜브 동영상 댓글란도 지령 수수의 도구로 활용할 것을 명령한 것도 드러났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국민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퇴진이 추모이다’ 등 항의 투쟁을 집중과 분산의 원칙으로 전개할 것을 지시한 사실도 밝혀졌다. 현재 우리는 정보통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시대가 변한 만큼 국가 안보의 개념 역시 변하고 있다. 오늘날 안보 개념은 과거와 같이 지리적 차원에서의 영토, 영해, 영공을 침범, 침공, 침략하는 데 대비하는 일차원적이지 않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생활공간은 영토라는 물리적 개념을 초월한 지 오래다. 우리의 일상생활 중 반 이상을 이제 가상공간이라는 또 다른 공간에서 살고 있다. 이런 공간에서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보호하는 것이 국가 안보 개념에 새로이 자리매김 중이다. 인터넷 시대에 일찍이 접어들었지만 우리는 가상공간에서의 안보에 대한 높은 관심도에 비해 대비책 마련에는 소홀했다. 외국은 각자 가상공간에서의 안보를 지켜내기 위한 사이버안보 관련 법안들을 제정한 지 이미 오래다. 중국만 해도 사이버 안보 법안과 관련된 법안을 2015년부터 제정했다. 2015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국가안보법>을 시작으로 <네트워크안전법(2017)> <국가정보법(2017)> <비밀법(2020)> <데이터안전법(2021)> <개인정보보호법(2021)> <반간첩법(2023)> <국가기밀보호법(2024)>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활동 공간의 창설은 국가 안보에 또 다른 취약점을 의미한다. 정보 탈취와 간첩 행위의 경로, 방식, 방법이 시계 공간의 제약 없이 더 자유롭게 행해질 수 있게 되었다. 즉, 24시간 이러한 행위가 가능해졌다.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가상공간에서 간첩들은 지령을 수시로 받을 수 있고, 정보를 편리하게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로 쉽게 동요시킬 수 있다. 과거와 같은 대인 접선 방식이 불필요해진 면이 많아졌다. 잠재적 적국은 사이버 세계에서 간첩 행위 관련 행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역으로, 정보통제와 제약이 허술한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 국민은 가짜뉴스, 허위 정보의 위협에 쉽게 노출된다. 따라서 평시에 이뤄지는 우리에 대한 전체주의 국가의 영향력 공작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국가정보원의 방첩 기능 강화와 대공수사권의 회복이 전제된다. 그리고 관련 법안의 조속한 마련이 필요하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4-07-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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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의 프리즘] 북.중 수교 75주년 … 김정은·시진핑·푸틴 올해 평양에서 만날까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두고 중국의 입장 변화가 점점 선명해지는 듯하다. 최근 서울에서 개최된 한·일·중 3국 회의의 공동선언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하여 3국이 ‘서로의 입장을 각각 재강조하였다’며 종전보다 수위가 낮은 발언으로 결정되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지지’ 등과 같은 표현은 사라졌다. 이는 작년 3월부터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올해 중국이 북한과 고위급 회담을 연쇄적으로 가졌으나 최소한 공개된 자료만 보더라도 북한 비핵화에 관한 언급은 중국 측에서도 없었다. 중국이 이렇게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심과 입장이 바뀐 배경에는 복잡한 전략적 셈법이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동한다. 우선 조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한·미 연합훈련의 재개가 하나의 요인이다. 둘째,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지속적인 군사적 지원이다. 미국이 이 문제를 작년 1월부터 중국 측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리고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이 왕이 외교부장과 가진 복수의 회담 자리에서 이 문제를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특별한 위치(special position)’으로 북한 핵문제와 러시아 지원 문제에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하는 뉘앙스의 입장을 전언했다. 셋째,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비핵화 방정식에서 북한 핵개발과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자는 ‘쌍중단’을 삭제한 요인이다. 이는 양국이 작년 3월 모스크바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 드러났다. 종전의 ‘쌍중단’과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한반도 평화협상 프로세스를 병행 추진하자는 ‘쌍궤병행’에서 전자가 사라졌다. 그리고 올해 5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러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에서는 후자마저 종적을 감추었다. 중·러 양국은 2017년부터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북한 비핵화의 공식 원칙으로 견지해 왔었다. 북한의 도발 중단에 대한 요구가 포함된 ‘쌍중단’이 폐기된 까닭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한·미 양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양국의 연합군사훈련의 재개가 자명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 행위를 차치하더라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재개로 이 원칙은 무용지물이라는 판단을 선제적으로 양국이 한 결과다. 이때부터 중·러 양국은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이해할 것을 미국과 한국 등 관련국에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쌍궤병행’을 진행하는 것마저 비현실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장 결정적 요인은 관련국 간의 대화 중단이다. 중·러 양국은 각자의 이유로 대화 중재에 나설 의향도 없어 보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함몰되었다. 중국은 미국관계에 매몰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최대한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입장에서 거리를 두는 양상을 보였다.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에서도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발언 기록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북핵문제의 관련국 간의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비핵화 프로세스나 평화구축 프로세스의 실현 가능성은 정치적으로 비현실적인 문제로 중·러 양국은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쌍궤병행’이 이번 중·러 양국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 누락된 것이다.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대신 강조하고 나섰다. 이는 이전의 ‘당사국 원칙’을 재소환한 것이다. 공동성명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군사 분야에서의 억지 행위, 북한과의 대립을 조장하고 무력 충돌을 유발하여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반대한다. (중·러) 양측은 미국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며 위협, 제재, 압박 수단을 버리고 북한 및 관련 국가들이 상호 존중과 상호 안보 우려를 고려하는 원칙에 따라 협상 과정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 책임이 있으니 미국이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의미다. 이를 공동성명에 포함함으로써 중·러 양국은 북핵 문제에서 한 발 떨어지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런 중·러 양국의 입장 변화는 대북 제재 문제로도 이어졌다. 지난 3월 28일 대북 제재 감시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이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부결되면서 활동이 중단되었다. 이를 주도한 것이 러시아였다. 중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미국을 의식한 태도였다. 작년부터 북한에 대한 ‘특수한 위치’ 압박을 받은 중국은 기권표를 던짐으로써 최소한 입장 표명을 공식화하는 것을 거부한 셈이다. 그러나 제재 문제에 대한 중·러 양국의 입장 일치도 한몫한 결과였다. 지난 5월 중·러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제재문제에 있어서도 인식을 같이하는 문구를 포함시켰다. 우선 러시아에 대한 미국 및 서구의 제재 문제와 관련해 중·러 양국은 다음과 같은 인식을 공동성명에 담아냈다. “양국은 각국이 자국의 상황과 국민의 의지에 따라 자주적으로 발전 모델과 정치, 경제, 사회 제도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주권 국가의 내정 간섭을 반대하고, 국제법 근거 없이 안보리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일방적인 제재와 ‘장거리 관할권’을 반대하며, 이념적 경계선을 긋는 것을 반대한다.” 양측은 이런 행위를 ‘신식민주의와 패권주의’의 일환으로 비판했다. 북한 제재 문제에 있어서도 양국은 “정치 외교적 수단이 한반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재확인하며, 국제사회가 중·러의 건설적인 공동 제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 한국, 일본 등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취한 제재 조치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한 가지 반문할 여지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되었든, 북한 핵문제가 되었든 중국이 독자 제재의 유효성을 부정하고 나선 점에 대해서 말이다. 주지하듯, 중국은 2013년부터 북한에 독자적인 제재 조치를 취했고 이를 지금까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독자적 제재 또한 국제법에 의거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국가이익, 전략적 관점에서 취한 결과다. 그럼에도 중국이 독자 제재의 유효성을 부정하는 것은 미국의 중국과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의 정당성을 질책하려는 함의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중국과 북한이 가진 연쇄적인 고위급 회담에서는 이런 발언의 행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3월 22일에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 김성남의 방중은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9년 김정은 위원장 방중 이후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첫 고위급 인사였음에도 말이다. 중국의 환대 역시 예상 밖의 수준이었음에도 말이다. 김성남이 예방한 중국 인사들만 해도 화려했다.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 왕후닝(王滬寧, 공산당 서열 4위),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蔡奇, 서열 5위), 국무위원 겸 외교부 부장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 류젠차오(劉建超)까지, 권력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로 꽉 찼다. 지난 4월 11-13일 중국공산당 서열 3위이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우리의 국회의장 격) 자오러지(趙樂際)가 평양 방문을 했으나 이 또한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의 방북은 그야말로 2019년 시진핑 국가주석 이후 중국의 첫 고위급 인사의 방문이었는데도 말이다. 그가 김정은과 가진 회담과 관련해서도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 상황에 관한 논의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다. 아마도 중국과 러시아 간의 북핵에 대한 입장 변화가 이런 중국과 북한 사이에 핵문제를 금기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올해 중국과 북한이 수교 75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에 이들 간의 고위급 인사의 교류가 지도자 간의 상호 방문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차원에서 진행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 것으로 점지되고 있다. 10년 전에는 김정은이 정권을 계승한 지 얼마 안되어 북·중관계가 원활하지 않았다. 그러나 20년 전, 2005년을 상기하면 당시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가 북한을 방문한 사례에서 후자의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겠다. 올해 후반기에 북한의 외교가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북·중수교 75주년을 경축하기 위한 양국의 지도자 방문이 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도 기대가 되는 상황이다. 만약 북·중수교 75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북·중·러 3국의 정상이 회담을 갖는다면 북한으로서는 고무적인 외교 행사가 될 것이다. 이에 우리의 대비책 마련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4-06-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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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의 프리즘] 이젠 한중 정상회담을 고려할 때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이달 26~27일 무렵 한국, 일본, 중국 3국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우리 외교장관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만약 예정대로 정상회의가 개최되면 파생되는 모멘텀을 정상회담까지 이어가는 호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봄직하겠다. 