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 소장
carmine.draco@gmail.com
-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 ESG연구소 소장 겸 (사)ESG코리아 철학대표
- 前 경향신문 사회책임 전문기자
- [안치용의 비욘드 ESG] 빙하에서 부활한 '아이스맨' …21세기 인류에 대한 경고 지난 2월 17일 국내 언론은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을 인용해 알프스에서 죽은 채 발견된 누군가의 정체를 알리는 보도를 일제히 내보냈다. 이 누군가는 지난해 9월 알프스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으며 확인 결과 1974년 12월 그곳에서 실종된 32세 영국 국적 탐험가로 밝혀졌다. 1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당시 스위스 발레주(州) 그랑콩뱅에서 실종 신고된 이 영국인과 2022년 발견된 시신은 동일인이다. 발레주 경찰은 “해당 시신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실종자 명단을 확인하였고 영국 경찰과 협력해 DNA 분석을 마쳤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알프스에서 시신이 자주 발견된다. 지난해 7월 스위스 마터호른봉 북서쪽 슈토키 빙하에서 발견된 시신은 1990년 실종 신고된 27세 독일 산악인으로 밝혀졌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융프라우 인근 알레치 빙하에서 1968년 추락한 경비행기 일부가 형체를 드러냈다. 2017년엔 1942년 초원에서 소젖을 짜고 돌아오다 행방이 묘연해진 스위스 부부가 빙하에서 미라 상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러한 잇단 시신 발견은 유족에겐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지만 인류 전체로는 꼭 반길 일이 아니라는 데에서 마음이 착잡해진다. 지구온난화로 알프스 빙하와 얼음이 녹으면서 그 속에 갇혀 있던 시신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어서 더 많은 시신의 발견은 더 심각한 경고를 뜻한다. 알프스의 얼음이 녹으며 발견된 시신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외치(Ötzi)다. ◆아이스맨의 부활=1991년 9월 19일 독일인 헬무트·에리카 지몬 부부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국경을 따라 흐르는 외츠탈 알프스 산맥을 등반하다가 피나일봉 근처 해발 3210m 지점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얼음에 묻힌 채 상반신을 드러낸 시신을 보고 지몬 부부는 조난된 등산객이거나 제1차 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낙오된 병사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시신이 요즘만큼 자주는 아니어도 더러 이 지역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역 경찰과 인근 산장 관리인 등이 전동 드릴과 도끼를 이용하여 시신을 꺼내려 했지만 날씨가 나빠 포기하고 철수하였다. 산악인으로 구성된 전문 발굴팀이 와서야 시체를 얼음에서 꺼낼 수 있었다. 냉동 상태인 시신을 빙하 밖으로 온전히 꺼내면서 함께 발굴한 그의 소지품을 보고 발굴팀이 깜짝 놀란다. 가공되지 않은 동물 가죽으로 만든 옷과 구리 도끼 등 고대인 것으로 보이는 물건이 잇달아 나왔다. 팀은 시신과 유류품을 발굴 현장에서 가까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으로 보냈다. 이 대학 고고학자들은 유류품을 분석하여 이 물건들의 주인이 약 4000년 전 청동기 시대 사람일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후 시신의 피부에서 추출한 세포와 소지품을 대상으로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한 결과 최초 추정보다 1000년 이상 올라가는 5300년 전 사람인 것으로 밝혀져 유럽 고고학계와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발견된 곳 지명을 따라 외치(Ötzi)로 명명된 이 고대인 시신은 유럽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미라다. 발굴 당시 시신과 유류품은 두 바위 더미 사이 도랑 같은 곳에 있었다. 그 위로 눈이 쌓이고 세월이 흐르며 빙하가 자리하면서 시신과 사망할 때 소지품이 5000년 넘도록 온전하게 보존되었다. 시신은 빙하의 무게에 눌려 두개골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납작한 모습이었고, 왼쪽 엉덩이와 허벅지 살이 야생동물에게 뜯어 먹혀 없어진 상태였다. ◆외치는 어떻게 죽었을까=외치의 키는 160㎝에 몸무게 50㎏ 내외, 혈액형 O형인 남성으로 사망 때 나이는 45세였다. 