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 논설주간
gjgu7749@ajunews.com
- 아주경제 논설주간
- (전)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지국장)
- [박승준의 지피지기] 중국 20차 전당대회 … "시진핑 3연임 저지 세력이 없다" 중국공산당 제20차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식 명칭이 ‘전국대표대회(全大)’인 전당대회는 5년마다 한 차례씩 개최된다. 5년 전인 2017년 10월 1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제19차 전당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2338명의 대표가 참석했다. 회기 1주일의 대회 마지막 날인 10월 25일 대회에서 선출된 376명의 중앙위원은 제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9기 1중전회)를 열어 25명의 정치국 위원,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과 1명의 총서기(시진핑·習近平)를 선출했다. 오는 10월 16일 개최 예정인 제20차 전당대회도 비슷한 회기와 회의 절차를 거쳐 300명 안팎의 중앙위원들과 30명 전후의 정치국 위원, 10명 안팎의 정치국 상무위원과 1명의 당 총서기를 선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1명의 당 총서기에 이미 5년의 임기를 두 번 역임한 시진핑이 세 번째로 선출되느냐, 아니면 다른 인물이 새로운 총서기로 선출되느냐 하는 점이다. 시진핑의 전임자인 장쩌민(江澤民·96)과 후진타오(胡錦濤·80) 두 명의 전임 당 총서기는 5년 임기를 두 번 역임하고 퇴임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1일에 개최된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는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한 성취와 역사 경험의 결의’를 채택해서 “시진핑 총서기가 당 중앙의 핵심이며, 전당(全黨)의 핵심”이라는 ‘두 가지의 확립(兩個確立)’과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적이고 통일적인 영도(領導)를 잘 옹호하자”라는 ‘두 가지의 옹호(兩個維護)’를 결의했다. 오는 20차 전당대회에서 또다시 시진핑을 당 총서기로 선출하는 3연임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결의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지난 2월 4일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중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한계가 없는(without limit)’ 협력을 한다는 합의를 하고, 2월 14일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푸틴의 러시아 침공을 중국 관영매체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 행동’이라고 보도함으로써 중국이 푸틴의 러시아 침공을 옹호하는 자세를 취하자 중국공산당 원로들을 포함한 지도부의 시진핑 3연임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중국공산당 원로들의 시진핑에 대한 태도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국공산당 지도부 내의 태도 변화는 지난 4월 15일 중국 외교부의 3인자로 푸틴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을 주도한 러위청(樂玉成) 부부장이 외교부를 떠나 TV와 라디오 방송을 주관하는 광파전시국(廣播電視局) 부국장으로 좌천되는 인사가 단행됨으로써 외부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앙위원, 정치국원, 정치국 상무위원, 당 총서기의 움직임을 포함한 중국공산당 내부의 움직임은 회의 직후에 발표되는 공보(公報) 이외에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어 알기가 힘들고, 관찰과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장쩌민, 후진타오 두 명의 전임 당 총서기와 주룽지(朱鎔基·94), 원자바오(溫家寶·80)를 포함한 원로들이 8월 초·중순에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300㎞ 정도 떨어진 여름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현직 당 지도부들과 휴양을 겸한 회의를 해서 가을의 당 대회나 중앙위 전체회의의 기본 방향을 정한다는 사실도 실제로 확인된 경우는 없었다. 단지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리는 보름 정도의 기간에 중국 관영 중앙TV에 현직 지도자들의 현장 시찰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로 베이다이허 회의의 존재를 추정해보는 것이 전부다. 올해의 경우 지난 8월 초부터 전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뉴스 신원리엔보(新聞連播)에 모습이 보이지 않던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8월 16~17일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를 시찰하면서 덩샤오핑(鄧小平)의 동상에 헌화하는 모습이 8월 18일 방영됐다. 놀라운 것은 3연임을 시도한다는 시진핑 당 총서기가 베이다이허 회의를 끝내고 8월 16~17일 랴오닝(遼寧)성 일대를 시찰하는 모습이 다음날인 8월 19일에야 신원리엔보의 메인뉴스로 방영됨으로써 ‘리상시샤(李上習下)’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1955년생으로 올해 67세인 리커창 총리가 당의 실권자가 되고, 69세인 시진핑은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직만 유지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대만과 일본의 온오프 미디어와 유튜브를 달궜을 뿐이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시대가 시작된 이후 당 총서기를 지낸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시대에는 68세 이후 현직에 임명되거나 선출될 수 없다는 ‘칠상팔하(七上八下)’의 당과 국무원 고위직 인사원칙이 실제로 적용됐다. 