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ojunggun@gmail.com
- 고려대 경제학과
-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 [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트럼프 2기' 다가올 변화 …한국의 대응전략은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다가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 시 예상되는 미국 경제정책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전략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지난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공약을 토대로 트럼프의 재집권 시 예상되는 미국 경제정책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전략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일단 트럼프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정책대로 작은 정부와 감세정책으로 미국의 경기 회복을 도모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 최고세율과 소득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연소득 10만 달러 미만 급여세를 면세하고 자본이득세를 감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재정부담이 되고 있는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는 대신 시장논리와 경쟁으로 약값 인하, 미국 국민의 기업을 통한 의료보험 가입 등으로 의료혜택 확대를 도모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GDP 비율은 10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에 도입된 예산통제법에 의해 국가부채비율이 100% 넘을 경우 상하양원이 동의해야 재정지출이 가능하다. 가끔 재정절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배경이다. 따라서 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안은 1조 달러 내외의 작은 규모로만 추진될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친화적 정책과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 수준 유지, 강력한 리쇼어링정책으로 ‘Keep America Great Again’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전망이다. 트럼프 1기 2018~19년 중에는 연간 700~800여 개 기업이 리쇼어링해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린 바 있다. 그 결과 2009.9~2020.2월 128개월간 최장 호황을 기록하며 1인당 소득 6.5만 달러 고소득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률이 상승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미국의 성장률이 높아지면 한국의 대미 수출도 회복될 것이다. 미국 성장률 1% 상승 시 한국성장률 0.4% 상승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하면 미국의 환율절상 압력에 대비해야 한다. 2015년 미국 상하 양원 통과해 2016년부터 발효된 새 무역촉진법 (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forcement Act of 2015)에 의해 미국 재무부는 연 2회 주요교역국들의 거시경제정책과 환율정책을 조사해 의회에 보고하고 환율 개입 의심 국가에 대해 통상 투자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1989년 발효된 슈퍼 301조의 환율 관련 법안으로 불황형 흑자에도 불구하고 당시 보복을 받고 원화가치를 크게 절상해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마침내 동아시아금융위기 때 피해가지 못한 전력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일명 베닛 해치 카퍼(BHC) 법안이라고 불리는데 △대미 흑자 20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GDP 비율 3% 이상 △12개월 동안 일방적인 순외환시장개입 규모/GDP 비율 2% 이상 기준을 가지고 2개 기준에 저촉하는 국가는 관찰/감시대상국(monitoring list), 3개 기준 저촉하는 국가는 제재대상국으로 분류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무역구조가 대중국 무역흑자가 줄어들고 대신 대미국 흑자가 늘어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어 한국이 미리 대처를 현명하게 해야 한다. 통상면에서도 미국우선주의, 다자간협상탈퇴, 쌍무협정 (무역확장법 동원) 공정무역 중심의 정책이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는 트럼프 1기에 탈퇴한 후 가입하지 않고 있다. 원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세 철폐와 경제통합을 목표로 추진된 협력체제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다가 보호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탈퇴를 선언하면서 총 11개국이 명칭을 CPTPP로 변경한 후 일본 주도로 2018년 12월 30일 발효됐다. 2023년 7월 영국이 추가로 가입하면서 총 12개 회원국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은 현재 중국 중심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만 가입하고 있고 CPTPP에는 가입하고 있지 않은데 통상 다원화 차원에서 한국은 가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극적 통상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IT 반도체 등 새 트럼프 행정부의 예상되는 강경한 대중국정책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이미 한국은 미국의 강경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정책으로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반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효된 인플레감축법(IRA)에 의해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반도체칩스법에 의한 미국 내 칩 기업의 R&D 및 공장 건설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 외 중국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규정에 의해 한국의 많은 반도체 배터리 공장들이 미국에서 착공 중이거나 이미 가동되고 있다. 새 트럼프 행정부는 더욱 강경한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6일 트럼프는 “대만은 우리 반도체 사업의 거의 100%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대만에 대해 방어비 추가 분담을 요구하면서, TSMC와의 관계 재설정 가능성도 언급한 것이다. 이 발언의 여파로 TSMC에 AI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엔비디아까지 영향을 받았다. 대만 증시에 상장된 TSMC는 17일과 18일 이틀간 2%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AI 반도체와 미국의 대중 제재가 맞물리며 최근 3~4년간 급격하게 재편되어 오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트럼프의 말에 다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제조 부흥을 위해 수십조원 보조금을 쏟아붓는 ‘칩스법’에 변화가 생길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바이든 정부가 약속했던 보조금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통상정보를 미리 입수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단되었던 셰일가스 개발을 다시 추진해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고 이런 과정에서 원유가격 하락 가능성도 있을 전망이다. 미국이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에너지 자립이 달성될 경우 미국 중동 간의 관계가 재설정되고 중동원유의 주요 이동통로인 남중국해 정책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원유가격 하락은 원유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재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구도의 변화는 중동정세는 물론 동아시아 안보와 한국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경색된 러시아의 관계 변화도 주목된다. 트럼프1기에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대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구상해 왔으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오히려 경색되면서 러시아 중국이 밀착하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탄약을 공급하는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 환경정책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탄소중립정책은 주로 민주당 정부에서 추진해 온 반면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1기 시절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바 있다. 환경규제는 추가로 완화될 전망이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도 이미 탈원전 폐기로 원전을 수출하고 있지만 탈원전 폐기정책을 보다 전향적으로 추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다가올 다양한 변화를 예상하고 미리 미리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정책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대응전략 태스크포스를 가동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2024-07-23 06:00:00