마지막 식사로 밀과 고사리, 염소와 붉은 사슴 고기를 먹었으며 사망 원인은 여러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등에 박힌 화살촉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추정됐다. 분석 결과 외치는 죽기 며칠 전부터 누군가와 격투를 벌였고, 운명(殞命)의 날에 등 뒤에서 쏜 화살에 치명상을 입고 쓰러졌다. 두개골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유럽인의 조상’ 발견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사이에 외치 소유권을 두고 분쟁을 일으켰다. 안정적이지 않은 빙하 지대라 국경선이 모호했는데, 항공사진으로 판독한 결과 시신 발굴 지점이 이탈리아 영토 92.56m 안쪽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따라 외치는 1998년부터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가 아닌 이탈리아 볼차노의 ‘사우스 티롤 고고학 박물관’에서 귀빈 대우를 받으며 전시되고 있다. 처음에 ‘유럽인의 조상’일 것이란 추측을 낳았지만 ‘아이스맨’으로 불리는 외치가 유럽인의 조상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DNA를 분석한 결과 ‘아이스맨’ 후손이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아이스맨’ 외치가 자손 대신 저주를 남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외치를 발견한 헬무트 지몬이 시간이 흘러 2004년에 알프스 등반 중에 조난을 당해 숨진 것을 비롯해 외치의 발굴과 연구에 관련된 여러 명이 숨졌기 때문이다. ‘아이스맨의 저주’는 당연히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꾸며낸 허황한 이야기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아주 틀린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아이스맨’ 외치가 발견된 것 자체가 일종의 저주다. 빙하(氷河) 속에 묻혀 있던 5000년 전 시신이 발견된 까닭은 빙하가 녹았기 때문이고, 빙하가 녹은 건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인류 전체로는 지구온난화에 이은 기후 위기만 한 심각한 ‘저주’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고 하여 틀린 말이 아니다. ◆5000년 전 사람이 현재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던 이유=아닌 게 아니라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빙하(氷河)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여름철 기온 상승과 마른 겨울이 겹치면서 고지대 만년설(萬年雪)이 계속 줄고 빙하까지 급격하게 손실되고 있다. 외치 사례에서 보았듯 유럽에서는 이 문제가 국가 간 국경선 다툼으로까지 이어진다. 스위스 빙하감시센터와 브뤼셀 자유대학교에 따르면 스위스 알프스 지역 최대 빙하인 모테라치 빙하는 경계선이 하루 5㎝씩 줄어들면서 2022년에는 6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크기가 줄었다. 두께가 수년 새 200m 얇아졌고, 빙하 끝부분에 해당하는 빙하설(氷河舌)은 3㎞ 짧아졌다. 서유럽에서 해발 고도가 가장 높아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몽블랑(Mont Blanc)의 해발 고도가 달라지고 있는 현상 또한 기후변화의 상징적 풍경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자리 잡은 몽블랑의 해발 고도는 2021년 9월 기준으로 4807.8m다. 2017년 조사(4808.72m)와 비교해 4년 사이에 92㎝ 줄어들었다. 2007년 4810.9m를 기록한 이후 몽블랑 높이가 계속 낮아져 14년 사이 3m 이상 키가 쪼그라들었다. 몽블랑 꼭대기 만년설이 감소한 것이 전체 신장 감소 원인이란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더 큰 문제는 몽블랑 하면 떠올리는 정상의 만년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 스위스 빙하감시센터에 따르면 2022년 폭염으로 알프스 만년설이 유지되는 ‘빙점 고도(기온이 0도로 떨어지는 높이)'는 역사상 가장 높은 해발 5184m까지 올라갔다. 빙하감시센터는 “예년에 3000~3500m였는데 2000m 가까이 올라갔다”며 “이 빙점고도는 몽블랑 정상(4809m)보다 더 높다”고 설명했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몽블랑 정상의 만년설이 녹아 없어질 심각한 위협에 맞닥뜨렸다는 뜻이다. ◆알프스 빙하의 소멸?=빙하가 이렇게 빠르게 녹고 있는 것은 여름이 더욱 더워졌을 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해마다 ‘마른 겨울’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빙하 위에 쌓인 눈은 여름 햇볕을 반사해 빙하를 보호하고, 또 일부가 자연스럽게 녹았다 다시 얼어붙는 과정을 통해 빙하를 더 두껍게 만든다. 