올해 69세인 시진핑도 결국은 칠상팔하의 당 내부합의에 따라 2선으로 물러앉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돈 이유다. 그러던 가운데 9월 들어 1일과 6일 두 명의 전직 중국공산당 고위간부가 20차 당 대회를 앞둔 중국공산당 내부사정을 폭로하는 글을 미국 외교 전문지에 게재해 주목을 받았다. 한 명은 1980년대에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간부로 중국공산당 고위층들의 연설문을 담당하다가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미국으로 망명한 우궈광(吳國光)이고, 한 명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14년간 중국공산당 고위간부 재교육 기관인 당교(黨校)에서 교수를 지내고 미국으로 망명한 차이샤(蔡霞)이다. 우궈광은 스탠퍼드 대학이 운영하는 온라인 계간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China Leadership Monitor)’에 시진핑이 지난 10년간의 통치 기간에 중국공산당 엘리트 그룹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를 분석한 글을 기고했다. 차이샤는 9월 6일자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에 ‘시진핑의 약점(The Weakness of Xi Jinping)’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어 “시진핑의 3연임이 이뤄질 경우 그의 망상과 편집증이 중국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우궈광은 “서로 다른 꿈을 죽이고 자신의 체제 유지하기(Killing the Different Dreams, Keeping the Same Regime)’라는 제목의 글에서 시진핑은 지난 10년간의 당 총서기 임기 동안 중국공산당 엘리트들의 인적 구조를 대부분 바꾸어놓았다고 분석했다. “먼저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先富論)’과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으로 대표되는 덩샤오핑 시대의 엘리트들 사고 구조를 ‘초심을 잃지 말라(不忘初心)’는 정치구호 제시와 반부패 숙청 캠페인을 통해 “중국이 부자가 되는 중국의 꿈(中國夢)은 달성해야 하지만, 당원들은 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모순적인 목표를 달성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2012년 11월부터 2017년 6월까지의 첫 임기 5년 동안 모두 200만명 이상의 중국공산당 간부들을 부패했다는 이유로 재교육했다. 중앙당 고위급 간부 280명과 행정부의 국장급 간부 8600명을 재교육시켰고, 이 가운데에는 205명의 중앙위원 가운데 25명을 처벌한 경우도 포함됐다. 281명의 지방 당 최고위 간부들 가운데에는 97.5%의 인물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승진시켰다고 우궈광은 주장했다. 시진핑은 또 전임 후진타오 시대에 형성된 공산주의 청년단(共靑團) 중요 인맥들을 은퇴시키거나 반 은퇴시켜 세력을 축소 약화시켰다. 시진핑은 이 과정에서 이전 마오쩌둥(毛澤東)의 정치구호를 다시 생각나게 하는 ‘자아혁명(自我革命)’과 ‘무산계급 전제정치 아래서의 계속 혁명’이라는 구호를 적용했다. 우궈광은 결론적으로 시진핑이 중국공산당 엘리트 그룹의 구조와 사고방식을 바꿔놓았기 때문에 시진핑의 3연임을 저지할 그룹이 없는 상황이어서 시진핑은 어떻든 3연임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포린 어페어즈 영어 기고문에 중국어본을 링크시켜 중국인들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 당교 교수 차이샤의 기고는 ‘시진핑의 약점’이라는 제목대로 3연임을 시도하고 있는 시진핑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폭로를 기고문의 소재로 삼았다. 차이샤는 자신을 “중국공산당의 내부 투쟁을 중앙당교 교수로서 15년 동안 관찰했다”고 소개한 뒤 “2012년 퇴임하고 2020년 시진핑을 비판하는 글을 쓴 후 당적을 박탈당하고, 퇴직금과 연금을 모두 뺏긴 뒤 신변에 위험을 느껴 미국으로 망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차이샤는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시대에 마오쩌둥이 만들어놓은 개인 종신 독재체제를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건설해놓은 집단지도체제를 무력화시켰다”고 비난했다. 차이샤는 “시진핑은 2012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의 집권 기간에 80차례 정치국원들에 대한 집체학습을 실시했는데, 시진핑은 이 집체학습의 대부분을 자신의 장편 연설로 채웠다고 폭로했다. 차이샤는 특히 시진핑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을 버리고 미국에 직접 도전해서 중국 위주의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모험적이고 공격적인 외교노선을 선택한 것도 중국의 이익과는 거리가 먼 선택이었다고 비난했다. 