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춘진 aT 사장 "식량안보 위기, 새만금 콤비나트로 대응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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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3-0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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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지난 2일 aT센터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무기와 물자 비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식량 전쟁을 앞두고 '새만금 콤비나트'를 조성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상시 비축·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지난 2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우리나라의 취약한 식량 자급 구조를 지적하며 현재 공사가 조성에 나선 '새만금 콤비나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공급망 위기로 세계 각국이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021년 기준 20.9%에 불과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히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아 식량 위기에 취약한 구조로 평가된다. 

국가별 식량 안보 수준을 비교하는 세계 식량안보지수(GFSI)에서도 우리나라는 매년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2018년 25위에서 2019년과 2020년 29위로, 2021년에는 32위까지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39위로 간신히 30위권을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순위다. 

2021년 3월 취임한 김 사장은 국내 먹거리 수급 안정을 책임지는 공사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새만금 콤비나트' 조성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식량 콤비나트는 식량 공공비축을 위한 물류·저장시설과 제분·착유 등 식품 가공공장을 집적한 전략 비축기지로, 식량 안보 확보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공적 시설로 꼽힌다. 우리나라와 같이 식량 자급률이 낮은 일본은 민간 종합상사를 중심으로 콤비나트를 6곳 이상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새만금에 조성하는 콤비나트가 단순히 식량 비축 기능을 넘어 식품가공 산업과 연계해 우리나라 수출 확대 기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광활한 부지를 가진 새만금은 식품가공 산업 단지를 조성하기에 안성맞춤"이라며 "농수산식품 생산과 수출 확대로 우리나라가 동북아 식량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우리보다 앞선 노하우를 가진 일본 식량 콤비나트를 방문해 새만금 콤비나트 구상을 보다 구체화했다.   

김 사장은 "(일본) 콤비나트 내 항만 시설과 사료·제유 공장 등을 둘러보며 곡물 공급 방식 등 운영 노하우와 공공 비축 개념을 도입한 식량 안보 강화 방안을 벤치마킹할 수 있었다"며 "(새만금) 입지의 이점을 살려 일본·중국·아세안 등 주변국에 식량과 가공식품 등을 공급하는 '동북아 식량·식품 수출 허브'로 육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공사는 새만금 콤비나트 조성을 위해 올해 국회에서 연구용역 예산 2억원을 확보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국회와 정부가 새만금 콤비나트 프로젝트 추진을 공식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김 사장은 설명했다. 
 
전 세계 K-팝·K-컬처 열풍···근간은 K-푸드
김 사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K-팝을 비롯해 우리나라 문화 산업이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근간으로 'K-푸드' 경쟁력을 꼽았다. 김치를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식문화가 한국 인지도를 끌어올렸고 한국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가 'K-콘텐츠' 열풍을 낳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수산식품 수출은 120억 달러를 기록하며 2021년 114억 달러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베트남‧태국으로 대표되는 아세안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 과거 아세안 시장에 식품을 대거 수출한 일본과 미국, 중국 등을 뛰어넘어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수출은 2021년 대비 약 17% 증가한 8억8000만 달러, 태국 수출은 약 10% 증가한 4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샤인머스캣 포도, 딸기 등 신선 농산물과 라면, 인삼류, 김 등 수출이 급증했다. 

김 사장은 올해도 농식품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기 위해 △스타 품목 육성 강화 △물류 기반 구축 △온라인 시장 개척 등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스타 품목 육성을 위해 신품종 개발, 저온 유통 지원 확대, 프리미엄 포장재 개선 등으로 신남방 등 프리미엄 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어 신남방 콜드체인 등 해외 물류 기반 보강과 글로벌 물류난 대응을 위한 농수산식품 전용 선복 및 딸기 수출 전용기 운영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美 의회 최초 식품 기념일 '김치의 날' 제정 추진

김 사장이 취임 후 'K-푸드' 세계화를 위해 공들이고 있는 또 다른 미션은 미국 내 '김치의 날' 제정 확대다. 