- [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국운이 걸린 반도체 전쟁 …'K칩스법' 조속히 통과하라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도층 포용을 위한 정책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대부분 반대기업 정서에 편승해 대기업 지원 정책에 인색해 왔던 민주당이 반도체 육성을 위한 상당히 획기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주목된다. 반도체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던 정부·여당이 오히려 뒤통수 맞은 듯한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에 질세라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트롱 K칩스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법안은 국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를 위한 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패키지로 묶은 것이다. 이는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K칩스법보다 세제 혜택을 강화한 법안이다. 박 의원은 법안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국가 반도체 산업본부’를 설치해 경쟁력 강화와 기술 보호를 담당하게 하고 안보 및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검토해 반도체 클러스터 및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전력·용수 등 반도체 산업을 위한 핵심 인프라 조성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확대하고 주 52시간제 적용도 예외를 둘 수 있게 했다. 미국·중국·일본·대만은 물론 유럽 주요국까지 반도체 산업 패권을 잡기 위해 지원에 나서자 여당은 반도체 산업의 빠른 지원을 위해 야당과 ‘원샷 입법’을 협의하기로 했다. 모처럼 여·야·정이 모두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된다. 반도체는 경제는 물론 안보에도 중요한 산업으로 전 세계가 육성을 위해 전력을 쏟아붓고 있는 산업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3조3350억 달러(약 4600조원)를 기록하며 MS와 애플을 제치고 1위로 부상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 핵심에 생성형 인공지능이 있고 생성형 인공지능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가 핵심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두고 삼성과 SK하이닉스 간에 일전이 가열되고 있는 형국이다. 뿐만 아니라 마하 5 이상(초속 1.7㎞)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재의 방어시스템으로는 방어가 불가능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미사일인데 마하 5 이상으로, 그것도 복잡한 궤적으로 비행하면서 목표물을 정밀타격하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신속히 연산해 내는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슈퍼컴퓨터에는 당연히 고성능 반도체가 핵심이다. 그만큼 반도체는 이제 외교안보에도 중요하다. 한마디로 반도체는 경제안보의 핵심 전략산업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반도체 설비투자액의 5~15%를 보조금으로 주고, 설비투자에 25% 세액공제를 적용 중이다. 주요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계획도 계속 발표하고 있다. 1980년대의 반도체 영광을 되찾으려는 일본도 반도체 투자액의 최대 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설비투자의 20%를 세액공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EU는 430억 유로 규모 반도체 보조금 지급 계획을 포함한 반도체법에 합의했다. 이처럼 전 세계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반도체 기업을 위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민주당 입장에서는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반도체 지원 법안은 자칫 민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 EU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상황에서 야당의 반대로 한국의 지원이 불충분하다면 국내 반도체 투자 부진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5일 제시한 ‘야당표 K칩스법’에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15~25%에서 25~35%로 올리고, R&D 세액공제율은 30~50%에서 40~50%으로 상향 조정하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올해 일몰되는 세액공제 기간을 10년 연장하고, 국가전략기술 범위를 넓힌다는 내용도 첨단산업 업계에서 환영할 만한 내용이다. 국가반도체위원회를 설립한다는 안도 포함돼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반도체 지원안을 내놨다. 여당 안은 세액공제 연장 기간이 6년이라는 점, 세액공제율은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번 야당 안과 차이가 있다. 여당 안은 국가반도체위원회가 아닌 ‘대통령 직속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야당 안과 다르다. 정부도 최근 17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포함해 총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팹리스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를 중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금까지 여야와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지원안에 보조금 지급 방안이 빠진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업계와 학계에선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후공정, 소부장처럼 국내 기업 경쟁력이 비교적 약한 분야에 한해서라도 보조금을 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 경쟁력을 크게 키우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인 인센티브가 나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야당표 K칩스법은 앞서 여당이 제시한 지원안, 정부 안과 함께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반도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기조 자체에는 여야·정부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인 세율이나 세액공제 기간을 비롯한 세부 사항에 있어서는 의견이 서로 다른 상황이다. 이견을 조율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속한 처리가 중요하다. 지난달 25일 발의된 더불어민주당의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허들 없이 빠른 속도로 집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대규모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지원책은 더욱 큰 보탬이 됨은 물론이다. 삼성전자는 용인에 360조원, SK하이닉스는 평택에 122조원을 투자한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는 고덕 반도체 캠퍼스 증설에 120조원을, 기흥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증설에 20조원을 추가로 투자한다. 현재 19개의 생산 팹(fab)과 2개의 연구 팹이 가동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는 올해부터 2047년까지 622조원의 민간 투자가 이뤄져 연구팹 3개를 포함해 모두 16개의 팹이 새롭게 들어서게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대만이 폭발적인 보조금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무기가 생긴 셈"이라면서 "가장 큰 보조금은 '속도'라는 대통령의 말대로 신속한 처리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세제 혜택 이외에 전력 공급 등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강력한 지원도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급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도 완공된 생산시설 가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이 필요로 하는 대규모 전력을 충당하려면 태안 등 지역에서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데 송배전망을 비롯한 전력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또 송전망에 대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대만 등 경쟁국들은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전력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해외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 정부의 무리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비싼 신재생에너지 구입비용 폭증으로 200조여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한전은 기업들에 '수익자 부담 원칙'을 거론하며 되레 송배전망 구축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고덕~서안성 송전선로는 주민 반대 등 갈등으로 2013년 건설 계획이 수립된 지 10년 만에, 당초 계획보다는 2년 ‘지각 준공’하기도 했다. 이 송전선로는 경기 안성시, 용인시, 평택시를 지나는 23.5㎞ 길이의 송전망이다. 3900억원의 공사비 전액을 삼성전자가 부담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대부분의 전력을 공급한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특별법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 지원 의무를 포함시켰다. 부채를 200조여 원이나 안고 있는 한전의 입장을 감안하면 무리한 내용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국정기조에도 반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 공장을 수급이 불안정한 신재생 에너지로 감당할 수 있을지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민들과의 마찰도 넘어야 할 큰 문제다. 2019년부터 SK하이닉스가 총사업비 12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민간 투자 프로젝트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추진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용인 처인구 원삼면 일대 448만㎡(135만평) 부지에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밝혔으나 주민들과의 마찰과 용수시설 구축과 관련해 여주시와의 인허가 협의가 해결되지 않아서 3년 이상 건설이 지체되기도 했다. 반도체 사업은 선발 주자가 시장을 선점하기 마련이어서 한시가 아쉬운 상황이다. 사업자에겐 글로벌 경쟁에서 사느냐 죽느냐를 가리는 운명의 시간이었던 만큼 참으로 경쟁력의 핵심인 귀중한 시간을 날려버린 것이다. 여야는 신속히 지원 법안을 통과시키고 정부와 지자체도 지역 갈등을 더 이상 기업과 주민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경제안보 전략산업 건설에 실기해서는 안 된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2024-07-18 06:00:00