하지만 알프스 지역 겨울 적설량이 눈에 띄게 줄면서 여름에 빙하가 햇볕에 직접 노출된 면적이 늘고 빙하가 얼음으로 다시 보충되지도 않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이런 속도라면 2100년쯤에 알프스 빙하의 80%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위스 정부는 “20세기 들어 알프스의 빙하 중 약 500개가 사라졌으며 나머지 4000여 개 빙하도 2100년까지 90%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제네바대학 연구팀이 위성사진을 분석해본 결과 알프스에서 겨울철에 눈에 덮여 있지 않은 면적이 지난 22년간 5200㎢ 늘어났다. 서울시 면적(약 605㎢)의 9배에 육박하는 넓이다. 지난 70여 년간 알프스 지역 온도 상승 폭은 1.8도다. 비슷한 기간에 지구 전체로 약 0.5도 오른 것과 비교해 우려스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프스 빙하의 손실을 막기 위해 커다란 천을 덮어 빙하를 보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근본적인 빙하 보호 대책이 아님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빙하를 지키겠다는 절박함이 잘 전해진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가 알프스산맥에 국한하지 않은 전 지구에 걸친 심각한 위협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현재의 문명을 책임지는 인류는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빚’을 내기 시작했다고. 탄소 빚이다. 흔히 근대인이라고 불리고 현대인이라고 해도 무방한 현 인류는 산업화 이후 독특한 발전의 길을 열었는데 그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발전이라는 것이 빚을 내서 흥청망청 살았던 것임을 깨닫고 있다. 인류 문명 전체로 보면 짧디짧은 200~300년 전에 빚을 내기 시작했지만 빚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빚이 빚을 낳고 점점 원금은커녕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사태로 내몰리고 있다. 미안한 규정이긴 하나 ‘아이스맨’ 외치가 어쩐지 빚을 받으러 온 사채꾼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저주가 맞는 셈이다. 다만 후손이 걱정돼 파산하기 전에 미리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러 왔다면, 그래서 우리가 파산을 모면할 수 있다면 저주라기보다는 그 반대일 수도 있겠다. 안치용 필자 주요 이력 △ESG연구소 소장 겸 (사)ESG코리아 철학대표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사회책임 전문기자 2023-04-19 06:00:00
- [안치용의 비욘드 ESG] 늙어가는 한국숲 …평균 수령 낮추자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토 면적 대비 산림률은 64.5%로 OECD 국가 중 핀란드(73.7%), 스웨덴(68.7%), 일본(68.4%)에 이어 4번째로 높다.[1] 조선 후기부터 진행된 산림 황폐화와 6ㆍ25 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된 숲을, 광복 이후 시행한 산림녹화사업으로 약 146억 그루[2] 나무를 심어 되살린 결과이다. 특히 제1차 치산녹화 계획(1973~1978년)과 제2차 치산녹화 계획(1979~1988년) 기간에만 215.5만ha[3]의 국토를 녹색으로 물들였다. 우리 숲이 가진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나무 나이의 편중을 초래하게 된다. 국내 산림면적은 2020년 기준 630만ha이며, 이중 4영급 이상 산림면적은 487만ha로 죽림과 무입목지(無立木地, 수관면적이 20% 이하인 임지)를 제외한 전체 산림면적의 81.1%에 달한다.[4] 영급(齡級)은 몇 개 임령(林齡)을 묶어서 한 개 연령단위로 표시한 개념이다. 영급은 산림업 편의를 위해 정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임령 1~10년까지를 1영급, 즉 10년을 한 영급으로 취급한다. 사람의 10대, 20대와 비슷하나 10년 아래이다. 한국 나무의 80% 이상이 사람으로 치면 30대 이상이란 얘기로 20대와 청소년 아동이 태부족한 실정이다. [1] 유엔식량농업기구. (2020). 세계 산림 현황 [2] 국립산림과학원. (2022). 광복 이후 산림자원의 변화와 산림정책. 국립산림과학원. p. 8. [3] 김병섭. (2009). 한국의 치산녹화 성공사례 분석. 한국행정학회. p. 26, 28. [4] 산림임업통계플랫폼. (2020). 산림기본통계 관리기관별 영급별 면적 및 축적 이에 따라 산림청은 2050년까지 ‘30억 그루 나무 심기’를 목표로 벌기령을 하향하여 벌기령에 도달한 산림을 보다 적극적으로 벌채하고 탄소흡수 능력이 우수한 수종을 도입하여 산림의 평균 연령을 낮춘다는 계획을 2021년에 발표하였다.