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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5 T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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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 교수
최남수 교수 nschoi76@naver.com
  • - 서정대학교 교수
    - (전) YTn 대표이사 사장
  • [최남수의 열린경제] 부자미국과 가난한 유럽 …이 둘을 가른 건 생산성

    지난 2017년 11월 1일 일본에서는 4차 아베 내각이 출범했다. 통화공급 확대, 재정투입, 성장전략 추진이라는 아베노믹스의 3개 화살이 화두가 되던 시점이었다. 이때 아베 내각은 일본 경제가 안고 있던 핵심 문제 중 하나인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생산성 혁명’과 ‘인재 만들기 혁명’ 두 가지를 들고 나왔다. 이를 계기로 일본 사회에서는 생산성 논란이 확산됐다. 당시 일본 경제의 상황을 보면 2013년에서 2016년까지 4년 동안의 잠재 성장률 수준이 1%에 불과했다. 이 기간에 자본의 성장 기여도는 0% 포인트에 그쳤고 노동은 1% 포인트, 총요소생산성은 0.8% 포인트에 머물렀다. 문제는 노동력 부족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여 일본으로서는 성장률 제고를 위한 처방이 생산성 향상이었다는 데 있다. 하지만 2016년 기준으로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1.6달러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인 47.0달러보다 11.5%나 낮았다. 생산성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이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미국과 유럽은 ‘경제 성적표’의 차이가 크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우등생’인 반면 유럽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는 성장 부진 블록이다. 미국과 유로 지역은 1995년에만 해도 경제 규모가 비슷했지만 이후 30여 년간 차이가 점점 더 크게 벌어졌다. 미국 경제는 1995년의 두 배 정도 수준으로 커진 데 비해 유로 경제는 1.5배를 조금 넘는 정도에 그쳤다. 이 같은 격차는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 한국은행은 2010~2019년 중 미국과 유로 지역의 성장세 차별화는 생산성과 노동력 차이 등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 기간에 미국의 성장률이 유로 지역보다 연평균 0.9% 포인트가 높았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0.5% 포인트는 생산성, 그리고 0.4% 포인트는 노동 투입의 차이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결국 생산성이 미국과 유로 지역의 성장 격차를 가져온 주요인임을 알 수 있다. 생산성 측면에서 미국은 기술혁신과 고숙련 인재 유치 등으로 우위를 유지해왔다. 반면에 유로 지역은 첨단산업에 대한 정책적 육성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데다 연구개발 투자도 미흡하고 이민 인력이 저숙련자 위주여서 낮은 생산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얘기해온 일본의 사례, 그리고 미국과 유로 지역의 비교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바로 경제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변수가 총요소생산성이라는 사실이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생산성보다는 범위가 큰 개념이다. 경제 전반의 총체적 효율성을 뜻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총요소생산성은 어떤 상태에 있을까? 답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초에 내놓은 ‘총요소생산성 현황과 경쟁력 비교’ 결과를 보면, 미국의 총요소생산성 수준을 1로 봤을 때 한국은 0.614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미국을 포함해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의 평균치인 0.856에도 크게 뒤처져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산업 전반의 총요소생산성이 선진국 중위값 대비 약 67%로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낮은 수준의 생산성은 국가경쟁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3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64개국 가운데 28위로 한해 전보다 1단계가 떨어졌다. 국가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정부 효율성 순위가 2단계 내려간 탓이 크지만 기업효율성 부문에서 생산성의 순위가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21년에 31위까지 올라갔던 생산성 순위는 지난해에는 41위로 10계단이나 내려앉았다. 총요소생산성을 구성하는 노동생산성에도 ‘빨간 불’이 켜져 있다. 노동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2022년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3.1달러로 OECD 회원국 중 28위에 그쳤다. 독일(68.5달러)과 비교하면 62.9% 수준으로 격차가 37%가 넘는다. 한국경제의 총요소생산성에 문제가 생긴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총요소생산성을 구성하는 요소별로 살펴보면, 경제자유도를 제외하고 사회적 자본, 규제환경, 혁신성, 인적자본 네 가지가 G5 국가 평균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 중 사회구성원에 대한 신뢰 등 사회적 연대를 촉진하는 유무형의 자본을 의미하는 사회적 자본은 가장 낙제점을 받고 있는 부문이다. 2023 레가툼 번영지수 발표 내용을 보면 한국의 사회적 자본 지수는 167개국 중 107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신뢰 기반이 취약해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 내의 갈등은 위험 수위에 놓여 있다. 