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경희대 교수
jwc@khu.ac.kr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이며 국내 최초의 미중관계사 책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와 베스트셀러 『팩트로 읽는 미중의
한반도전략』의 저자가 실타래와 같은 동북아 국제관계를
팩트로 풀어주는 이야기.
- [주재우의 프리즘] 속도내는 美 인태 전략... '괴물' 중국의 성장을 막아라 다음 달부터 미국과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 동맹 및 우방 정상들 간 만남이 줄을 잇는다. 윤석열 대통령도 4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중남미를 순방하면서 미국을 경유할 예정이다. 5월에는 일본에서 G7 정상회담이 기약되어 있다. 앞으로 전개될 미국의 외교 행보에서 한 가지 확실한 전망은 중국 옥죄기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기는 불안한 분위기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중국의 이 같은 우려는 친강 외교부장의 지난 7일 기자회견 답변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미·중 관계를 답변하는 자리에서 미국의 잘못된 중국 정책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그 재앙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더 나아가 그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이성적이고 건전한 바른 궤도를 완전히 벗어났다"며 "미국이 말하는 경쟁은 사실상 전방위적 억제와 탄압이며,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을 두고 그는 “자유와 개방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패거리를 만들고, 각종 폐쇄적이고 배타적 울타리를 만들며, 지역 안보를 수호한다면서 실제로는 대항을 유발하고 아·태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획책한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중국이 “시종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상호 존중, 평화적 공존, 협력·공영의 원칙에 따라 중·미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동하는 데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위협팽창'이라는 전략적 불안을 해소하고, 제로섬 게임의 냉전적 사고를 버리길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실로 중국의 불안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통해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제를 회복하는 데 전념할 의지를 상당히 강조했다. 여기에는 안정적인 국제 정세가 담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미국의 중국 정책은 이를 보장할 기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에 대한 압박과 견제가 올 한 해 더욱 기승할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를 경제 분야에서도 감지한 듯 친강 외교부장은 "국제통화가 독자 제재에 쓰는 비장의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되며, 괴롭힘과 협박의 대명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달러 패권의 횡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양회’ 공작보고는 세계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두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과 억제를 상승시킨 결과 중 하나라고 날 선 비판을 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과 견제 정책은 올해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원인을 우리는 미·중 양국의 국내 정치 일정에 근거해 유추해볼 수 있다. 미국은 2024년 대선이 기약되어 있다. 대만은 총통선거가 미국 대선보다 이른 2024년 1월에 예정되어 있다. 2025년에 미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영접할 것이다. 새 대통령이 현 대통령의 재선으로 조 바이든이 되든,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선출되든 중국은 미국의 새 정부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 입장에서 2025년은 그의 3기 집권이 반환점을 도는 해가 될 것이다. 4연임을 생각한다면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2027년까지 경제 회복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양회에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5%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이 이렇게 자신 없게 ‘전후’라는 표현을 쓰면서 성장률 전망을 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중국의 국내외 정세가 불안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방증이다. 이런 중국의 초조함과 불안감은 현재 미·중 경쟁 구도에서 미국이 공세적인 입장, 중국이 수세적인 입장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다시 말하면 시진핑 주석의 3기 통치의 성공에 대한 칼자루를 미국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기존의 소다자주의 협의체를 본격적으로 적극 가동할 것이고, 더 많은 소다자주의 협의체를 조성해 나갈 것이다. 현재 미국이 운영 중인 소다자주의 협의체는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협의체), '칩4' 반도체 동맹,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비롯해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미국·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 정보기관 공동체), 한·미·일 협의체 등이 있다. 이들은 경제, 기술, 안보 등 영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은 현재 동맹들이 양자 관계에서 추진 중인 외교·국방(2+2)협의체가 더욱 확산되어 모종의 소다자협의체를 양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선봉에 나서고 있는 나라가 일본과 호주 등이다. 일본은 동남아 지역에서도 이런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최근 필리핀과 준동맹 수준의 군사협력 합의를 도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은 또한 대만과의 관계 역시 전방위적으로 강화해나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미국이 소다자협의체에 의존하는 까닭이다. 미국이 중국을 단독으로 압박하고 견제하기에는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미국이 과거처럼 세계 경제력의 40% 이상 비중을 가지고 공공재를 동맹에 제공하면서 자국의 전략 이익을 더 이상 관철할 수 없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대선 유세 기간 동안에 강조했듯 동맹과 우방이 결속하면 세계 경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힘을 가지고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미국은 확신한다. 이들이 힘을 합쳐 결국 중국의 거침없는 부상을 견제하고 제어해야 한다는 논리가 미국 인태전략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이유는 한 가지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필요한 자원을 충족하려는 방식에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급속한 발전으로 더 이상 자원을 자급할 수 있는 상황을 지난 지 오래다. 에너지부터 식량, 광물과 기술 등 영역을 망라하고 중국은 이 같은 조달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를 갖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질서, 제도, 법과 규범 속에서 원활한 수급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중국이 ‘괴물’로 변하면서 그 괴물이 과대한 식욕을 충족하는 데 오히려 이러한 질서, 제도, 법과 규범이 장애가 되고 있다. 중국이 오늘날 이를 무시하고, 위반하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 경제 규모가 5% 전후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공공재와 자원 조달을 전제로 한다. 특히 4차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자원 확보가 중국의 국가적 명운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4차 산업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자원의 충족 속도도 더욱더 가속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자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중국이라는 ‘괴물’이 식탐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데 있다. 이런 식탐으로 중국 ‘괴물’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기존의 질서, 제도, 법과 규범을 장애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괴물’의 행동은 이를 모두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중국의 과욕을 미국이 이제는 통제해야 한다고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미국의 인태전략은 따라서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중국 ‘괴물’의 왕성한 식욕을 통제하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공재와 자원을 무작위로 무차별하게 독식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당위적 필요성의 인식이 작동한 결과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괴물’과 같은 부상이 인류의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왕성한 식욕이 통제되지 않으면 이를 충당하기 위한 중국의 행동이 가치, 규범, 제도, 질서를 계속해서 무시하고 위반할 수밖에 없다는 두려운 계산이 설 수밖에 없다. 중국은 자원을 이유로 남중국해를 자국 영해로 간주한다. 