한·일·중 3국 정상회의는 3국 간의 회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일·중 3국 회의도 여느 다자회담과 같이 양자 간의 회담이 부속으로 열린다. 중국 측에서는 총리가 전통적으로 참석해왔기 때문에 우리 대통령은 중국 정치권력의 2인자인 총리와도 개별적으로 만날 것이다. 물론 기시다 일본 총리와의 회담도 예정된다. 한·일·중 3국 정상회의는 코로나로 인해 2019년 이후 4년 동안 중단되었다. 그래서 이번 회의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3국 정상이 이후 모두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대통령이 바뀌었다. 신조 아베 전 일본 총리가 불상사를 겪으면서 기시다 총리가 새로 지명되었다. 중국의 정상 자격으로 한·일·중 3국 회의에 참여하는 중국의 총리도 변화가 있었다. 2022년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리커창(李克强)이 물러나고 리창(李强)이 ‘선출’되었다. 이번 3국 회의가 우리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에게는 리창 총리와 상견례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022년 APEC회의에서 회담을 가진 바 있다. 기시다 총리 역시 시진핑 주석과 작년 APEC에서 회담의 시간을 가졌다. 리창 총리는 부임 이후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동시에 우리 대통령도 처음으로 만날 것이다. 그런 자리인 만큼 우리 대통령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문안 메시지도 같이 가져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이 우리나라에 전하는 메시지도 같이 가져올 공산이 크다. 한·중 양국의 최고위급 회담이 있은 지 2년여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중국의 메시지가 사뭇 궁금해지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에 우리도 우리만의 의제를 가지고 중국 측에 전할 메시지를 준비해야겠다. 중국 총리 편으로 중국공산당과 시진핑 당 총서기에 전할 메시지를 말이다.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의제는 3국 공동의 의제가 논의되고 협의될 것이다. 한·중 양국 회담에서도 양국이 당면한 현안 중심으로 의제가 설정될 예정이다. 이를 조율하기 위해 우리의 외교장관이 방중할 것이며 실무 차원에서는 이미 의사 및 의제 조율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이번 회의가 우리의 안방에서 개최되는 만큼 홈코트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하겠다. 중국이 내방하는 입장에서 우리 대통령의 메시지에 경청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명하고 명확하고 정확한 우리 대통령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더욱이 2022년 이후 중국 측은 우리 대통령을 조우하거나 대면할 기회조차 없었다. 이런 와중에서 2023년 우리 대통령의 대만해협에 관한 입장에 대해 중국은 불만에만 가득 차있다. 이런 이유로 작년 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양국 정상 간에 약식회담(a pull-aside meeting)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서 우리의 입장을 밝힌 이상 중국은 불만이 있겠지만 인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후 윤 대통령의 입장이 재확인되면서 어찌 보면 대만해협문제에서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중국도 이제는 우리의 입장이 공식화되어 감을 인지해가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 이런 식으로 우리 대통령, 정부의 입장은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명확하고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당연히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대만문제에서 밝힌 입장은 우리만의 고유한 입장이 아니다. 대다수의 국가가 내세우는 원칙과 입장에 불과하다. 따라서 중국이 이를 문제 삼아 보복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더욱이 윤 대통령이 공표한 ‘힘에 의한 (대만의) 현상 변경에 반대’하는 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통령이 언급한 ‘힘’은 두 가지 함의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무력(武力)이고 하나는 ‘민주주의의 힘’이다. 즉, 후자는 대만의 민주주의가 독립 또는 분리로 이어지는 결과에 반대하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대만의 분리나 독립 또한 지지하지 않는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의 군사적 반격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한·일·중 3국 회의를 맞아서도 우리 대통령 차원에서 중국에 대한 메시지는 분명히 전달될 필요가 있다. 한·일·중 3국 회의가 비(非)정치·군사·안보 분야의 현안과 의제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가지 메시지만 전하면 된다. 이는 우리 대통령의 방중 의사다. 리창 총리 편에 그의 방중 메시지를 시진핑에게 직접 전하는 메시지가 되겠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시진핑의 방한이 순서라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상호주의 원칙은 국빈방문에 적용된다. 국빈방문에만 국한된다. 왜냐면 국빈방문이야말로 공식적이고 국가적인 행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공식(non-official visit)이 되었든 공식 방문(official visit)이든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 현안과 의제의 시급성이나 긴급함이 대면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대통령과 우리 대통령의 상호방문이 대칭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사실도 이런 현실을 증명한다. 윤 대통령의 방문도 비공식이든 공식이든 국빈방문만 아니면 된다. 물론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이고 시진핑이 답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용단을 내리면 국빈방문의 수준으로 가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겠다. 그러나 외교의 생물적 속성 때문에 주어진, 또는 변하는 현실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외교는 생물이다. 따라서 매우 상황적(situational)이다. 즉, 주어진 상황 또는 상황 변화에 적응하고 또한 스스로 변할 줄 알아야 할 정도로 유연해야 한다. 그리고 외교는 항상 상대가 있다. 혼자서 하는 게 아니고 혼자서 하지도 못하는 게 외교다. 이런 외교의 본질, 속성을 이해하면 우리 외교가 유연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윤 대통령의 방중은 명분이 있다. 경색된 한·중관계의 개선이라는 정치적 명분 외에도 다양한 명분이 존재한다. 한·중관계 개선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단순한 논리의 명분도 아니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협조를 모색하기 위한 외교적 명분도 아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장으로 나오게 압박을 행사해달라는 명분도 아니다. 우리 대통령의 명분은 중국에 레버리지를 행사하기 위함이다. 우리의 중국 레버리지는 절정에 올랐다. 이런 레버리지를 이용해 우리 국익의 극대화는 물론이고, 우리 국익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기다. 시진핑은 우리나라를 방문, 답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의 답방은 사드 문제의 해결을 전제한다. 그러나 현재로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시진핑의 중국은 우리나라를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가 생산·제조하는 반도체 때문이다. 중국도 4차 산업 시대에 진입했다. 따라서 중국 경제의 회복도 4차 산업의 발달과 운명을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4차 산업의 심장이 반도체인데 이의 수급이 현재 원활하지 않다. 우리가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개편에 참여하면서 상위급 반도체의 중국 시장 공급이 통제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중국은 타파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과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 완강한 미국의 입장과 태도에 중국은 자존심이 상한다. 그래서 우리와 같이 미국의 동맹과 같은 나라와 협력과 협의의 기회를 모색하려 한다. 이런 중국의 속앓이가 우리 대통령의 방중 명분을 자연스럽게 제공한다 할 수 있다. 속앓이 하는 중국에게 윤 대통령의 방문은 마치 구세주가 내려온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시진핑이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는 이유를 우리가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대통령의 방문 이유로 제기하면 감지덕지할 것이다. 자신이 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리가 이해해주고 그가 우리로부터 외교적으로 원하는 바, 즉 정상회담의 기회를 제공받으면 우리의 대중국 레버리지는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 대통령의 방중이 성사되면 시진핑은 우리의 요구를 경청하고 최대한 많이 수용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방중할 경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고려할 수 있겠다. 첫째, 우리의 외교 원칙이다. 우리의 주권 존중, 우리 영토의 완정(完整) 및 주권 존중, 우리의 정체성과 문화유산 존중, 우리 고유의 가치와 제도 존중, 국제 규범 존중 등과 같이 보편적인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우리 외교사에서 전무후무한 순간이 될 것이다. 둘째, 사드 해결의 정치적 선언이다. 사드가 방어체계의 무기라는 사실을 중국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중국 스스로가 사드와 같은 미사일 방어무기 및 무기 체계를 자체 생산하고 전력 배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미·일 군사관계가 강화되는 것이 중국의 ‘눈엣가시’다. 이 문제가 속도 조율에서부터 정책 조정까지 가능한 점을 중국에 전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사드가 중국 경제를 희생시킬 만한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도 이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3불’과 경제제재를 채택한 상황에서 근본적인 탈출구가 필요하다. 그 탈출구를 중국의 경제 회복을 위한 한·중 경제협력의 정상화와 이를 상징하는 윤 대통령의 방중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중관계 개선에 새 장(章)을 여는 장본인이 될 수 있는 명분이다. 한·중관계의 경색 국면을 그 어느 누군가는 깨야 한다. 현 시점에서 시진핑은 할 수 없다. 우리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지금까지 외교를 잘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중 용단을 내리면 이런 평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다. 더욱이 정무적인 관점에서도 야당 및 이들의 지지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행보가 될 것이다. 또한 방중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우리의 대중 레버리지 제공은 물론 균형외교까지 섭렵할 수 있는 외교적 기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남은 임기 동안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외교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국민이 바라는 바이다. 우리 외교사(史)는 대통령의 용단을 또한 기억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개최를 한··중관계 개선과 양국 정상회담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방안 모색은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4-05-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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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의 프리즘] 민주당의 위험한 '친중 프레임'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지난 3월 22일 충남 당진에서 가진 유세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외교를 비판하는 발언은 가히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며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무슨 상관 있나. 그냥 우리만 잘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두 손 맞잡는 모양을 보이며 아첨하는 유사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당대표로서 주한중국대사의 훈시에 가까운 강압적 발언을 15분정도 공손하게 경청하는 모습 역시 언론의 카메라에 찍혀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다. 이러한 중국에 대한 편향된 자세와 태도는 민주당 내부에 만연되어 있다. 이런 민주당의 자세는 세상이 바뀌어도, 중국이 우리에게 위압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로 압박해도 변하지 않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반면 우리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민주당의 인식과 다르다. 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은 2007년부터 국민에게 동일한 질문을 했다.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에 대한 선호도를 말이다. 국민들은 중국보다 일본에 높은 호감도를 보여 왔다. 다만 2014~16년 한중관계가 좋았던 박근혜 정부 초기를 제외하곤 말이다. 