갈등 수준이 OECD 국가 중 셋째로 높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도 생산성을 좀먹고 있다. IMF는 총요소생산성이 저조한 것은 과도한 상품시장 규제 때문이라며 한국의 규제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여섯째로 강하다고 지적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의 규제 총괄지수는 1.71로 OECD 평균치 1.40을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혁신 성과 지수와 인재 경쟁력 지수가 G5 국가를 하회하고 있는 것도 총요소생산성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산성에 비상이 걸린 이유를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투자 부진, 주력산업의 성장세 미흡,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 부문으로의 고용 집중, 중소기업의 낮은 경쟁력, 지지부진한 기업구조조정, 인구 고령화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총요소생산성이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향후 한국 경제의 진로를 생산성이 좌우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은은 ‘한국경제 80년(1970~2050) 및 미래성장전략’ 보고서에서 2010년대 이후의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 축소가 성장률 하락의 주된 요인이라며 향후 30년의 경제 성장은 생산성 기여도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산성이 높거나 중간 수준인 시나리오를 전제해도 성장률은 2020년대의 2%대에서 2040년대에는 0.1~0.2% 선으로 하강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산성이 낮은 시나리오 아래서는 2040년대 성장률이 마이너스 0.1%로 뒷걸음질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 플러스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냐의 여부가 생산성에 달려 있는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한은의 이 같은 회색빛 전망에 보조를 같이 하고 있다. KDI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2010년대의 0.7%에서 OECD 상위 25~50% 수준인 1.0%로 올라설 경우 2050년 성장률이 0.5% 내외로 전망되지만,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성장률이 0%로 하락해 한국 경제가 ‘제로 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처럼 생산성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떠올라 있다. 그런데도 이를 중시하고 생산성 개선에 ‘올인’하는 정책적 노력과 사회적 공감대를 감지하기 어려운 게 솔직한 현실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청사진을 봐도 생산성에 관한 관심은 다른 현안에 밀려 있다.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에게도 생산성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거의 형성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풀어갈 과제가 생산성이라는 해답이 주어져 있는데도 이에 대한 ‘큰 그림’이 제시되지 않은 채 적절한 대책이 추진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마이너스 성장으로 가는 길을 재촉할 뿐이다. 물론 총요소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복잡다단하다. 생산성 부진을 가져온 요인인 혁신성과 인적자본, 규제, 사회적 자본에 그 답이 있는데 여기에는 경제적 변수뿐만 아니라 신뢰라는 비경제적 요소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잃어버린 미래’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무리 어려워도 제기된 숙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총요소생산성을 개선하는 것은 사회와 경제 전반을 혁신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정부와 기업, 정치권, 그리고 개별 경제주체들이 각자의 몫을 다해야 한다. 먼저 정부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그랜드 플랜’을 내놓고 신성장 동력 확보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 인적자본 확충, 규제개혁, 중소기업과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 강화, 공정한 신뢰 사회 구축 등에 주력해야 한다. 한 마디로 거시경제 운용을 생산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도 산업현장에서 생산 효율을 올려 노동생산성을 개선하고 연구개발의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정치권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상호 적대시하는 갈등 구조를 해소하고 협치의 ‘텃밭’을 일궈냄으로써 신뢰 등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개별 경제주체들도 불신 대신 신뢰, 갈등 대신 화합의 씨앗을 뿌려 사회 문화를 일신(一新)해내야 한다. 신뢰가 형성되면 성장률이 높아지고 행복과 복지에 기여한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자본과 노동의 양적 투입을 늘린 성장에 기대왔다. 더 이상 이런 성장은 가능하지 않다. 총요소생산성을 올리는 질적 성장이 시대적 과제로 주어졌다. 이는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을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키는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힘을 합해 잘 대응해낼 것인가의 여부에 따라 한국 경제의 미래 궤도가 정해질 것이다. 최남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경영학 석사 ▷MTN 대표이사 사장 ▷YTN 대표이사 사장