[1] 그러나 벌채에 이용할 수 있는 나무의 연령을 뜻하는 벌기령을 낮춤에 따라 대규모 벌목이 시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고, 환경단체로부터 산림의 다양한 가치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산림청은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여 30억 그루를 심겠다는 기존 목표를 철회하고 ‘산림의 순환경영과 보전‧복원’으로 목표를 수정하였다.[2] 개체의 관점 나무는 특정 나이가 지나가면 성장 속도가 느려져 이전보다 탄소 흡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나이는 종, 위치, 환경 조건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유럽에서 진행한 공동연구는 2005년 이후 유럽대륙 숲이 흡수하는 탄소량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가 나무의 노화라는 결론을 내렸다.[3] 약간 결이 다른 연구도 있다. 성장이 끝난 나무는 성장 중인 나무와 비교하여 더 많은 나뭇가지와 뿌리를 갖고 있어 나무와 토양에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2014년 네이처에 발표한 한 연구는 나무의 크기가 커질수록 탄소 축적률이 증가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4] 국내 주요 수종을 대상으로 나무 한 그루 당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수종마다 나이에 따른 흡수량 추이의 차이가 존재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 편백 등은 수령 25~35년까지 흡수량이 증가한 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상수리나무와 신갈나무 등은 조사범위 내에서 나이가 들수록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1] 산림청. (2021.1).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 [2] 산림청. (2021.12). 민관협의로 수정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 [3] Gert-Jan Nabuurs 외 4명. (2013.8). “First signs of carbon sink saturation in European forest biomass”. Nature Climate Change [4] A. J. Das 외 37명. (2014.1). “Rate of tree carbon accumulation increases continuously with tree size”. Nature 숲의 관점이 더 중요 나무 각각이 아닌 숲의 탄소 흡수능력을 판단해야 하므로, 숲의 단위 면적당 탄소흡수량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1] 2009년 기준 임분수확표 자료를 활용하여 임령별 ha(100m * 100m)당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담은 국립산림과학원 자료를 살펴보면 소나무 잣나무 등 8종 나무 모두에서 임령 20~25년 사이 수종이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표는 평균 나이가 30~50살인 우리나라 숲이 점차 나이가 들면 생장이 둔화하여 탄소감축기능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점 또한 시사한다.[2] [1] 김성환. (2021.5.21). “[반론] '나무를 베면 안된다'는 함정을 넘어”. [2] 국립산림과학원. (2019.7.1). 산림정책이슈 제 129호. p. 12. 실제 우리나라 산림이 저장하고 있는 탄소 양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매년 흡수하는 탄소의 양은 2008년 최고치인 6150만 톤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산림의 탄소흡수량이 감소한다는 것은 탄소저장량의 증가폭 또한 점차 둔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재수확이나 산불과 병해충 피해로 배출량이 많아지면 산림의 탄소흡수량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1] [1] 국립산림과학원. (2022.4). 산림과학속보 22-07. p. 8, 10. 이러한 경향은 해외 연구에서도 확인된다.