우리 국민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북한보다 저조했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중국을 협력대상 국가가 아닌 경계, 경쟁 또는 적대 대상 국가로 인식한다. 응답자 25~30%가 한·미 간 협력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반면 한·중 간 협력을 중시하는 이들은 2~6%에 불과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와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한중관계가 악화되면서 한반도 유사시에 중국이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고 응답한 국민은 50~63%에 달했다. 이처럼 우리 국민은 중국에 일방적으로 경도된 외교를 원하지 않는다. 역으로 미국과 협력하는 외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민주당은 민심에 반하는 외교 입장과 태도, 그리고 대외관을 견지한다. 중국으로 편파적으로 쏠리는 이들의 태도와 자세는 좀처럼 누그러질 것 같지 않은 태세이다. 단편적인 예시로, 2021년 새해가 찾아왔을 때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당 의원들은 앞다퉈 ‘중국 인민’에게 새해 인사를 건넸다. 한·중수교 이후 전례 없는 언행이라 이례적이었다. 같은 해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민주당 대표는 중국 측에 축전을 보냈다. 민주당의 대중 외교가 유례없는 행보를 지속하는 데에는 국내 정치권력 구조의 작용이 있다. 민주당은 김대중 정부 이후 세 번째 집권에 성공하고, 국회 의석 중 과반수인 180석을 장악하면서 기존의 친중 외교 행보를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에게 친중 외교는 거칠 것 없는 선택이다. 민주당의 이러한 친중 편향적 자세와 태도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고수하는 정치적 철학과 이념, 정체성이 중국과 높은 유사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국에 과하게 경도되는 친중 외교를 추구하다 못해, 우리의 가치와 정체성, 실리, 국익 등을 왜곡하는 행보도 마다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들은 중국의 입맛에 맞는 언행을 넘어 궤변을 늘어놓기가 일쑤다. 이는 실언이 아닌 그야말로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을 무시한 채 중국에 보내는 아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은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을 맹신하며 참여 의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다른 가치와 이념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귀와 눈을 감은 채 중국과 운명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중국의 공동체 원칙으로 합리화한다. 중국은 인류, 문화, 종교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운명공동체의 전제로 삼았다. 우리가 중국과 하나의 공동체로 운명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통된 가치, 이념, 규범, 그리고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기본적인 공동체의 전제조건을 무시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이를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있다. 왜냐면 앞서 언급하였듯, 그들은 이미 중국과 정치적 철학, 정체성, 가치, 이념, 인식을 기본적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은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한다. 특히 한국을 대상으로 공작을 펼 때, 중국은 민주당만 집중적으로 공략해도 절반의 성공을 가져간다. 실제 2017년 이후부터 중국 공산당의 우리 국회, 의원, 학자, 전문가 등과 가진 일련의 교류 활동과 사업은 모두 민주당과 민주당 관련 인사에만 집중되어 있다. 국민의힘(미래한국당)과는 교류 행사 자체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공산당은 우리 정계를 갈라치기하는 데 이미 반절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리고 이런 중국의 흑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주당은 중국의 고위급 인사와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교류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더구나 이런 행사에 참석하면서 중국을 기쁘게 할 발언만 비상식적으로 남발 중이다. 2015년 8월 중국을 방문한 민주당 출신 서울 시장은 중국의 성장에 편승하면 우리에게도 이익이라며 “파리가 1만리를 가는데 날아갈 순 없지만, 말 궁둥이에 딱 붙어 가면 갈 수 있다”라는 낯 뜨거운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민주당의 낯부끄러움은 대통령에까지 이어졌다. 2017년 12월 15일 베이징대를 방문한 우리 대통령은 우리를 작은 봉우리에, 중국은 큰 산에 비유하면서 중국의 포용을 공개적으로 호소하였다. 그러면서 중국의 꿈이 모든 인류의 꿈이 되길 희망한다는 것도 잊지 않고 강조했다. 그리고 3일 뒤, 우리의 신임 주중대사는 신임장을 받는 자리에서 ‘만절필동 공창미래(萬折必東, 共創未來)’라는 문구를 방명록에 남겼다. ‘만절필동’의 문헌적 의미는 ‘(황하의) 강물이 일만 번을 굽이쳐 흐르더라도 반드시 동쪽으로 흘러간다’이다. ‘일이 곡절을 겪어도 이치대로 이루어진다’라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문구의 역사적 유래에서 보면 이는 ‘천자를 향한 제후들의 충성’을 뜻한다. 16세기 말 임진왜란이 종결된 이후 조선의 선조는 원군을 파병해 준 명나라에게 직접 감사의 뜻을 담아 주문(奏文)을 올렸는데, 여기서 적은 문구가 바로 “만절필동, 재조번방(萬折必東, 再造藩邦)”이었다. ‘황하가 결국 동으로 흐르듯, (명나라가) 제후의 나라(조선)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라고 명나라를 칭송하는 것이다. 결국, 이는 명나라를 향한 조선의 변함없는 충성 서약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지도자라는 이들이 이렇듯 부지런하고 거침없이 중국 찬양을 뱉어내는데, 그 수족들이 한 발언은 더 찾아보거나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이들에게 국민의 자존심이나 국가의 명예는 안중에도 없다. 중국의 주장을 ‘성경(Bible)’으로 받드는 이들의 언행은 수치스럽기 짝이 없다.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제한 조처가 내려지자, 이들은 항일 의병을 일으켜야 한다며 ‘일본 경제 보복 대책 특별위원회’의 가동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정작 2016년부터 우리를 제재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못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친중이 곧 반일이라는 공식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밖에 중국의 꿈을 추앙하다 못해, 중국이 추진하는 국책 사업을 우리나라 정부 정책과 연계하기 위해 억지를 부리기가 부지기수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당시 정부가 추진한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연계하려는 발언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당시 중국이 주장하는 일대일로 사업을 여과 없이 전면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앞 장에서 이미 보았듯,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순수한 경제 건설 사업이 절대 아니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군사 전략의 면모를 갖춘 사업이기에 외국과 협력할 수 없는 내재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일대일로 사업 협력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확신에 찬 발언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려 한다. 중국의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한 이들의 발언은 중국을 향한 사대주의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민주당과 민주당 의원을 중국은 왜 감싸려고 하는지, 우리의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코로나 19’가 창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0년 2월 3일에 우리 대통령은 ‘중국의 어려움이 바로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중국에 ‘감성팔이’를 하고 나섰다. 중국에 대한 그의 감성은 취임 직후 3년 동안 틈만 나면 강조하였던, 우리나라와 중국은 ‘운명공동체’라는 사상에 기반을 두었다. 우리나라 위기 사태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지 말라는 것이 핵심이었다(당시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저자세 외교는 본지 2020년 2월 13자 “[주재우의 프리즘] 한.중 운명공동체? 전염병 끝나면?” 참조). 중국은 우리나라가 자신들에게 예속·복속·종속되길 바라고 있다. 이것은 중국이 현재 추진하는 ‘중국몽(중국의 꿈)’의 일환이다. 100년 전에 누리던 중화민족의 부흥과 영예를 회복하는 데 한반도는 화룡점정과 같은 위치에 있다. 그럼 중국은 중앙아시아에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동남아를 거쳐 한반도까지 아우르는 중화질서와 조공체계의 옛 영예의 재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이들 지역과 국가는 사회주의 국가이거나 사회주의 국가 출신, 그리고 중국의 영향권 내에 예속된 나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남은 건 대한민국 하나뿐이다. 중국의 영향력 공작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고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친북, 종북, 친중, 반미, 반일 세력 간의 정파 싸움의 소용돌이에 빠져 나라가 양분화되면서 또다시 구한말 시대의 말로의 덫에 빠질 수 있다. 우리가 혼란에 빠졌던 100년 전 중국은 쇠퇴한 무력한 나라였다. 국력이 강해진 오늘날의 중국은 이런 기회를 두 번 다시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노림수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4-04-04 07: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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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의 프리즘] 설리반이 소개한 바이든 행정부의 對中 핵심 전략 설리반이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올해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4년 차에 진입했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조만간 종결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다. 미·중 전략경쟁시대에 미국의 대중국 압박 및 견제 전략은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든, 공화당 후보자가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되든 견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30일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미외교협회에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는 수일 전 태국 방콕에서 만났던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한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자제하고,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과 잔여 임기 동안 나아갈 방향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이 중국에 압박과 견제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중국이 국제질서를 변화시킬 의사가 있고, 또 그러한 경제력, 외교력, 군사력,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하이테크 부문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은 결정적 요인이다. 그는 평시의 중국이 역사상 최대 수준의 군사력 증강 폭을 보이면서 내부적으로 더 탄압적이고 대외적으로 더 공세적인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했다. 특히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그리고 대만해협에서 이런 중국의 공세 행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제 부문에서 중국은 세계가 중국에 더 의존하게 만드는 동시에 자신의 대외의존도는 축소하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왔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정당성과 당위성은 하나로 압축된다. 미국의 ‘최종적인 쇠퇴론(terminal decline)’에 기초한 사실을 설리번은 강조했다. 즉, 미국의 제조업이 붕괴하고 미국이 동맹과 파트너에 대한 의지가 약화(undercut)되었다고 중국이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해결을 하는 데 있어 미국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국의 이러한 확신이 강해졌다고 그는 부연했다. 중국이 최근 ‘동방이 부상하고 서방이 쇠퇴하는’ 식의 발언을 공공연하게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를 덧붙였다. 2013년 봄 시진핑이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직후 중국공산당 간부 회의에서 ‘자본주의는 소멸할 것이고 사회주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한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미국의 대중국 압박 및 견제 전략을 채택하였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계승하는 동시에 더욱 견고하고 정교한 정책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매진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 기조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로 설명된다. 즉, ‘투자(invest), 정렬(align), 경쟁(compete)’ 등이다. 투자는 미국의 제조업과 산업의 부흥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 우방 기업의 ‘프렌들리쇼어링(friendly-shoring)’ 전략을 들고나온 이유다. 