차이샤는 특히 시진핑은 2019년 12월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견됐을 때 사실을 숨기고 ”번영하는 중국을 지켜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제로 방역(動態淸零)을 고집하고 있는 점도 중국에 재난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격렬한 비난을 담은 차이샤의 결론은 ”시진핑의 망상과 편집증은 중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폭로함으로써 시진핑의 3연임은 이루어져는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미니박스]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 일정 2022년 8월 30일 정치국 회의 : 20차 당 대회 개최 발표 2022년 9월 9일 : 20차 당 대회에서 당규약 개정 예고 2022년 10월 9일 : 제19기 중앙위원회 제7차 중앙위원 전체회의(7중전회)에서 20차 당 대회 보고 내용 확정 예고 2022년 10월 16일 : 당 대회 개막 2022년 10월 23일(예상) :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회의(1중전회) 당 총서기, 정치국 상무위원회 인선 발표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현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 호서대 초빙교수 2022-09-14 06:00:00
- [박승준의 지피지기] 푸틴과 우크라이나, 시진핑과 한반도 : '동결된 충돌'인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지난 13일 북한과 외교관계를 끊는다고 발표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주 러시아 북한대사 신홍철은 13일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주 러시아 도네츠크 대표와 회담을 갖고 북한이 도네츠크의 독립을 승인한다는 외교메모(Diplomatic Note)를 전달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14일 외교문서를 통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며, 자주와 평화, 우의의 이념에 따라 이들 국가와의 관계가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오늘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Donetsk)와 루한스크(Luhansk) 지역에서 러시아가 일시적으로 점령한 영토의 이른바 ‘독립’을 인정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했다”고 밝혔다. 니콜렌코 대변인은 “북한의 시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훼손하려는 행위이며, 이는 우크라이나 헌법과 유엔헌장, 국제법의 기본 규범과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분리주의 지역 인정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아울러 밝혔다. 북한에 앞서 시리아 아사드 정부도 지난달 말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대표들과 만나 이들 정부와 정치적 관계를 맺을 준비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대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시리아와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하면서 “모든 수준에서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특별 군사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작전을 개시한 이래 친러시아 조직이 구성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 수립된 정부를 승인한 나라는 러시아, 시리아, 북한 3개국이 됐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중국이 현재까지 이른바 DPR(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LPR(루한스크 인민공화국)으로 약칭되는 우크라이나 동부 두 지역에 대해 승인한다는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지난 2월 4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 참석을 이유로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러관계를 “한계가 없고, 금지된 구역이 없는(沒有止境,沒有合作禁區ㆍWith no limits, with no restriction) 관계”로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시의 흐름으로 본다면 중국정부가 우크라이나 동부 두 지역에 친러시아 정부가 수립된 데 대한 승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 점은 중국과 러시아 외교의 기본 흐름에 무언가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정례 브리핑에 나와 우크라이나가 북한과 단교를 선언한 데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한 것이며, 중국의 주장은 유엔 헌장의 원칙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하고, 담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서 긴장이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이 같은 태도는 5개월 전 푸틴이 베이징을 방문해서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가질 당시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5개월 넘게 계속되는 동안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중국 외교흐름의 변화는 중국 외교부 인사에도 나타났다. 시진핑의 러시아 외교를 지원하던 러위청(樂玉成) 외교부 부부장이 지난달 14일 외교부가 아닌 국가라디오TV총국의 부국장으로 전보되는 일이 벌어졌다. 