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가 간다-충북] "글씨유" 줄어든 민심…8선 대세론 vs 샤이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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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제천·음성(충북)=김도형·박경은·오수연 기자
입력 2018-06-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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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씨유"라는 사람 줄고, 민주당 지지층 많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후 충북 음성군 무극시장을 방문해 떡을 산 후 시식용 떡을 맛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총사가 간다]는 국회팀 '민완기자' 3명이 6·13 지방선거 현장에서 만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입니다. 뜨겁거나 혹은 싸늘하거나, 생생한 민심을 가감없이 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한반도가 남북이 갈라진 채로 휴전 선언을 했던 그 날, 7월 27일 종전 선언이 이뤄져서 평화의 열차가 남북을 가로질러 달릴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활발한 지원 유세를 펼치고 있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충북 음성에서 이시종 충북지사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며 외친 말이다.

"충북이 개발한 '강호축(강원-호남을 잇는 축)'에 고속철도를 연결하면, 호남에서 오송·청주공항을 거쳐 제천, 강릉까지 고속철이 그대로 간다. 앞으로 북한의 원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베리아와 유라시아를 가는 철도망이 형성되면 충북은 끝내주게 발전할 것"이라는 이 후보의 구상에 힘을 싣는 집권여당 대표의 발언이었다.

두 번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오는 12일 열릴 북미 정상회담 등 남북 평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고조시키는 추 대표의 '평화 유세'에 충북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특히 네 번의 충주시장과 두 번의 국회의원을 거쳐 3선 충북지사에 도전하는 이시종 대세론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박경국 자유한국당·신용한 바른미래당 후보를 언급하는 주민은 많지 않았다.

유세가 진행 중인 음성군 무극시장 앞에서 만난 정모씨(64)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고 있다"며 "이 후보도 같은 민주당으로써 열심히 잘해나갔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같은 당이니깐 교감이 잘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의 첫 출마부터 지지해 왔다는 정씨는 이 후보의 강점에 대해 "사람이 서민적이다. 이런 곳에 와도 칼국수와 같은 음식을 먹는다"며 "옷을 봐도 와이셔츠가 조금씩 낡아 있다. 검소하다. 오래전부터 봐 왔는데 원래 소탈하다"고 평했다.

음성군은 다소 보수적인 지역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음성군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36%의 지지를 보냈고, 홍준표 당시 한국당 후보에게 26%의 지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의 전국 평균 득표율(41.08%)에 밑돌고, 홍 후보의 평균(24.03%)보다 조금 높은 수치다.

자유한국당 소속의 이필용 후보가 음성군수 3선에 도전하고 있고, 지역구 국회의원 또한 한국당 소속의 경대수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민심이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과거 정치와 선거에 대한 물음에 '글씨유(글쎄요)'라며 눙치던 충청도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축산업에 종사한다는 백열호씨(43)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음성군민들이) 많이들 실망하고 돌아선 것 같다"며 "엄청 큰 사건이지 않았나. 전에는 한국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실망을 많이 했다. 그래서 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백씨는 박경국 한국당 후보나 신용한 바른미래당 후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지인들과 얘기한 적이 없다"며 "우리가 아는 사람은 이시종 지사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딸과 함께 추 대표와 이 후보의 합동 유세를 보러 나온 정모씨(46·여) 또한 "이 후보는 잘 하고 있다. 지난 8년간 별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충북 최대의 도시 청주로 이동했다. 국가통계포털 KOSIS에 따르면 충북의 인구(2018년 5월 기준)는 159만명이다. 이중 절반이 넘는 83만여명이 청주에 거주하고 있다. 충북도청 소재지이기도 한 이곳엔 다른 지역과 달리 젊은 층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

청주시의 만 20~39세 인구수는 약 24만명이며, 만 60세 이상 인구수는 14만5000여명이다. 청주를 제외한 충북에서 만 20~39세 인구가 16만명, 만 60세 이상 인구가 22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젊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이 합동 유세를 지원한 청주 흥덕구 가경동 시외버스터미널 앞은 대형몰과 극장 등이 들어서 있다. 잘 닦인 도로를 사이에 두고 스타벅스나 탐앤탐스 등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커피숍도 눈에 띄었다. 여느 수도권 지역 같은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 또한 민주당과 이 후보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남북 평화에 대한 기대감 또한 숨기지 않았다.

유치원 교사 정재명씨(24·여)는 "(남북 평화 무드는) 사람들이 다 바라는 일이다. 빠르게 잘 이뤄졌다"며 "모두가 원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너무 급작스럽게 이뤄진 느낌"이라며 "분단 체제에 익숙해져서 뭔가 걱정된다"고도 했다.

나경민씨(25)는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하니까 여당을 지지하고 있다"며 "(남북 평화 무드를) 좋게 보고 있다.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좋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씨는 한국당에 대해 "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의 행동이 부정적인 것 같다"며 "지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스타벅스 앞에서 만난 윤한서씨(43)는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될 것 같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일을 잘 못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윤씨는 "남북문제 해결은 아주 좋은 것 같다"면서도 "경제 정책은 세모다. 내가 느끼기에 와 닿는 게 없기도 하다"고 말했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수화통역사 박지은씨(37·여)는 "이 후보가 시민의 이야기를 잘 경청해주는 것 같다"며 "유세를 할 때 다른 후보들은 명함만 돌리고 가는데 이 후보는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책이 나오기 때문"이라며 "그냥 '뽑아주세요'가 아니다. 돌아다니면서 (시민의) 얘길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정당에 대한 평가도 이어갔다. "자유한국당은 친근감이 들지 않고, 바른미래당은 신생정당이나 다름없어서 낯설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바른미래당은 시민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의 평가도 비슷했다.