설리번은 이런 전략적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미 정부의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규모 투자가 반도체와 청결에너지 사업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이들 분야에 대한 미 정부의 투자는 2019년에 비해 20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공공과 사영 분야에서도 3조5000억 달러가 더 투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미 의회가 통과시킨 인프라건축법안, 반도체과학법, 청결에너지법안,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등을 들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중국의 비(非)시장경제적인 관행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미국이 과학기술과 경제성장의 동력을 견인하는 입지를 강화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렬(align)’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약화된 동맹과 우방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기존 자유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목적 하나만으로 동맹 관계를 재정비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의 당위성으로 자유 국제질서의 기반인 인권, 자유, 민주주의 등의 가치 수호도 강조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노력의 결과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출범으로 가시화되었다. 이 밖에 오커스(AUKUS), 쿼드(QUAD) 등이 소다자주의 협의체들이 순조롭게 수립되는 동시에 양자 차원에서도 동맹과 우방과의 관계도 강화된 사실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가령 필리핀,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와의 관계가 강화된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설리번은 한국, 미국, 일본 등과 소다자주의 협의체의 결성을 최고의 결과로 꼽았다. 이렇게 동맹과 우방 국가와의 관계 정렬을 통해 미국은 이들로부터 약 2000억 달러 수준의 투자 약속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 지역의 우방을 연결해주면서 디커플링보다는 전략적 의존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고 그는 밝혔다. 그는 이런 협력 기반을 통해 민감한 과학기술의 이전 채널은 더 이상 취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전환되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작년에 미국이 강조하기 시작한 ‘디리스킹(리스크 축소 전략)’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미국은 핵심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맞춤형으로 더욱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고 해외투자와 관련해서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경쟁(compete)’ 전략 부문에서도 설리번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의 필연성을 수용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님을 주장했다. 대신 미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의미에서 경쟁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미국이 주도해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로 설명이 됐다. 미·중 전략 경쟁이 자칫 막대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는 미국이 상기한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 즉 미국 내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우방과의 협력의 결과라고 부연했다. 앞으로 중국이 세계의 중대한 국가 중 하나로 당분간 군림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으로 건설적인 경쟁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따라서 미국의 대중국 외교는 더 이상 중국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경쟁하면서 공존하는 방식의 외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설리번은 미·중이 경쟁과 공존이 병행되기 위해서는 갈등, 대립 또는 신냉전과 같은 결과는 피해야 하는 것이 우선 과제임을 강조했다. 그래서 미·중 양국이 경쟁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는 인식을 공유한 사실을 재확인했다. 이런 인식은 미·중 양국이 ‘오해(misperception)’와 ‘잘못된 소통(miscommunication)’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공감대에 기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중 양국이 서로의 위치, 전략 이익에 대한 더 명확한 파악과 이해가 전제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지금까지 중국에 ‘솔직하게(frank)’, 그리고 ‘진솔하게(candid)’ 대화와 외교에 임했다고 자부한다. 특히 미국은 솔직하고 진솔한 대화로 일관한 것뿐 아니라 사전에 중국 측에 취할 조치에 대한 설명에 소홀하지 않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미국이 취하는 견제 및 압박 조치의 취지, 의도, 목적과 내용을 상세하게 중국 측에 사전에 알리면서 중국의 이해와 양해, 그리고 협조를 모색했다는 것이다. 설리번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의 이런 접근 방식은 유효했다고 한다. 미국은 이런 대화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이 아닌 ‘두 방향 소통’ 방식으로 유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를 견지해 나갈 의지가 강하다고 그는 전했다. 일방적인 통보 방식은 중국 측의 오해 소지만 확대시킬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양방향 소통 결과가 최근 미·중 양국의 고위급 회담 및 상호 방문의 연쇄적인 결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올해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정책으로 설리번은 중국의 인권유린, 강제노동과 비확산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공개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의 대러시아 지원 문제도 의제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이 밖에 홍해와 북한 문제 또한 지속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중국과의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미 의회와의 공조도 잊지 않고 전했다. 초당적인 협력과 지원이 보장되어야 미국이 더 강하게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는 미국 외교의 역사적 경험에 기초한 전략적 계산에서 비롯된 사고다. 미 의회는 지난 1년 동안 중국 관련 법안을 약 520개 상정한 상황이다. 미 의회가 개회되면서 더 많은 법안이 상정될 것이다. 2022년에 선출된 하원의원의 임기가 올 11월에 만료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입법화 노력은 가속화될 것이다. 선례에 따르면 올여름이 그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모든 법안을 통과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관련 법안을 통합하여 하나의 법안으로 입법할 것이다.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자들은 중국 때리기로 일관할 것이다. 이들을 각 정당과 의원이 지지하는 모양새는 중국 관련 법안의 입법화로 갖춰질 것이 자명하다. 정치적인 의도와 목적을 가진 미국의 법안에는 ‘구멍’이 많기 마련이다. 신속하게 법안을 처리하다 보니 졸속으로 통과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가령, 2022년에 통과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는 ‘제2의 반도체과학법’ ‘제2의 인플레이선감축법(IRA)'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전과 같이 법안 통과와 부칙 설정에 일희일비하면서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지금부터 미 의회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이들이 520개가 넘는 법안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법안의 최종 형상을 예상하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입법 법안에 대해서도 면밀하고 세세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구멍’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레버리지가 될 소지와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에 하듯 미국에 우리한테도 사전 고지와 소통을 요구해야 하겠다. 우리는 미국과 제일 오래된 동맹국가이기 때문에 그러한 권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가 미국의 대중국 압박 방안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사실은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에서도 명백히 드러났다. 이런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미국에 레버리지로 삼으면서 미국의 향후 행보에 관한 정보 공유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당당함도 보일 필요가 있다. 미국에 우리는 군사, 안보, 경제안보, 공급망 등에서 필수불가결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4-02-07 15: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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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의 프리즘] 미중 정상회담 이후..…韓국익 극대화 방법 셋 [주재우 교수]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미·중 양국은 복잡한 국내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정상회담 성사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올 1월부터 양국간 고위급 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렸다. 회담의 목적은 두 나라의 심각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를 모색하는 데 있었다. 미국은 국가부채가 31조4000억 달러(약 4경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26%를 넘어선 지 오래다. 내년 미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내년도 1, 2분기의 경제지표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의 재선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 중국 역시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경제가 호전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어서면서 급기야 7월부터는 이의 공표를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의 경제 성장률을 5% 전후로 신중하게 내다봤었다. 그런데 현실은 1분기에 4.5%, 2분기에 6.3%, 3분기에 4.9%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저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2분기에 많은 기관이 예상한 7% 예상에 미달했다. 이젠 미·중 두 나라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채택된 일련의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중국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에서 입증되었다. 4차산업의 시대 중국 경제 성장과 발전의 가장 결정적이고 관건적인 요소는 반도체의 원활한 수급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조달에 제동을 걸었기에 고충을 면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4차산업 정체는 2~3년 만에 미국 경제의 고충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민주당과 야합으로 통과시킨 대중국 경제안보 법안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법안은 글로벌 공급망의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법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본지 2023년 5월 3일 “[주재우의 프리즘] 우리도 대중 전략 조정이 필요한 이유” 참조). 가령, 우리가 생산하고 전 세계에 공급하는 메모리 반도체 약 70% 중에서 40% 이상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미국의 반도체법으로 중국 내의 우리 반도체 생산공장이 거의 중단되면서 세계 시장에 공급 차질을 빚었다. 특히 중국 시장에 상위급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이 거의 중단되면서 중국의 4차산업 발달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IRA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이차전지 시장에 우리 기업의 공급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그러면서 이차전지의 세계시장 공급 구도는 우리 기업의 것 아니면 중국의 것으로 양분되었다. 우리 기업 이차전지의 상당한 비중이 중국에서 생산, 공급되는 탓이다. 그런데 IRA는 중국제(製) 이차전지의 미국 수입을 불허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산지 기준에 따라 중국에서 생산되는 우리의 이차전지는 중국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 속에서 미국은 전기차에 필요한 이차전지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우리 이차전지의 미국 시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런 자승자박의 결과를 자국 기업의 회귀라는 ‘리쇼어링’이나 우방 기업의 ‘프렌드쇼어링’ 등의 전략으로 극복하려 한다. 