주 인도 대사와 카자흐스탄 대사를 지낸 올해 59세의 러위청은, 대미 외교 전문가인 양제츠(楊潔篪) 정치국원과 아시아통인 왕이(王毅) 외교부장에 이어 중국 외교계 제3인자로 평가되다가 2월 4일 푸틴의 베이징 방문과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과정을 주도한 후 4개월 만에 외교부를 떠나 라디오TV총국의 국장도 아닌 부국장으로 좌천돼 베이징 외교가에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우크라이나의 항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의 친 러시아 정부 수립 움직임, 이에 대한 북한의 승인과 우크라이나의 북한과 단교 선언과 관련 국제사회에서 떠오른 말은 ‘동결된 충돌(Frozen Conflict)’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5월 7일 월스트리트 저널과 회견을 하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제시하는 ‘동결된 충돌’ 협의 제안에 결코 응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혀 주목받게 된 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동결된 충돌’에 결코 만족할 수 없으며, 명확한 반대를 밝힌다”고 말했다. 젤렌스키가 언급한 ‘동결된 충돌’이란 유엔 고위 관리를 지낸 이집트 외교관 람지(Ramsey)가 지난 3월 중동지역 신문 기고문에서 처음 사용한 국제정치 용어로 “국제적인 무장충돌의 결과 평화협정도 체결되지 않고, 분쟁 해결의 틀도 마련되지 않은 지역으로 갈등이 재발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람지가 말한 ‘동결된 충돌’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대표적인 곳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지역인 골란고원과 중국의 타이완 지역이 있고, 한반도의 남북한도 ‘동결된 충돌’ 지역으로 분류된다. ‘동결된 충돌’과 관련 우리가 주목해야 할 움직임은 북한이 러시아의 편을 들어 재빨리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LPR) 정부 수립을 승인하고 나섰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러시아를 지지하던 중국이 5개월 만에 발을 빼고 두 지역 친러시아 정부의 수립 움직임에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미 스탠퍼드 대학이 운영하는 중국 관찰 웹 매거진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China Leadership Monitor) 여름호에서 인민일보 기자 출신의 중국 전문가 우궈광(吳國光)은 “중국공산당 내부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시진핑이 러시아를 지지하는 외교정책을 취하는 데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직후 미국으로 망명한 우궈광은 “이미 지난 3월 5일 상하이(上海) 자오퉁(交通) 대학 정치학 교수 후웨이(胡偉)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와 관련 ”중국 정부는 전쟁의 향방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진단해서 중국의 장기적인 이익이 무엇인지 게산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적인 의견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우궈광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참사(차관급) 왕후이야오(王輝耀)도 지난 3월 14일 뉴욕타임스 중국어판에 ”중국이 푸틴에 묶이면 안되며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출구전략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우궈광의 판단은 앞으로 3~4개월 이내에 중국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둔 중국 정치에서 적어도 외교 전략 면에서는 시진핑의 푸틴 전폭 지원에 대한 반대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우궈광은 주장한다. 중국의 외교전략에서 시진핑에 반대하는 흐름이 나타난 사실이 당총서기 3연임을 시도하고 있는 중국 내부 정치역학에 어떤 영향을 낳을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고도 했다. 푸틴의 베이징 방문과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진 1개월 후에 출범한 윤석열 대통령 정부도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워싱턴의 속마음 읽기에만 열심일 것이 아니라 이웃한 중국 베이징 내부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국제정치 수싸움도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강국”임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현재의 한반도가 지난 세기의 냉전(Cold War) 당시 미국과 중국이 미해결의 상태로 내버려둔 ‘동결된 충돌(Frozen Conflict)'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국제사회가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인식해야 할 것이다. 북한 어민 송환 문제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사이에 낀 한반도 국제정치의 흐름도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미니 박스] 위키피디아가 분류한 전 세계의 ‘동결된 충돌(Frozen Conflict)’ 지역 1.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사이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 2. 조지아와 압하스 사이 남오세티야와 압하스 3.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4.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 카슈미르 5. 중국 대륙과 대만 6. 남북한 7.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골란고원 8. 유고와 알바니아 사이 코소보 지역 9. 터키와 사이프러스 사이 북사이프러스 10. 모로코 왕국과 폴리사리오 전선 사이 서부 사하라 지역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 호서대 초빙교수 2022-07-19 19:48:41
