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하락 아이러니] "분명 내렸는데"...주부도 직장인도 어르신도 '악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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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3-05-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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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품목 458개 중 83.3% 값 올라

  • 식탁물가·학원비…서민가계 휘청

  • 직장인·노령층도 가계 부담↑

[사진=연합뉴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희윤씨(38)는 최근 장 보러 마트에 머무는 시간이 2배 정도 길어졌다. 눈을 의심케 하는 가격에 진열된 제품을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탓이다. 

김씨는 "뉴스를 보면 물가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데 살림을 하는 입장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얘기"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카레 재료를 사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2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내 품목별 소비자물가를 살펴보면 4월 기준 카레 분말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 재료인 닭고기(12.3%)와 당근(51.8%), 양파(51.7%), 브로콜리(20.3%), 식용유(15.4%) 등의 인상률을 감안하면 카레를 만드는 데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김씨의 하소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세가 완연하지만 김씨를 포함한 서민 가계의 어려움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육류와 과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활 밀착형 품목 가격이 쉽게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여기에 공공요금 인상, 에너지 가격 변동성 등 때문에 하반기 이후 물가가 다시 상승 반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식탁물가·학원비·전기료…서민가계 휘청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까지 떨어졌지만, 조사 대상 458개 품목 중 1년 전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 수는 384개(83.8%)에 달했다. 가격이 내린 품목은 55개에 불과했다.

식탁 물가 오름세가 여전했다. 농산물 중 양파를 비롯해 파(16.0%)·풋고추(14.4%) 등의 상승 폭이 컸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잼(34.8%)·드레싱(32.6%)·물엿(23.7%)·빵(11.3%) 등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국제 설탕값 상승이 가공식품 가격을 끌어올렸다. 미국 ICE선물거래소에서 설탕의 원료인 원당 가격은 올 들어서만 35%가량 뛰었다. 

성장기 자녀를 둔 가정은 우유(8.9%), 치즈(24.9%) 등의 가격 급등에 푸념을 늘어놓는다. 학원비 등 교육 물가도 만만찮다. 지난달 교육 분야 물가지수 상승률은 2.2%로 2011년 2월(2.4%)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학생(2.8%)과 고등학생(2.4%)은 물론 미술(5.5%)·운동(4.7%)·외국어(4.4%) 등 학원비가 모두 올랐다. 

지난달 23.7% 오른 전기·가스·수도 요금 부담도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이달 들어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을 약 5% 인상한 데다 사용량이 폭증하는 여름철이 도래한 만큼 5~6월에는 상승률이 30% 이상에 달할 수 있다. 
 
직장인·노령층도 힘들긴 마찬가지 
직장인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햄버거(17.1%)·라면(9.8%)·김밥(9.7%)·편의점도시락(6.7%) 등 가격 상승에 끼니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구내식당 식사비 상승률은 지난해 4월 3.4%에서 지난달 7.9%로 일년 새 2배 넘게 올랐다. 

삼겹살(8.6%)과 소주(9.2%), 맥주(8.6%) 가격을 감안하면 퇴근 후 편하게 술 한잔 기울이는 것도 녹록지 않다. 택시료(6.9%)와 대리운전이용료(9.3%)·골프장이용료(5.5%) 등 서비스 가격 오름세도 지속되는 중이다. 

노령층 수요가 많은 이른바 '실버 물가'도 평균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품목별로 보면 시외버스료가 5.0% 올랐고 목욕료(13.7%), 한방약(7.5%), 요양시설이용료(4.5%) 등도 상승 폭이 컸다. 특히 간병도우미료는 1년 전보다 11.7% 올라 증가율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긴 했지만 불안 요인도 상당하다"며 "근원물가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외식 등 서비스 부문의 물가 상승률이 높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해외 에너지 가격 인상이 아직 반영되지 않아 올해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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