제3세계 자원 보유국의 경제적 취약점을 노리고 일대일로 사업을 명분으로 이들의 자원을 착취하는 수준의 행동을 지속하고 있다. 4차 산업의 발전 속도를 맞추기 위한 명분으로 지식재산권을 무시하고 기술 편취와 탈취하는 행동도 일삼고 있다. 14억 인구의 식품 기호가 급속도로 바뀌면서 세계 식량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인류가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 중국이 거대한 ‘괴물’로 변하면서 배설하는 쓰레기와 오염물질로 지구촌 환경생태계에 대한 위협을 인류가 우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또 다른 목적은 소다자협의체를 통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이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이를 수행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한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소다자협의체를 전방위적이고 다층적으로 결성하여 이들을 네트워크화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견제를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 이들은 합체할 것이다. 이들의 합체는 ‘트랜스포머’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즉, 다양한 영역과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조성된 협의체가 합체될 때 트랜스포머와 같은 강력한 대항마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소다자협의체가 각기 다른 분야에서 각기 다른 나라로 팀을 이뤄 분업화되어 있어 그 실체를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 이 트랜스포머는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트로이 목마와도 같은 존재로 설계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런 소다자협의체에 적극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미국 인태전략의 설계 목적과 의도에 있다. 이에 참여하여 우리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참여국과 신뢰가 증강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런 신뢰 구축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신뢰를 얻기 위해 외교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신뢰는 언행일치에서 시작된다. 즉, 국제 정세와 안보 상황에 대한 인식을 이들 협의체에 참여하는 국가와 공유해야 한다. 더욱이 가치 중시를 우리 외교의 기조로 선언한 만큼 동맹·우방과 최소한의 인식 공유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인태전략보고서나 국방백서에는 이런 면모가 없어 보인다. 4월과 5월, 우리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동맹과의 인식 공유를 통한 국가적 신뢰를 재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3-03-09 06:06:00
- [주재우의 프리즘] 中 '정찰풍선'에 상승기류 탄 美의 대중 압박 전략 미국이 자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정찰풍선'을 격추하자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최근 짜기 시작한 중국 압박 프레임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다. 미국은 지난 2년 동안 중국 압박 전략의 명분을 마련하는 데 혈안이 되었다. 시나리오 착수 작업에 나선 정계, 학계, 관계 모두 행보를 같이해왔다. 가닥을 가까스로 잡아가던 미국에 호재가 발생했다. 이는 중국의 정찰풍선의 미국 영공 침입 사건이다. 지난 2일 미 당국은 중국의 정찰풍선이 자국 영공을 침입해 비행하는 것을 포착하게 된다. 중국은 이를 민수용 기상관측 비행선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측은 이런 중국의 주장을 부정하며 중국이 정찰 목적으로 띄운 것으로 판정했다. 그리고 다음날 5일로 예정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을 전격 취소했다. 미국은 4일에 급기야 이를 격추시켰다. 이에 중국은 과잉 대응이라며 강한 외교적 반발을 표출했다. 이 사건으로 미·중 양국 간 전략경쟁적인 관계를 전환시킬 수 있는 모멘텀을 조성하기는 당분간 더 어려워져 보인다. 이번 사건은 미국에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만 더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미국의 대중국 강경 정책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미국 영공이 얼마큼 무방비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미국에 2001년 9·11 테러 사태의 악몽을 다시 기억하게 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중국의 주장 역시 설득력 없는 이유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행풍선이 민수용이라 해도 민간 측에서 풍선의 비행 항로를 관측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탈하면서 타국의 영공에 침입할 경우 정부 당국에 보고했어야 했을 것이다. 이에 정부 당국은 타국의 관련 당국에 이 같은 상황을 역시 전달했어야 한다. 이런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은 여러 나라와 이른바 ‘핫라인’을 최고지도자에서부터 군당국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런 ‘핫라인’을 가동하지 않은 게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해명이 설득력 없어 보이기에 충분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대중 압박 전략 명분은 더욱 강화되었다. 안 그래도 우린 최근 대중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미국 정·관·학계의 발 빠른 행보를 목도해왔다. 그 첫발은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의 4연임 가능성을 예단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를 그 명분의 프레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2027년에는 그의 4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그가 4임에 선출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그중 최선의 명분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 앞으로 4년 동안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는 것이다. 시 주석에겐 괄목할 만한 경제 성과를 등에 업고 다시 선출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이겠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재편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 중국 경제에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미국 내에는 미·중 경쟁의 심화로 중국 경제가 작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는 관측이 만연해 있다. 이런 예측에 근거해 미국의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이 4임을 달성하기 위한 명분으로 대만 통일을 내다보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합참의장,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등도 이 같은 전망에 가세했다. 더욱이 2027년이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인 해라는 사실이 이들의 명분 설계에 기초가 되었다. 이 같은 군사적인 명분이 시 주석으로 하여금 대만의 무력통일을 꿈꾸게 하는 요소로 미국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호전되지 못하면 시진핑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즉, 대만 통일이라는 과업을 달성해 4임의 정당성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은 2027년을 그야말로 대만해협 위기의 D-데이로 사실상 정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만의 국방과 방어 능력을 증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2021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미국 하원에서는 대만의 군사력 강화와 미국의 대만 방위에 관한 법안 8개를 상정했다. 이들 중 '대만정책법(Taiwan Policy Act)'만 입법되었다. 나머지 법안은 이후 11월 중간선거로 입법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 법안에서 제기된 대만 군사와 미국의 방위 능력 제고에 관한 내용은 미국 의회가 12월에 채택된 국방수권법(NDAA)에 대부분 반영되었다.(본지 2022년 12월 28일자 “美 ‘4不1無' 약속한 것 아니었어?···日과 中공세 본격화” 참조). 이런 미국의 움직임 속에서 한·미 동맹과 대만 문제도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제기되고 있다. 대만 유사시에 대한 우리의 입장에서부터 한·미 동맹의 가동성까지 민감한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지력 강화에 있다. 미국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를 증강하는 의지와 결의를 수 없이 비쳤다. 그리고 실제로 한·미 국방당국은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31일 한·미 국방장관은 회담 공동성명에도 확장억지력을 증강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날로 증강하는 북한의 핵위협에 우리 국민은 불안하다. 최근 실시된 대국민 여론조사도 이를 방증한다. 지난 1월 29일 설문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76.6%가 자체 핵무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시카고 국제문제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68%의 국민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다시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분석가들은 우리 국민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미국의 확장억지력에 대한 불신이 날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국민들 눈에 미국의 억지력 수단과 방법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비핵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북한의 위협에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19일 CSIS 산하 한반도위원회가 공개한 ‘대북정책과 확장억제(North Korea Policy and Extended Deterrence)’ 보고서가 우리 국민의 인식과 결을 같이했다. 보고서는 “미래 어느 시점에 미국의 저위력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해 기초 작업과 관련한 모의 계획 훈련을 동맹국들이 검토해야” 하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런 보고서를 두고 미국 내에 한국에 대한 핵억지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진단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성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과연 미국의 연구기관이 전술핵 배치 문제를 제기한 저의가 무엇일까 말이다. 