- [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한중 FTA 확대 …잊지말자 마늘파동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한·일·중 정상회의가 5월 27일 서울에서 개최됐다. 2019년 12월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회의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 대신 시진핑 체제하에서 권한이 대폭 축소된 리창(李强) 총리가 참석했다. 한·일·중 정상회의를 보는 중국의 속내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제정세, 특히 한·미·일 관계가 강화되고 한편으로는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는 등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매우 의의가 큰 정상회의였다. 한·일·중 지역은 세계 주요 지역 중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지역이면서도 역내 협력체제가 없는 유일한 지역이다. 지역무역체제만 하더라도 중국 중심의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과 일본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대립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에는 가입되어 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는 가입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한·일·중 3국 협력 사무국(Trilateral Cooperation Secretariat·TCS)이 한·일·중 3국 정부가 서명∙비준한 협정에 의거하여 2011년 9월 서울에 공식으로 설립되었으나 역내 갈등을 해결할 만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에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브루나이·베트남·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과 우리나라·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반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일본·뉴질랜드·말레이시아·멕시코·베트남·브루나이·싱가포르·칠레·캐나다·페루·호주 등 11개 국가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난해 역외에서 유일하게 영국이 가입해 12개 회원국이 되었다. 원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0년 CPTPP 전신인 TPP를 발족했으나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첫해인 2017년 탈퇴를 선언했고 이후 일본과 호주 등이 주축이 돼 CPTPP라는 이름으로 2018년 12월 따로 출범했다. 이런 가운데 4년 5개월 만에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린 것이다. 3국 정상회의 전에 한·중은 따로 양자 회담을 하고 현재 발효되어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문화·법률로 확대를 추진하고 외교안보 대화도 신설하기로 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은 2015년 12월 발효되었는데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서비스 분야에 대한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2단계 협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한·중 FTA 2단계 협상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2017년 논의가 중단되었다. 다음 달 초 수석대표회의를 열어 13년째 중단된 투자협력위도 재개하고 수출통제대화체도 만들어 공급망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취임 후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 강화 페달을 밟아온 윤석열 대통령이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일·중 협력 강화에도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리창 중국 총리는 “경제무역에서 과도한 범정치화와 범안보화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중 관세전쟁 격화 속에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 전선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한국의 대미, 대중 관계를 고려할 때 디커플링보다 디리스킹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한 과제다.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보다 활발히 투자하고, 보다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펼칠 수 있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제·투자 지원 정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법치에 기반한 시장화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리 총리는 “첨단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바이오의약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의 수출을 규제하는 분야에서 한국에 협력 강화를 요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리창 총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따로 만나 경제 협력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리 총리는 2005년 시진핑 당시 저장성 서기가 방한했을 당시 비서장 직책으로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을 방문한 바 있다. 이만큼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 속에서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은 첨단반도체 바이오 등 한국의 고기술 산업을 필요로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고기술 반도체 바이오 산업이 중국에 진출하거나 제품의 수출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1·2위 수출시장으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입장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그간 상품 중심으로 이뤄지던 양국 간 시장 개방이 문화·관광 등 서비스 분야로도 확대되면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다소 개선은 되겠지만 실질적으로 해제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그간 한한령 완전 해제를 중국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중국은 ‘한한령 자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중 FTA는 2014년 상품 분야 협상이 타결돼 2015년 12월 발효됐다. 그동안 한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었던 대중국 수출 추이를 보면 대중국 수출이 고공 행진을 지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일 때는 대중국 수출이 호조를 보였고 반도체 수출이 부진했던 2023년 초에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부진했다. 근년에 들어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부진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와 관련이 크다는 점에서 한국의 고민이 크다. 지난해 11월부터는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반등하면서 한국 전체 수출도 증가하고 경상수지도 흑자로 돌아서고 성장률도 반등했다. 그런데 문제는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국 수출은 2013년 1238억 달러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800억 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반도체를 제외하면 무역수지는 2018년 이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2015년 11월 10일 공식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과 관련이 크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에서 한국이 기술 우위에 있는 품목은 대부분 관세를 낮추는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한국의 기술우위 품목은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고기술 철강, 고기술 화학제품, 고기술 선박, 고기술 기계류, 고급의류와 화장품, 금융산업 등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품목이나 분야는 대부분 제외됐다. 자동차에 22.5~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이러한 부문의 완성품에 대한 고율관세로 중국 현지 생산을 유도해 기술 개발을 하고자 하는 중국의 “제조 2025” 전략에 백기를 들었다. 기술우위 품목의 중국 시장 점유를 확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됐다. 기술우위 품목 대부분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한·중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반도체를 제외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하락 일로를 지속하고 있다. 이제 중국 제조업 기술도 발전해 한국 제조업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LCD는 이미 중국의 성공으로 포기했고 석유화학도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철강산업도 돌파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에 비해 기술은 우위에 있지 않으면서 임금 수준이 높아 가격경쟁력이 열위인 범용제품으로는 중국 시장을 파고 드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유사한 중국 제품의 한국 시장 점령 기회만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중저 기술품목은 중국 상품의 한국 시장 점령으로 한국의 중소 제조기업은 붕괴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태양광 패널은 중국산이 뒤덮고 있고, 풍력발전 터빈도 중국산이 침략하고 있고, 전기차 로봇 드론 등도 중국산이 지배적이다. 농산물도 중국산이 휩쓸고 있다. 시골에서는 농가의 중요한 수입원이었던 밤·마늘 등 재배를 중단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한국이 중국산 마늘에 대해 관세율을 올리는 세이프가드 조항을 발동하자 중국의 한국산 모바일폰 수입을 중단하는 초강수에 한국이 항복한 후 한국 정부는 자국 산업의 붕괴 위험 시 발동할 수 있도록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규정하고 있는 세이프가드 조항도 발동하지 못하고 속수무책 중소 제조기업 붕괴를 바라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무역구조는 제조업 생산과 경기를 반도체를 포함한 대기업과 반도체를 제외한 중소기업 중심 경기가 양극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제조업 경기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반도체를 제외한 경기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생산지수 증가율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생산지수 증가률은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82% 정도가 정상적인 수준인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3월 중 71.3%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최근 성장률 고공 행진에도 불구하고 민생의 체감경기가 부진을 지속하고 있는 배경이다. [대중 수출금액, 출처: 한국은행] 그간 상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의 폐해를 고려해 볼 때 지금 한국의 입장에서 시급한 것은 불합리한 한·중 자유무역협정 부분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품 분야의 불합리한 부분을 그대로 둔 채 양국 간 시장 개방이 문화·관광 등 서비스 분야로 확대되면 서비스 시장에도 중국의 황사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협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특히 과거 불합리하게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배경에는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두르는 과정에서 많은 양보가 있었던 점을 교훈 삼아 이번 한·중 FTA 2단계 협상은 정말로 신중하고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2024-06-19 05:00:00