[1] 일부 다습한 기후의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 천연갱신(Natural Regeneration, 자연의 힘으로 후계림을 조성하는 것)을 제외하면, 천연갱신, 혼농임업(Agroforestry, 농업과 임업을 겸하는 복합영농의 한 형태), 맹그로브에서 생장 초기 20년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지상부 바이오매스(줄기, 가지, 잎)와 지하부 바이오매스(뿌리) 모두에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그 차이는 혼농임업에서 두드러지는데, 산림순환경영의 활성화로 임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우리나라가 주목할 만할 대목이다. [1] Blanca Bernal 외 2명. (2018.11). “Global carbon dioxide removal rates from forest landscape restoration activities” 2017년 기준 50살 이상 나무가 전체 인공림 면적의 과반인 일본은, 숲의 울창한 정도를 나타내는 임목축적[1]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에서 2005년 이후 온실가스 흡수량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나이든 숲은 가득 찬 탄소탱크 2021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진행된 연구는 오래된 숲은 생물다양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장기적 기후 완화 측면에선 효과적인 도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덴마크 소뢰 근처 수세루프 숲의 탄소 흡수자료는 300살 이내의 고령 나무들이 포진한 이 숲에서 1992년, 2002년, 2012년 측정에서 유의미한 탄소 흡수가 확인되지 않았다.[2]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포화상태에 이르지만, 숲을 순환하여 탄소 포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매년 숲으로부터 지속가능한 목재, 섬유 혹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우리보다 앞서 숲의 탄소 포화 문제를 겪은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는 생산성이 낮고 산불 지진 등의 훼손 가능성이 높은 숲에서 자원을 수확하고, 훼손 가능성이 적고 높은 탄소 밀도를 가진 오래된 숲은 탄소 재고를 보존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3] 목재수확을 통한 순환이 시급 나무에 저장된 탄소는 목재를 수확한 이후에도 제품에 저장이 된다.[4] IPCC는 제재목은 35년, 합판과 보드류는 25년, 종이는 2년의 탄소저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양의 소재를 생산할 때 목재에 비해 콘크리트는 7배, 철은 260배, 알루미늄은 800배의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5] 자국 목재를 소비한다면 목재 운송과정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산림청이 19개 목재 제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도 목재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목재 이용량 중 국산은 17.1%에 그친다. 국내 총임목축적 대비 벌채량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벌채율이 집계된 OECD 29개 회원국 중 27위에 해당한다.[6]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정책연구과 김영환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저조한 목재 자급률과 벌채량의 원인은 국산목재의 경제성 부족에 있다”며 “임업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임도’라고 하는 산림의 도로가 국내에 굉장히 적다 보니, 숲에 접근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 목재 수확비용이 높아지고 대량으로 수입되는 값싼 수입목재와 경쟁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림->숲가꾸기->수확->재조림’으로 순환하는 목재수확 과정은 교토의정서 3.4조에서 규정한 산림경영의 경제적 활동의 하나로, 산림을 유지하면서 탄소흡수원으로서 역할을 극대화하려면 필수적이다. 수확한 목재를 목조주택이나 목재가구와 같이 탄소저장기간이 길고 부가가치가 높은 용도로 우선 이용하고, 목재수확이나 제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산림바이오에너지 원료로 활용함으로써 나무가 ‘탄소 통조림’의 역할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7] 해외 정책과 우리 여러 국가가 재정 인센티브와 공적 프로그램으로 자국 목재 이용을 촉진하고 새로운 숲 조성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2030 EU 신산림 전략’은 긴 수명의 목재제품 이용 확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산림 바이오 경제를 촉진한다. 온실가스 배출원이던 건설 부문을 탄소흡수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목재 이용을 제한한 건설 규정 개선을 논의하고, 목조건축물 보급 확대를 통하여 건축 부문 목재제품의 수요를 증진할 계획이다. 