문제는 미국 내 생산공장을 지금부터 착공해도 이차전지는 3~5년, 반도체는 5~8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 있다. 그때까지 대안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을 직시한 미 정부 당국은 동 법안에 예외조항을 부칙으로 하는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을 마련했다. 지난 3월 IRA 법안에, 10월 반도체 법안에 부칙이 발표되었다. 이번 APEC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은 두 나라의 경제 상호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 중국을 배제하고 배척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불가능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두 나라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모종의 합의안을 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경우 우리의 외교적 입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간 미국과 중국에 상당한 레버리지가 있었다. 경제안보적인 측면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우리가 중대한 한 축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유일하게 생산, 제고, 공급하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가 미국의 원천기술, 네덜란드와 일본에 소재, 부품, 장비 공급을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상위급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과 제조를 거의 도맡아 해왔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기업 제품이 세계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지만 비(非)중국기업 제품을 제외하면 우리가 독보적인 생산, 공급 국가이다. 이런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 각도에서 보면 반도체와 이차전지 분야에서 분업과 협업의 관계가 미국과 우방 사이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분업과 협업의 구조 속에서 우리의 레버리지는 상당히 강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이 우리에게 더 이상 사드 사태 때와 같이 제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4차산업 구조 속에서 중추적인 입지를 가진 우리를 중국이 더 이상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를 우리는 더 적극 활용했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상종가를 치던 지경학적 전략가치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했다. 미국의 법안에 일희일비했고, 미국 주도의 전략 참여를 검토할 때 중국의 보복을 과하게 의식하며 망설였다. 우리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더 많은 지분과 주도권을 챙길 수 있었던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 ‘기회의 창’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몇 가지 기회가 있다. 첫째, 개선된 일본과의 관계를 이용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해야 할 것이다. 비록 지난 정부의 결정이었지만, 2022년 4월 15일에 가입을 의결한 바 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결성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이 주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과 호주, 멕시코 등 나머지 국가가 2018년 12월 출범시킨 협의체다. 이에 2021년부터 영국(2월), 중국(9월), 대만(9월), 에콰도르(12월) 등 주요 국가들이 줄지어 가입 신청을 했고 영국이 올해 3월에 가입되었다. CPTPP 회원국의 평균 관세 철폐율은 96.3%에 달한다. 사실상 완전 개방에 가깝다. 우리 경제에서 무역이 75%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에 가입하는 것은 현실적인 전략적 선택이다. 시장 다변화가 앞으로 우리 경제의 기본적인 생존 전략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따라 지불해야 할 대가도 만만치 않다. 농축산시장의 개방 확대로 우리는 또 한번의 고충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와 1995년의 WTO 출범,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도 이런 진통은 한번씩 겪어봤다. 결과는 양면의 동전이었다. 단기적으로 우리의 농축산업이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농축산업이 발전을 거듭한 것도 사실이다. 관건은 우리 경제가 발전해야 소비시장도 활성화되어 고급화된 우리의 농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데 있다. 현실은 미국이 일반적으로 다자간 지역 자유무역협정에 배타적이고 비협조적이다. TPP에서 철회한 것이 이의 실증이다. 소수 주변지역, 즉 멕시코와 캐나다, 아니면 경제적으로 중소국과의 FTA만을 선호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가 미국의 입장에서 고무적이었던 이유가 우리나라 경제 규모만 한 나라와 양자로 맺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자유무역을 위한 가이드라인 성격에 불과하다. 여기에 우리가 목을 맬 필요는 없다. 원칙에 합의하는 정도로 결론지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한·미·일 3국의 관계 강화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이 배가되어야 한다. 한·미·일 3국의 협력이 현재로서는 군사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미·일 3국의 군사 관계 발전은 해군력이 주도한다. 이는 3국의 군사훈련이 해상에 집중된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육상에서는 아직 할 수 없는 내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실은 우리의 해군력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열악하다. 준이지스함급 규모만 보더라도 우리가 일본에 현저하게 뒤떨어져 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한·미·일 3국 군사 관계에서 도태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합참의장으로 해군 장군의 임명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정부는 해군력 증강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3면이 바다이고 우리의 바다를 자기네 안방처럼 넘나드는 중국 해군을 적극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해군력 증강은 필수적이다. 이런 현실적인 관점에서 정부는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런 설득에는 우리의 항공모함 건조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경항모는 이 같은 현실에 타당하지 않다. 항공모함 한 척만 구비해도 우리 바다에 대한 방어력은 상당히 견고해질 것이다. 서해에 항공모함이 정박해도 동해까지 전투기를 급파할 수 있는 지리적 요건 때문이다. 남해에 정박하면 서해와 동해를 모두 장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안보적인 측면에서 우리 반도체와 이차전지 기업의 국내 사업 확장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얼마전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우리 기업의 미국 공장 설립 계획이 대부분 취소 또는 유보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시장이 이차전지의 수요와 공급을 결정한 결과다. 메모리 반도체 역시 마찬가지다. 상위 반도체의 수요는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가 이미 선점한 위치를 더 확대해야 한다. 거의 독점 형태로 가는 것이 마땅하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우리 기업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여기에 비자 문제, 전문가 인력 수급 문제 등 해결되어야 하는 제반 사항이 많은 것도 대만의 파운드리 미국 공장 설립을 통해 이미 기정사실화되었다. 미국의 요구에만 모두 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우리 기업이 발표한 사업 확장 계획을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서 조기에 신속하게 완성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주는 게 우리 국익에 부합한다. 그러면서 세계의 메모리 반도체와 더 나아가 파운드리까지 공급하겠다는 우리 기업 전략이 실현될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대미 협상력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확보될 수 있다. 하나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위 반도체를 세계 시장 공급용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 시장 공급용은 우리나라에서 제조된 것을 수출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력을 미국과 협업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에 더 비싼 값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파는 것이다. 우리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3-11-1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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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의 프리즘] 방중 대신 방러 택한 김정은의 속셈은? [주재우 교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3일부터 5박 6일 동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대를 방문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그의 첫 해외 방문국이 중국이 아닌 러시아였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2018~2019년 2년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5차례 정상회담을 한 사실을 고려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팬데믹 이후 첫 방문 국가로 중국을 다시 찾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 몇 달 동안 북·중 관계에 이상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그리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다. 우선 김정은이 중국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부터 규명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 측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확한 근거 자료는 없다. 단지 정황 증거로 이를 유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과 중국 고위급 인사들 사이에 북한 문제를 두고 나눈 회담 내용에 근거할 수 있다. 올해 2월부터 미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과 포탄 등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같은 달에 왕이 중국 국무위원과 독일 뮌헨에서 회담하면서 두 가지를 요청했다. 하나는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지 말 것과 하나는 북한도 그렇게 하지 않게 중국이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블링컨 장관이 각각 5월과 6월에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도 이들의 대북 메시지는 일관적이었다. 중국 측 고심이 커졌을 법한 정황도 이후 드러났다. 7월 북한 전승절 기념행사에 중국이 예상외로 당 서열이 낮은 인사를 파견했기 때문이다. 리훙중 중국인민대표자대회 부위원장이자 당 정치국 위원이었다. 그는 당 서열 24위로 정치국 25명 중에서 간신히 턱걸이한 인사였다. 그리고 9월에 있은 북한 노동당 창당 기념행사에 중국은 류궈중 부총리를 참석시켰다. 그는 정치국 위원도 아니었다. 그러면 당 서열 25위에도 끼지 못한 인사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서열이 낮은 인사를 북한의 중대한 기념행사에 파견한 것도 전례에 없던 일이었다. 북한이 기념행사에서 열병식을 한 이후 중국은 줄곧 고위급 인사를 보냈다. 가령 2010년 9월 노동당 창당 행사에는 저우용캉 중앙기율위원회 위원장(서열 9위)이 참석했다. 2013년 전승절에는 리위안차오 부주석(서열 8위)를 파견했다. 2018년 건국 70주년 행사에는 서열 3위였던 리잔수 전국인민대표자대회 위원장이 열병식을 참관했다. 이처럼 북한의 뜻깊은 국가적 행사, 그리고 특히 열병식이 개최될 때 중국 측은 항상 고위급 인사를 보내는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두 차례 행사에는 이에 못 미치는 인사를 파견함으로써 중국 측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음을 감지할 수 있겠다. 그럼 여기서 우리는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 동기를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또한 그가 방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알아봐야 한다. 왜냐면 개인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기와 이득에 대한 분석이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우크라이나와 한창 전쟁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과 회담을 한 이유를 동기와 이득이라는 관점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전쟁 중에 수도인 모스크바에서 6000㎞ 이상 떨어진 극동 러시아 지역까지 와서 회담을 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또한 무언가 노리는 것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이렇게 김정은과 푸틴의 노림수를 읽음으로써 김정은이 코로나 이후 러시아를 첫 방문국으로 선택한 이유를 규명할 수 있겠다. 