특히 미국의 중국 전략이 2027년 프레임에 짜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이 주장하듯 대북 압박용일까, 아니면 또 다른 전략적 함의를 내포하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겠다. 첫째,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전술핵이 재배치되어야 한다면 얼마만큼의 핵무기가 필요한가. 냉전시대 한반도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는 상당히 많은 양이 배치되었다. 1958년부터 배치되었던 미국의 전술핵무기는 1963년에 600기를 넘었다. 이듬해에는 640기가 배치되었다. 이 시기 역시 북한과 중국을 겨냥할 목적으로 배치되었는데 이들은 당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들이었다. 이후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한 후 1974년에 약 740개의 전술핵무기가 남한 미군기지에 배치되었다. 중국은 2030년에 1000개, 2035년에 약 1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도 수백 개에 이를 것이다. 이런 북·중의 핵무기를 억제하기 위해 도대체 몇 개의 핵무기가 적당한지 물어야 한다. 핵으로 핵억지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격능력(second-strike capability)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한다. 둘째,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전술핵무기가 한국에 재배치되면 이에 대한 비용 지불 문제가 대두될 것이 자명하다. 미국도 경제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를 유지·관리하는 데 그 비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드 배치 이후 2년 차부터 우리에게 유지관리 비용을 공동 분담 또는 우리가 부담하는 것을 고려한 것도 이의 방증이다. 국방수권법에서도 대만에 애당초 제공하고 지원하기로 한 무기들이 입법 과정에서 대만의 구매와 대만 구매 지원 등으로 전환되었다. 핵무기는 개발 비용이 제일 적게 들고 관리유지 비용이 그다음으로 비싸다. 핵 폐기는 이들을 더한 비용보다 더 들어간다. 셋째, 미국이 중국 전략을 2027년 프레임에 맞춰 짜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전술핵 배치의 저의와 목적을 파악해야 한다. 과연 북한에 대해서만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적용되는 것인지를 말이다. 대만 유사시에 미국은 주한미군과 한·미 동맹의 역할을 고민한다. 즉 한국의 주한미군 전력자산의 운영을 검토한다는 뜻이다. 그럼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된 전술핵무기가 대만 유사시에 가동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특히 일본의 주일미군기지에 미군의 전술핵무기 배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말이다. 일본은 1971년 오키나와 관할권이 주일미군에서 일본 정부로 이양된 이후 모든 핵무기를 철수했다. 이어서 같은 해 일본 정부는 비핵화 3원칙을 공표했다. 일본 참의원에서 이 결의안은 채택되었다. 일본의 비핵화 3원칙은 일본이 핵무기를 생산하지도 않고 보유하지도 않고 이의 자국 내 배치도 불허한다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만 유사시 중국에 핵억지력을 즉각적이고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괌에도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을 조속히 강구하는 모양새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술핵 배치든, 자체 핵무기 보유든 우리의 현실적 문제를 타진해야 한다. 즉, 북한·중국과의 핵 경쟁에서 우리에겐 상당한 정치·군사·외교적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으면 핵무장하면서 이들과 공존하는 방안을 외교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군사적으로 대칭하면서도 공존하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핵억지 능력을 갖추면 때로는 공존하는 데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대등한 군사력 수준에서 상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긴장이나 갈등 상황이 발생하면 핵보유국 간 양보 없는 치킨게임의 시작은 자명하다. 즉, 외교적인 타협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외교적 능력이 구비된 이후에야 핵무장이 가능하겠다는 말이다. 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무기 보유라는 타이틀만을 가지고 우리가 모든 위험 부담을 떠안을 용의가 있을까라고 반문하고 싶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3-02-06 20:21:45
- [주재우의 프리즘] 美 "4不1無' 약속한 것 아니었어? …日과 中공세 본격화 2023년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월 대만의 총통 대선이 예정되어 있고, 미국도 2024년이면 대선 정국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내의 정치 논쟁이 한층 더 격화될 것이다.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이 초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미 의회와 행정부는 서로 더 강경하고 강력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전념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는 이를 두고 두 당과 입법부와 행정부 간에 ‘누가 더 매파인지를 입증(outhawkish)’하는 공세적인 정치 싸움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또한 중국을 겨냥해 대만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미국이 더욱 배가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근거로 지난 두 해 동안 대만 관련 법안이 미 의회에서 약 10개가 소개되었다. 이들 중 '대만정책법(Taiwan Policy Act'만 입법되었다. 나머지 법안의 내용은 지난 12월 6일에 미 의회가 통과시킨 '국방수권법(NDAA)'에 고스란히 담았다. 4408쪽 분량의 국방수권법에서 대만 문제에만 3108쪽이 할애되었다. 미국의 대만 방위 및 방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책략을 이번 국방수권법에서 세부적으로,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담아냈다. 물론 지난 11월 14일 발리 G20 정상회의에서 가진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내용에 비춰보면 미·중 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을 같이하는 면모를 보였다. 중국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른바 ‘4불(不)1무의(無意)’를 제안한 데 근거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게 하지 않을 것 네 가지와 의도가 없는 한 가지를 축약한 것이었다. 우선 미국이 중국의 체제를 존중하기 때문에 중국 체제의 전환을 모색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 셋째, 반(反)중국을 위한 동맹관계를 강화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충돌의 가능성으로 바이든은 중국과의 디커플링, 중국 경제발전의 훼방과 중국 포위의 결과를 예로 들었다(본지 11월 30일, “시진핑이 달라졌다? …3년 만에 빗장 열고 유화 제스처” 참조).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미 백악관과 국무부에서 제공한 회담 결과 내용 자료에는 찾아 볼 수 없다. 미국 전문가들의 이야기처럼 “누군가 말은 했지만, 듣고 있지 않았을(They hear each other, but didn’t listen)” 개연성이 많은 대목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바이든의 ‘4불, 1무의’는 중국 외교부의 발표 자료이기 때문에 허튼소리는 아니었을 가능성도 높다. 아마도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축약·정리해 중국인이 좋아하는 방식, 즉 숫자로 이를 정리·요약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의 말처럼 미국이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입장 표명한 것이라 우리가 현혹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한 바 없었고, 중국을 포위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긴 하다. 그리고 중국과 충돌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도 미국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미국의 국방수권법이 존재한다. 이번에 통과된 국방수권법에는 미국의 대만정책이 대만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기정사실화(a fait accompli)’된 상황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법안의 중대한 목적 중 하나라고 명시했다. 여기서 ‘기정사실화’의 의미는 미국이 반응하기 이전에 중화인민공화국이 무력을 동원하여 대만을 선제공격하여 정복하는 상황이다. 이런 대비태세를 미국 혼자만이 갖추겠다는 것이 아니다. 국방수권법안은 군사적 협력 의미에서 협력 대상의 파트너를 또한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일동맹, 한·미동맹, 호주·뉴질랜드와의 동맹(ANZUS), 미국의 중대한 안보협력파트너인 싱가포르(a Major Security Cooperation Partner of the United States), 오세아니아지역의 미크로네시아, 마셜제도, 팔라우 등을 포함한 남태평양지역의 열도(The Federated States of Micronesia, the Republic of the Marshall Islands, the Republic of Palau, and other Pacific Island countries),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을 포함한 유럽연합국가와 나토(NATO) 회원국 등이 포함됐다. 특히 나토 회원국과는 대응계획을 마련하는 데 공조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사실도 주목할 가치가 있다. 국방수권법의 대외관계 분야에서는 대만과 관련하여 '대만 회복성 제고 법안(Taiwan Enhanced Resilience Act)'을 소제목으로 하는 대목을 주목해야한다. 대만의 방어와 방위 능력 향상을 골자로 하는 미 의회의 지원을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특히 미국과의 군사적 관계 강화로 인해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불공정하고 불공평하고 불정당한 불이익을 받았을 때를 대비하겠다는 미 의회와 국방 당국의 의지도 강조되었다. 여기에는 대만을 겨냥하여 영향력 발휘와 정보활동에 대해 미국이 대응하는 전략(Sec. 5513), 중화인민공화국의 경제 보복에 맞대응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팀(Sec. 5514)과 중국 센서십(언론 검열)과 행동 그룹(Sec. 5515)의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즉, 대만이 중국에 비군사적인 수단으로 보복이나 불이익을 받을 경우에 미국이 수수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대목이다. 