- [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성장률 늘었는데, 왜 더 힘든가했더니 .. '반도체 착시'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경제”라며 “민생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 불편함들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서 해결해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 주도와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우리 경제 기조를 잡는 것은 헌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상당 부분을 경제 살리기에 집중했다. "경제의 역동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한편 교육 기회의 확대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재건하겠다"며 "대한민국을 성장의 길로 이끌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더욱 높이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더 적극적으로 펼쳐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시장 주도와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경제의 역동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민생'을 14차례 언급했다. 특히 고용·복지정책과 산업·시장정책을 통한 중산층 강화를 위해 "복지정책과 시장정책을 따로 나누지 않고 하나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또 "세제 지원,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이 성장하면 근로자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그로 인해 임금 소득이 증가하면 기업과 근로자 모두 '윈윈'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민생 중심 정책을 통해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화제가 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관련해서도 "'소득세법' 개정은 많은 국민들께서 간절히 바라셨던 법안들"이라며 국회의 협조를 촉구했다. 14일에는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을 주제로 열린 스물다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노동약자지원법 제정과 노동법원 설치 추진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존 노동관계법과 제도는 조직화되고 전형적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보호하는 데 좀 더 무게가 실려 있는 만큼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약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법안에는 공제회 설치 지원, 권익 증진을 위한 재정 지원 사업의 법적 근거 등을 담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법원 설치를 위한 협의도 즉시 착수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지시로 출범 예정인 미조직근로자지원 담당부서를 통해 근로자이음센터를 운영하는 등 노동약자들이 참여·소통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구축하고, 영세 협력업체의 근로복지와 안전관리 역량 격차 축소 등 일하는 여건 개선에도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또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고용부 산하 기능대학인 폴리텍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 청년·중장년·경력단절여성이 원하는 교육과 훈련을 받고 좋은 지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약자 복지 정책을 업그레이드해 더 촘촘하고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며 “어르신을 비롯한 취약계층에는 기초연금, 생계급여를 계속 늘려 생활의 짐을 덜어드려야 한다”고 말하고 올해 2.8%였던 예산 지출 증가율을 내년에는 4%대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미 총선 전에 24번 민생토론회를 개최했고 총선 후에도 다시 민생토론회를 재개하고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강조했지만 점점 고통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민생에 크게 와 닿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결국 이 부분이 총선 패배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요인은 총선을 앞둔 2023년 성장률이 1.4%로 추락했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가 2.5%, 30년 불황의 일본 경제도 1.9% 성장한 가운데 한국 경제는 추락했다. 1.4% 성장률은 신규 일자리를 10만명 정도밖에 창출하지 않는 수준이다. 연간 대졸자만 40만~50만명 배출되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다. 사회에 나오는 청년들 중 정규직 취업자가 20%를 밑도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알바'로 근무하고 있다. 이러니 젊은 층에서 정부를 지지하는 표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경제가 이 정도 추락하고 선거에서 이긴 역사는 동서고금을 통해 찾아보기 힘들다. 1979년 영국 대처 정부 1980년 미국 레이건 정부의 등장도 당시 2차 석유파동 결과 경제가 붕괴 수준으로 추락하고 고용 사정이 악회되었던 점이 중요한 배경이었다. 경제가 추락해 고용 사정이 악화되면 원인을 불문하고 집권당이 패배하게 마련이다. 특히 GDP 지출항목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소비증가율이 1.8%에 그친 점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민간소비증가율은 코로나 이전 2015~2019년에는 평균 2.6%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를 거치면서 고용 사정도 악화되고 자영업자들도 거의 빈사 상태에 이른 데다 물가는 높고 금리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한마디로 쓸 돈이 없어 민간소비가 급감한 것이다. 자영업자는 650만명(2024년 4월 말 기준)인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40만명에 불과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무급가족종사자 포함 510만명에 달한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가계·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자영업자) 335만9590명이 빌린 금융기관 대출(가계+사업)은 1112조74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말 209만7221명, 738조600억원 대비 4년 3개월 사이 대출자와 대출금액이 각각 60%, 51% 급증했다. 특히 3개월 이상 연체한 위험 차주의 전체 보유 대출 규모는 같은 기간 15조6200억원에서 31조3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최근 연체 차주의 대출 증가 속도는 더 빨라져 작년 3월 말(20조40000억원)과 비교해 불과 1년 사이 53.4%나 뛰었다. 세 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빌려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자영업 ‘다중채무자’ 상황은 더 좋지 않다. 3월 말 현재 전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는 172만7351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 335만9590명 가운데 절반 이상(51.4%)을 차지했다. 이들의 대출잔액(689조7200억원)과 연체 개인사업 다중채무자 대출잔액(24조7500억원)도 증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원리금 갚을 여력도 없을 정도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0.61%로 3년 전 대비 세 배 넘게 치솟았다. 여기서 벌써 수백만 표가 날아간 것이다. 금년에는 성장률이 2.6%(KDI 5월 전망)까지 높아지는데도 고용 사정과 자영업자들의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민간소비증가율은 금년에도 1.8%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밖에 건설경기보다 집값 안정에 더 방점을 둔 부동산정책으로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증가해 건설회사 부도가 증가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까지 대두되면서 건설투자증가율은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도 많은 서민들의 일자리와 민생이 걸려 있다. 설비투자도 예년에 비해 낮은 증가율에 머물고 있어 민생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투자가 일어나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가계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민간소비가 증대될 것이다. 그러나 고물가로 고금리도 지속되고 정부의 규제 혁파 주장에도 불구하고 규제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다. 반면 금년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3.4% 성장을 보이는 등 성장률은 높아지고 있다. 단연 반도체 수출 증가가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경상수지도 지난해 5월부터는 흑자로 전환됐다. 그동안 한국의 수출은 반도체 수출에 크게 좌지우지되어 왔다. 그동안 한국 수출의 가장 큰 시장이었던 대중국 수출 추이를 보면 대중국 수출이 고공 행진을 지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일 때는 대중국 수출이 호조를 보였고 반도체 수출이 부진했던 2023년 초에는 대중국 수출도 부진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반등하면서 한국 전체 수출도 증가하고 경상수지도 흑자로 돌아서고 성장률도 반등했다. 문제는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국 수출은 2013년 1238억 달러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800억 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반도체를 제외하면 무역수지는 2018년 이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2015년 11월 10일 공식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과 관련이 크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에서 한국이 기술 우위에 있는 품목은 대부분 관세를 낮추는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동차에 22.5~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이러한 부문의 완성품에 대한 고율관세로 중국 현지 생산을 유도해 기술 개발을 하고자 하는 중국 측 전략에 백기를 든 셈이다. 기술 우위 품목의 중국 시장 점유를 확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 버렸다. 중국에 비해 기술은 우위에 있지 않으면서 임금 수준이 높아 가격경쟁력이 열위인 범용제품은 유사한 중국 제품에 한국 시장 점령 기회만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중국의 제조 2025로 중국의 기술력도 높아지면서 중저 기술품목은 물론 최근에는 고기술 제품마저 중국 상품들의 한국 시장 점령이 가속화되고 있어 한국 중소 제조기업은 붕괴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들이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 세이프가드 조항 발동, 한·중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무역구조는 제조업 생산과 경기가 반도체를 포함한 대기업과 반도체를 제외한 중소기업 중심 경기가 양극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제조업 경기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반도체를 제외한 경기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생산지수 증가율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생산지수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82% 정도가 정상적인 수준인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3월 중 71.3%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최근 성장률 고공 행진에도 불구하고 민생의 체감경기가 부진을 지속하고 있는 배경이다. 따라서 수출과 성장률에 대한 반도체 착시현상을 걷어내고 전체 산업수출과 생산동향을 부문별로 면밀히 살펴보고 빈사 상태인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의 탄력 적용 등 보다 세밀한 대책이 추진되어야 대통령이 강조하는 민생이 안정될 수 있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2024-05-21 17:45:51
