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 배팅 삼성 후광효과...갭투자 유입에 용인·동탄 집값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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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3-03-2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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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2042년까지 약 300조원이 투입되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이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이 확정된 경기 용인시 일대 부동산 시장이 매물 잠김과 호가 상승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개발 호재로 갭투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호가가 오르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한편 위약금을 수천만 원씩 물고서라도 기존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수혜 대상 2순위로 지목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역시 개발 기대감에 가격 하락세가 멈추고 반등에 힘이 붙는 모양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5단지는 3월 체결된 매매계약 10건 가운데 이날까지 6건이 취소됐다. 계약이 취소된 6건 가격대는 전용 84㎡ 기준 3억3500만~3억5700만원대로 지난 15일 정부가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 전 체결된 계약이다.
 
남사읍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계약이 취소된 3억원대 매물은 1~2월 급매가격으로, 정부 발표 직전 가계약을 치른 매물들"이라면서 "뉴스를 보고 놀란 집주인들이  4억원 이하에는 팔지 않는다며 무더기로 취소해 난리가 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현재 전용 84㎡ 매물 호가가 4억5000만원대로 올라갔다"면서 "수천만 원 위약금을 물어준다고 해도 급매 가격과 호가가 1억원 가까이 차이 나기 때문에 매수인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더라도 취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6단지'에서도 이달 체결된 계약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계약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26일 전용 84㎡ 매물 7건이 계약 체결됐는데 개발 계획 발표 직전인 지난 5~11일 이뤄진 계약 3건이 동시에 취소됐다. 모두 3억4000만원(84㎡)에 체결된 계약이다. 이후 지난 20일에는 동일 면적이 4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용인시 남사읍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준공 초기에는 단지 위치가 섬처럼 고립됐다고 해서 '섬파트(섬+아파트)'로 불릴 정도로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수모를 당했는데 개발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경강선 연장과 GTX-D노선 사업에 따른 최대 수혜지로 꼽히고 있다"면서 "삼성 효과로 일대 반도체 선도 기업 150개와 우수 인력이 들어오면 판교 못지않은 자족도시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난달까지만 해도 집주인들이 3억원대 급매물을 빨리 팔아 달라고 아우성이었는데 지금은 거짓말처럼 매물이 싹 들어갔다"면서 "전용 84㎡ 기준으로 4억원 미만은 없고, 4억원 초반부터 4억5000만원대가 많은데 이 가격에 추격 매수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개발 초기 단계다 보니 실거주와 투자 문의 모두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아파트 가격도 보합권에 접어들며 기대감을 반영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셋째 주(20일 기준) 용인시 처인구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 폭이 -0.02%로 전주(-0.55%)에 비해 크게 둔화했다. 

현재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따라 용인시 남사읍과 이동읍은 2026년 3월 19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토허제로 지정되면 주거지역은 대지 면적 60㎡를 넘는 부동산 거래 시 관할 시·군·구에서 허가를 받아야 하고 취득 후 2년간은 직접 거주해야 한다.

남사읍에서는 준공 6년 차인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이 유일한 1군 대단지 아파트로 2·3·4·5·6단지 합쳐 총 6725가구 규모다. 특히 3·5·6단지는 전용 84㎡ 기준 대지면적이 약 55㎡라 토허제 대상이 아니다. 갭투자가 가능한 물건이라 개발 계획에 따라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신규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이동읍에는 준공 10년 이내인 이렇다 할 아파트 단지가 없다. 
 
개발 입소문이 돌면서 아파트 매물도 급격하게 줄어드는 분위기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에서 매매 거래가 가능한 아파트 매물은 55건으로 지난 15일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94건) 직후 무려 41.5% 급감했다. 같은 기간 남사읍 아파트 매물도 483건에서 359건으로 24.6% 감소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2순위 수혜 대상으로 지목된 동탄2신도시 역시 매물 잠김과 함께 가격이 서서히 반등하는 모습이다. 아실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8001건으로 지난 15일(8101건)보다 1.3% 줄었다.
 
2년 가까이 폭락하던 가격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화성시 동탄2 시범우남퍼스트 전용 84㎡는 지난 1월 8억9000만원에 거래돼 고점( 2021년 7월)인 14억원보다 36.4% 하락했지만 지난 17일 9억9500만원에 거래돼 2개월 만에 11.8% 상승했다. 화성시 산척동 동탄2더샵레이크에듀타운 전용 84㎡도 지난 1월 7억2000만원 이달 1일 8억5000만원에 거래돼 18% 상승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개발 계획이 가시화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투자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산업단지 후보 지역은 사업시행사 선정, 개발 계획, 예비타당성 조사 등 단계별 절차가 많아 아무리 빨라도 2027년에나 착공 가능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발 계획은 규모와 투자 유치 면에서 전례 없는 대형 호재지만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현실화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고 규제가 더해지는 만큼 섣불리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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