이를 위한 실질적인 대응방안도 모색할 것을 미 의회가 주문한 것이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대만이 누릴 수 있는 정당한 권리와 권한 또한 강화시켜나갈 의지를 이번 국방수권법에서 명확히 했다. 이런 의미에서 국방수권법은 국제사회에서 대만이 유의미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에도 대만이 유의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전략 마련도 요구했다. 특히 팬데믹 유행이 끝나지 않고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구 2200만명의 대만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참여하는 것은 인륜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보편적 인류가치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중국의 반대로 대만은 2017년부터 정치적인 이유로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 WHA)에 초청받지 못했다. 대만 상공과 근처 영공을 비행한 민간항공기의 편수만 해도 2018년 기준 175만 편이었다. 이에 탑승한 탑승객만 해도 6890만명 이상이다.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보편적 인류 가치의 관점에서도 대만의 국제민간항공기구 참여는 반드시 관철되어야하는 부분이다. 특히 중국이 방공식별구역(ADIZ)을 법적 효력과 구속력이 없는 규범으로 치부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군사적 행위를 일삼는 상황에서는 말이다. 연 7000만명의 목숨을 담보하는 중국의 군사적 도발과 도박을 국제사회가 더 이상 수수방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국방수권법으로 미 국무부의 대만해외군사재정(Department of State for Taiwan Foreign Military Finance) 지원금을 대폭 확대했다. 미국은 1961년의 해외원조법에 따라 대만에도 지원할 수 있는 상한선을 연 20억 달러로 책정했다. 그럼에도 미 의회는 대만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앞으로 3년 동안 예외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동 해외원조법을 일부 수정했다. 이번 개정을 통해 국방수권법은 2023, 2024, 2025년 어느 한 해를 미 국무부가 선택하면 연 50억 달러로 지원금을 확대·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SEC. 5503). 이 외에 미 국무장관에게 상기한 지원금의 부족분을 충족시킬 수 있는 권한을 제공했다. 미 국무장관은 동 재정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은, 가령 대만 방어를 위한 훈련(training program)의 운영을 위해 연간 200만 달러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국방수권법은 또한 미 대통령이 연 100억 달러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국의 무기 재고를 임의대로 대만에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SEC. 5505)를 제공했다. 또한 긴급상황에서 미국의 재고물품과 자원 중 미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대만에 즉시 공급할 수 있는 수준도 연간 2500만 달러로 획정했다(SEC. 5505). 대만을 둘러싼 미·중 경쟁관계에서 우리에 대한 참여와 지지 요청도 자명하다. 왜냐면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대응 전략과 함께 미군 및 동맹국 군사자산 조달 계획을 보고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미국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 대비해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의 군 가용성과 기동성 등에 대한 조사도 병행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동맹관계를 가진 우리나라와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평가 작업도 수반될 것이다. 이런 의미로 일본은 지난 12월 16일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전략, 방위력 정비계획을 채택했다. 여기에 핵심은 군사안보 방면에서 미국과 모든 것을 합체(integrated)하는 구조로 군사전략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기체계에서부터 작전체계까지 다 포함된다. 일본이 미국과 군사안보에서 같은 마음과 몸으로 합체해 움직이는 데는 나름의 명분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뿐이 아니다. 대만에 있는 일본 주재원이 더 강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9월 30일 기준, 대만에 주재하는 일본인의 수는 1만5956명으로 미국인(1만1462)과 한국인(4843명) 등보다 많다. 미국인도 적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미·일이 의기투합할 수 있는 정당한 명분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미·일 양국은 이른바 ‘비전투 병력을 통한 탈출(non-combatant evacuation)’ 작전 수립을 착수한 지 오래다. 오늘(28일) 우리 정부는 우리나라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다고 한다. 이런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행보를 어느 정도 고려해 작성되었는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의 참여 목표와 취지를 무슨 명분으로 정당화했는지 국민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명분이 설득력이 없다고 국민이 느끼면 이는 중국을 두려워하는 우리 국민의 불안 심리를 또다시 자극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과 올 한해에만 6차례 이상의 3국 회담을 가졌다. 따라서 이들의 것과 보다 조율되고 맥락을 같이하는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나오길 기대한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2-12-28 06:00:00
- [주재우의 프리즘] 시진핑이 달라졌다? …3년만에 빗장 열고 유화 제스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3년 동안 걸어 잠근 빗장을 풀고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2019년 12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창궐하고 2020년 1월 미얀마를 방문한 이후 이후 첫 외출을 지난 9월 15일에 했다. 그의 첫 행선지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였다. 그곳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두 달 뒤 11월 16일 G20 정상회의에 대면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했다. 또 18-19일에 태국을 공식 방문하고 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근 3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외교 행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미국과의 갈등이 지난 8월 미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으로 최고조에 이른 이후 미·중 정상회담의 개최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국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었고 이밖에 그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 G20의 수장들 대부분 그와의 약식회담(a pull-aside meeting)을 갖기 위한 외교 쟁탈전을 벌여야만 했다. 15일 G20 정상회의 종료 후 그는 8개국 정상과의 약식회담 일정을 소화해야했다. 쉴틈 없는 일정에 그가 각 회담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약 30분에 지나지 않았다. 한·중회담이 예외가 아닌 이유였다. 그리고 이튿날(16일) 저녁 시진핑은 유엔 사무총장과 이탈리아 총리를 만난 후 태국으로 출국했다. 다음날에도 그는 못 다한 회담을 이어나갔다. 여기에는 일본과의 정상회담도 포함됐다. 이 중 세계의 관심사는 단연 미국과의 정상회담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2021년 취임 이후 두 정상이 처음으로 대면 회담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간 두 정상은 화상회의만 1회, 영상통화 1회, 그리고 전화통화만 3회 가졌다. 총 5번 대화를 했지만 만남만 못하다는 것은 우리가 공감할 수 있겠다. 두 정상이 만나서 이야기하고픈 마음이 간절했는지 발리에 도착하자마자 이들은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기 전날인 14일에 회담을 가졌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가진 시진핑의 약식회담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지난 3년간 회담국가와의 관계를 악화시킨 요인을 직접 언급하는 것을 피했다. 불과 작년 7월만 하더라도 시진핑은 대만문제를 건드리면 ‘(미국의) 머리를 깨부순다’ ‘(미국이) 불에 타죽는다’ 등 강한 수사로 미국을 겁박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대만문제를 중국의 내정문제라며 이에 대한 미국의 존중을 ‘점잖게’ 요구했다.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어떠한 발언도 가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약식회담에서도 시진핑은 사드를 암시하는 발언을 삼갔다. 예전의 정상회담뿐 아니라 장관급 회담에서 모든 중국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양국의 중대 관심 사항의 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것으로 회담의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이번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 내용에서 이와 같은 언급이 전혀 없었다. 중·일회담에서도 역시 지난 6월 현역 자위대를 정보관으로 대만대표부에 파견하는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당시에 중국 관영매체 사설은 일본의 행각을 도발이라며 ‘한 대 맞아야 정신 차릴 것’이라는 문구를 머리기사로 올렸다. 이처럼 중국이 지난 3년 동안 은둔생활하며 내뱉었던 과격한 발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런 연유에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중국의 국익에 중요한 나라들과 대척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면모는 그가 회담국과의 관계 회복과 대화, 그리고 협력을 강조한 데서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둘째 공통점은 관계 개선의 의사를 분명히 전한 데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궤도에 오를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국과도 분리할 수 없는 협력파트너로서 세계의 번영에서 중요한 책임이 있기에 중국과도 이런 국익 부분에서 광범위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소통의 강화를 통해 ‘정치적 신뢰’를 쌓자고 전했다. 