김 사장을 비롯한 aT의 전사적 노력으로 미국에서는 2021년 8월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지난해 버지니아, 뉴욕, 워싱턴까지 네 번째 김치의 날이 제정됐다. 이어 조지아·메릴랜드·미시간·텍사스·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도 김치의 날을 선포했고 뉴저지에서는 지난해 제정 결의안 발의, 올해 초 하원의회 통과라는 성과를 이뤘다. 

특히 지난해 7월 미국 연방 의회에서도 김치의 날을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자는 결의안이 제출돼 의원 12명이 서명했다. 결의안이 통과되면 김치의 날은 식품 분야에서 미국 연방 의회가 인정하는 최초의 기념일이 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사회에서는 김치가 면역력 강화 식품으로 주목을 받으며 인지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당연히 김치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11년 280만 달러에 불과했던 대미 김치 수출은 2020년 2306만 달러를 기록하며 10년 만에 약 9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2911만 달러로 역대 최고 수출액을 달성했다. 

김 사장은 "중국과 일본에 맞서 김치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최대 시장인 미국 내 인지도 제고에 힘썼다"며 "현지 맞춤형 마케팅과 유망 제품 발굴‧육성, 생산부터 유통까지 엄격한 품질 관리로 안전성이 입증된 한국산 김치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탄소 식생활 '그린푸드 데이' 전 세계 동참
김 사장은 ESG 경영 일환으로 저탄소 식생활 개선 캠페인 '그린푸드 데이'를 전개하며 식품 산업 내 탄소 배출 저감에도 앞장서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은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식품 분야에서 배출하는 탄소 역시 적지 않은 규모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먹거리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 가운데 31%를 차지한다. 

공사가 진행하는 그린푸드 데이 캠페인은 먹거리와 관련한 '생산-유통-가공-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운동이다. '저탄소‧친환경 인증 농축산물'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로컬푸드'로 식단을 구성하고 가공 처리 시 버려지는 농수산식품 폐기물 최소화와 '잔반 없는 식사'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사장은 이 같은 식품 분야 탄소 배출 저감 운동을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탄소 배출량 1·2위인) 중국은 127억t, 미국은 66억t에 달한다"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 모두가 저탄소 식생활 캠페인에 동참해 실천할 때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계 식품 판매·유통업체와 함께 그린푸드 데이를 확산하는 한편 지난해에는 캄보디아와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공사 최초로 외국과 협약을 맺는 성과를 거뒀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농산물 거래 '디지털 전환' 핵심 역할
공사는 정부가 각 산업 분야에서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정책과 관련해 농산물 유통 부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기관이기도 하다.  

지난해 공사가 확대 오픈한 '공공급식 통합 플랫폼'은 급식 전반에 걸친 식재료 수급을 온라인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해 디지털 유통을 실현하는 성과를 거뒀다. 코로나19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군 급식 식재료 조달 플랫폼 사용 확대와 수요처별 사용자 맞춤 환경 구성, 식재료 안전성 관리체계 강화 등 노력을 통해 2021년 대비 21% 이상 증가한 거래 실적 3조4000억원을 달성했으며 이는 역대 최대치다. 

김 사장은 "군 급식 식재료 조달 플랫폼 사용 확대를 통해 신선하고 안전한 양질의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었다"며 "국가안보의 기둥인 대한민국 장병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제공해 사기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화훼 공판장에서도 온라인 매매 활성화를 추진해 관련 실적이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플랫폼의 온라인 경매 품목을 양파, 마늘 등 비축물자에서 송아지, 계란 등으로 다양화해 실적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김 사장은 "농수산식품 산업 육성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수출 지원 사업을 통해 K-푸드 1000억 달러 수출 강국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춘진 사장은 

김춘진 사장은 1953년 전북 부안에서 출생했다. 지역에서 부안중-전주고를 졸업하고 경희대 치과대를 나왔다. 치과의사로 지내다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치과 주치의로 활동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2004년 17대 총선 부안·고창 선거구에서 승리하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19대까지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했다.

국회의원 시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과 보건복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당시 지역구의 경제발전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농어업 활성화를 위한 입법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주요 입법으로는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와 '농수산물 원산지표시' 등이 있으며 이명박 정부 당시 농촌진흥청의 폐지 위기에서 의원 과반수의 서명을 받아내 기관을 존속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21년 3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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