- [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성찰은 하되 후퇴는 안된다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4·10 총선 결과를 두고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성토 일색이다. 진 쪽은 할말이 없고 이긴 쪽은 모든 과실도 덮어지고 기고만장해지는 것이 한국의 4류 정치풍토인 듯하다.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참모진 교체는 물론 대통령의 탈당과 여야영수회담에 이어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발언들도 나오고 있다. 총선에서 12석을 얻어 원내 3당으로 자리매김한 조국혁신당은 15~16일 첫 당선자 워크숍 일정으로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면담하고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권양숙 여사를 접견하고, 봉하마을 수련관에서 워크숍을 진행한 후 16일엔 안산으로 이동해 4·16 세월호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부활을 연상케 하는 듯한 모습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4·10 총선을 통해 당선된 300명 중 20명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라고 한다. 당장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사건 등 3개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 전날 법원 출석에 이어 16일에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그 외 당선자 10여 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대기하고 있고 황운하 당선인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재판 중이다. 이런 당선자들이 과연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의 권리를 대리할 선량하고 유능한 대리자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4류 한국정치가 더욱 타락하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러한 피의사실에도 불구하고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 이들은 적반하장격으로 윤정부를 검찰독재정권이라고 외치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검찰개혁을 목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대의민주주의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뿐만아니라 공천과정에서 팬덤 지지자들의 여론조사 비중을 높여 비명횡사 공천을 해 당을 장악해 가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에서 정당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인가 걱정도 하게 된다. 필자가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지역구 당협위원장들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유죄가 아니고 1심에 기소된 피의자를 일단 선임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느냐를 두고 논의가 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국회의원이란 국민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선량하고 유능한 대리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의민주주의 정신이다. 문정부 5년간 계속되었던 경제 안보 등 각종 실정을 잊어버리기에는 시간이 2년여 밖에 지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이라는 학계에서는 제대로 검증도 안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 급격한 최저임금인상 등으로 자영업 추락 등 경제를 참담하게 붕괴시키며 청년 노장년들의 일자리를 앗아갔다. 소주성이라는 이름하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주 52시간으로의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 통상임금 포괄범위 확대, 성과급폐지와 연공급 재도입, 전 정부가 추진해 오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폐지 등 여러 친노동 정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었다. 결과적으로 많은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대신 취업 근로자들의 이익을 증대시켰다는 의미에서 친노동이라기보다는 친노조정책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2011-17년 중 연평균 5.3% 상승해 오던 최저임금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2018년에는 16.4% 급등한 후 2019년 다시 10.9% 상승해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상승을 기록했었다. 이러한 최저임금의 급등으로 2017년 31만6000명 등 보통 3~40만 명 증가해 오던 취업자 증가수가 2018년 9만7000명으로 급감하는 고용참사가 초래되고 분배구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되었다. 특히 자영업에 직격탄이 되었다. 서민들의 일자리가 날아가면서 하위 20% 가구의 무직가구 비율이 57%까지 급등했다. 하위 20% 가구의 57%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하위 20% 가구는 2018년 1분기 중 월 수입이 47만3000원으로 2017년 4분기의 68만1000원에 비해 크게 감소하면서 정부지원금 등 외부보조금 59만7000원을 보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하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이 급감하면서 소득분배구조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실패한 28번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해 내 집 마련 청년들을 절망하게 했다. 월간KB주택가격시계열 자료에 의하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2018년 7월까지만 전국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27.2% 올랐다. 서울은 52.0% 오르고 특히 세종시는 62.2%나 오른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시 2021년에는 20% 이상 상승했다. 부동산가격이 급등하자 공급은 늘리지 않고 강도 높은 억제대책들이 이어졌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재건축안전진단 강화, DSR LTV DTI 강화, 공시지가 인상과 재산세 중과, 분양가상한제 등 부동산억제를 위해 가능한 정책들은 총망라하다시피 했다. 2020년에는 임대차3법도 도입되어 역전세난을 초래하기도 했다. 소주성으로 경제가 추락하자 ‘재정확대 선순환’ 이라는 재정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했다. 문 대통령의 재정주도성장 언급이 나오면 곧바로 정부여당은 부랴부랴 추경을 편성했다. 문 정부 5년 동안 재정지출을 확대한 나머지 2022년 말 국가채무는 천조원을 넘어섰다. 한마디로 한국의 재정상황은 국가부채는 날로 증가해 재정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데도 이런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보였다. 탈원전정책의 무리한 추진으로 경제에 중요한 기반인 전력공급기반을 흔들고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보를 해체하거나 방류하고 자원빈국에서 개발해 오던 해외자원개발을 매각처리했다. 경제가 주저앉자 통계를 조작하는 일도 서슴지 않다가 장관 정책실장 등이 수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9·19 군사합의로 안보기반을 크게 훼손하고 미국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한미일 동맹체제보다는 종북친중의 굴욕적인 외교안보기조를 지속했다. 공정과 정의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조국 전 법무장관은 배우자와 더불어 입시 비리 등 각종 비리를 저질러 배우자는 유죄 판결이 내려지고 딸도 입학취소 처분을 받고 조국 본인도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이른바 ‘조국사태’라는 큰 파장을 낳으며 법무부 장관 임명 35일 만에 사퇴했다. 이로 인해 조국 수사를 총지휘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치 경력이 전무함에도 강력한 야권 대권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등 갈등이 극에 달해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하고 말았다. 사퇴 후 윤석열은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고, 이후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이재명 후보를 0.7%의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조국과 추미애가 검찰총장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윤정부는 여소야대로 인해 야당의 입법독주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특히 경제를 살리지 못해 민생을 문정부의 도탄에서 구하지 못한 것이 가장 중요한 패인이었다. 4·10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시정되어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시장경제 활성화로 경제도 살리고 한미동맹 강화로 위기의 안보를 튼튼히 하기를 바랐으나 불행하게도 여당은 21대 총선의 103석에서 5석 늘어난 108석만 획득해 절반을 넘지 못했다. 엄밀히 말해 과반의 승리를 못했지만 낙동강벨트 한강벨트 서울강북 등에서의 선전을 고려하면 참패라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사가들의 윤 대통령 흔들기가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에 이어 이재명 정부가 탄생했으면 어찌 되었을까. 반자유민주주의 반시장경제 정책이 5년 문정부의 실정도 위와 같은데 10년간 계속되었으면 한국은 참담하게 추락했을지도 모른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인류의 번영을 가져왔음은 동유럽 구소련이 붕괴되고 중국과 베트남도 개혁개방 후 성장을 하고 있듯이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는 바이다. 한국도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건국과 시장경제에 기초를 둔 경제발전으로 선진국 문턱에 이르렀다. 외교안보면에서도 중국 러시아의 공산주의 재무장과 한층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도발이 자유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문정부는 한사코 한미일 안보동맹에 딴지를 걸면서 친중종북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안보위기가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해 번영된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말살된 좌파 빈곤국으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이번 총선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대통령실 참모들도 사의를 표명해 조만간 인적쇄신이 예고되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물러났다. 정부 여당은 이번 총선 패배의 원인을 깊이 분석하고 반성하고 성찰하고 쇄신해야 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번영을 가져왔다는 역사적 사실마저 후퇴하면 안된다. 이번 총선에서 이기지 못했다고 자유민주주의 회복, 시장경제 창달, 한미동맹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윤정부 정책의 근본기조마저 흔들린다면 이는 총선패배에 이어 대한민국을 추락시킬 궁극적인 2차 좌파 승리를 가져다 주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두렵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2024-04-19 06:00:00