또한 원시림·노령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한편 2030년까지 최소 30억 그루 나무를 심는 로드맵을 제시하였다.[8] 미국 산림청은 개인 소유권은 인정하면서 개발권을 정부에서 구매하는 산림유산프로그램(Forest Legacy Program)이나 사유림 소유주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산림을 관리할 수 있도록 목재 생산을 포함한 산림경영 전 과정에 대한 교육 및 기술,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산림관리프로그램(Forest Stewardship Program) 등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9]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는 이미 2009년부터 탄소 중립 핵심과제로 자국 목재 이용을 설정하여 촉진 제도를 마련해왔다. 일본 또한 공공건축물의 목재 사용을 의무화하여 목재 자급률을 2000년(18.9%) 대비 2021년(41.8%) 두배 이상으로 높였다.[10] 산림청은 국산 목재 활용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고 목재 자급률을 2027년 25%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11] 원활한 자급을 위해 공공건축물에 국산 목재 활용을 촉진하고 목재 친화도시와 어린이 이용 시설 목조화 사업 등 목재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며, 이를 통해 현재 0.6㎥인 1인당 연간 목재 사용량이 2030년 1.2㎥, 2050년 2㎥까지 확대될 것이란 기대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산림 부국’이지만, 아직 ‘산림 선진국’은 아니다. 생태적이고 문화적인 가치가 높은 오래된 숲은 탄소 흡수량과 무관하게 잘 보전해야 하지만 젊은 숲부터 나이든 숲까지 조화롭게 자라게 하면서 목재 자원 확보와 탄소 저장 능력 제고를 동시에 달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률적 기준을 적용한 남벌과 가치를 따지지 않는 맹목적 보전을 모두 경계하면서 탄소 탱크이자 생태 보고로서 숲의 기능을 높여야 한다. [1] 김건교. (2021.10.3). “숲의 울창한 정도, 임목축적 5년 전 대비 13% 증가”. TJB NEWS. Retrieved from [2] Gundersen & others (2021). "Old-growth forest carbon sinks overestimated". Nature , vol. 591 , no. 7851 , pp. E21-E23. [3] Gert-Jan Nabuurs 외 4명. (2013.8). “First signs of carbon sink saturation in European forest biomass”. Nature Climate Change [4] 국립산림과학원. (2022.4). 산림과학속보 22-07. p. 16. [5] 국립산림과학원. (2012). 목재를 이용한 주거환경이 지구환경 및 인간의 신체발달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 [6]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2019). 산림자원지표 [7] 국립산림과학원. (2022.4). 산림과학속보 22-07. p. 19. [8] 국립산림과학원. (2021.10.15). 국제산림정책토픽 제109호. p. 4. [9] 산림청. (2019.7). 미국의 사유림경영 인센티브 시스템 연구. p. 33. [10] 조한필. (2022.7.8). “[산림 선진국의 길] 우리 산 우리 나무로 지은 집 많아질수록…탄소중립도 성큼”. 매일경제. [11] 양승민. (2022.7.26) “남성현 산림청장과의 대담 정리”. 전자신문. (이 칼럼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김현찬·김민경 대학생기자(지속가능바람),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이 공동으로 작성했습니다.) 안치용 필자 주요 이력 △ESG연구소 소장 겸 (사)ESG코리아 철학대표 △아주대 융합ESG학과(석사과정)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사회책임 전문기자 2023-04-05 06:00:00
- [안치용의 비욘드 ESG] 헉슬리가 '포드 기원'을 완전히 철회하려면 [안치용 교수] 자동차 역사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T→S’로 요약할 수 있다. ‘T’는 ‘모델T’를 말한다. ‘모델T’는 1908년 포드사에서 내어놓은 자동차 모델로 21세기 들어 테슬라의 ‘모델 S’가 나오기 전까지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차종으로 평가받는다. ◆모델T=‘모델T’는 1908년에 첫선을 보인 후 1927년까지 생산된 최초의 대량생산 자동차다. 대량생산은 대량소비를 전제하기에 포드사는 보통 사람이 크게 무리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다. ‘모델T’가 미국에 자동차 시대를 여는 장면이다. 그전까지 자동차는 부유층이 누리는 사치품이었다. 