야당과 언론에서 지적했듯 김정은의 선택을 추동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이념외교나 진영외교의 결과도 아니다. 그가 군사시설을 방문했다고 해서 무기 거래를 목표로 푸틴과 회담을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한·미·일 3국의 군사관계 강화가 북·중·러 3국의 단합을 유발해 대항마로 만들었다는 시각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북·중·러 3국의 군사관계는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한·미·일 3국에 대항마가 될 수 없다. 우선 북·중·러 3국 군사관계에서 북한이 약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2007년부터 연례 연합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이 동참할 리 만무하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 수준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상 훈련에 참여하려 해도 현재 북한 함정과 군함 수준으로는 수치스러울 것이다. 북한에는 중·러가 동원하는 이지스함급 군함이 없다. 공군 훈련도 마찬가지다. 주지하듯 북한의 최신예 전투기는 1980년대에 소련에서 제공받은 미그기가 전부다. 둘째, 북한에 군사훈련 참여를 유발하도록 중국과 러시아 그 어느 누구도 현재로서는 무기를 제공할 의사가 없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 향상과 개선을 위해 중국을 찾아간 바 있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 수행 방문단 일원이 아니라 처음으로 단독으로 공군과 해군 사령관을 각각 2007년과 2011년에 베이징에 파견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중국 최신예 전투기와 군함 구매를 타진해봤다. 그러나 실패로 돌아가면서 빈손으로 귀국한 바 있다. 이후 북·중 간 재래식 무기 거래설이 나오지 않은 지 오래다. 러시아는 더 말할 나위 없다.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논한 지는 1980년대 이후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시급히 해소해야 할 당면 과제는 경제다. 코로나 시기 쇄국정책을 펼치면서 북한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경제 성장률에서부터 식량 생산까지 총체적인 난국에 처했다. 이는 올해 김정은이 주재한 당 회의에서도 식량과 농업 문제를 강조한 사실에서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에 무기 구매나 거래가 최우선 과제는 아닐 것이라고 가늠할 수 있다. 비록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지 대부분이 군사무기 제조·생산시설이었음에도 주된 회담 의제는 경제라는 점이 간과되었다. 특히 북·러 양국이 건설·관광·농업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연내에 추진하기로 합의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 경제난을 위한 김정은의 포석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김정은과 회담할 때 푸틴을 배석한 러시아 인사들을 주목할 필요 또한 있다. 러시아 부총리를 비롯해 산업, 교통, 자원 부처 수장 등이 모두 동석했다. 푸틴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분명히 경제협력 문제, 인도주의 성격의 문제, 지역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북·러 양국 간 경제협력이 주된 의제였음을 시사했다. 푸틴의 발언을 방증하는 증거 또한 실무급 회담 여러 곳에서 포착되었다. 특히 12일 새벽 러시아 국경역 하산에 도착한 김정은은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와 만나는 자리에 배석한 러시아 인사들을 보면 이를 가늠할 수 있다. 이 자리에 알렉산데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환경장관이 배석했다. 코즐로프 장관은 북·러 통상·경제와 과학기술 협력 정부 간 위원회 의장직을 겸하고 있다. 13일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코제먀코 주지사는 본인 텔레그램에 “(김 위원장과) 올해 관광·농업 발전과 연계된 공동 프로젝트들을 개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는 건설과도 연관된 문제”라고 소개했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북·러 양국은 연해주를 비롯한 극동 지역에서 농업특구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특히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개와 관광·문화 교류 사업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북한이 비(非) 군사 영역에서 러시아와 협력을 타진한 이유는 더 현실적이고, 더 수월하고, 북한에 더 이득이 될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무기 거래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푸틴도 전쟁 중에 북한에 무기를 제공할 여력이 없을 것이다. 언론과 전문가들 예측대로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된 이유가 북한에서 포탄과 탄약을 조달하는 것이라면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신 북한이 러시아 측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기 생산 공장 가동이 전제된다. 이를 위한 에너지원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전력도 에너지 동력도 부족한 북한에서 러시아 측 주문을 맞추기 위해서는 러시아에서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자 식량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들이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원활한 에너지 자원과 식량 수급은 군사력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양상에 현혹돼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에너지든, 식량이든, 인프라 구축을 위한 경협이든 물자가 왕래할 때 러시아 첨단 무기 부품과 소재가 포함되어 운송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이들 부품과 소재는 눈속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국제사회는 경계해야 하며 우리 당국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겠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3-09-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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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의 프리즘] 캠프 데이비드 합의, 범국민적 지지 보내야 [주재우 교수] 지난 18일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국, 미국, 일본 3국 정상회담을 보면서 국민들은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변화된 위상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120여 년 전의 대한민국은 미국과 일본이 밀약하면서 일본에 합방되었다.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한일합방의 빌미를 제공했고 우리는 곧 주권을 상실했다. 당시 이들 열강은 제국 러시아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밀약을 맺었으며, 조선은 이들의 권력 경쟁에 제물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우리의 달라진 국제적 위상을 세계 만방에 알렸다. 그야말로 우리 외교사(史)에 새로운 장(章)을 열은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미국 일본과 함께 공동의 위협에 적시 대응하는 데 희생양이 아닌 어깨를 나란히하는 필수불가결한 협력 국가로 거듭난 사실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일 3국 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사실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관건은 이제 앞으로 합의한 사항을 지속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의 실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이 분분하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미·일 정상회담 결과가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을 걱정한다. 더욱이 기시다 일본 총리도 윤석열 대통령 퇴임 이전에 물러날 가능성이 높아 이런 우려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선례에 비춰보면 이번에 이들이 신설하기로 한 고위급 대화 채널은 유지될 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 가령, 한·미와 미·일 간의 이른바 ‘2+2’ 형식의 외교·국방회담이 지금까지 지속된 사실이 이를 확신할 수 있는 방증이다. 게다가 국방과 외교 분야에서 한·미·일 3국의 대화가 이미 정기적으로 개최되기 때문에 이의 연장선상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신설하기로 합의한 3국의 재무장관, 상무부와 산업부 장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연례 회담도 별 무리 없이 지속성을 가지고 개최될 것이다. 3국 정상이 이번에 신설한 대화 채널 역시 흥미롭다. 연례적인 개최에 합의가 된 이들 대화 채널은 3국이 당면한 과제별로 조직되었다. 3국의 인도-태평양 대화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이행 과제 조율과 공동 대응 요소의 식별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에 대략적으로 합의된 요소에는 허위 정보(disinformation)와 외국의 정보 조작(information manipulation) 위협과 감시기술의 악용 등이 포함됐다. 이들이 합의한 또 하나의 대화 채널은 개발정책 조율과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출범시킨 것이다. 오는 10월로 개최가 예정된 ‘3국의 개발정책대화(Trilateral Development Policy Dialogue)’가 그것이다. 이 역시도 지속성을 가지고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번 3국 정상회담이 도출해낸 결과 중 가장 주목받아야 할 대목은 정보공유다. 정보공유는 모든 협력의 성공을 담보하는 전제조건이다. 정보공유 없이 협력이나 정책 조율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왜냐면 국가 간에 일정 수준의 신뢰(trust)와 믿음(confidence)이 담보되지 않고서 전략이익에 민감한 군사, 경제,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정보공유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회담을 통해 미·일 양국이 우리와 이러한 정보공유에 합의한 사실로도 우리나라의 달라진 위상과 위신이 또다시 증명되었다. 군사 분야에서 한·미·일 3국은 실시간 미사일 경보 정보를 올해 말까지 작동하는 것을 목표한다고 선언했다.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3국은 올해 이미 3개국 경제안보대화의 틀에서 대화를 2번이나 개최했다. 이들 3개국 경제안보대화를 통해 반도체와 이차전지의 공급망, 기술안보와 표준문제, 청정에너지와 에너지안보, 바이오기술, 희토류, 의약품, 인공지능, 양자컴퓨터와 과학기술연구 등의 현안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되었다. 앞으로 한·미·일 3국은 공급망의 교란 가능성에 대비한 정책 조율에 협력을 강화할 것을 이번 회담에서 선언했다. 이를 위해 3국은 개도국이 청결에너지 공급망에서 소외되지 않고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회복력과 포용적인 공급망 제고 파트너십(Partnership for Resilient and Inclusive Supply-chain Enhancement, RISE)’을 발전시켜 나갈 것을 천명했다. 더 나아가 미국은 올해 창설한 ‘핵심기술 타격 부대(disruptive technology strike force)’가 한·일 양국의 관련 부처와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더 나아가 민군겸용기술에 관한 수출통제문제에서도 3국은 협력 결의를 다졌다. 이 모든 협력 사안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정보공유에 기초한 정책 조율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회담의 가장 큰 결실은 이런 전제조건을 충족시킨 데 있다. 앞으로 한·미·일 3국의 협력 관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과 사회의 전반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과거사에 사로잡힌 이들의 태도 전환도 필요하다. 이제 이들도 달라진 세상과 대한민국의 위상과 위신을 직시해야 한다. 더욱이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우리의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도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우리나라가 더 이상 중국 무역시장에서 흑자를 기대하는 것은 무역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결과다. 우리 경제가 선진국 대열에 오르면 우리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적자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값싼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해야 하는 시장 논리 때문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에서 중국에 무역 흑자를 보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모두들 적자를 본다. 이제 우리의 대중국 무역수지 구조도 적자로 전환되는 현실을 수용해야 한다. 2022년 국가별 대중국 무역 총액 면에서 1, 2, 3위의 나라는 미국, 한국, 일본 순이다. 이런 나라들이 협력을 강화하면 할수록 중국이 보복이나 비우호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도 현실적으로 인지할 때가 됐다. 대중국 직접투자(FDI) 면에서도 홍콩, 싱가포르, 버진아일랜드처럼 투자원천이 불투명한 지역을 제외하면 최대투자국도 한국, 일본, 미국이 2021년 기준 1, 2, 3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중국 시장을 상실하는 것을 우려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사고에는 스스로가 망각하는 사실이 하나가 있다. 미국과 일본의 대중국 시장 의존도다. 이들이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단절한 상황에서 우리가 이들의 진영에 합류하면 중국 시장을 상실하는 것은 자명한 결과다. 