- [박승준의 지피지기] 시진핑 3연임 확정 아니었나? .. 올 가을 당 대회 앞두고 커지는 의문부호 지난해 11월에만 해도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3연임은 거의 확정된 분위기였다. 당시 개최된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채택된 결의문은 확신에 가득차 있었다. ‘중국공산당 중앙의 100년 분투 중대 성취와 역사경험의 결의’라는 긴 이름의 결의문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당은 18차 당 대회 이래 당 중앙의 권위와 통일적인 지도력의 보증 아래 당의 지도체제를 완성하고, 당의 지도 방식에 과학적 사고를 추가해서…전체 당과 전군, 각 민족 인민들은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주위에 더욱 긴밀히 단결해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관철하고…지난 100년 동안 거둔 승리와 영광을 바탕으로 중국공산당과 중국인민들은 더욱더 위대한 승리와 영광을 획득할 것이다.” 그랬던 것이 불과 3개월 후인 지난 2월 24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푸틴이 러시아 침공을 단행하기 전에 2월 4일 베이징(北京) 겨울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해서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러관계를 “한계가 없는 우호관계, 금지구역이 없는 협력관계(兩國友好沒有止境, 合作沒有禁區)”, 영어로는 “without limits, without restriction”으로 규정했다. 시진핑의 그런 결정에 대한 중국 내부의 반대 목소리가 외부로 흘러나오는 상황으로 변화했다. 더구나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단기간에 매듭을 못 짓고 3개월을 넘기는 상황으로 장기화되자 시진핑의 외교적 결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거기에다가 mRNA 방식이 아닌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조한 중국 백신으로 방역이 안 되는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상하이와 베이징에 확산되고, 지난 3월 28일 오후 5시 상하이 도시봉쇄가 단행되자 시진핑이 주도한 이른바 제로방역(動態淸令)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확대됐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로 한 시진핑의 결정은 관영 중국 중앙TV의 전쟁보도 흐름을 러시아 미디어들과 같은 흐름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행동”,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로 잡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식인들과 외교관들은 그런 미디어 흐름을 거슬러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국이 지원하는 데 대한 반대 목소리를 중국 바깥으로 내보냈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칭화(淸華)대 국제정치학자 옌쉐퉁(閻學通)은 지난 5월 2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 “중국의 우크라이나 수수께끼(China's Ukraine Conundrum)"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어 노골적인 반대의사를 밝혔다. 옌쉐퉁은 “러시아가 벌인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을 전략적 궁지(strategic predicament)로 몰아넣었다”고 평가하고, “더구나 그 전쟁은 수십억 달러에 상당하는 중국의 무역을 좌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긴장을 높이고, 중국인들을 러시아 지지파(pro-Russia)와 반대파(anti-Russia) 진영으로 가르는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월 3일자 월 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내에는 시진핑의 제로방역과 총리 리커창(李克强)의 경제회복 주장에 동조하는 두 개의 흐름이 동시에 나타났다. WSJ은 “지난 10년간 중국의 정치적 의사 결정은 시진핑이 지배해왔으나, 경제성장이 힘을 잃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총리 리커창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중국공산당 내부의 변화를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리커창 총리는 5월25일 “경제의 큰 흐름(大盤)을 안정시키기 위한 전국 연결 TV·전화 온라인 회의를 개최해서 ”3~4월 취업과 공업생산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어떤 면에서는 2020년 이래의 코로나19 확산 충격보다도 큰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경제의 흐름을 정상궤도로 돌려놓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이 온라인 