세계 최초 ‘국민차’로도 평가받는 포드사 ‘모델T’가 연 것은 대량소비 자동차라는 특정한 생활문화에 그치지 않았다. ‘모델T’로 상징되는 이동문화 혁신은 나아가 인간 삶 전반의 변화를 견인하며 석유문명 도래를 확정하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만들어낸다. 그 시절 ‘모델T’ 별명은 ‘틴 리지(Tin Lizzie·깡통 리지)’였다. 별명 유래가 재미있다. 1922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자동차 경주에 노엘 불록이란 사람이 ‘모델T’를 타고 출전하면서 자기 차를 “늙은(또는 낡은?) 리즈(Old Liz)”라고 불렀다. 이름대로 이 차는 엔진부를 덮는 후드가 없었고 페인트칠이 모두 벗겨진 상태였다. 놀랍게도 이 고물 자동차가 경주에서 1위에 올랐다. 다른 차들이 자잘한 기계 고장으로 경주 중에 잠깐씩 퍼졌지만 ‘리즈’는 사소한 고장 하나 없었다. 주행 속도가 나쁘지 않은 편이어서 그 사실만으로 시간 지체 없이 완주하여 손쉽게 우승하였다. 뻔쩍뻔쩍하는 다른 차들을 제치고 깡통 고물차가 1위에 올랐으니 엄청난 화제가 됐다. 당시 미국 언론은 ‘리즈’의 우승을 대서특필했다. ‘깡통 리즈’는 깡통과 우승이라는 선명한 대비 속에 미국 국민에게 ‘모델T’ 성능을 각인한다. ‘깡통’이란 수식어가 높은 가성비 외에 역설적으로 품질과 신뢰까지 미국 소비자 가슴에 심어주는 데 크게 기여한 셈이다. ◆포디즘=자동차 왕으로 불리는 포드사 창업주 헨리 포드는 “차 가격을 1달러 내릴 때마다 새로운 고객 1000명 더 생긴다”는 말을 남겼다. 1000명이든 몇 명이든 의미 있는 수준으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려면 차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쉬운 일이 아니다. 말 그대로 ‘패러다임 시프트’가 가능해야 한다. 포드는 혁신적인 컨베이어 벨트 조립 방식의 도입으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제조원가를 떨어뜨렸다. 1913년 말에 컨베이어 벨트 조립 방식이 들어오면서 자동차 섀시 조립시간이 대당 12시간 30분에서 2시간 40분으로 줄어들었다. 차값이 대당 2000달러를 넘어서는 시대에 이미 파격적으로 3분의 1가량인 850달러로 판매를 시작한 ‘모델T’는 이에 따라 300달러 이하로까지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된다. 컨베이어 벨트 조립 라인을 핵심으로 한 자동화·규격화·단일화한 생산체계를 흔히 포디즘이라고 부른다. 이 포디즘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대를 연 일등 공신이다. 포디즘은 하나의 생산체계를 넘어서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이념으로 자리 잡는다. 포디즘은 소득과 소비를 모두 늘리는 데 주춧돌이 돼 미국이 주도한 20세기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명실상부한 산파가 된다. 소비수준을 높이고 물질의 풍요를 주는 현대사회를 조금 과장하면 포디즘이 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포디즘과 함께 환경 파괴와 자연 약탈, 그리고 석유·석탄의 화석연료가 주도하는 문명이 개화했다는 것.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짙다고, 지구온난화라는 인류 공통 위기를 불러온 데에 포디즘과 ‘모델T’가 상징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에 이제 큰 이견이 없다. ◆모델S=‘모델S’는 테슬라가 2012년에 출시한 전기자동차다. 간단히 말해 인류가 만든 전기자동차 중에서 성능 면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와 경쟁이 가능한 최초 모델이다. ‘모델T’와 ‘모델S’는 둘 다 최초 발명품이 아니라 시장에서 처음으로 변화와 반응을 끌어낸 차종이란 공통점을 갖는다. ‘모델S’는 시제품 수준에 머물지 않고 시장에서 의미 있는 판매 대수를 기록했다. 평가가 좋았다. 출시 이듬해인 2013년에 ‘세계 올해의 차’ 친환경 부문에 선정됐다. 2019년 미국 자동차 잡지 모터트렌드는 잡지 역사 70년(1949~2019년)래 최고 자동차로 ‘모델S’를 뽑았다. ◆전기자동차=전기자동차(Electric vehicle·EV)는 전기에너지를 동력원(動力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다. 플러그를 꽂아 놓고 전깃줄을 늘려가며 주행할 수가 없기에 전기자동차는 전기에너지를 충전해서 사용한다. 따라서 전기자동차에서 축전지, 즉 배터리의 성능이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배터리를 '새로운 석유'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배터리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옛날 기준으로 산유국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이른 시점에 개발됐다는 사실. 1828년 헝가리 사제 아니오스 예들리크가 소형 전기차 모형을 만들고, 1834년 스코틀랜드 발명가 로버트 앤더슨이 사람이 탈 수 있는 일회용 전기차를 만든 게 전기자동차 최초 기록이다. 