일본과의 관계도 그 중요성이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성의를 다해 서로 대하며 신뢰를 가지고 교류할 것을 요구했다. 중·일 양국이 서로 협력 파트너로 서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공통된 정치의식에서 정책 입안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일 양국이 상호존중하며 신뢰를 증진시키고 의구심을 희석시키며 이견이 있는 현안을 공동 관리할 것을 전했다. 이런 시진핑의 서두 발언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것이 보였다. 우리에게 정치적 신뢰를 구축하자고 요구한 대목이다. 우리와의 역대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의식한 이유 때문에 우리와 ‘정치적’ 신뢰를 언급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우리와의 정치적 신뢰를 발언한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일본과의 관계에서 서로 다른 입장의 문제를 ‘공동 관리(管控)’하자는 것은 미국에나 할 법한 발언이지만 일본과의 관계를 그만큼 중시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다. 물론 일본을 미국과 동격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일 양국이 당면한 도전과제가 미·중 양국의 것과 유사한 수준의 이해관계의 속성을 가진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셋째 공통점은 소통과 협력을 강조한 점이다. 미국과 한국에 대해 시진핑은 경제현안의 ‘정치화(politicization)와 안보화(securitization)’를 피할 것을 유독 강조했다. 경제현안이 시진핑의 말대로 정치화, 안보화되는 순간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전례 때문이다. 세계는 이와 같은 결과를 수없이 경험했다. 인류가 당면한 비군사적이고 비정치적인 분야에서의 위협 요소의 해결, 즉 이른바 ‘비전통안보’ 현안의 해답은 다국 간의 협력에 있다. 가령, 석유와 같은 전략물자의 안정된 공급 확보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석유야말로 비전통 안보분야에서 국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 중 하나다. 세계가 1970년대 초 ‘오일 쇼크’를 경험하면서 산유국은 석유를 무기화했고, 산유 수입국은 더 많은 물량 확보를 위해 평소에 강조한 이타적인 협력 태도에서 이기적으로 변했다. 석유가 민감한 국익문제이기 때문에 이의 확보문제는 정치화되고 안보화되었다. 그러면서 오늘날까지 석유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들 간의 한때 성행했던 ‘공동구매’의 꿈은 한순간에 날아갔다. 이렇듯, 국익 현안이 비록 전통적인 안보요소가 아닐지언정 정치화, 안보화되는 순간 협력을 기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 같은 역사적 교훈을 시진핑은 앞으로 미·중, 한·중 관계의 발전에 초석이 되어야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 것이다. 시진핑의 약식회담에서 눈여겨볼 만한 다른 점도 풍성했다. 미국과의 회담에서 그는 미·중관계가 ‘제로섬’이 아닌 점을 누차 강조했다. 서로를 거울삼아 협심하여 같이 발전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이기고 네가 지는’, 즉 ‘너 죽고 나 사는’ 식의 관계는 서로가 취할 수 있는 이득을 잠식시킬 뿐 아니라 인류 발전에도 불행만 가져다줌을 상기시켰다. 그는 더 나아가 대만문제와 관련해서도 내정이라며 미·중 양국 간에 넘지 말아야 할 선임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대만의 독립문제와 대만해협의 안정문제가 물과 기름과 같이 분명히 차별되고 융합될 수 없는 속성의 문제임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 점과 관련하여 시진핑은 바이든 발언에 고무된 것 같아 보였다. 바이든이 시진핑에 전한 미국의 입장, 이른바 ‘4불(不)1무의(無意)’ 제안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게 하지 않을 것 네 가지와 의도가 없는 한 가지를 뜻한 것이었다. 우선 미국이 중국의 체제를 존중하기 때문에 중국 체제의 전환을 모색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 셋째, 반(反)중국을 위한 동맹관계를 강화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충돌의 가능성으로 바이든은 중국과의 디커플링, 중국 경제발전의 훼방과 중국 포위의 결과를 예로 들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특이점은 우리에 대한 인식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와의 정치적 신뢰를 강조한 사실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만큼 미·중 경쟁시대에 한·중관계의 발전 토대가 정치적 신뢰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를 중국이 앞으로 어느 정도 견지하느냐가 한·중관계의 결정적 요소라는 점을 자각한 결과다. 이런 발언으로 우리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전화되었다고 예단하기에는 이르겠다. 그러나 한·중 수교 30년을 맞은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이 최소한 한·중관계에서 제일 취약점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할 의사가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를 중국과 정치적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로 적극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의 약식회담 분위기에 도취되면 안 될 것이다. 외교는 외교에서 끝내야 한다. 외교의 장을 떠나는 순간 바깥 세상은 생존과 국익을 위한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미·중 양국 정상이 3시간 넘는 회담을 가지면서 노익장을 과시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 종료 불과 열흘 만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5일 미국 내에서 중국 화웨이(華爲)와 중싱(中興, ZTE) 정보통신기업 제품의 수입과 판매 전면 금지를 선포했다.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현타’(현실자각타임)이 오는 순간이다. 우리 또한 이런 외교 현실을 보면서 자아도취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중국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리 영화를 각각 한 편씩 상영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한한령’의 해제 조짐이 보이는 것으로 오판하면 안 된다. ‘한한령’에도 구체적인 기준과 항목이 있다. 이의 해제에서도 순서가 있다. 가령, 우리 방송의 수신 해제에서부터 우리 드라마의 방영은 물론 우리 연예인 출현의 광고 방송까지 허용돼야 한다. 한·중관계가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사사건건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때론 우리도 긴 호흡을 가지고 중국식 표현으로 ‘만만디(慢慢得, 천천히)’하게 한·중 양국관계를 견인하고 중국의 언행에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포커 페이스(poker face)’의 유지가 한·중관계에서는 필요하겠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2-11-30 06:00:00
- [주재우의 프리즘] 시진핑 1인 통치시대 .. 미·중 '치킨게임'에서 우리의 외교 전략은 지난달 중국 공산당은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와 제1차 중전회(‘1중전회’)를 개최했다. 당대회는 지난 5년 동안 당의 성과와 미래 계획을 공표하는 자리다. 이를 통해 중국은 당대회 보고와 더불어 당장(黨障·당헌) 개정안과 결의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개정된 당장에는 사상 처음으로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입장 표명의 문구를 삽입했다. 시진핑 사상을 마오쩌둥과 레닌·마르크스의 것과 같은 반열에 올렸다. 23일 1중전회에서는 시진핑 3기가 확정되고 당의 최고 의사결정 조직인 중앙정치국 상임위원을 포함한 중앙정치국 위원 및 후보위원과 중앙기율위원회까지 총 509명의 인사를 확정했다. 이번 당대회 보고에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앞으로 5년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에 '관건적인 시기’로 명명한 것이다. 둘째, 시진핑의 집권이 3연임을 넘어서 4연임까지 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시진핑의 집권 기간을 3연임으로 국한하려는 그 어떠한 정치적 행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 중국 공산당이 차기 후계자를 고려했다면 이는 매 5년 주기로 개최되는 당대회에서 드러난다. 과거의 전례에서 보면 차기 후계자는 중앙정치국 상임위원회(‘상임위’)에 포함되기 마련이다. 이때 이들의 나이는 대부분 50~55세 정도였다. 후진타오의 경우 50세였고, 시진핑은 55세였다. 이들이 발탁된 나이는 중앙정치무대에서 예상되는 정치 수업 기간을 고려해 결정되었다. 차기 후계자는 상임위원회에 발탁이 되는 동시에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의 제1서기관에 임명되는 것이 관례였다. 이들은 당의 서기로 경험을 축적하면서 또 다른 경험을 통해 정치 경험을 축적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중앙당교(黨校)의 교장직이다. 즉, 당의 전문 간부를 배양하는 당 대학교의 총장직을 의미한다. 당교의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그 또한 당의 교리와 사회주의 이념과 사상으로 재무장하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또 하나의 관건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직(職)이다. 중국의 정치지도자들 역시 전후 세대로서 군 경험이 미천하다. 이들은 군사훈련 또한 거의 대부분 받아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중국 공산당의 최고지도자는 당권, 정권(국가주석)과 군권 등 이른바 ‘3권’이 부여되기 때문에 군 경험의 전력이 요구된다. 게다가 중국의 군이 당의 군이고 당의 지휘를 받는 구조에서 중국 공산당의 최고지도자는 군의 최고통수권자이다. 따라서 차기 지도자는 군을 지휘할 수 있는 역량과 지식을 구비하기 위해서라도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겸직해야 만 한다. 결국 시진핑의 3연임 이상이 가능하다는 징후는 상기한 '3권' 중 두 개의 인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중앙서기처의 1서기는 베이징시 시장 출신이자 이번 당대회에서 상임위 서열 5위인 차이치(蔡奇)가 임명되었다. 1955년 12월생인 그의 나이는 올해 67세이다. 