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가 간다-노원병] 길거리 '대세' 여당 후보…상계시장 일부 상인 "與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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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박경은·윤지은 기자
입력 2018-06-0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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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년 노원 주민' 김성환, 정부여당 지지율·인지도로 '탈환' 노려

  • '젊은 후보' 강연재·이준석, '인물·경제' 내세우며 '막판 추격'

오는 13일 치러지는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성환·자유한국당 강연재·바른미래당 이준석 후보가 2일 노원병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윤지은 기자]


[삼총사가 간다]는 국회팀 '민완기자' 3명이 6·13 지방선거 현장에서 만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입니다. 뜨겁거나 혹은 싸늘하거나, 생생한 민심을 가감없이 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뜨거운 햇볕이 작렬하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노원 마들역 사거리. 30도 안팎의 한여름 무더위가 시작된 이날 서울 노원병 민심이 모이는 사거리에선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주말 나들이에 한창이었다.

후끈한 날씨만큼 '6·13 선거' 분위기도 물씬 달아오른 이곳 사거리는 상계주공 9~12단지가 에워싸고 있어 '아파트 숲'으로 불린다. 아파트에 사는 누구든 이곳을 반드시 지나가야 하므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인 만큼 건물 곳곳에선 후보들을 알리는 현수막이 나부낀다.

아내,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며 선거 유세와 현수막을 구경하던 40대 조모씨에게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의원직 사퇴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조씨는 "대세인 더불어민주당에 마음이 기울었다. 김성환 전 노원구청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인지도도 높고 평판도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원병의 민심은 여당인 민주당으로 기우는 듯했다. 노원병은 2004년 임채정 열린우리당 의원 당선 후 18대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 19대 노회찬 통합진보당 후보, 20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당선됐다. '인물 중심'으로 다양한 정당의 후보들에게 기회를 줬던 곳이다. 그러나 이번엔 김 후보가 정부·여당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14년 만의 '탈환'을 노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노원병 거주 성인 505명을 대상으로 28~29일 이틀간 조사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9.2%,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가 19.8%, 강연재 자유한국당 후보가 7.9%를 기록했다.(유·무선 병행 방식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응답률은 4.0%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 후보는 노원에서 시·구의원부터 구청장까지 거친 '지역 일꾼'으로 소문나 있었다. 마들역 농협 앞에서 만난 박종붕씨(64)는 "지역을 잘 아는 김 후보를 뽑고 싶다. 이 지역 사람들이 뭘 불편해하는지 알아야 국회의원을 하면서 반영할 거 아니냐. 아직 강연재 후보나 이준석 후보에겐 그런 확신이 없다"고 밝혔다. 김다혜씨(34)는 "김 후보 외 다른 후보들은 상계동에서 거의 활동을 안 하지 않았나. 선거 기간에만 반짝 공약하니까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 후보도 노원 출신인 건 알지만 여기서 어릴 때 학교만 잠깐 다니고 터를 잡으면서 일한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모씨(57·여)는 "8년 동안 김 후보가 구청장으로서 일을 많이 했다. 여기서 아이도 낳고, 계속 살고 계시지 않나"라고 김 후보를 치켜세웠다. 이씨는 "이 후보는 굉장히 좋은 인재긴 하지만, 구의원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너무 한 번에 높이 올라가면 체할 수 있다. 하다못해 시의원부터 나온다면 당선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종민씨(47)는 "김 후보는 그동안 봐 왔기 때문에 실천하는 정치인이란 이미지가 있다. 주거지역이라 사람들 출퇴근하기 힘든데 이에 대한 해결방안도 잘 내준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후보와 강 후보에 대해선 "여기 토박이인데, 어떻게 보면 지나가는 길손 같은 느낌"이라며 "더구나 강 후보는 여기에 연고가 없는 분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후보 역시 노원과 '친숙함'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마들역에서 기자와 만나 인근 아파트를 가리키며 전셋집을 옮겨 다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러면서 "처가가 상계동이라 1991년에 보람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처가 덕분에 출세해서 이 자리에 섰다. 정부·여당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데다가 저도 노원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역발전을 위해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주민들이 좋게 평가해 주신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민들은 김 후보 자체보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 때문에 김 후보에게 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유연배씨(67)는 "노원은 전부 민주당 판이다. 될 수밖에 없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산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안 후보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새 정치'한다고 해서 안 후보를 뽑았는데, '강철수'가 물이 들어서 '안철새'가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와 같은 당 후보인 이 후보와 관련해 "30대 아니냐. 큰 정치인이 되려면 10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훈씨(23)도 "후보를 잘 알진 못하지만 민주당에 관심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나름대로 공약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다. 충분히 잘하고 있기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먹고 사는 민심'의 바로미터인 시장에선 민주당 '심판론'을 꺼내든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오히려 경제가 안 좋아졌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나이가 지긋한 시장 상인들은 "파리만 날린다"는 볼멘소리를 하며 미간의 주름을 좁혔다.

상계중앙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홍종철씨(54)는 "다른 쪽은 몰라도 이 동네 자영업 하는 사람들 99%가 민주당에 실망했다. 국민에게 뭘 잘못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구청장을 오랫동안 했는데 달라진 게 별로 없지 않냐"며 "이 후보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강 후보도 최근에 이 동네로 와서 고민된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여당에 '경제심판론'을 꺼낸 '보수 야당'에 기대를 걸어보겠다는 뜻이다.