- [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급증하는 미국 부채 …고개드는 '애치슨 라인' 악몽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아시아에서 미국의 방어선은 알류샨 열도에서 일본을 지나 류큐(오키나와)를 거쳐 필리핀으로 그어진다." 딘 애치슨 미국 국무장관은 1950년 1월 12일 백악관 인근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연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스탈린·마오쩌둥의 공산화 야욕에 맞선 미국의 필수 방어 지역에서 한국·대만을 뺀 것이다. 애치슨은 방어선 밖의 안보에 대해서는 "공격을 받으면 최초 책임은 그 국민에게 있다. 그다음은 유엔 헌장에 의거해 전 문명 세계의 책임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아시아에서 소련을 저지하는 데 주력했던 애치슨 장관은 “이 방어선 밖의 지역이 침략당했을 때 안보를 보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한반도를 미국의 극동 방어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았던 당시 애치슨 장관 발언은 한반도에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주변국에 확산시켰다. 실제 5개월 후 북한이 한국을 침공해 6·25전쟁이 발발했다. 애치슨은 수십 년간 "북한의 남침에 '청신호'를 준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일성이 '미군 불개입'을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미국 야당 의원들은 물론 6·25전쟁 영웅 리지웨이 사령관도 애치슨에게 책임을 물었다. 1952년 대선 유세 때는 아이젠하워가 애치슨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금년 말 새로운 미국 대통령 후보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월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미온적인 나토 회원국에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뉴욕타임스(NYT)는 ‘애치슨 라인’과 같은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NYT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애치슨 라인’과 같은 격이라고 평가한 것은 미국이 굳이 동맹국에 주둔하는 미군 규모를 줄이거나 군사 지원을 중단하지 않아도 말 한마디로 동맹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옛 소련의 영토였던 폴란드 등 동유럽 주요국, 발트 3국 등을 언제든 침공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BBC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이 동맹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오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미국 정부의 판단은 우연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미국 국가부채의 GDP에 대한 비율이 코로나로 인해 2020년에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100%를 넘어서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미국이 동맹국 방어를 위해 국방비를 충분히 사용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하면서 시작된 20년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승리를 하지 못한 가운데서도 2021년 철군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깊이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미국 정부의 급증한 부채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예산통제법에 의해 국가부채의 GDP에 대한 비율이 100%를 넘어면 미국 양원의 인가를 받아야 지출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최근에도 재정지출을 하지 못하는 재정절벽 상태에 직면하기도 했다. 국가부채의 GDP에 대한 비율이 100%를 넘었던 것은 국방비 지출이 막대했던 2차 대전 직후였다. 아마도 애치슨 라인이 나오게 된 배경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6·25동란 전 1949년 6월 부랴부랴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미군 철수가 중요한 배경 중 하나가 되어 발생한 6·25동란 시에도 미군 단독이 아니라 유엔군이 지원했던 것이다. 미국은 오히려 한국전쟁 때 유엔군에 대한 군수물자 지원으로 국가부채 비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 트럼프의 발언은 우연히 나온 발언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재정 사정을 고려한 발언이므로 한국으로서도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국가부채/GDP 비율> 2년 전 러시아가 침공할 하루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인 10명 중 7명은 ‘전쟁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고 한다. 서방의 러시아 전문가들 역시 “냉철한 푸틴은 자신의 몰락을 초래할 전쟁에 절대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러·우 전쟁은 벌써 3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이 벌어지리란 신호는 항상 있었지만, 우린 그걸 애써 무시했다”고 후회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의 점령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분단국가로 종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수년 내 러시아와 나토 간에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예상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핀란드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수십 년간 유지해온 비동맹 원칙을 깨고 나토 가입 신청을 했고 지난해 4월 회원국이 됐다. 스웨덴은 이번 달 정식으로 32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했다. 헝가리 의회가 지난 2월 25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통과시키자 나토 동진에 대응해 러시아는 14년 전 폐지했던 동부 군관구를 부활시켰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대응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비용 부담 압박에 대응해 2030년까지 유럽산 무기 비중을 50%까지 채우는 것을 골자로 한 방위산업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국방 조달 예산의 최소 50%를 EU 내에서 지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2035년에는 목표치가 60%로 확대된다. 또 전략에는 EU 회원국들이 2030년까지 신규 구매하는 군사장비의 40% 이상은 공동구매로 조달하고 EU 내 방산 거래 규모를 35%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방위산업전략의 목표는 EU 회원국들의 방산업체를 활성화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무기 자급자족을 높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EU의 무기 수입 비중은 80%에 달했고 이 중 60% 이상을 미국이 차지했다. 이처럼 나토는 트럼프가 나토 방위비 문제를 거론하며 유럽이 자체적인 안보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러·우 전쟁과 중동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민주’와 ‘독재’로 갈린 국제적 대립은 날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상황이다. 이 두 개의 전쟁으로 ‘국제 정치’란 현상을 만드는 세계 각국의 역학 관계가 마치 도미노처럼 재편되고 있다. 유럽 정치권에선 "전쟁의 시대가 돌아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북유럽과 동유럽 발칸 국가들이 잇따라 나토에 손을 내밀고, 복지 예산까지 줄여가며 군비 증강에 나서는 것은 이런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전쟁의 파장은 바다를 넘어 동북아로 들이닥치고 있다. 러시아·중국·이란·북한 간 밀착이 유럽·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를 한반도로 전이(轉移)하는 형국이다. 사실상 종신 집권을 하게 된 시진핑이 종신 집권 명분을 중국의 통일에서 찾기 위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 학자들 사이에서 등장하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와 평화통일'을 내세웠다. 그러나 시진핑이 사실상 종신 집권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크게 세 가지 배경이 거론되고 있다. 첫째, 미·중 관계 악화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심화되면서 미국이 대만 카드를 흔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중국이 홍콩 사태에서 보인 것과 같이 무력 사용도 불사하는 강경 대응을 통해 대만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둘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중국도 대만 침공을 못할 것 없다는 관측이다. 셋째는 시진핑의 집권 연장 야심이다. 헌법을 수정해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이지만 2027년 네 번째 연임을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대만 통일이 매력적인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다. “전쟁은 불가피하며 언제 얼마나 크게 싸울지가 문제”라는 견해도 등장하고 있다.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은 지난 6월 “전쟁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그저 “언제 얼마나 크게 싸울지는 양측의 대처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양안 전쟁은 중국이 말하는 것처럼 중국 내부의 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이에 따라 지리적으로 우선 가까운 주한미군이 동원되고 그 공백을 북한이 노릴 수도 있어 대한민국이 가장 큰 피해 국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우리 운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국은 과연 이에 적절한 준비가 되어 있을까. ‘동맹에 기초해 실리를 추구한다’는 모호한 방법론이나 한반도와 그 주변국에 매몰된 근시안적 안보 전략으로 살길을 찾기엔 너무나 거칠고 복잡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한이 체결한 '9·19 군사합의'로 전방 방어시설 파괴, 대공 정찰 무력화, 서해·동해 북방한계선(北方限界線·Northern limit line) 무력화 등 약화된 대북 방어력을 재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향토예비군과 상시 민방위 훈련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다. 향토예비군 훈련도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상시 민방위 훈련도 강화하는 등 유비무환의 방위전략과 경제안보 핵심 산업 육성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때다. 러·우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는 드론 등 첨단무기가 전쟁을 좌우하고 있다. 첨단 방위산업 육성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2024-03-21 16:15:33
