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반도체, 민간 아닌 '정부 역할론' 커져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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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입력 2023-04-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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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을 둘러싸고,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재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일들은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어젠다로서 근본적으로 이 상황을 바꾸기는 어렵다. 회사는 각국 정부와 고객의 니즈에 반하지 않으면서 최적의 해법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대표이사(부회장)가 한 말이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을 두고 발생하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내 기업 자체적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동시에 “국가 차원의 어젠다”라는 건 그만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문제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모든 반도체 이슈를 기업 스스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해졌다. 각국 정부, 특히 G2(미국과 중국)가 끼어들며 기업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해진 게 사실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정부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 또한 그 때문이다. 미국은 끊임없이 대중 견제책을 내놓으며 한국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4월 중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첨단장비의 대중 수출 통제 조치도 그 일환이다. 작년 10월 1년 유예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다시 연장되지 않을 경우 중국 공장의 사업성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미국 정부의 압박에도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국내 기업들에 중국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 시장 중 하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품목별 대중 수출 비중은 최대 54.6%에 달한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중국 공장 철수가 이뤄지더라도 현지 시장만큼은 확보해야 한다고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외교적 해결은 물론 자금 측면에서의 투자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발표했던 반도체 인력 육성의 종합 컨트롤타워인 ‘반도체 아카데미’는 당초 예산을 절반으로 줄여 시설비를 주지 않았다. 종합 컨트롤타워라는 이름이 무색한 상황이다.
 
또 지난달 15일 정부가 발표했던 6대 첨단산업 대상 550조원 투자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반도체 분야는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이는 결국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인프라 등을 지원하는 것은 맞지만, 직접적인 투자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세액공제 등 혜택을 보다 확대하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이제야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기업들은 설비투자 시 대기업 15%, 중소기업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8월 K-칩스법이 처음 발의된 지 약 8개월 만이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리스크가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는 결국 속도전이라고 말한다. 숨 가쁘게 오가는 각국의 첨단기술 경쟁 속에서 K-칩스법을 시작으로 우리 정부의 역할 확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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