회의에는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 한정(韓正)과 쑨춘란(孫春蘭), 후춘화(胡春華), 류허(劉鶴)등 4명의 부총리가 모두 참석했다. WSJ에 따르면 이 동영상 회의에는 전국에서 10만명의 중앙과 지방 관리들이 참석했으며, 이 회의에 대해 중국공산당 내의 간부당원들 가운데에는 ”60년 전인 1962년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에 마오쩌둥의 대약진 운동 경제정책의 실패로 개최됐던 7000인 대회를 연상시키며, 7000인 대회 이후 한동안 주석 자리가 마오쩌둥의 손을 떠나 류샤오치(劉少奇)에게 넘어간 일이 있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WSJ은 1962년 류샤오치가 개최한 7000인 대회는 결국 4년 후의 문화혁명으로 류샤오치가 지방 도시로 쫓겨나 폐렴으로 사망하는 비극으로 이어진 사실을 언급하면서 “만약 리커창의 이런 노력에도 중국경제가 실패로 귀결될 경우 리커창이 속죄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미디어나 국제정치 전문지들은 이처럼 올가을의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공산당 내에는 시진핑의 3연임에 불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하면서, 시진핑의 대항마로 리커창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도 5월 28일자 커버스토리에서 ‘이념과 경제번영(Ideology versus prosperity): 시진핑은 어떻게 중국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나'라는 시진핑의 3연임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분석기사를 게재했다. “시진핑이 주도해서 28개월 동안 강행되어온 제로방역의 결과 경제성장률이 과거의 5분의 1로 축소되면서 부동산 거래액도 47%나 줄어들었다”고 추산하면서 “올해 68세가 된 시진핑이 2027년까지 권력 유지를 추구하면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에서 1인 통치의 단점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시진핑의 러시아 외교를 지원하던 러위청(樂玉成) 외교부 부부장이 지난 14일 국가라디오TV총국의 부국장으로 전보되는 일이 벌어져 중국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 인도 대사와 카자흐스탄 대사를 지낸 올해 59세의 러위청은, 대미 외교 전문가인 양제츠(楊潔篪) 정치국원과 아시아통인 왕이(王毅) 외교부장에 이어 중국 외교계 3인자로 평가되다가 지난 2월 4일 푸틴의 베이징 방문과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과정을 주도한 후 외교부를 떠나 라디오TV총국의 국장도 아닌 부국장으로 좌천돼 베이징 외교가에 충격을 주었다. 러위청의 좌천은 시진핑-푸틴 정상회담에서 중·러관계를 “한계도 없고, 금지구역도 없는 관계”로 규정했으나 푸틴의 러시아 침공이 장기화 되면서 옌쉐퉁의 말처럼 중국 외교가 ‘전략적 궁지’에 빠지게 된 데 대한 문책일 가능성도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거기에 더해 지난 21일 시진핑 총서기 주재로 개최되고 관영매체에 보도된 정치국 집체 학습에 18명의 정치국 정위원 가운데 7명이나 결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0차 당 대회를 앞둔 중국공산당 내부에 대한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다. 부패 투쟁을 주제로 한 이 회의는 관영 중앙TV를 통해 회의 장면이 공개됐는데 홍콩과 대만에 널리 알려진 중국어 유튜버 장썬저(江森哲)가 회의 화면을 분석한 결과 이 회의에 국무원 부총리 쑨춘란, 상하이 당서기 리창(李强), 톈진(天津)시 당서기 리훙중(李鴻忠), 베이징시 당서기 차이치(蔡奇),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양제츠, 중앙군사위 부주석 쉬치량(許其亮), 장여우샤(張又俠) 등 모두 7명이 결석한 것으로 추정됐다. 관영 중앙TV도 이 정치국 집체학습 회의를 보도하면서 관례를 어기고 불참한 정치국원들의 이름을 전하지 않았다. 당 대회를 불과 3~4개월 앞두고 중국공산당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비정상적 시그널들이 과연 지난해 11월 6중전회 이래 대세로 자리잡아온 시진핑 3연임 결정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가 관전(觀戰)의 포인트다. [미니 박스] 중국공산당 전당대회 중국공산당은 5년마다 한 번씩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올해 10월 또는 11월에 개최 예정인 제20차 전당대회(전국대표대회)에는 모두 2300명의 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현재 중국 전역 38개 선거구에서 당대표 선거가 진행 중이다. 전국에서 선출된 당대표들은 베이징에 모여 300명 안팎의 중앙위원을 선출한다. 5년 임기인 중앙위원들은 자신들 가운데 30명 안팎으로 구성될 정치국, 10명 미만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당총서기 1명을 선출한다. 올해 당대회에서 결정해야 할 핵심 의제는 시진핑(習近平) 당총서기의 3연임 여부다. 시진핑은 2012년 11월 열린 제18차 당대회에서 당총서기로 선출됐고, 2017년 두 번째로 선출됐다. 2019년 말 현재 중국공산당원은 9191만여 명이다. 1억명에 가까운 중국공산당원과 14억의 중국인을 통치하는 당총서기 임기는 5년이고, 두 번씩 중임해온 것이 지난 40여 년간 중국공산당의 관례였다.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이래 1976년 9월까지 27년간은 마오쩌둥(毛澤東) 1인 지배 체제를 유지했다. 마오 사후에 권력은 프랑스 유학파 덩샤오핑(鄧小平)에게 넘어갔고, 덩은 1인 지배 체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68세 이후에는 새로운 권좌에 취임하지 못하게 하는 내부 규정을 마련해 이 규정에 따라 장쩌민(江澤民‧ 1989~2002), 후진타오(胡錦濤‧2002~2012) 두 명의 총서기가 두 번의 5년 임기를 마치고 권좌에서 내려왔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 호서대 초빙교수 2022-06-23 06:00:00