- [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1980 '서울의 봄' 이후 한국 경제가 호황 누린 까닭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요즘 전두환 대통령의 ‘12·12 사태’를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이 인기인 듯하다. 일부 대학 게시판에는 "아직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며"를 제목으로 한 대자보도 붙었다고 한다. 대자보를 내건 학생은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며 분노와 슬픔, 답답함 등 여러 감정이 들었다고 보도되고 있다. 픽션을 기본으로 하는 영화는 픽션과 사실을 넘나들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과 많이 다를 수 있고 따라서 영화를 통해 역사를 평가하는 데는 작지 않은 위험성이 따를 수 있을 것이다. ‘12·12 사태’에 대한 객관적인 역사적 평가는 후일 역사가들이 잘 할 것이고 여기서는 ‘12·12 사태’로 집권하고 제5공화국을 연 전두환 대통령이 이루었던 경제 안정, 대한민국 경제사에서 처음으로 이룬 안정이므로 ‘대안정’이라고 이름 붙여도 무방하리라고 생각되는 경제적 성과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정치적 판단은 별개로 경제적 성과는 통계로 알 수 있기 때문에 후학들의 교훈을 위해서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필자가 굳이 경제 대안정이라고 명명한 데는 재임 기간 중 한국 경제 발전 사상 처음으로 고도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경상수지 흑자와 물가 안정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처음으로 달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공장 하나 없고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공장 지을 설비 자재나 자원을 비싸게 사와서 물건을 만들어도 신생 개도국 상품을 제값에 사 줄 나라가 있을 리 없다. 1970년대 자주 보았던 풍경인 한국이 주로 아프리카 국가원수들을 자주 초빙했던 이유다. 할 수 없이 싸게 팔 수밖에 없고 결과는 경상수지나 무역수지 적자다. 한국은 경제 개발 시작 후 줄곧 적자를 기록해 왔고 그 결과 외채는 증가 일로였다. 그러한 적자 행진을 처음 흑자로 전환시킨 해가 1986년이다. 비로소 한국 제품이 제값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는 이때가 한국이 중진국 대열로 올라선 해로 본다. 물론 이때 저달러(엔고)·저금리·저유가라는 3저 효과도 컸지만 그러한 대외 환경을 잘 활용해서 경제 안정화 정책에 성공했기 때문에 한국 경제 발전 사상 처음으로 2%대 물가 상승률(1984~1986)과 10%대 성장률(1981~1987 10.2%)이라는 고성장·저물가에 1986년부터는 만성적인 적자였던 경상수지마저 흑자를 달성했던 것이다. 한국 경제 발전 사상 후학들이 배워야 할 만한 감히 경제 대안정이라고 명명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면 어떤 경제 안정화 정책을 추진해서 이처럼 성공을 거두었나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 경제 안정화 정책은 1960~1970년대 정부 주도의 성장 우선 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였다. 즉 1970년대 중반까지 상당한 효과를 보였던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전략이 경제 규모 확대와 더불어 민간 부문의 사업영역이 점차 확대됨으로써 그 효과 면에서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1979년 세계 경기 침체와 제2차 석유파동 등 대외 경제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1970년대 중반 이후 추진된 중화학공업 육성책에 따른 설비투자 급증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정부 주도에 의한 경제 운영 방식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그 유효성 면에서 한계를 보임에 따라 정부는 근본적으로 경제 운용 방향을 성장 우선 정책에서 안정 우선 정책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1980년대 초반 국내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1979년 제2차 석유파동, 국내 정치 불안 및 중화학공업 육성책 여파 등으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보인 데다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경상수지 적자가 대폭 확대되는 등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다. 특히 국제 원유 가격이 1979년 3월 배럴당 13.3달러에서 1980년 8월에는 30달러로 상승하면서 국내 물가가 급상승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크게 확대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기 침체까지 겹쳐 수출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였다. 이와 같은 1980년대 초의 열악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책 당국은 중장기적 시계에서 일련의 경제 안정화 정책을 견실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함으로써 경제 안정의 기틀을 마련하기 시작하였다. 우선 그동안 지속되었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축소하기 위해 원화를 대폭 평가절하하는 동시에 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국내 통화가치를 현실화하고 환율의 가격 기능을 제고하였다. 이와 아울러 정부는 원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 증대로 국내 경기가 다소 회복을 보이기 시작한 1982년부터 강도 높은 재정 지출의 긴축을 통해 재정수지의 건실화를 추진하였다. 특히 전년 예산을 기준으로 새해 예산을 편성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하여 사업의 타당성을 기준으로 하는 제로베이스방식(zero-base -budgeting system)을 도입하여 이전까지 30%를 상회하던 재정지출증가율(통합재정 기준)을 10% 내외로 안정시키는 등 긴축기조를 계속 유지하였다. 통화정책에 있어서도 1980~1982년 중에 연평균 27%대에 달하던 총통화 증가율을 국내 경기 회복이 본격화된 1983년부터는 10%대로 하향 조정하여 1985년까지 지속시킴으로써 재정 긴축으로 조성된 물가 안정 기조를 더욱 확고하게 구축하였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책 당국에 의해 추진된 경제 안정화 정책은 1980년대 중반까지 물가 안정 기조하에서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경상수지 적자 불균형이 꾸준히 개선되는 등 상당한 경제 성과를 가져왔다. 특히 물가 안정 기조의 정착은 실질실효환율을 절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수출을 활성화하고 경상수지 적자 폭을 축소시키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마침내 1986년 사상 처음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고 1988년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드디어 100억 달러를 돌파해 128억 달러에 이르고 올림픽도 치렀다. 100~200대를 횡보하던 주가종합지수가 1986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여 1989년 3월에는 966까지 상승하고 대한민국에 마이카 붐도 일면서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였다. 장기간 급등한 주가가 조정을 거친 후 다시 상승을 시작해 드디어 1994년 9월 1000을 돌파해 한국 주식시장에 신기원을 달성했다. 경제만 보면 전두환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박정희 대통령의 ‘부국’에 이어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달성한 ‘흥국(興國)’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러한 경제 성과에 대해 국내 경제정책보다는 대외적 요인, 즉 3저 현상(저달러·저금리·저유가)에 크게 기인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양호한 대외적 경제 환경(3저 현상)을 최대한 이용하여 총수요관리정책으로서 통화, 재정 및 환율정책의 기조를 적절히 조화롭게 운용함으로써 경제의 안정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5공화국 이후 정부들이 정치논리에 휘둘려 안정화 정책에 성공한 예가 드문 것을 고려하면 의의가 매우 큰 기간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5공화국 김재익 경제수석이다. 1960년 서울대 문리대학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은행에 수석 합격해 사회에 진출했고, 1968~1973년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위 취득 이후 귀국한 김재익은 경제기획원 기획국장으로 일했다. 전두환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경제과학분과 상임위원장이 되어 전두환에게 발탁되어 그에게 경제 과외도 했다. 김재익의 능력에 감탄한 전두환 대통령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했던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는 말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김 수석이 독자적으로 경제 안정화 정책을 진두지휘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김재익 수석은 1983년 10월`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으로 44세라는 젊은 나이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 후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발생하면서 강성 노조가 등장하고 임금이 급등하고 안정화 정책도 흔들리면서 성장률은 하락하고 물가 상승률이 1987년 7.1%까지 올라가고 경상수지도 1990년에 다시 적자로 추락하면서 1997년 12월 외환위기를 맞게 된다. 이후 안타깝게도 한국 경제는 5공화국 시절 같은 고성장·저물가·경상수지 흑자를 동시에 달성하는 안정화 시기를 아직은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2024-02-21 21:42:41
