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대 청년에 교통비 연 10만원 지원…청년들 "턱없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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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 기자
입력 2023-03-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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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교통카드를 찍고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 서울 강남구에서 성북구 소재 대학교로 통학하는 김모씨(21)는 최근 교통비 부담을 실감하고 있다. 대학 입학 전 6만~7만원대에 그쳤던 비용이 최근 10만원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수업을 들으며 짬짬이 시간을 내 아르바이트를 해 버는 돈은 한 달에 40만원. 김씨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아 생활비는 최대한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충당하려 한다"면서도 "교통비가 한달 수입의 4분의1이나 돼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27일 전국대학생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 따르면 청년들은 고물가에 교통비 인상까지 겹치며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대학생 207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988명(47.6%)이 교통비에 대한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김서원 전대넷 의장은 "아르바이트 비용의 3분의1 가까이를 교통비로 지출하는 청년들도 많고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원금액 한 달에 6000원에 그쳐
이에 서울시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이용요금 일부를 교통 마일리지로 돌려주는 '2023 청년 대중교통비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올해 예산 150억원을 투입해 신청일 기준 시에 거주하는 만 19~24세 청년 15만명을 대상으로 연 최대 10만원을 지원한다.

시에 따르면 시에 거주하는 만 19~24세 청년은 74만3000명이다. 이번 사업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청년은 전체의 약 20.2%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 총 15만2015명이 신청해 13만6028명이 연 평균 7만4000원을 지원받았다. 달로 환산하면 6200원가량이다.

다만 청년들은 이같은 지원금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조모씨(20)는 "밤늦게 귀가하느라 지출하는 택시비를 제외하더라도 한 달에 교통비로 못해도 7만~8만원은 지출한다"며 "6000원으로는 밥 한끼도 해결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이모씨(20) 역시 "교통비는 고정적으로 매달 드는 비용"이라며 "연 10만원이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크게 체감될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 요금인상 논의도 부담 가중…전문가 "예산 확대해야"
지하철과 버스 요금 인상 역시 고물가 시대 청년들의 고민 중 하나다. 현재 서울 대중교통 일반요금은 카드 기준 지하철은 1250원, 시내버스는 1200원이다. 이르면 내년 4월 각각 300원 인상된 1550원, 1500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년들은 요금 인상 논의로 인한 부담도 느끼고 있다는 반응이다. 김씨는 "지금보다 교통비가 더 오른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며 "지원 금액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대중교통비 지원사업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보다 실효적인 정책을 위해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범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교통지원사업은 다른 복지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상자를 가려내기 쉽다는 점에서 정책실험에 나서기 좋은 영역"이라며 "독일이 시행하고 있는 9유로티켓(한달에 9유로(1만2000원)만 내면 기차·지하철·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할인 이용권)이 좋은 모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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