민주당의 유세를 보며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기도 하던 차모씨(47·여)는 "민주당을 지지한다. 최근에 지지하게 됐다"며 '촛불혁명'을 계기로 들었다. "촛불집회에 두 차례 참가했다"는 그는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 대해 "우리나라의 문제니까 통일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라고 했다.

김동응씨(45)는 "이 후보는 이미 끝났다(당선이 확정적이다)"라며 "여론만 봐도 알지 않느냐"고 했다. 김씨는 "공직 생활의 모범이고 능력이 있다"고 이 후보를 평한 뒤 "충북은 당에 상관없이 한 번 믿으면 계속 밀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8선(충주시장 3선(민선), 국회의원 재선, 충북지사 3선)에 도전하지 않느냐, 기록이다"라며 "이번에 8선을 달성하면 전국에서 다시 평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남북 관계에 대해선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모든 정책의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며 "그래도 종전 협정을 맺고 '전쟁 없는 나라'가 되는 것 만으로 너무 좋은 것 아니냐"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대형몰 앞 광장 계단에 앉아 유세를 지켜보던 김모씨(50대 중반·여)는 "민주당이 너무 잘하고 있다. 아주 아주 잘하고 있다"고 격찬하면서 "원래 지지자도 아니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를 찍을 거냐'는 질문에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해서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긍정한 그는 "문 대통령이 지난 1년 동안 너무 잘해서 민주당을 더 크게 지지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대해서 "없어져야 할 당이라고 생각한다"며 "두 당 모두 똑같다. 특히 한국당은 지난 10년 동안 경제를 파탄 내지 않았느냐. 그래놓고 1년 밖에 안 한 문재인 정부를 심판한다며 비난한다"고 격앙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우리 같은 무식한 가정주부가 봐도 다 안다"고 일침했다.

전반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위기인 가운데 정책적 이유로 한국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유권자도 있었다. 취업 준비 중이라는 한모씨(26)는 "원래는 '더민주' 지지자였다. 그러나 정치적 행보가 실망스러워 한국당에 투표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문직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게 너무 몰아준다. 이런 것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추 대표는 이후 대전 유세를 위해 떠났다. 추 대표가 떠난 자리에 "우리 청주는, 우리 충북은 문재인과 함께 배를 타야 한다. 문재인이 타는 배에 이시종이 태워주시고, 한범덕(청주시장 후보)이 태워주시길 기원해 마지않는다. 문재인 배를 타지 않고 엉뚱한 배를 타지 않도록, 홍준표 배를 타면 배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이시종 후보의 연설이 메아리쳤다.



충북의 '민주당 세'가 강한 건 실감할 수 있었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제천에서는 한국당이 주장하는 '샤이 보수' 민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대선 제천에선 문 대통령에게 33.66%의 지지를, 홍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겐 각각 32.03%, 21.09%의 지지를 보냈다. 제천은 상대적으로 노령층이 많은 지역으로 지난 18대 총선 이후 지역구 국회의원을 모두 보수 성향 후보로 선출했다.

이번 제천 지방선거에선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재선거가 함께 치러질 예정이다. 이곳에선 이후삼 민주당 후보와 엄태영 한국당 후보, 이찬구 바른미래당 후보가 출마했다. 엄 후보는 재선 제천시장 출신이다. 

한국당 소속이었던 송광호(14·16·18·19대 의원) 전 의원과 권석창 전 의원 모두 비리 또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것이 반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유세를 진행했던 제천 중앙시장 인근 남천약국 사거리에서 쇠락해가는 지방 중소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젊은 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유세가 시작되자 한 노인이 "민주당 놈들 다 왔네"라고 소리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샤이보수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생겨난 말이다. 한국당 등 보수야당을 지지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층을 일컫는다. 실제로 제천에선 다른 지역과 다르게 지지 성향을 숨기는 유권자가 많았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김모씨(76·여)는 지지 후보를 믿는 질문에 침묵했다. 김씨는 다만 "지난 1년 동안 경제가 많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엄 후보에 대해 직접적으로 묻자 "지금 인기를 많이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찬구 후보에 대해선 "3번은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옆에 있던 한 여성 또한 이후삼 후보가 강세라는 기자의 질문에 "눈으로 직접 봐야 안다"고 말했다. 지지 후보에 대해서도 "그걸 어떻게 마음대로 얘기하나. 선거라는 건 마음에 두고 있다가 가서 찍어야 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중앙시장에서 과일장사를 하는 한 50대 남성은 "연세가 드신 분들은 거의 한국당 후보를 지지하고, 젊은 층은 거의 민주당 후보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 국회의원 2명이 뇌물 때문에 하시다가 그만 뒀지만 지금도 연세가 드신 분들은 한국당 쪽, 보수 쪽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본인의 지지 성향을 묻자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능력과 사람 됨됨이를 뽑을 것"이라고 답했다.

좌판에서 채소를 판매하던 홍순자(70·여)씨는 "난 잘 모르겠다. 시골에 있으니 잘 모르겠다"며 "난 말을 안 할거다"고 답변을 피했고,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8·여) 또한 "잘 모르겠다"고 답을 피했다. 김씨는 "한국당을 이전부터 지지했다"고만 얘기했다.

남천약국 사거리에서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는 한 중년 여성은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토로했다. "여기서 20년째 장사 중인데, 이런 적은 없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은 그는 "대통령도 북한에 필이 꽂혀서 남한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다"고 불평했다. 그는 "서민경제가 너무 바닥이라 희망이 안 보인다"고도 했다.

현실적인 이유로 민주당을 지지하겠다는 유권자도 보였다. 인근 금융기관에서 일한다는 김모씨(56)는 "엄 후보가 지역 출신이지만, 현 정권의 인사가 되는 게 낫다"며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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