- [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시대 역행하는 징벌적 상속세 …이대로 둘건가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서울지방시대위원장] 윤 대통령은 최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이어가면서 중요한 민생관련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상속세 개편 제의는 만시지탄의 감이 있는 매우 시급한 과제다. 윤 대통령은 “과도한 세제는 결국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정치적 불이익이 있다고 해도 과감히 밀어붙이겠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적 불이익이라는 점은 상속세 폐지 또는 완화를 주장하면 부자감세라는 포퓰리즘의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는 점일 것이다. 따라서 총선을 앞둔 시점에 상속세 개편 주장은 조심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상속세가 너무 과도해 이제 많은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실정이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악명이 높다. 과세 표준이 30억원을 넘을 경우 세율은 50%, 기업 경영권까지 물려받으면 10%p가 할증돼 60%로 높아진다. OECD 회원국 중 일본은 55%, 프랑스 45% 영국 미국은 40% 스페인 34% 아일랜드 33% 독일 벨기에는 30%다, 캐나다·호주 등 15개국은 상속세가 없고 상속세 원조국인 영국도 단계적 상속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대주주라면 지분 상속 시 세금을 20% 더 매기는 제도는 한국이 유일하다. 가업 상속 공제 대상도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일부로 한정돼 있어 대기업은 외국 기업에 비해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 징벌적 상속세를 이대로 두고는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 더구나 현행 상속세율은 2000년 세법 개정 이후 그대로다. 그동안 물가나 경제규모가 엄청나게 많이 커졌는데 경제 규모나 소득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과세구간은 그대로여서 세금부담만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의 ‘2023년 국세 통계 연보’에서는 2022년 피상속인 34만8519명이 남긴 재산 96조506억원 중 상속인들이 부담해야 할 결정세액은 19조2603억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2022년의 경우 삼성전자 오너 일가의 상속세 결정세액 12조원을 빼면 전체 규모는 작아진다. 문제는 이를 감안해도 상속세 규모가 매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2조5197억원이던 상속세 결정세액은 △2019년 2조7709억원 △2020년 4조2294억원 △2021년 4조9131억원 등으로 불어났다. 2022년은 삼성의 수치를 제외해도 7조2000억원을 웃돈다. 2018년 대비 약 2.88배, 2001년과 비교할 경우 18배 많다. 상속세 실효세율도 20.05%를 기록해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일본(55%), 프랑스(45%), 미국·영국(40%) 등도 상속세율이 높은 편이지만 공제 혜택이 커 실제로 내는 상속세율은 한국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 비상장 기업의 경우 세액 80%의 납부를 유예했다가 5년 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면제해줘 실효세율은 11% 정도라는 분석이다. 프랑스의 가업 상속 실효세율도 각각 11.25% 정도고 미국에선 자녀가 부모로부터 2340만 달러(약 306억원)까지 세금 없이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의 총조세 대비 비율도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로 분석한 한국의 총조세 대비 상속·증여세 부담률은 2.4%(2021년 기준)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7개국(G7) 평균(0.6%)에 비해 네 배나 많은 것이다. 10년 사이 증가폭도 한국이 두드러진다. 한국의 상속·증여세 부담률은 2011년 1.0%에서 1.4%포인트 증가했다. G7의 평균 증가폭 0.2%에 비해 일곱 배나 많다. 한국의 상속·증여세가 최근 들어 얼마나 빠르게 과중해졌는지 보여주는 통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부담률로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의 부담률은 0.7%로 프랑스(0.7%)와 함께 공동 1위로 나타났다. 이 경우에도 10년 사이 증가폭은 0.5%포인트로, 0.3%포인트인 프랑스보다 높았다.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이처럼 큰 것은 우선 세율이 높아서다. 상속세는 기업을 부도내거나 피인수합병 당하게 해 일자리를 잃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때 상속세율이 70%에 달했던 스웨덴도 2005년 상속세를 폐지했는데 제약회사 아스트라가 상속 과정에서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폭락해 영국의 제네카에 피인수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합병된 아스트라제네카가 바로 코로나백신으로 유명해진 회사다. 각종 반대기업 규제에다 높은 상속세 등 대기업으로 성장할 환경이 어려워 한국의 대기업 비중은 0.1%에 불과하고 중소기업의 비중은 99.9%에 달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의 중소기업 고용비중은 선진국의 거의 두 배 수준이며 대기업 고용비중은 10% 안팎으로 미국의 약 3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청년들은 대기업의 양질 일자리를 갖고 싶어하기 때문에 청년층의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극심해 높은 청년실업의 원인이 되고 있다. 상속세율이 세계 최고인 한국의 기업들은 상속세로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콘돔업체 유니더스, 밀폐용기업체 락앤락, 종자업체 농우바이오, 손톱깎이업체 쓰리세븐 등 해당 분야에서 국내외 1위를 달리던 업체들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경영권을 매각했다. CJ그룹은 회장 장남 등이 보유한 올리브영 지분의 일부를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상속 재원 마련 및 승계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매각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에게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일부 증여, 60% 증여세율을 적용받아 총 2962억원을 5년간 분할 납부하고 있다. 2022년에는 이건희 회장의 사망으로 약 12조원의 상속세가 부과되면서 한국의 높은 상속세가 국내외에서 큰 화제가 됐다. 결국 5년 동안 6회에 걸쳐 2조원씩 나눠 내기로 하고 삼성그룹 상속인들은 계열사 지분 매각, 보유주식 담보대출, 배당 등으로 상속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LG그룹 상속인들도 90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나눠 내고 있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세계 최고의 한국 상속세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아예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2017년 OCI 이우현 부회장은 부친인 이수영 회장 타계로 상속세 19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지분 일부를 팔고 3대 주주로 내려앉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 유수 게임업체인 넥슨 김정주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6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상속세를 마련할 길이 없어 자녀들이 주식으로 물납한 결과 기획재정부가 넥슨그룹의 지주회사인 NXC의 29.3%를 소유한 2대 주주에 올랐다는 보도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물납으로 받은 상속세 주식은 매각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물납주식이란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데 금융재산이 납부세액에 미달할 경우 주식으로 상속세를 내는 방식이다. 상속재산 중 유가증권 가액이 2분의 1을 초과해야 요건이 성립된다. 2013년 이후 비상장주식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21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경쟁입찰 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입찰가 20억원 이상 물납주식(캠코 소유 유가증권)의 경우 지난해 256건 중 낙찰된 건이 불과 3건에 불과했다. 2022년의 경우 총 324건 중 낙찰된 건이 1건도 없었다. 사실상 20억원 이상 물납주식 대다수의 매각이 유찰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물납주식으로 받은 교학사 지분(11%), 라성건설 지분(12.23%) 등을 수백억원에 팔려고 내놨지만 수차례 유찰이 된 상황이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물납주식의 평균 유찰횟수는 2020년 기준 28회에 달한다. 유찰이 될수록 입찰가격은 떨어진다. 이 때문에 2020년 매각된 건에 한했을 때 물납가액은 420억원, 매각금액은 373억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상속세를 내는 것보다 법인세를 더 내고, 일자리 특히 양질의 대기업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사회에 이익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OECD 38개 회원국 중 15개국이 상속세를 폐지했지만 한국은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천문학적인 상속세 파장으로 개편 논의가 있을 법도 했지만 워낙 기업 반대 정서가 강한 한국에서 정치권은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인 가운데 이번에 윤 대통령이 상속세 개편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대체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2022년 9월 발주했던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이 다음 달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가 상속세 완화 방안 중 하나로 들여다보고 있는 유산취득세는 각자 상속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법이다. 예컨대 현재는 100억원의 재산을 자녀 4명이 상속받는다면 100억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 후 4명이 나눠 낸다. 하지만 유산취득세는 4명이 각각 물려받은 25억원을 기준으로 세금을 정한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낮아지기 때문에 상속받은 이들이 내야 하는 세금도 줄어든다. 한국경제인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30%로 인하하고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하며 △과표 구간도 현행 5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큰 문제인 청년층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상속세를 전향적으로 전면 개편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도 “과도한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며 개편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최고세율 조정, 최대주주 할증 폐지, 상속세 분납 확대 등 구체적인 상속세 개편안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 다만 상속세 부담 축소에 따라 줄어드는 세수를 보전하기 위한 보완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부자 감세’ 프레임에서 벗어나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상속세 수술 입법에 협조해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2024-01-25 15: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