    [최남수의 열린경제] 부자미국과 가난한 유럽 …이 둘을 가른 건 생산성
  • [최남수의 열린경제] ESG 중심으로 환골탈태한 7개 글로벌 선도기업의 공통점

    기업 경영의 핵심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올해는 그 제도화가 더욱 가속화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시행’이 확정된 EU(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이미 ‘전환 기간’이 시작돼 기업들이 분기마다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는 절차가 가동되고 있다. ESG 공시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의 일반 요구사항 및 기후 공시 기준과 EU의 CSRD(지속가능성보고지침)는 사실상 시행에 들어갔다. 올 상반기 중에는 미국의 SEC(증권거래위원회)도 그동안 준비해온 기후 공시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발표된 생물다양성 공시기준인 TNFD를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가 오는 11월에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 친환경 경영이나 상품인 것처럼 꾸미는 그린워싱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가 국내외에서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제도 마련에 따라 기업들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다 보니 관련 제도들이 요구하는 사항에 대비하는 데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제도 대응에 과몰입하다가 정작 ESG 경영을 왜 하려고 했는지 그 본질적인 뜻을 잊을 수 있다는 데 있다. ESG는 환경을 보존하고 사람(이해관계자)을 돌보는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을 기업 전반에 내재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본질적으로 전환하는 경영혁신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과정이다. 자칫 제도만을 보다가 ‘ESG를 위한 ESG’를 하는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사업 자체를 ESG를 중심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키는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내 기업들은 ESG 경영혁신을 모범적으로 이뤄낸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을 역할모델로 삼아볼 필요가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이를 성공적으로 실현한 기업들에서 배워야 한다. 필자는 ESG 등급평가 기관인 MSCI에서 최상위 등급(AAA 또는 AA)을 받은 7개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그 대상으로 선정했다. 오스테드, 네스테, 마이크로소프트, 유니레버, 코카콜라, 베스트 바이, 소프트뱅크 그룹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 중 덴마크의 에너지 기업인 오스테드는 당초 30년으로 잡았던 목표 기간을 20년이나 앞당겨 불과 10년 만에 이산화탄소를 대량 방출하는 화석연료 기업에서 연안 풍력 발전 위주의 친환경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하는 성과를 거뒀다. 핀란드의 정유 기업인 네스테는 설립 이후 60년 동안 원유 사업에만 전념해오다가 이 사업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제품 자체를 바이오 디젤 등 재생연료로 대전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후변화의 원인인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진심(眞心)’인 기업이다. 2030년까지 탄소를 배출한 양보다 더 흡수하는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하고 회사가 창립된 1975년 이후 내보낸 탄소량을 2050년까지 모두 없애겠다는 담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웬만한 정부보다 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세계 최대 소비재 기업 중 하나인 영국의 유니레버는 ‘유니레버 지속 가능 생활계획(USLP)’이라는 10년 청사진을 만든 다음 10억명 이상의 건강과 복지 개선, 환경에 대한 영향 절반 감축, 수백만 명의 삶 향상, 이 세 가지 목표를 내걸었다. 10년을 내다본 장기 전략의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경영 실적도 호전됐다. 글로벌 음료기업인 코가콜라의 경우 ESG 핵심 이슈는 물과 플라스틱이다. 이 기업은 2030년까지 물 사용량을 2015년에 대비해 20% 줄이고, ‘폐기물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2025년까지 포장재 100%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베스트 바이는 S(사회) 경영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이 돋보이는 ‘다정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성별, 인종 등을 기준으로 한 차별을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인권 존중 원칙을 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소비자, 지역사회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 그룹은 이동통신과 투자가 주요 사업인 만큼 이를 중심으로 ESG 경영을 차별화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는 이미 2021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했으며 소프트뱅크 그룹과 자회사인 Arm과 Z홀딩스는 그 시한을 상당히 이른 2030년으로 잡고 있다. IT 기업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인공지능 윤리도 시행하고 있다. 이들 7개 글로벌 초일류 기업은 ESG 경영혁신 과정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점은 진정성에 바탕을 둔 비전과 혁신의 리더십이다. 