중국 공산당 인선의 연령 기준이 유효하다면 5년 뒤 72세의 나이로 차기 당대회에서 또다시 당의 지도자로 등용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는 곧 발표될 중앙당교의 교장이 되어도 이번 인선을 끝으로 차기 당대회에서는 연령 기준(67세 이하)을 초과하기 때문에 또다시 발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앙군사위 부주석직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차기 지도자를 암시하는 어떠한 의사도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두 부주석은 장유샤(张又侠·72) 제1부주석과 허웨이둥(何衛東·65) 제2부주석이다. 장유샤는 연령 제한 기준을 초과했지만 발탁되어 연령 제한이 무의미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더욱 불러일으킨 사례라 할 수 있다. 허웨이둥도 5년 뒤를 생각하면 연령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장유샤의 사례로 장담할 수 없지만 이론적으로 다시 등용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시진핑의 후계자를 염두에 두었다면 당은 제2부주석 자리에 후계자를 임명하는 것이 전례였다. 이번 당대회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특징은 중국 공산당이 느끼는 불확실성 시대에 대한 불안감이다. 세계가 우크라이나전쟁과 코로나 사태 등이 지속되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한 데 대해 중국 또한 명확하고 확고한 정책 입장을 내세우지 못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중국 공산당이 주장하는 기존 정책의 방식을 견지하겠다는 결의를 내세우면서도 다른 한편 출구전략을 염두에 둔 발언도 종종 나타났다. 그리하여 당대회 보고서에 제기된 주장 속에는 상호 모순적인 면모가 드러났다. 가령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과학기술과 산업의 자립자강을 강화하기 위해 2020년에 발표된 쌍순환(雙循環·이중순환) 성장전략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자. 쌍순환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과학기술, 인재와 교육 등의 수단을 강조했고 자립자강을 위해 내수시장과 자국 산업의 발달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외적인 경제협력을 강조한 대목에서 독자적인 발전 전략에 대한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대만에 대한 보고서의 내용도 마찬가지다. 대만 유사시에 무력 동원도 마다하지 않겠다면서 이런 의지의 대상은 외부 세력이나 대만의 독립분자로 정의했다. 그리고 그다음 문장에서 ‘대만동포’를 겨냥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무력을 대만에 동원하고 사용할 경우 어떻게 대만동포를 겨냥하지 않을 수 있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무력 동원은 대만동포의 희생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대만의 독립 시도와 같은 유사 사태에 무력 동원이 쉽지만은 않다는 중국의 내적 우려를 이런 모순적인 발언에서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출구전략 발언의 사례는 ‘제도형 개방’을 강조한 데 있다. 제도형 개방은 두 가지 의미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대외적인 개방의 형식으로 중국이 추구하는 중국 기술표준에 중국의 개방 관련 제도의 요구 사항을 해외 투자자와 기업이 맞춰야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중국도 국제기준과 국제제도 및 규범을 준수하면서 대외 개방 정책을 견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2020년에 '중국표준2035'를 발표하면서 국제기술표준에 대한 중국화를 2035년까지 완성하려는 야심을 밝혔다. 즉, 해외 기술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중국 기준에 부합하라는 전제조건을 내건 것이다. 쉽게 말해 일부 국가에서 220V(볼트)가 아닌 110V의 전압을 사용하는 사례로 이해하면 된다. 중국은 자국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가 강함에도 기존의 질서와 제도 및 규범을 아직 완전히 무시하지 못하는 단계임을 분명하게 의식함을 보여주고 있다. · 그럼에도 중국 공산당이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초를 닦기 위한 첫 5년을 관건적인 시기로 정의하면서 미국과의 전략 경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도 지난 10월 12일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과의 전략 경쟁의 시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탈냉전의 종결로 강대국 정치의 시대가 열렸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최대 위협 국가라는 인식을 공식화했다. 미국이 자국의 전략이익을 중국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결의를 보인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 경쟁은 최소한 2024년까지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며 이어질 것이다. 2024년 1월 대만의 총통(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양국은 대만해협 지역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을 경쟁적으로 둘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은 2023년 하반기부터 대선 정국에 들어간다. 현재 미국의 초당적인 반(反)중국 정서를 감안하면 대통령 후보자 경선에 참여하는 이들은 중국에 강경한 입장과 태도로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관계 또한 녹록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대만해협 지역에서 전략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관계의 강화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한 정책과 법안을 연속적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겐 미국의 이런 행보를 미리 내다보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반도체법안(Chip4)’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일명 ‘배터리보조법’)’ ‘바이오법’의 사례와 같이 미국에 뒤통수를 맞아서는 안 된다. 지금 미국은 중국의 과학기술의 도약을 견제하기 위한 일련의 법안을 구상 중이다. 정보통신기술에서부터 희토류·광물자원의 확보, 식량·에너지 자원까지 다양한 법안을 논의 중이다. 또한 대만을 군사적으로 무장시키기 위한 법안도 다수 논의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런 미국의 법안과 전략 구상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입장과 목표를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국익의 손실을 최소화할 있는 전략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에겐 미국 측 전략 구상 참여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신경 쓰기에 앞서 미국의 전략 의도, 취지와 목표를 먼저 간파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런 노력이 선행되어야 우리가 중국 반응에 독자적으로나 미국과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시 주석 1인 통치 시대 중국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겐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와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2-10-31 16:57:14
- [주재우의 프리즘] 野 '외교 참사' 질타 합당한가 …비판 할거면 제대로 출범한 지 150여 일 된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야당 의원 인사들의 질책과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의원들은 국민을 대표한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비난 공세를 보면 모욕감과 분노가 절로 생긴다. 세계 경제 10위, 군사력 10위, 문화 강국의 대한민국 국민 수준을 이들이 무시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발언은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안다’는 말을 연상케 한다. 이들이 내뱉는 비판은 ‘우물 안의 개구리’식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필자가 대통령과 정부를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눈에 대통령과 외교당국의 연속되는 실수는 눈엣가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외교성과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상승시키기보다 되레 이를 잠식하는 역효과만 자아낸다. 그럼에도 취임한 지 약 150일 동안 대통령이 많은 외교 일정을 소화하며 일정 수준의 결실은 올렸다. 5월의 한·미정상회담, 그 다음 달의 나토 정상회의, 9월의 영국 여왕 조문, 유엔 총회 연설, 캐나다 방문 등에서의 성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나토정상회의 참석 기간 동안 한·미·일 정상회담과 10여 개 나라의 정상들과 양자회담도 가졌다. 유엔이 있는 뉴욕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정상들과 조우했다. 가히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 숨 가쁘게 달린 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전의 보수 정당 출신의 대통령과 같이 그 역시 취임 첫해에 유사한 분량의 외교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조목조목 살펴보면 국민의 성에는 차지 않겠지만 나름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왜냐면 우리나라 외교의 기반을 바로 세우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북한 문제를 포함해 수많은 현안에서 미국과 엇박자를 보이면서 상실한 신뢰를 신속히 회복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 정부는 선동 정치를 하면서 한·일관계는 파국을 맞았다. 이를 바로 세우기 위해 대통령은 외교적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섰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야당은 자신의 책임을 생각하며 자숙해야 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새로이 추진하는 일련의 전략구상에서 우리의 국익 지분이 확보되는 외교적 결실도 부인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혀달라는 국민적 요구도 나토 정상회의에서 그 초석이 마련되었다. 이렇듯 취임 첫 150여 일 동안 윤 대통령 외교의 첫걸음은 우리의 외교적 입지 기반을 닦은 것만으로도 그 노력을 인정할 수 있다. 물론 애석한 점도 많다. 