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점심 때 회사 근처서 티타임"…고물가에 소개팅도 '가성비' 찾는 MZ세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권보경 기자
입력 2023-03-30 10:3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새 밥값도 비싼데 주말에 돈 쓰고 시간 내서 소개팅해야 하나요?"

서울 강서구에서 근무하는 최모씨(31)는 평소 점심시간에 소개팅을 한다. 근무지가 가까운 직장인을 소개받아 카페에서 짧게 만나는 식이다. 최씨는 "10분 정도만 대화해봐도 어느 정도 상대를 파악할 수 있다"며 "짧게 소개팅을 해서 마음이 맞으면 근처에서 여러 번 만난다"고 전했다.

30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고물가 시대에 비용뿐 아니라 시간까지 아낄 수 있는 '가성비 소개팅'이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카페에서 직장 점심시간을 이용해 짧게 첫인상을 확인하고 만남을 지속하는 방식이다.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 특성이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소개팅 비용·시간·장소 모두 '가성비' 챙기는 MZ세대
서울 종로구에서 근무하는 김모씨(28)도 최근 수차례 짧은 소개팅을 했다. 직장 점심시간에 10~20분 커피를 마시고 마음에 드는 여성과는 약속을 잡았다. 김씨는 "어차피 소개팅은 제 취향에 맞지 않으면 돈 낭비, 시간 낭비"라며 "고물가 시대에 식사 후 카페를 가는 일반적인 소개팅을 하면 적어도 7만~8만원은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마음에 맞지 않으면 돈을 날리는 것이나 다름없고 이런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식사를 하더라도 과거처럼 일식집이나 프리미엄 레스토랑이 아닌 '가성비 소개팅 맛집'을 찾기도 한다.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성비 소개팅 맛집 목록이 공유되고 있다. 최근 신촌에서 소개팅을 한 직장인 이모씨(29)는 "여의도나 강남보다는 대학가에 분위기도 좋고 저렴한 맛집이 많다"며 "소개팅 장소로 신촌, 홍대 등 대학가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MZ세대 특성을 반영한 단체 소개팅 문화도 유행이다. 15~20명 남짓 모여 일대일로 10~20분 대화한 후 상대를 교체하는 '로테이션 소개팅'이 대표적이다. 참가비는 5만원 남짓. 소개팅을 수차례 진행하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을 함께 아낄 수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로테이션 소개팅을 주선해왔다는 유모씨(35)는 "코로나19 시기에 이성을 만나기 어려운 남녀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문의가 꾸준해 지속하고 있다"며 "참가자는 매주 20명 남짓 확보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 "가성비 따지는 MZ세대 특성 반영"
전문가들은 기성세대보다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MZ세대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MZ세대는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하기 어렵고 결혼 후에도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워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는 조급함을 기성 세대보다 더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돈과 시간을 최대한 아끼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유행하는 '가성비 소개팅'도 이들 시각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면서도 "소개팅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고 사람은 오랜 시간 지켜봐야 그 사람 특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