- [박승준의 지피지기] IPEF와 vs 일대일로 ··· 날선 미·중 틈새 둔감한 尹정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23일 첫 정상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참가국은 한국, 미국, 인도,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 13개국이다. 대부분은 전통적인 미국의 친구들이고, 인도는 전통적으로 중국에 늘 부담스러운 이웃이다. 베트남은 중국이 보기에 우리와 비슷한 성격의 껄끄러운 주변국이다. 중국으로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의 국가들이다. [출처=연합뉴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IPEF 출범 전날인 22일 파키스탄 외교장관과 회담하는 자리를 빌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갖가지 말을 동원해 비난을 퍼부었다. “미국의 소위 인도태평양 전략의 마각(馬脚)은 이미 노출됐다. … 사마소(司馬昭)의 마음을 누가 모르겠는가. 길 가는 사람들도 다 안다. … 미국이 조작(炮制)해낸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것은 자유와 개방의 깃발을 달고 있지만, ‘작은 무리(小圈子)’를 만들어 중국의 주변환경을 개조해서 중국의 주변환경을 바꾸어놓고 중국을 포위(圍堵)하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미국 패권의 말 끄는 졸개(馬前卒)들로 만들어 놓았다. 소위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것의 본질은 분열의 전략이요, 대항을 선동하는 전략이며, 평화를 파괴하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포장을 어떻게 하고, 말에 어떤 갑옷을 입히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왕이가 말한 ‘사마소의 마음’이란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曹操)의 손자가 황제로 있을 때 조조의 신하 사마의(司馬懿)의 아들 사마소가 황제의 자리를 넘보던 생각이 온 세상에 알려졌다는 이야기다. 사마소는 결국 황제를 시해하고 사마소의 아들이 황제 자리에 오른 이야기다. 결국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IPEF를 만든 미국의 뜻은 중국을 망가뜨리고 이 지역의 패권을 차지하는 데 있다는 뜻이다. 사마소는 중국 사람들 사이에 뻔한 야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닌 척하던 뻔뻔한 인물의 대명사로 통한다. 왕원빈(王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3일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 나와 “미국은 당연히 자유무역 원칙에 따라 일을 해나가야 하며, 별도의 부뚜막(爐灶)을 만들어 현행의 지역협력 프레임에 충격을 주고, 지역 일체화의 차를 후진시켜서는 안된다”라고 논평했다. 왕원빈 대변인은 “미국은 경제문제를 정치화, 무기화, 이데올로기화 해서는 안되며, 경제를 수단으로 지역 국가들을 협박해서 중미간의 선발대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논평했다. 이처럼 날카로워진 중국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비해 우리 당국자들의 논평은 한가롭기만 하다. 박진 외교부장관은 지난 22일 KBS 9시 뉴스에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과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IPEF를 통해 한·미가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한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볼 때 이것은 중국 견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금 새롭게 펼쳐지는 인도 태평양의 질서하에서 어떻게 하면 미래 성장을 담보하고, 먹거리를 찾을 것인가 이러한 원천적인 고민이 그 지역에 있는 나라들로 하여금 이런 협의체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박 장관은 앵커가 “외교당국 입장에서는 좀 전략적으로 모호하게 말씀 하셔야 할 필요성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어떤 관계에서 우려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요”라고 묻자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답변을 한다. “제가 보기에는 그건 너무 한 면만 보는 것 같고요. 우리 한국도 중국과 지금 다층적으로 경제, 통상, 그리고 무역 투자 서비스 이런 면에서 많은 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한·중 FTA를 체결해서 후속 협상을 하고 있고, 또 동아시아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의 같은 멤버고요. 그리고 지금 IPEF에 속한 13개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들이 전부 중국과 어떤 형태로든 경제무역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을 제외해놓고 인도 태평양 지역에 경제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참으로 기발한 구상을 내놓는다. “또 중국이 그러한 규범과 질서에 같이 참여해서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IPEF에 중국이 참여하도록 우리가 설득하겠다는 엄청난 약속을 공영방송에 나가 국민들에게 한 것이다. 