그러나 이들 또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고 교역을 계속하기 때문에 이런 우려는 가히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대신 중국 시장 상실을 우려하는 이들은 한 가지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 전략의 목적이 그것이다. 미국의 전략은 중국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경제 행위를 교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중국이 수용할 경우 모든 것이 정상화된다는 의미다. 중국의 경제 행위 교정은 우리 국익에도 부합하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때까지 중국 시장 상실에 대한 우려를 우리는 잠시 접어둬야 한다. 그리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및 부속 조치에 대해 초당적이고 범국민적 지지를 보내는 현명함을 보일 때가 됐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3-08-20 16: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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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의 프리즘] 美.中 잇따른 비공개 고위급 회담… 왜? [주재우 교수] 미국과 중국은 최근 고위급 회담을 연쇄적으로 개최하며 관계 개선의 단초를 모색하고 있다. 모종의 ‘딜(deal)’이 협의되고 있음을 의심치 않게 하는 정황적 증거가 적지 않다. 그중 특히 회담 이후 미국 측이 회담 내용을 발표하지 않은 사실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중국 측도 하나만 공개했다.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사실에 근거하여 우리의 대미, 대중 외교도 경계심을 가지고 우리의 전략 변화를 적극 모색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지난 5월 10~11일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 중앙정치국 위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담을 했다. 이틀 동안 이어진 회담 중 하루는 8시간 이상 ‘마라톤 회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공개된 결과는 없었고 회담을 한 사실을 알리는 설명자료(readout)가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되었다. 5월 25~26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간 회담이 있었다. 이들 회담 결과에 관한 공식 발표 자료는 미국 상무부 홈페이지나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 어디에도 제공되지 않았다. 미국 상무부 홈페이지에는 설명자료만 간략하게 올라 있었다. 그리고 지난 6월 18~19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왕이 정치국 위원과 친강 외교부 부장과 이틀 동안 회담을 했으나 이 회담 내용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는 대변인을 통해 역시 설명자료만 공개했다. 미국과 중국이 이처럼 고위급 회담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설명자료 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은 가히 그 의도와 취지를 의심할 만하게 하는 대목이다. 설명자료는 대체적으로 회담 내용을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관점에서만 담아 발표하는 자료다. 따라서 상대방의 의제, 요구사항, 의견에 대한 것을 감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설명자료가 이를 발표한 나라의 것만 일방적으로 부연하는 것이다 보니 상대방의 반응이나 대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것을 대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세 번의 고위급 회담 중 이것이 가능한 것은 블링컨과 왕이, 친강의 회담뿐이다. 이마저도 회담 결과에 대해 우리의 이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설명자료에는 블링컨 국무장관이 미국 측 의제만을 기술했기 때문이다. 중국 측 설명자료는 중국의 입장만 서술했다. 이와 덧붙여 미·중 관계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잘못된 입장과 오해를 지적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왕이 위원은 미국에 ‘중국 위협론’을 더 이상 외교적·정치적 카드로 활용하는 것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와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압박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서 우리는 미·중 양국이 고위급 회담을 연쇄적으로 개최한 이유를 정황적·상황적으로 가늠할 수밖에 없다. 두 나라가 처한 상황을 놓고 보면 최소한 비(非)정치·군사·외교안보 분야, 즉 경제·통상 분야에서 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임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6월 5일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시한을 앞두고 있었다. 백악관은 시한 연기에 미국 의회의 동의가 필요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시한 도래를 며칠 앞둔 27일(현지시간) 밤에 가까스로 미국 하원 의장 케빈 매카시(공화당)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현지시간 5월 31일에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에 합의하는 안을 하원이 통과시키면서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봉합 수준에 그쳤다. 미국 행정부의 핵심 부처(key departments)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긴축재정의 시간 속에서 공무를 봐야 한다. 이번 바이든-매카시 합의에서 핵심 부처가 정의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들 부처의 예산이 앞으로 10년 동안 1% 이상 증가하지 못하는 제약의 대상이 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예산 규모는 2022년 수준에서 출발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리고 1% 예산 상승률도 비국방 부처의 예산(non-defence budget)이 2024년에 동결을 거친 이후, 즉 2025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미국의 건강보험과 식료품 구입 및 제공 지원 프로그램(food welfare) 등 사회복지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의 지원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곧 미국이 앞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즉, 긴축재정을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을 일궈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국방 분야의 예산 감축을 하지 않고 증가할 공산이 커지는 상황에서 타 부처에 재정 긴축을 요구하면서 미국의 경제성장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야말로 쉽지 않은 숙제다. 더욱이 현재로서 미국 의회가 중국에 대한 압박과 견제 법안을 대거 상정한 가운데 미국 경제의 회복을 운운하는 것은 미국의 숙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런 합의로 미국의 공무원과 군인들의 월급이 제대로 나오고 연방정부의 연금을 국민이 제때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국가를 채무위기로 몰아넣은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기 어렵다. 특히 두 개의 숙제를 다 하지 못했을 때 그의 재선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내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자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결정적인 오점인 국가부도위기 사태를 집요하게 공격할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어떤 후보든지 이런 공화당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의 회복이 관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이나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중국의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3월 ‘리오프닝’을 선언한 이후 중국 경제의 회복과 성장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5월 중순 중국 국가통계국은 산업생산이 5.6% 증가했지만 예상치 10.6%를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소비자 지출이 전년 대비 18.4% 증가했지만 이 또한 예상치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16-24세 청년 실업률이 20.4%에 달하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작년 여름에 세운 종전 기록인 19.9%를 넘는 것이었다. 중국 전체 실업률이 5.2%로 떨어진 것은 위안이 되겠지만 지난달부터 중국 대학 졸업생이 약 2000만명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청년 실업률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대외무역에서 중국의 올해 실적도 저조한 상황이다. 올해 1~5월 수출입 총액은 5012억 달러를 기록 중이나 전년 대비 6.2% 감소한 규모다. 수출액은 0.3% 증가한 반면 수입액은 6.7% 감소했다. 대외무역 문제 때문인지 최근 중국 환율의 변동 추이 또한 심상치 않다. 올 초만 해도 달러당 6.7위안이었던 위안화 환율은 6월 말 7.25위안으로 8.2% 치솟았다. 수출시장 경쟁력 확보를 통해 경제 부양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 파급효과가 중국의 철강재 수출 급증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구의 유수한 분석기관과 국제금융기구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가령 지난달 골드만삭스는 6%에서 5.4%로, 노무라는 5.5%에서 5.1%로, S&P도 5.5%에서 5.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IMF 역시 5.1%에서 4.6%로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낮췄다. 중국이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 경제 문제 해결이 시진핑 주석에게도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내년 말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미국의 중국 ‘배싱(때리기)’이 계속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대선이 끝나면 시 주석의 3임 통치기간이 반환점을 돈다. 그가 4연임을 하려면 그 정당성을 경제 회복과 성장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압박이 가시화되기 때문이다. 6월 초 기준 미국 의회가 대중국 경제 압박과 규제와 관련해 상정한 법안만 194개에 이른다. 이들 법안 중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공산당원들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및 미국 내 활동 금지(H.R.3334, S.580, H.R.688, S.852), 중국 교육기관의 미국 진출 및 기존 교육시설 폐기(S.1121, H.R.1516, S.768, S.852, H.R.1157, H.R.1225), 중국 금융경제활동 제약(H.R.499, S.860, ), 중국과 무역관계 정상화(H.R.638, S.153, S.152), 중국의 제3세계 국가 및 발전 중 국가 자격 박탈(S.906, H.R.1137, H.R.1107) 등이 있다. 이 밖에 미국 의회는 중국의 미국 인프라 건설 투자 규제, 미국 내 소셜미디어(SNS) 규제, 미국 농장 투자 규제 등 법안을 상정해 중국에 대해 미국 시장 진출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뉴욕의 중국 총영상관 폐쇄(H.R.2865)와 중국 공산당 미국 내 경찰 활동 금지 법안도 상정됐다. 미국 의회의 이 같은 대중국 견제 및 규제 법안이 다양한 분야에서 상정되면서 미국의 ‘디리스킹’ 정책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인적 교류와 연구기관 간 교류에 대한 제약은 물론 기술 이전에 대한 규제 구상도 4월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에 의해 밝혀지면서 중국은 상당한 경계심을 가지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블링컨·왕이 회담에서 왕이가 이를 직접 언급한 사실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오는 6~9일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 분야에서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가운데 우리의 대중, 대미 전략도 변화가 필요하겠다. 우리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선언했던 2021년에 큰 낙수효과를 봤다.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11년 만에 4.15%를 기록하면서 전년(-0.71%) 대비 4.86%포인트 증가하는 결과를 봤다. 우리의 대중국 수출입도 각각 145%와 154% 증가했다. 대중국 무역 흑자는 486억 달러를 기록하며 2017년 사드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 관계를 개선하면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우선 우리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른 만큼 대중국 무역구조도 선진국화, 즉 수입이 수출보다 크게 증가하는 시기로 진입했다. 그러면서 무역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이 우리의 중국 전략의 대명제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이런 명제하에서 우리의 중국 전략은 비경제 분야(외교·군사·안보 등)와 경제 분야를 이원화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중국과 함께 이같이 현안들을 이원화해 당분간 이들 두 분야에서 입장은 평행선을 유지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역시 이 같은 시류에 편승하는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 셋째, 미국의 대중국 강경 정책과 입장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이는 엄격하게 국내 정치용이고 미국 주도의 전략구상에 우방의 동참을 촉구하는 데 쓰이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철저하게 우리 국익의 관점에서 우리만의 중국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미국은 첨단 과학기술의 원천 국가로서 해외 이전과 아웃소싱을 통해 완제품을 수입하는 나라다. 