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가 간다-인천·부천] ‘이부망천’으로 뜨거워진 민심…“승부 끝났다” VS "그럴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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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경기)·인천=장은영·오수연·박경은 기자
입력 2018-06-1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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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 전 한국당 대변인 "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논란

  • 인천·부천 시민들 "지역 비하 발언, 상당히 기분 나빠"

11일 경기 부천 자유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이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이부망천' 발언에 대해 "기분이 나쁘다"고 토로했다. [사진=장은영 기자]


[삼총사가 간다]는 국회팀 '민완기자' 3명이 6·13 지방선거 현장에서 만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입니다. 뜨겁거나 혹은 싸늘하거나, 생생한 민심을 가감없이 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자식들한테까지 우리 지역을 매도당한 게 기분 나쁘다.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자폭당’이라고 하고 싶다.”

“표현만 안 했을 뿐이지 (이부망천과) 비슷한 말은 예전부터 있었다.”

 
정태옥 전 한국당 대변인의 ‘이부망천(서울에서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이 경기 부천과 인천시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발언으로 인해 시민들은 한국당에 등을 돌린 모양새였다. 이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표심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의 인지도는 그에 못 미치는 듯했다.

11일 경기 부천과 인천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부망천이라는 조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소 격한 반응을 보이는 시민도 있었다.

부천 자유시장에서 속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55·여)는 “사석에서 농담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국회의원이 (TV에 나와서)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다”며 “발언이 아니라 망언”이라고 일갈했다.

이미 사전투표를 마쳤다는 그는 이번 선거에 대해 “민주당 쪽으로 가야 한다. 앞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민주당이 한 번 더 해야 할 것 같다”며 “그래야 북한과의 관계도 원활해지고,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좋다”고 분석했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박모씨(58)는 울분을 토했다. 그는 “한 마디로 말해서 수치스럽다. 부천·인천 시민을 자기 발 아래로 봤다고 생각한다"며 "예전 같으면 몰라도 지금은 국민들 의식 수준도 높은데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당 대변인을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씨는 “인천·부천 지역에서는 해당 발언으로 인해 한국당이 쑥대밭이 됐고, 그 영향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것 같다”며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이 참 의심스럽다. 원래 싫어하는 한국당에서 그런 말을 하니깐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이재명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이었다. “(여배우 스캔들 의혹과 관련해)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날까 싶다”며 “이 후보가 나온 예능프로그램을 볼 때도, 뭔가 연출된 듯한 어색함을 느꼈다.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쿨하게 인정했으면 좋겠다. 이중적 면모나 도덕적 문제는 용납하기 어렵다”며 “성남 시정을 잘 했는데, 그 잘한 시정이 다 날아가서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그도 뼈를 깎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곡물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4)는 “말조심을 해야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대중에게 말한 것은 잘못됐다”며 “(원래) 정치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이 좋았다가도 정치만 하면 변하더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같은 시장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부천 사람도 국민이고, 인천 사람도 국민이다. 특정 지역을 지정해서 수준을 낮춰서 말하니깐 기분이 많이 나빴다”고 토로했다.

또 인천 부평시장에서 만난 허민희씨(65·여)는 “말을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할 수 있느냐”라며 “나랏일 하는 사람은 국민들과 공감하고 대화하고, (국민을) 공경할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해당 발언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 일부 있었다. 부천 자유시장에서 만난 박모씨(56)는 이부망천에 대해 “그런 단어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지 비슷한 말은 옛날부터 있었다”며 “다른 사람들도 그런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 부평시장에서 닭 집을 운영하는 조모씨(63·여)는 “정치를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다”며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이 사람들은 이미 후보를 다 정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20대와 30대는 한국당을 지지하지 않은 마음을 굳히게 됐다는 분위기였다.

인천 남구 동양장 사거리에서 만난 박모씨(28·여)는 “정치인들이 미친 소리 하는 게 한두 번이느냐”며 “어차피 한국당을 안 찍을 생각이다”고 단언했다.

같은 거리에서 만난 38세 최모씨도 “원래 한국당을 안 좋아하는데 특히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하니깐 기분이 많이 나쁘다”며 “한국당을 싫어하는 마음만 더 커졌다”고 했다.
 

11일 인천광역시 남구 석바위 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와 유정복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했다. [사진=오수연 기자]


이번 발언으로 대다수 민심이 돌아선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 부평시장에서 커텐 가게를 운영하는 양모씨(67)는 “(해당 발언 때문에) 한국당 인기가 많이 떨어져 이번에는 (주변에서) 거의 민주당을 뽑는다고 한다”며 “이부망천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홍 대표의 막말을 더 싫어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장에서 만난 49세 남성은 “한국당 내에서는 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며 “이번 일로 한국당에 대한 반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인천 남구 동양장 사거리에서 만난 박기주씨(75)는 “(이번 발언으로 인해 선거에서) 승부 자체가 끝났다”며 “과거에는 한국당을 선호했는데 이번 일로 상당히 실망하게 됐다.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가 (시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어 박씨는 “한국당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깐 정신이 없는 것 같다”며 “이번 발언은 인천·부천 시민에게 큰 오점을 남긴 것이다. 한국당은 선거 끝나고 나서 재정비를 하지 않으면 불상사가 생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인천시장의 경우 박 후보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민주당을 향한 지지를 드러내는 느낌이었다. 시민들은 박 후보에 대한 인지도가 다소 낮은 듯했다.

인천 석바위 시장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권모씨(58·여)는 “유정복 한국당 후보가 이전에 그렇게 잘 하지도 않았지만 박 후보는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며 “어떻게 살았던 사람인지, 정치를 했던 사람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번 선거와 관련해 “경제만 살리면 된다. 문재인 정부가 잘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경제가 자꾸 죽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우면 아이들이 오갈 데가 없다”고 걱정했다.

또 “너무 한쪽 당에만 (지지가) 쏠리면 치우쳐 버린다. 균형이 중요하다”며 “어떻게 보면 하던 사람(유 후보)이 하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은 박 후보를 찍겠지만 경제를 생각하는 사람은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야채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인천 경제를 살린다고 하니깐 유 후보를 찍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이 근처에는 유 후보를 알아준다. 그가 (당선) 되도록 확실하게 밀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박 후보와 유 후보는 선거 유세를 펼치며 이부망천으로 공방을 벌였다.

박 후보는 인천 남구 동양장 사거리에서 “이부망천이라는 발언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겠지만 제발 풀어달라”며 “민주당은 미래를 얘기하고, 인천의 희망을 말하고 있다. 이제 표로 심판해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 후보 측은 유 후보도 책임 지고 후보 사퇴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후보는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와 민주당은 상처 난 인천시민들의 마음을 후벼 파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하고 있다”며 “박 후보야말로 인천을 폄하하고 비하하는 인천의 정태옥”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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