이는 그의 전임자들이 취임 첫해에 외교성과를 내면서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윤 대통령 자신은 정작 그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과 관련해 자유를 강조하는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더 강력하게, 노골적으로 지지했으면 어땠을까. 한·중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지난 8월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의 기회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영국 여왕의 조문 외교와 관련해서 국민도 납득하지 못할 시간 일정을 왜 그렇게 성급히 발표해 비판을 자초했을까. 1분도 안 되는 짧은 미국 대통령과의 조우를 조우라 하지 못하고 굳이 회담이라고 주장했어야 하나. 뉴욕에서 일본 정상과의 회담이 마치 확정되었다는 듯이 조급하게 공표해 왜 국민의 공분을 자초했나. 의전은 왜 또 그렇게 허술했나. 이렇게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인해 정부 스스로가 국민의 불만과 실망감, 낙담과 모욕감을 자초했음에도 속 시원한 해명을 들을 수 없다. 야당 의원들은 대한민국의 외교를 통탄하기 이전에 왜 이리도 내부적인 공방에 집착하면서까지 우리 외교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려 하는지, 심각하게 성찰해야 한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위상에 걸맞게 더 이상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한 기업인의 유작 제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앞서 지적했듯,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아니면,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우리의 속담과 같이 무지하고 무식할 경우 이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 외교는 외국을 상대로 교류하는 행위다. 따라서 교류를 통해 우리의 국익을 취하기 위해서 상대국의 문화, 전통, 관습, 역사 등을 익혀야 하는 것은 외교의 필수 조건이다. 이들 조건에서 이뤄지는 교류만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서로 다른 가치, 문화와 전통 습관을 가진 나라와의 외교가 기대치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사전 협의와 조율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같은 제반 정지작업을 의전이라 한다. 의전은 사전 조율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합의된 의전이 예상대로 진행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예상 밖의 변수로 인해 변화와 조정이 불가피해질 때가 더러 있다. 따라서 외교도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내재되었다는 뜻이다. 외교가 상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는 생물체와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영국 국왕 조문 외교에 대한 논란도 우리가 우리의 조문 전통에 끼워 맞춰 보다보니 빚어진 것이다. 외국의 장례절차는 우리의 것과 확연히 다르다. 특히 서구의 장례는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관에 안장된 망자에 작별을 고하는 ‘고별식(wake service)’가 있고 다른 하나는 망자의 시신 없이 망자를 추도하며 예배를 올리는 ‘추도식(funeral 또는 memorial service)’을 갖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장지에 관을 매장하는 ‘매장식(burial service)’이다. 서구에서는 어떠한 장례 방식에 참석해도 이를 조문한 것으로 간주된다. 특이한 사실은 이런 의식이 우리의 3일장과 같이 같은 기간이 아닌 각기 다른 날에 진행된다는 것이다. 또한 각 의식마다 친분관계에 따라 참석자들의 성분도 달라진다. 공인의 경우 고별식은 통상적으로 공개된다. 이번 국왕 장례식에서는 영국 측마저 예상치 못한 수의 조문객 인파가 몰려드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결과는 많은 해외 귀빈들도 여왕의 고별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측은 참석인의 수가 통제 가능한 추도식에 이들의 참석을 유도했다. 이 같은 돌발변수의 출현으로 우리 대통령의 조문 외교 행보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서구의 장례식에 참석한 경험도 없는 이들이 이를 두고 ‘장례식장에 가서 조문은 안하고 육개장만 먹고 왔다’는 우리의 조문 방식으로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들의 대통령 외교 폄훼 발언을 무지, 무식, 무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또 하나 문제되는 것은 다자회의의 속성에 대한 무지에 있다. 다자회의에서 격식을 갖춘 양자회담을 갖는 것은 주최 측에 별도로 회담장의 설립을 요청하거나 제공받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다자회의장이나 다자행사가 도떼기시장과 같이 무질서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엔과 같이 주인 없는 장소에서 의전과 격식을 갖추기 위한 양자회담을 위해 별도의 장소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유엔과 같은 다자회의장에서 정상 간의 양자회담이 ‘약식회담(a pull aside meeting)’의 격식을 갖는 일이 다반사인 이유다. 대개 회의장 내에 서있는 상태에서 잠깐 조우하거나 복도 한쪽에서 대화를 나눈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조우한 자리 역시 미국이 개최한 다자국 행사의 자리였다. 여기서 한·미정상이 회담을 따로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도 과거에 다자회의장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중대하고 긴급한 사안에 대한 논의는 종종 약식회담을 통해 이뤄졌다. 그런데 무질서의 끝판 왕의 자리라 하는 다자회의장에서 이마저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 이의 비근한 예로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기후협약회의를 들 수 있다. 공식회의가 끝난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은 귀국 전 중국 측과 결론을 보지 못한 현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공식화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미·중 외교 실무진은 약식회담의 장소, 시간과 의제 등을 결정했다. 약식회담은 오바마의 출국 예정 시각 한 시간 전으로 잡혔다. 그러나 원자바오 총리는 한 시간을 더 지연할 것을 요청했고, 오바마는 수락했다. 회담 시간이 임박했음에도 중국 측에서 아무런 기색이 없었다. 워싱턴에 폭설이 예보되면서 더 이상의 지연은 불가능해졌다. 폭설이라는 변수가 오바마 마음의 여유와 인내를 앗아가 버렸다. 중국 측에서 그래도 기별이 없자 미국 측은 행동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대통령 수행원들은 원자바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들은 그러나 문전에서 중국 측 비밀요원과 경호원들에게 저지를 당한다. 이들 간에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다. 이때 오바마가 나타났다. 이 상황에 오바마는 격분했다. 원자바오의 방에 진입한 순간 분노했다. 원자바오가 오바마를 배제한 채 미국에 반대하는 모략을 미국의 우방국인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과 작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이들에게 미국과 함께할 것을 호소했다. 이에 중국 정부의 인사가 개입하며 오바마가 틀렸다고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자 오바마는 그에게 조용히 앉을 것을 명령하라고 통역에 부탁했다. 이렇듯 다자회의장에서 갖는 약식회담도 돌발변수로 순조롭지만은 않다. 여느 때 같았으면 오바마나 힐러리가 그렇게 서두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폭설이라는 변수가 나타난 것이다. 미국 측이 성급한 마음에 먼저 중국 측에 이동해 발견한 광경이 미국에 반기를 드는 나라들 간의 작당 모임이었으니 약식회담도 취소될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게 약이 될’뻔한 대목이다. 외교는 이처럼 생물이다. 현장에 있지 않고서 변화무쌍한 현장의 분위기와 판세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돌발변수의 출현 이유마저 이해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국민에게 정확히 설명해줘야 한다. 야당도 우선 이해하려는 자세로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질타를 할 때는 격에 맞게 해야 한다. 국민 주인의식을 호도하며 국민의 수준을 폄하하는 식의 무지하고 무식한 비판은 삼가야 한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려는 의원들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안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야당 의원들은 우리나라의 위상과 수준에 맞게 대통령과 정부를 질타할 것을 국민으로서 간곡히 청한다. 더 이상 국민을 호도하고 모욕하지 않길 바란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2022-09-30 06:00:00
- [주재우의 프리즘] 새정부 외교력 '리트머스 테스트' 나토정상회의 성공하려면 … …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나토 비회원국임에도 초정을 받은 것은 고무적이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지경학적 전략 가치와 드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 외에도 이번 회의 참석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이번 회의의 성격은 다자회의다. 더욱이 자유와 인권 중심의 외교 기조를 공유하는 자유민주 진영 수장들과 함께하는 첫 자리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는 윤 대통령이 천명한 ‘평화, 자유,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의 ‘리트머스 테스트(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그는 회의 개최 기간 동안 돌아가는 판세를 정확히 읽고 우리의 확고한 입장과 의제를 가지고 협의하면서 귀국 후 우리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 보수 정권은 지지율 반등 시 외교가 뒷받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로 곤혹을 치렀다. 정권 출범 당시 70%였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다. 이듬해부터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외교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었다. 