국제사회에 잘 알려진 것처럼, 이번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방문을 통해 성사시킨 IPEF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3년 국가주석 취임 직후부터 강력히 추진해온 ‘일대일로(一帶一路 · One Belt, One Road)’ 전략에 대한 태평양 쪽 대응전략이다. 과거 항저우(杭州)에서 로마까지 연결되던 비단 수출길 실크로드 연변의 국가들과 인도 남쪽을 돌아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던 해양 실크로드 연안의 모두 49개국을 연결하는 수출입을 바탕으로 한 인프라 건설 지원 프로젝트이다. 이 일대일로 전략이 국제정치적으로 미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지정학적 전략이었다는 점에서 우리 박근혜, 문재인 정부는 참여를 하지 않고 있었다.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서유럽 이탈리아까지 참여한 이 일대일로에 한국과 북한, 일본은 참여하지 않았으며, 중국 외교관들은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는 남북한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외로운 두 개의 섬(Two Lonely Island)’으로 고립될 것”이라는 언급을 해왔다. 우리로서는 이번에 미국이 주도하는 IPEF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적어도 국제사회애서 고립된 섬이 되는 처지에서는 벗어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출처=연합뉴스] 그러나 두 진영 간의 치열한 대통령 선거전을 치른 뒤 출범한 지 불과 보름도 안된 윤석열 정부로서는 아직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 주도의 IPEF에 대한 직무파악이 덜 되어있는 듯 보인다. IPEF는 지난해 10월 27일 화상으로 개최된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처음 언급했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2월 14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방문해서 국립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4918단어로 된 긴 연설문을 통해 상세한 전략구상을 설명했다. 당시 블링컨 국무장관은 IPEF의 기본 성격을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자유롭고 개방적인(free and open) 인도태평양 지역을 건설한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블링컨은 ‘자유롭고’라는 개념에 바이든 대통령과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합의한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가 바탕이 돼있음을 설명했다. 블링컨은 다음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 보다 강력한 연결망(stronger connection)을 건설할 계획임을 밝혔다. 블링컨은 이 강력한 연결망에 들어갈 국가로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태국”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들 5개국은 미국이 전통적인 아시아의 ‘전통적인 다섯 친구들(five old friend)’이라는 표현을 써오던 국가들이다. 블링컨은 이어서 ‘보다 폭넓은 번영(broad based prosperity)를 추구하며, 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회복력이 강한 인도태평양 지역을 조성한다는 내용도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언급한 두 나라 사이의 경쟁”이라는 표현을 함으로써 IPEF의 추진이 중국 견제가 주목적임을 설명했다. 중국에서 흑연 원료를 수입해서 한국과 대만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한 기업인은 24일 필자에게 IPEF의 발족으로 중국이 한국에 대해 무역제재를 가할 경우 중국에서 수입하던 원료를 수입하지 못하게 되거나 비싼 가격으로 수입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제 발족한 지 보름도 안된 정부에게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는 IPEF 참여와 같은 커다란 결정을 할 때 보다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내용을 파악하는 자세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IPEF 참여와 관련 23일 CNN과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 “중국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It is not unreasonable to think too sensitivity)”는 언급을 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표현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면 왕이는 틀림없이 “윤 대통령의 표현이 ‘unreasonable’하다”는 반응을 보였을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의 제1의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심정을 보다 고려하는 우리 정부의 표현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판단된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 호서대 초빙교수 2022-05-26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