우리가 한·미 동맹으로 기술 이전의 수혜를 보고 중국 시장에 대해서도 완제품에 대한 레버리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미·중 간에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 넷째, 미·중 양국의 정책 조정과 전략 변화가 앞으로 무상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를 정확하고 명확히 분석·판단하기 위한 정책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 미국 의회의 법안 분석에서부터 국내 정치의 동향 분석을 통한 의미를 파악해야 하고 실제로 미·중 관계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야 한다. 중국의 국내 정치·경제의 변화가 대외정책, 특히 대미 관계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정확히 이해할 때 우리의 대응 전략 마련도 가능하다. 다섯째,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대미 레버리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대중 레버리지로 활용해서 우리의 대미, 대중 확대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모든 고위급 회담에서 상대방의 대중, 대미 전략과 입장을 알아보기 위한 탐구적 질문이 제기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미·중 전문가들이 회담 준비에서부터 결과 분석 작업, 그리고 전략 수립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3-07-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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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의 프리즘] 파상공세 퍼붓는 중국.. 우리의 ''對中 외교원칙' 공식화할 기회 세계는 중국과 경제 관계 개선을 위한 전략 재구상에 바삐 돌아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까지 가세하면서 행보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존스홉킨스대학 연설을 필두로 27일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브루킹스연구소 대담회까지 미국의 대중국 경제 관계의 발전 방향에 관한 미국 백악관과 행정부 입장이 밝혀졌다. 그리고 지난 5월 25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통상 장관회의를 앞두고 미·중 양국 상무장관 또한 회담을 했다. 이에 앞서 5월 12일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역시 8시간 넘는 마라톤 회담을 했다. 옐런 장관과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연설문 이외에 나머지 회담 내용에 대한 내용을 관련 당국이 밝히지 않으면서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미·중 경제 관계에 있을 변화를 ‘장님 코끼리 만지듯’ 추측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회담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미·중 경쟁관계가 격렬해지는 가운데 양국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아무래도 민감한 사안들에 관한 논의가 많았고 아직 그 결과가 미성숙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 이유를 두 가지 맥락에서 유추할 수 있겠다. 하나는 미국이 대선 정국에 진입하는 길목에 서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론 디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의 출마 선언으로 미국 대선 정국의 시작이 알려졌다. 또 하나는 따라서 대선을 의식한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새로운 입장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가령 미국 행정부도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기조에서 ‘디리스킹’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강조된 설리번의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이 같은 변화가 예고된 것이 그 방증이라 할 수 있겠다. 중국과의 경제 경쟁에서 미국의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으로의 전환은 미국 국익에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방증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미국은 그러면서도 중국의 불공정하고 불공평하고 부정한 경쟁 행위에 대해 묵과할 수 없다는 종전의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특히 옐런 재무장관 연설에서는 이 점을 확실히 부각시켰다. 그러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미국의 위험 완화 범위 내에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미국 측 발언에서 미국의 대중국 경제정책 기조에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의 위험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국가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데 미국 의회가 합의하면서 일단 급한 불을 끈 상태다. 미국의 경기 회복을 위해서라도 ‘리오프닝’하는 중국 시장은 미국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공급망 부문에 관한 합의가 도출되었다. 공급망 위기에 회원국이 공동으로 대처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우리 정부의 행보도 뒤처지지는 않았다. 지난달 21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회담을 했다. 여기서 한·미 양측은 앞으로 연 1회 한·미 공급망·산업대화를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디트로이트에서 회담을 했다. 이 회담에 관한 한·중 양측 보도자료 발표 내용이 차이를 보였다. 중국 측은 “양측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에 반해 우리 측은 “중국 측에 교역 원활화와 핵심 원자재·부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는 점만 담았다. 중국이 ‘반도체 대화와 협력 강화’를 강조한 대목에서 우리는 중국의 절실함과 초조함을 다시 한번 감지할 수 있었다. 여기에 마이크론사(社)에 대한 중국 측 제재 결정에 미국 측의 우리 제품의 대체 공급 문제에서도 새로운 기류가 나타면서 중국의 조바심을 한층 더 부추기는 형국이 조성됐다. 우리 정부는 부인했지만 지난 4월 미국은 마이크론사의 공백을 한국의 반도체가 메우지 말 것을 경고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최근 미국 의회는 한국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워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필요시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수출 허가 예외 조치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미국의 입장 변화가 가능해진 사실은 옐런과 설리번의 연설, 그리고 IPEF 공급망 협정에서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겠다. 이들은 모두 미국의 제조업 회복과 공급망에서 우방과의 협력을 강조한다. 특히 이들의 연설은 당당한 산업정책 추구, ‘동맹이 뒤처지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동맹과의 협력을 역설했다. 이런 결과의 일환으로 한·미 양국 간 경제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설리번의 연설에서도 나타났듯 미국은 앞으로 첨단 과학기술 이전의 장벽을 높이는 것과 관련해 "단지 군사적으로 우리에게 도전하려는 소수 국가와 소수의 기술에만 적용된다"고 발언하면서 그 대상에 중국이 포함된 점을 암시했다. 그러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과 경제 관계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그래서 미국이 중국과의 ‘디컬플링’에서 ‘디리스킹’ 입장으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서도 부연했다. 연설문에서 그는 디리스킹을 “근본적으로 탄력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의미로 이를 구축하는 데 다른 국가에서 압박을 받지 않는” 것으로 설명했다. 즉, 특정 제품과 광물에 대한 미국과 동맹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중국의 4차 산업 경쟁력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 또한 소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중국 경제정책의 모토라 할 수 있는 ‘작은 정원, 높은 펜스(small yard, high fence)’에 다시 비유했다. 즉 맞춤형 수출 규제를 지속해서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수출 통제 대상의 기술 범위가 비록 넓지 않지만 강력한 규제 기준을 적용해 철저하게 첨단 과학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전략 변화에 중국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끝나면 시진핑 3기도 반환점을 도는 시기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를 ‘리오프닝의 해’로 선언한 만큼 중국도 괄목할 만한 경제 성과를 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의 압박을 느낄 터이다. 중국도 ‘디리스킹’이 필요한 만큼 우리와 같이 4차 산업 분야에서 선도적인 국가와의 협력이 절실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정황은 여러 곳에서 일찍이 감지되었다 가장 비근한 예로 지난 4월 12일 시진핑 주석은 중국 광둥성 산업 시찰에서 한국 LG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했다. 작금의 한·중 관계 상황에서 볼 때 이는 예상하지 못한 행보였다. 한국 기업, 한국 산업, 더 나아가 한국에 대한 그의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대만해협과 관련된 발언이 연속 공개되면서 중국의 우리에 대한 불만은 커져만 갔다. 중국의 불만과 경고 메시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다. 5월 22일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의 방문에서도 중국 측의 경고가 전해졌다. 그리고 5월 26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언론 방송 참여에서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불만이 제기되었다. 일부 국내 언론에 따르면 류 아주사 사장은 한·중 관계와 관련해 ‘4개의 불가’ 방침을 표명하면서 우리나라의 대만 문제와 한·미·일 공조 강화에 대해 극도에 달한 중국의 불만을 표명했다고 전해졌다. 소위 ‘4개의 불가’ 방침 내용은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면 한·중 협력 불가, 한국이 친미·친일 일변도 외교 정책으로 나아갈 경우 협력 불가, 현재와 같은 한·중 관계 긴장 지속 시 고위급 교류(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불가. 악화한 정세 아래 한국의 대북 주도권 행사 불가 등'으로 알려졌다. 싱하이밍 대사는 한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과 핵심 우려를 존중할 것을 주문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좋지 않은 한·중 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요지였다. 이런 중국의 경고성 메시지 배경에는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공조 강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런 상황 변화에 중국이 불안하고 초조해지고 조바심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더욱이 IPEF의 (중국에 대한) 공급망 협정이 체결되면서 이런 중국의 불안감을 더욱 자극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렇게 우리에게 파상공세로 나오면서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가 왔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외교원칙을 공식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겠다. 중국이 자국의 핵심 이익과 핵심 우려를 존중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치적 압박 공세를 격하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의 대응은 우리의 원칙을 존중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우선, 우리의 바다와 하늘에 대한 무단 진입 자제를 촉구하면서 우리의 주권과 영토주권이라 할 수 있는 우리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는 것을 제1의 원칙으로 내세워야 한다. 두 번째로 우리의 국가 체제와 정체성에 대한 존중 요구다. 세 번째로 우리가 선택하고 견지하는 가치와 이념에 대한 존중이다. 네 번째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평화와 안정 수호에 기여하는 것을 존중하는 것이다. 중국은 한·중 수교 공동선언을 근거로 우리에게 ‘하나의 중국’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 역시 공동선언에서 약속한 ‘한반도 정세 완화와 안정, 그리고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정신을 준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즉, 대만해협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중국의 책임과 의무를 상기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의 평화 통일에 대한 우리의 원칙을 존중하는 것이다. 공동선언 5조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한반도가 조기에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한민족의 염원임을 존중하고, 한반도가 한민족에 의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 통일에 대한 중국의 기여와 지지를 다시금 요구하는 것을 원칙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3-06-02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