17년간 노원에서 거주한 최모씨(66·여)도 "서민을 잘살게 해준다더니 물가만 자꾸 오르고 이젠 투표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형정남씨(46·여) 역시 "주변 사람들이 '내 월급 빼고 (물가가) 다 올랐다'며 최저임금 때문에 안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젊은 친구가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이 후보에게 간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감지한 듯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노원역 롯데백화점 사거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문제"라며 강연재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홍 대표는 "소득주도성장론 1년째, 저소득층이 부유층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물가는 폭등하고 일자리도 없고 나라가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 정책을 바꾸는 일은 선거밖에 없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하에 내 살림이 좋아졌다면 1번을 찍고, 만약 세금이 더 많이 나오고 살림이 힘들다면 2번을 찍으시라"고 호소했다.

홍 대표의 연설을 들으며 분노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공감대를 형성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주민들도 꽤 보였다. 롯데백화점에서 쇼핑하고 나온 50대 부부는 익명을 요구하며 "어처구니를 아느냐. (연설을 들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공감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한울씨(25)는 "(홍 대표의) 유세가 투표율에 그리 영향을 줄 거 같진 않다. 젊은 세대는 선거 운동을 활발하게 한다 해서 바뀌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50대 부부는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는 선거라는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그런 주장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동네에서 운동을 많이 하는데, 운동 나가서 깜짝 놀랐다. 일반 시민들이 파란 옷을 입고 다닐 정도로 민주당 지지자가 많더라"고 귀띔했다. 다만, "젊은 애들은 의견이 나뉜다"며 "우리 딸(27)만 봐도 민주당에 비판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민주당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국당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옷가게에 쇼핑하러 온 이춘자씨(74·여)는 재보선 이야기를 꺼내자 "무조건 민주당이란 사람이 많은데 노원은 그런 동네가 아니다. 난 중심이 있다. 한국당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홍 대표의 거친 발언이 걱정"이라면서도 "요즘 우리 교회에 강 후보가 자주 온다. 변호사라던데 똑 부러져 보여서 다들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김응교씨(56)는 자신을 "노원에서 18년 거주한 보수 지지자"라고 소개했다. 김씨는 "솔직히 후보들의 면면은 잘 모르겠다"면서도 "바른미래당보다는 승산이 있는 한국당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민주당에서 경제를 파탄 냈는데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한국당에 표를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중도'라고 소개한 한 50대 중년 남성은 "문재인 정부가 잘하고 있어서 민주 쪽에도 눈이 가는데 지금은 보수 쪽으로 마음이 옮겨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표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강 후보의 '여성 정치인' 이미지를 높게 사는 주민들도 있다. 박모씨(35·여)는 "당찬 이미지가 좋다. 양육과 일을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했다. 저도 가정을 가진 사람인데, 워킹맘인 강 후보가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점을 좋게 봤다"고 설명했다.

'후발주자'인 강 후보는 노원 전역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며, '막판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그는 "'지난 시간 한국당이 믿음직한 모습 보여주지 못해 마음을 상하게 한 점 정말 죄송하다. 반성하고 잘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손잡아주시고 엄지척 해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대한민국의 오른쪽 날개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다는 뜻 아니겠나"라며, 노원역 유세가 끝나자마자 쉴 틈 없이 마들역으로 이동해 유세를 이어갔다.

이런 강 후보를 지켜보던 어준석씨(40)는 "한국당에 좋은 결과가 있을 거 같다. 한국당 후보분들이 다른 당 후보분들보다 활동을 많이 하시더라"고 평가했다. 어씨는 "문재인 정부가 개인적으론 잘하고 있는 듯하고, 호감도가 투표에 영향을 줄 거 같긴 하다. 그런데 요즘 활동하는 걸 보면 한국당이 열심히 한다"고 밝혔다.

정치 자체에 대한 회의감으로 투표를 거부하는 주민들, 아직 '고민 중'이라는 부동층도 많았다. 상계중앙시장 횟집 사장인 김모씨(66)는 "이놈이 저놈이라 투표하기 싫다. 다들 당도 왜 이렇게 많고 당을 자꾸 옮겨대나. 좀 알아 놓으면 다른 당에 가 있고, 본인들 좋을 대로 합치고, 나누고. 난 이제 국회의원을 3분의 1로 줄인다는 대통령이 있으면 두말 않고 그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모퉁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할머니와 아주머니는 "후보가 하도 많아서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잘 모른다"고 밝혔다. 또 "주변 사람들도 요즘 선거 이야기 일절 안 한다"면서 "안철수 전 의원은 돈도 많다더니 그만두고, (우리 동네에) 해놓은 게 뭐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좌판에서 콩을 팔던 70대 할머니도 한마디 거들었다. 할머니는 "누구든 찍어주면 다들 자기 이익만 따지고 싸움만 하고, 도둑질만 하지 않냐"며 "누구든 한 명은 찍어주는데 찍어놓으면 다 마찬가지더라. 나라살림 잘해서 나랏빚만 줄여주면 10번이라도 찍어주는데 그런 사람은 없어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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