당시에 충전 기술이 없었기에 실제로 탈 수 있는 전기차는 납축전지가 발명된 1859년 이후에 만들어지게 된다. 프랑스 발명가 귀스타브 트루베가 1881년에 최초로 자동차로 평가받을 만한 충전식 전기자동차를 선보였다. 속도 면에서도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먼저 시속 100㎞ 속도를 돌파했다. ◆나중 된 자 먼저 되고=내연기관보다 먼저 자동차 역사에 등장한 전기자동차는 주지하듯 기술적 한계와 편의성 등 여러 요인으로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이동 수단에 밀려나 오랫동안 역사에서 사라졌다. 영화 '자이언트'에서 극적으로 표현했듯 미국 텍사스주에서 석유가 나오는 등 미국과 세계 전역에서 유전이 발견되면서 또 차량이 말을 대체한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과 맞물려 내연기관을 탑재한 자동차가 보편적 이동 수단으로 입지를 확고히 한다. 전장의 탱크는 석유를 가공한 연료가 제때 공급되기만 하면 언제든 작전에 투입될 수 있지만 전기를 충전해 기동하는 탱크를 20세기에 상상하기는 힘들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전기자동차가 무대로 복귀한 시점은 내연기관 차량이 심각한 수준의 환경문제를 일으켜 걱정의 대상이 된 1990년대 들어서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전기자동차라고 부를 만한 자동차는 21세기 들어 제대로 개발되기 시작한다. ◆자동차의 새로운 정의=‘모델S’는 전기자동차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면서 자동차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한다. 이동 수단이라는 점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와 동일하지만 현대 문명에서 자동차의 의미를 완전히 뒤바꾸었다는 점에서 ‘모델T’와 마찬가지로 ‘패러다임 시프트’를 만들어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100년에 걸쳐 축적한 성능을 전기자동차가 10년 만에 따라잡은 데에는 반도체 등 21세기 첨단 기술이 한몫했지만 ‘패러다임 시프트’로 표현했듯 절실한 시대의 요구 또한 반영됐다. 예컨대 노르웨이가 2025년까지, 중국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전면 중단할 계획이다. 이 밖에 세계 많은 국가가 이르면 몇 년 이내에 혹은 수십 년 이내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도로에서 퇴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실제 계획대로 그 시점에 내연기관 자동차가 사라질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내연기관 자동차가 언젠가는 도로 위에서 완전히 없어진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예상보다 빨리 없어질 수도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사람과 화물을 효율적으로 이동하고 운송해야 하지만 단지 그 일만 해서는 안 되고 그 일을 하면서 더는 지구에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한다. ◆전기차 전환 이후엔?=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21년 12월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디젤 차량을 앞질렀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엄격한 내연기관 자동차 규제로 신차 판매 중 20% 이상을 전기차가 차지했다. 이 수치가 앞으로 계속 높아질 텐데 그렇다면 우리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1932년)에는 예수 탄생을 기준으로 BC와 AD를 쓰듯 ‘모델T’를 생산하기 시작한 1908년을 ‘0년’으로 하는 이른바 ‘포드 기원’을 쓴다. 전술한 대로 ‘모델T’의 문명사적 의의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이 소설을 통해 확인된다. 그렇다면 누군가 ‘테슬라 기원’이란 말을 쓸 가능성이 있을까. 전무하다. ‘모델T’는 내연기관을 쓰는 자동차로 그 자체로 에너지가 특정되지만 ‘모델S’가 쓰는 전기는 2차 에너지여서 실제 투입된 에너지의 특정이 불가능하다. 만일 전기를 화석연료를 써서 생산하고 그 전기로 전기자동차를 운행한다면 한마디로 도루묵이 된다. ‘테슬라 기원’이 불가능한 이유는 바로 이 전기에서 찾아진다. 전기자동차로 그래도 반은 시작했다. 남은 반은 올바른 전기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신기원이 열리게 된다. 안치용 필자 주요 이력 △ESG연구소 소장 겸 ESG코리아 철학대표 △아주대 융합ESG학과(석사과정) 특임교수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2023-03-21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