오스테드와 네스테는 내·외부의 반발이나 경영 위기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이를 리더십으로 돌파해냈다. 오스테드는 당시의 일을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기술적 또는 재무적으로 보이는 문제도 본질적으로는 리더십에 대한 도전이었다. 우리는 보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과제를 리더십으로 풀어왔다.” 네스테도 마찬가지이다. 주력 상품을 친환경 연료로 바꾸는 7개년 계획을 경영진이 앞장서 뚜벅뚜벅 밀어붙임으로써 명실상부하게 재생에너지 기업이라는 간판을 달 수 있게 됐다. 베스트 바이가 성별 간, 인종 간 균형을 이룬 선두권 기업으로 부상한 것도 CEO가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꾸준히 관련 정책을 집행한 데 따른 것이다. 다음으로 ESG 경영 모범 기업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 기업의 탄소중립 시한이 많은 나라의 정부가 선택한 2050년보다 훨씬 빠르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2030년, 유니레버는 2039년, 오스테드와 베스트 바이는 2040년을 각각 그 시점으로 잡았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발 더 나아가 2030년까지 아예 탄소 배출 총량을 줄인 ‘탄소 네거티브’를 이루겠다는 깃발을 올렸다. 네스테는 2040년까지 자사는 물론 협력업체까지 범위를 넓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나섰다. 이러니 남들과 비슷한 2050년을 목표 시점으로 밝힌 코카콜라의 속도가 느려 보일 정도이다. 이해관계자를 존중하고 경영에 참여시키는 것도 이들 모범 기업이 보인 특징이다. 오스테드는 고객, 직원,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활발하게 소통해 회사의 지속 가능 과제를 발굴한 다음 이를 전략으로 채택해 경영 성과로 연결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네스테와 코카콜라도 회사의 ESG 중대 이슈를 정하는 데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유니레버는 협력 농장과 대화를 통해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차를 재배하고 협력업체들과 ‘목적이 있는 유니레버 파트너(UPwP)’를 결성해 공급망 관리를 위한 지배구조를 구축해 놓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해관계자를 경영의 중요한 파트너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또 협력업체의 변화 없이는 성공적인 ESG 경영혁신이 어렵다고 보고 이들의 동참을 강하게 유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탄소 배출 감축에 대한 요구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협력업체들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55% 줄이고 배출량을 공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베스트 바이도 2030년까지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인 ‘스코프 3’를 20% 축소하기로 했으며, 오스테드는 1차 협력업체 등이 2025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2039년까지 넷 제로를 이루기로 한 유니레버도 이 목표에 가치사슬을 포함시켰다. 협력업체에 대한 요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인권을 비롯해 안전, 생물다양성 등 이슈도 이들이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오스테드는 가치사슬에서 인권을 존중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협력업체에 대해 인권 실사를 실시하고 있다. 네스테는 공급망 실사 시 1차는 물론 2차 협력업체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삼림을 파괴하지 않고 차, 콩 등 핵심 제품을 재배하는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코카콜라도 12개 핵심 원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인권과 물 관리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해 놓은 ‘지속 가능 영농 원칙’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결국 이들 기업은 ESG 경영혁신의 완성을 위해 자사와 협력업체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체제를 만들려 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ESG 경영 수준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아직은 적응 단계여서 ESG 성적표인 등급을 잘 받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며 탄소 배출 데이터를 집계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등 형식을 갖추는 일만 해도 벅찰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잊지 않아야 할 점은 ESG 경영을 하는 목적은 혁신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바꿔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속가능 담담임원인 멜라니 니타가와는 “지구와 사람을 위한 지속가능 경영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ESG를 외면한 기업의 성공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ESG 주도 혁신을 이뤄낸 모범 기업들의 흔들림 없는 철학과 실행에서 ‘한 수’ 배워야 한다. 최남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경영학 석사 ▷MTN 대표이사 사장 ▷YTN 대표이사 사장

    [최남수의 열린경제] ESG 중심으로 환골탈태한 7개 글로벌 선도기업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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