아세안(ASEAN) 정상회의, G20 정상회의 등을 시작으로 핵안보 정상회의까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준 일련의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반등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 역시 76%에서 시작한 정권 초기 지지율이 부패와 인사 등 국내 정치 문제로 40%대까지 하락했으나 독일을 방문하면서 발표한 드레스덴 선언, 한·미와 한·중 관계를 동시에 양호하게 발전시킨 덕에 호전될 수 있었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 초기 지지율은 소강 상태(40% 후반 유지)를 보이고 있다. 출범 이후 지난달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으로 지지율이 일시적인 상승(52%)을 보였지만 금세 수그러들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다르다. 한·미정상회담보다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그가 주장한 글로벌 중추국가의 외교 기조가 서방 민주자유 진영 국가에 얼마만큼 잘 통하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그토록 강조한 가치 중심 외교와 다자외교의 효력을 입증하기 위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발언권을 가지고 우리가 세계의 자유, 발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의제를 얼마만큼 상정하고 관철하는지 여부가 이를 판가름할 것이다. 더 나아가 귀국 후 그 후속 조치를 얼마나 추진력을 가지고 마련하고 실천하는지도 관건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승리에 대한 굳은 결의로 이번 국제회의에 참석해야 할 것이다. 나토 회원국은 물론 초청받은 비회원국도 우크라이나의 승전을 바라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의 확전은 바라지 않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러시아가 더 이상 권위주의 통치 체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자유 국제질서에 완전히 편입하는 ‘순한 양’이 되길 희망한다. 이런 이유에서 이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지지하고 있다. 이것이 이들의 첫 번째 전쟁 목표다. 평화 협상으로 전쟁을 평화적으로 종결하는 것은 차선책이다. 평화 협상이 차선책인 이유는 이는 러시아의 승리와 마찬가지로 푸틴 권위주위 정권이 계속 통치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푸틴 정권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나라들에 보복할 것이 자명하다. 특히 러시아의 에너지와 식량 자원을 더 강하게 무기화할 수 있고, 러시아 내에서 경제활동에 불이익을 줄 수 있어 러시아와 경제 관계를 회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참석함에 있어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우리의 지원 입장을 명확히 하고 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수많은 동맹과 우방국에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것을 요청받았다. 비회원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들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에서부터 비살상무기와 인도주의 지원, 그리고 전쟁 비용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역시 이른바 ‘평화헌법’의 제약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할 수 없지만 비살상무기에서부터 인도주의 지원과 비용 지원에까지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는 비살상무기 제공에 대해서는 아직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 3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주의 지원이 집행되었고, 4월 29일에는 우크라이나 신탁기금을 통해 5000만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우리가 나토 정상회의에 초대를 받은 데는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논의에서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의견을 개진하라는 기대감이 내포되어 있다. 우리 발언권이 효력을 발휘하고 우리 의견이 관철되기 위해서는 전쟁에 대한 우리의 지원 수준이 다른 참여국들의 것과 최소한 엇비슷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는 여기 왜 왔냐?’는 식의 눈총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셋째, 살상무기 지원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리가 손실보다 큰 점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면 러시아의 보복이 뒤따를 것이라며 걱정한다. 러시아의 경제 보복을 특히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전쟁 중인 러시아는 이미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이런 우려가 필요 없다. 전쟁 후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방 민주자유 진영 국가와 함께 전쟁을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반드시 이끌어 내는 데 일조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승리야말로 푸틴 정권의 퇴진이고 권위주의 체제의 종결이며 러시아가 자유 국제질서에 합류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에 기여하면 전후 러시아에서 우리는 더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우리에게 군수복합체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의 군수산업 규모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의 모든 무기 체계가 안고 있는 공통점은 실전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즉, 실전에서 성능과 기능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전쟁에서 우리 국산 무기의 실전 능력을 검증하고 그 우월성을 세계에 선보일 수 있다면 우리의 군수복합체산업은 새로운 도약대(臺)를 만나게 될 것이다. 세계 시장에 국산 무기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호기(好機)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 무기에 대한 수출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 의회에서 제정한 ‘국제 무기거래규정(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ITAR)’에 따라 미국산 기술이 많이 투입된 무기라면 비록 국내에서 국내 업체가 생산했다 할지라도 미국과 비우호적이고 비우방인 나라에 수출할 수 없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전쟁 지원을 해당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원의 대가로 미국 정부와 이 문제의 해결을 일궈내는 것이야말로 우리 군수산업에 활로를 열어줄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취한 후 우리는 다자 정상회의에서 우리 의제를 상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하나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내는 우리의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전쟁 승리 이후 유럽 국가들이 생각하는 전후 질서에 대한 우리의 전략 구상이다. 또 다른 하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다.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고민을 정상들이 토로할 것이다.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준비해야 한다. 이들은 전쟁이 지연되는 문제에서부터 종결을 위한 전략 구상에 관한 각종 논쟁을 벌일 것이다. 모두들 전쟁이 지연될 경우 떠안아야 할 부담에 대해서도 입장 표명을 명백히 할 것이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평화 협상에 나서는 방안에 대한 협의도 할 것이다. 우리의 입장이 명확해야 회의 결과로 공동성명이 채택된 후 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 결과에 따라 이들은 최소한 유럽 내에서 재편될 질서 체계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할 것이다. 푸틴 정권이 퇴진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지속 문제에서부터 푸틴 정권이 존속하는 러시아에 대한 대응책에 이르기까지 전후 러시아에 관한 논의도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에 대한 예상 답안지를 우리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전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정황 증거가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전후 질서 개편을 상정한 우리의 입장도 준비되어야 한다. 이런 제재의 필요성 문제에서부터 실효성 등 전후 세계경제 회복을 위한 복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재건사업과 관련한 우리의 기여 방안이다. 우리는 전후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재건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승리의 확신 없이, 승리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 없이 정상회의 참여만으로 편승하려는 자세로 일관하면 우리의 존재 자체마저 무시당할 수 있다. 우리의 적극성과 진정성, 그리고 확고한 결의를 공식적으로 표출해야만 20세기 초 ‘헤이그 특사’의 비극이 재현되는 결과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와 상황은 물론 다르다. 이번에는 우리가 정식 초청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헤이그 특사들은 독립이라는 확고한 의제를 들고 갔다. 이번에 우리도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한 확고한 의제를 들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이들 중 하나(one of them)’로 치부되면서 우리 국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것이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신정부가 추구하는 다자외교와 글로벌 중추국가의 첫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다.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외교적인 수사가 아님을 증명하기 바란다. 그러면 우리가 민주자유 진영의 동맹과 우방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우리 국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대통령의 외교 신념을 이번 정상회의에서 펼치길 바란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 2022-06-22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